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ㄱ. 무리 나누기, 즉 분봉 ‘무리 나누기’, 즉 분봉입니다 → ‘무리나누기’입니다 분봉(分蜂) : 여왕벌이 산란하여 새 여왕벌을 만들었을 때, 새 여왕벌을 일벌의 일부와 함께 딴 집이나 통으로 갈라 옮기는 것 꿀벌이 늘어나면 무리를 나눈다고 합니다. 집이나 칸을 나눈다고도 하지요. 이때에는 이렇게 하는 일 그대로 나타내면 됩니다. 구태여 ‘분봉’이라는 한자말로 나타내야 하지 않아요. ‘무리나누기·무리가르기’나 ‘집나누기·집가르기’나 ‘칸나누기·칸가르기’라 하면 겹말이 불거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꿀벌의 ‘무리 나누기’, 즉 분봉입니다 → 이는 꿀벌이 하는 ‘무리나누기’입니다 → 이는 바로 ‘꿀벌 무리나누기’입니다 《꿀벌과 시작한 열일곱》(모리야마 아미/정영희 옮김, 상추쌈, 2018) 25쪽…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48 던적스럽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던적스럽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하는 짓이 보기에 치사하고 더러운 데가 있다.'라고 풀이를 하면서 "그의 행동은 던적스러워서 괜히 꺼려진다."는 보기월을 보였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사람이나 그 말, 행동이) 치사하고 더러운 데가 있다.'라고 풀이를 하고 "제발 던적스럽게 치근거리지 마라."는 보기월을 들었습니다. 두 풀이를 보면 이 말은 '사람이나 사람이 하는 말과 짓이 치사하고 더러운 데가 있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치사하다'가 '말이나 짓이 쩨쩨하고 남부끄럽다'는 뜻이니까 다음과 같이 풀이를 해 보았습니다. 던적스럽다: 사람이나 사람이 하는 말과 짓이 쩨쩨하고 남부끄러우며 더러운 데가 있다. 뜻을 알고 보면 이런 말을 안 쓰면 좋겠는데 가끔은 던적스러운 일을 겪기도 합니다. 흔히 더럽고 아니꼽고 치사하다는 말이 이어져 나오곤 하는데 이런 말을 써야 할 때 '던적스럽다'를 떠올려 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늘 보거나 듣던 말이 아니라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신다는 것 잘 압니다. 하지만 이 낯섬과 어려움을 못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고니못 책숲마실 : 서울 〈호수책장〉 시골사람한테 서울마실은 가장 가깝습니다. 이 시골에서 저 시골로 오가는 길은 서울을 다녀오는 길보다 단출하며 길삯마저 적게 들어요. 곰곰이 보면 시골에서도 읍내나 면내를 잇는 길이 뻥뻥 뚫리고, 시골에서 구경터(관광지)로 삼는 곳도 길이 잘 뚫립니다만,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가는 시골버스는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나라가 모든 사람을 온통 서울바라기로 몰아붙인 지 꽤 깁니다. 얼추 즈믄 해가 넘을 테지요. 고구려·백제·신라·가야·부여로 알맞게 나누던 작은 울타리일 적에는 곳곳이 사이좋게 어울릴 만했다면, 한나라로 삼는다며 크게 치고받으면서 이웃을 무너뜨릴 적에는 서울 한 곳만 키우려 했어요. 굳이 한나라여야 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두멧골 서울이라는 눈으로 보면 여느 시골도 두멧골입니다. 시골이라는 눈으로 보면 마을이 없이 한참 숲을 지나 골짜기를 두루 건너야 비로소 깊은골이에요. 멧자락이 겹겹이 있으니 겹겹골일 텐데, 아직 겹겹멧골에까지 누리그물이 뻗지는 않을 테지요. 두멧골에서는 무엇이든 스스로 짓고 가꾸고 돌보면서 건사하기 마련입니다. 남이 해주는 살림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살피고 헤아려서 누리는 하루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샛장수 없이 손수 장만하고 챙기고 펴자면 품이 많이 들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사잇장수가 가져다주는 살림을 돈을 치러서 사다 쓴다면, 이 돈을 얻기까지 품을 꽤 들여야 해요. 두메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구태여 돈을 버는 길에 품을 들이지 않고서, 살림을 가꾸며 즐기는 길에 품을 들인다고 할 만합니다. 이음일꾼이 뭘 가져다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살아가려는 보금자리에 맞추어 스스로 지으니, 다릿일꾼이 없더라도 버겁거나 어렵지 않아요. 