[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봄바람 책숲마실 : 포항 〈리본책방〉 봄바람이 흐드러지는 아침에 대전에서 포항으로 기차를 타고 갑니다. 기차나루에서 가까운 〈리본책방〉부터 찾아가려고 시내버스를 갈아탑니다. 포항이라면 사람도 많을 텐데 “포항으로 주민등록을 옮기자!”고 알리는 글월이 곳곳에 붙습니다. 어느덧 우리나라는 푸른별에서 아기가 가장 적게 태어나는 나라로 손꼽히니, 시골이 사라지기 앞서 나라부터 사라질 만하겠네 싶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고장에 안 살면서 ‘머리만 늘린다’고 포항이 나아질까요? 이런 눈속임을 포항뿐 아니라 전남이며 경남 여러 시골에서 해요. 아기도 어린이도 푸름이도 젊은이도 어르신도 살가이 어우러지면서 빛나는 고장으로 돌보는 벼슬판(정치행정)이라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정신의 정신의 빈곤에서 유래한다 → 마음이 빈 탓이다 정신의 의식은 포괄하지 못한다 → 마음은 담아내지 못한다 여기서 정신의 분열이 발생한다 → 여기서 마음이 갈라진다 ‘정신(精神)’은 “1. 육체나 물질에 대립되는 영혼이나 마음 ≒ 신사(神思) 2.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능력. 또는 그런 작용 3. 마음의 자세나 태도 4. 사물의 근본적인 의의나 목적 또는 이념이나 사상 5. [철학] 우주의 근원을 이루는 비물질적 실재”를 가리킨다고 하는데, ‘정신 + -의’ 얼개에서는 ‘-의’를 털어내면서 ‘넋·얼·마음·숨·숨결·숨빛·숨통·숨꽃’이나 ‘생각·헤아리다’나 ‘속·속내·속마음·속살·속생각’이나 ‘빛·빛결·빛기운·빛살’로 풀어냅니다. 때로는 ‘마음길·마음빛·마음밭·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12 지나침이 없다 배가 고플 적에는 “배고파” 하고 말해요. 배가 안 고플 적에는 “배 안 고파” 하고 말합니다. 그런데 어느새 “배고픔이 있어”나 “배고픔이 없어”처럼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 나오더니 제법 늘어납니다. 말결을 살려서 쓰지 않고 일부러 이름씨꼴로 바꾸어서 쓰는 셈입니다. 입으로 말을 할 적에는 이름씨꼴이 잘 안 나옵니다. 입으로 말을 하지 않고 글부터 먼저 쓰고서 이 글을 읽느라 “만사에 지나침이 없도록 하자”나 “모자람이 없습니다” 같은 말씨가 퍼집니다. “모든 일을 지나치지 않게 하자”나 “모자라지 않습니다”처럼 부드럽게 쓰던 말씨를 차츰 잊습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같은 말은 그야말로 먼저 글을 쓴 뒤에 줄줄이 읽는 말씨입니다. 아마 글을 쓸 적에는 이처럼 이름씨꼴로 맞추어야 더 힘주어 말하는 듯 여길 만하겠지요. 그런데 말에는 알맹이가 있어야 참다이 힘이 있습니다.…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보름 겨 쓿다 모자라다 치다 젖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51쪽부터 52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51쪽 첫째 줄에 ‘보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책이라면 ‘2 주 정도’라는 말을 썼지 싶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보름’은 ‘열닷새 동안’을 가리키는 토박이말로 2주인 14일과 거의 비슷한 날입니다. 이레, 보름, 한 달과 같이 예부터 우리가 날을 셀 때 써 온 토박이말을 배움책에서 쓴다면 아이들도 잘 알고 쓸 거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둘째 줄과 셋째 줄에 걸쳐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가를 살펴보아라.’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말도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 관찰해 보아라.’라고 하지 않고 쉬운 말로 풀이를 해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발생하다’, ‘관찰하다’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잘 알려 주고 있습니다. 넷째 줄에 ‘겨’가 나옵니다. ‘겨’는 흔히 ‘벼 따위의 낟알을 찧어 벗겨 낸 껍질’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보기가 쉽지 않다 보니…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찾기 놀이]1-8 군살이 빠지면서 줄어든 몸무게 만큼 마음까지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아직 오른쪽 어깨 힘살이 마뜩잖기는 하지만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곧 나을 거라 믿습니다. 몸 속에 있던 나쁜 것들이 빠져 나가 듯이 살갗에 붉은 뾰루지가 났다가 사라졌습니다. 입 안에도 나서 터지는 바람에 이레가 넘도록 먹을 때, 이를 닦을 때마다 따가워서 애를 먹었는데 그것도 이제 거의 다 나았습니다. 가볍고 맑은 몸과 마음으로 토박이말 살리기에 더욱 힘을 쓰겠다는 다짐과 함께 토박이말 찾기 놀이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토박이말 살리기 36~40까지 낱말과 옛날 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노래에서 길을 찾다에 나온 토박이말을 보태서 만들었습니다. 실마리로 보여 드리는 첫소리를 보시면서 토박이말을 떠올려 보시고 뒤에 있는 뜻을 보시고 다시 익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찾기 놀잇감에 흩어져 있는 토박이말을 찾아보신 다음 다 찾으신 것을 글갚음(댓글)으로 달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들여름달 서른하루 한날(2012년 5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는 전남 고흥에서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책숲(도서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길에 곁에 두는 책숲에서 짓는 하루 이야기인 ‘책숲하루 = 도서관 일기’입니다. 책숲하루 2021.5.29. 리메 리리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어제 낮에 ‘정비례·반비례’를 다 풀어내고서 오늘은 ‘밀폐·밀폐용기’하고 ‘유원지’를 풀다가 ‘존구자명’이라는 케케묵은 말씨를 손보고, ‘리메이크·리테이크’를 비롯해 ‘리빌딩·리모델링·리폼’에서 한참 헤매다가 매듭짓습니다. 한때는 한자말로 ‘개조·개혁·개정’이나 ‘혁신·혁명’이나 ‘변신·변화’를 썼다면, 요새는 영어 ‘리-’를 붙인 갖은 말이 춤춥니다. 이렇게 한자말하고 영어가 춤추는 사이에서 우리말이 춤추거나 빛나거나 노래한 적은 없어요. 큰일터에서 우리말로 넉넉하게 이야기꽃을 펴면 외려 돋보이리라 생각합니다. 작은가게도 고치거나 손질할 적에 우리말로 즐겁게 알리면 뜻밖에 도드라질 테고요. 아주 쉬워요. 고치니 ‘고치다’고 하고 ‘손질하다·손보다’라 하면 되고 ‘다듬다·가다듬다’나 ‘새로하다·새로짓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아늑터 저는 두 아이를 낳아 돌보는 길에 아기수레를 안 썼습니다. 우리나라 길바닥이 얼마나 우둘투둘한지 알 뿐더러, 아기가 포근한 품하고 손길을 느끼면서 자라기를 바라서 늘 안거나 업으며 지냈어요. 천기저귀에 유리 물병에 짐이 많은데 버겁지 않느냐고들 묻지만 “이 아이들을 품고 안으면서 어버이 스스로 아늑터가 되는 해는 길지 않아요. 실컷 누리려고요.” 하고 대꾸했습니다. 예닐곱 살 무렵까지 안거나 업지만, 아홉열 살을 지나고 열두어 살로 자라나면 안거나 업을 일이 드물어요. 어버이란 스스로 둥지가 되어 아이를 살가이 보듬는 자리가 되자는 뜻인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을 반짝일 즐거운 길로 갑니다. 눈치가 아닌 눈길을 헤아리고, 스스로 바라보려는 하루를 품습니다. 샘물처럼 사랑이 솟는 마음이기에 어버이요, 아이가 기쁘게 사로잡혀서 배울 살림을 물려주기에 어른입니다. 아이사랑에는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아이를 그윽이 눈여겨보면서 무럭무럭 크도록 온누리를 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락가락 국어사전’은 국어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낱말풀이를 살피면서 잘못되거나 엉뚱하거나 뒤틀리거나 엉성하구나 싶은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로잡거나 고쳐야 우리말꽃을 살찌울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꼭지입니다. 입맛에 맞는 말을 찾기 [오락가락 국어사전 15] ‘메스’는 의학말인가 무엇이 전문말일까요? 전문말은 한자말이나 바깥말이어야 할까요? 오랜 우리말을 쉬운 전문말로 삼기는 어려울까요? 누구나 아는 여느 말을 전문말로 삼을 적에 사회나 나라가 한껏 자랄 만하지 않을까요? 입맛에 맞는 말을 쓰기 마련입니다만, 입맛에 길드는 말이 아닌, 넉넉하면서 사랑스러운 맛을 가꾸는 말을 가다듬으면 좋겠습니다. 점장(店長) : 상점의 업무를 주장(主掌)하는 책임자 매니저(manager) : 1.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의 일정을 관리하고, 그와 관련된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2. 회사나 호텔 따위의 경영자나 책임자. ‘감독’, ‘관리인’, ‘지배인’으로 순화 상점(商店) : 일정한 시설을 갖추고 물건을 파는 곳 ≒ 상전(商廛)·상포(商鋪)·전사(廛肆) 가게 : 1.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9] 흙 길섶 흙이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잘렸다. 흙에 스며든 물이 이 틈을 타고 흘러내리고, 푸르스름하게 이끼가 자란다. 조금 더 오르니 돌이 잘렸다. 돌 틈에 흙을 지팡이로 살짝 찔러 보았다. 겹겹 쌓인 얇은 돌이 우르르 굴러떨어진다. 흙길로 더 오르자 신발에 흙이 덕지덕지 붙어 무겁다. 갓길에는 웅덩이가 파이고 흙이 미끄럽다. 흙이 빗물에 씻기니 어떤 흙인지 드러난다. 어린 날 흙을 캐러 다녔다. 우리 마을은 내를 끼어 목골로 이어지는 끝집까지 작은다리가 일곱이나 있다. 마을 언저리에 첫 다리를 잇는 산 한쪽이 반듯하게 잘려나갔다. 길을 낸다면서 등성이를 깎았지 싶다. 내 키보다 높고 흙담이 울퉁불퉁하다. 담흙이 패여 물길이 굵직하게 흐른다. 맑은 날에는 흙이 말라 단단하고 비를 맞으면 어떤 자리는 흙이 잿빛이 돈다. 찰흙이다. 동무들하고 서로 캐려고 가파른 흙벽에 올라간다. 잿빛 물이 흐르는 자리를 맨손으로 둘레를 긁으며 흙을 후벼판다. 매끄러운 찰흙을 뜯고 깊은 자리에는 뾰족한 돌로 둘레를 긁어내고 또 캔다. 흙담에 구멍이 송송 난다. 둘씩 셋씩 뭉치를 비닐에 싸서 마르지 않게 그늘에 둔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8] 솔친다 자고산(칠곡군)에서 솎아낸 나무를 쌓아두었다. 잘린 나무가 가늘고 자잘하다. 어린나무이다. 잎이 시들하지만, 아직 푸르다. 갓 베어낸 듯하다. 클 나무만 두었을까. 어미나무로만 키우려는 셈일까. 잘린 나무는 어림잡아 열 해나 열다섯 해를 자랐을 듯하다. 이 나무라면 며칠 밥을 짓고 소죽을 끓이지 싶다. 내가 열세 살 적에 어머니는 서른여덟이었다. 엄마가 막냇동생을 배어 효선마을 산에서 나무를 한다. 여섯이나 여덟 집이 돈을 모아 멧골을 통째로 샀다. 소나무를 함부로 건들지 못하던 때라 면에서 받아들인 곳에서만 소나무 가지를 친다. 소나무 가지를 마음 놓고 자르려고 샀다. 겨울방학 무렵이다. 어머니는 배가 부른데 비스듬한 산에 쪼그리고 앉아 나무를 모은다. 방학 때라 고등학생인 큰 오빠도 거들고 중학생인 작은오빠는 무거운 나무를 밑으로 옮긴다. 수레에 싣고 소를 몰아 고개 하나 넘어 집에 부린다. 나는 나무 하기 싫었다. 그렇지만 배가 부른 어머니가 억척스럽게 하니깐 어쩌지 못하고 거든다. 나무는 겨울이 되면 집안이 모여 한 해 땔 나무를 죽기살기로 가지를 자르고 옮긴다. 밥 같은 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