오늘날에는 참 많은…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47 더덜뭇하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더덜뭇하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결단성이나 다잡는 힘이 모자라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보기월로 "그는 더덜뭇하여 맺고 끊는 맛이 없다."를 들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결단성이나 다잡는 힘이 약하다'로 풀이를 하고 있고 보기월은 없네요.. '결단성(력)'이라는 것이 '맺고 끊고 힘'을 나타내고 '약하다'는 말은 '여리다'와 비슷한 말이니까 저는 '더덜뭇하다'를 '맺고 끊는 힘, 다잡는 힘이 모자라다(여리다)'로 풀이를 해 보았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흔히 쓰는 '결단력이 모자라다, 결단력이 부족하다'를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다보면 다른 사람이 해 달라는 일을 마다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일에 치여서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지 싶습니다. 일이 많은 것은 제가 더덜뭇한 것도 한 몫을 한다고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더덜뭇하다'는 말을 보시고 어떤 일이 떠오르시는지요?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11 나의 사랑 너의 눈물 어린이가 읽는 글을 쓰는 사람은 글결을 가다듬으려고 더 마음을 기울입니다. 어른이 읽는 글을 쓰는 사람도 글결을 가다듬기는 하지만, 이보다는 글멋을 부리는 데에 더 마음을 기울입니다. 어린이가 읽는 글에 아무 낱말이나 함부로 넣는 어른이 더러 있을 테지만, 어린이가 읽는 글을 엮어서 책을 펴내는 어른이라면, 낱말 하나와 토씨 하나까지 꼼꼼히 보기 마련입니다. 어린이는 글이나 책을 읽으면서도 ‘우리말을 배우’거든요. 어른은 글이나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할까요? 어린이가 글이나 책으로도 말을 배우듯이, 어른도 글이나 책으로도 말을 배울까요? 아니면, 어른은 글이나 책에 깃든 줄거리만 받아들일까요? 어린이는 글 한 줄이나 책 한 자락을 놓고도 말을 깊고 넓게 배웁니다. 어른은 이녁 스스로 못 느낄 테지만 어른도 글 한 줄이나 책 한 자락을 놓고 시나브로 말을 깊고 넓게 배웁니다. 어른도 글이나 책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5] 가는잎그늘잔디 참나무 곁을 지나가다 가는잎그늘잔디 앞에서 멈춘다. 손으로 만지니 보드랍다. 서리 내린 뒤에도 홀로 푸르게 자라던 풀이다. 여느 풀이지만 푸르기에 눈길이 쏠린다. 보드라운 잎이지만 참 질기다. 어릴 적 일인데, 마을을 막 벗어나 오빠골을 오를 적에 앞서간 마을 언니오빠를 따라잡으려고 막 뛴다. 마음은 바쁜데 뛰다가 풀에 걸려 꼬꾸라진다. 옷도 버리고 손도 따끔한데 윗길에서 보고 낄낄 웃는다. 나는 씩씩거리면서도 누가 한 짓인지 묻지 않았다. 울지도 않고 옷을 털고는 지름길 멧턱을 한숨에 오르려고 도움닫기를 하며 힘차게 뛰어오르면 재를 넘을 무렵에 따라잡는다. 이 자리에 덫이 있는 줄을 아이들은 안다. 이 재를 넘으며 수레가 다니자 흙이 파이고 바퀴 자국이 이랑이 되고 흙이 솟은 자리에 풀이 자랐다. 두 길에 두 쪽으로 풀을 풀끼리 묶는다. 묶는 아이도 뒤에 오는 아이를 넘어트리려는 마음을 품었다. 풀이 가늘어 잘 묶이고 질겨서 발이 슬쩍 걸리면 엎어지거나 비틀거리다가 겨우 선다. 나는 이 풀에 걸려 넘어지면 아주 싫었다. 옷 버리고 손 다치는 일보다 뿔이 잔뜩 난다. 어느 날 나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4] 비 집을 나설 적부터 비 오는 날이 좋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숲길이 질퍽하다. 길이 푹 꺼진 자리에는 웅덩이가 하나둘셋 나온다. 나뭇잎이 빗물에 쓸려 몰린 틈으로 물이 졸졸 흐른다. 그런데 어린 날에는 비 오는 날이 싫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비가 오면 엄마가 마중을 오지만, 마을에서 놀다가 소낙비를 맞고 소 먹이러 따라다니다가 소낙비를 맞고 들에 밭에 일하다가 비를 맞는다. 옷이 흠뻑 다 젖어 처마 밑에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다가 집에 들어온다. 입술이 시퍼렇고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 비 오는 날 아침에는 작은오빠하고 동생하고 셋이 서로 우산을 차지한다. 우산대가 벌겋게 녹슬고 살이 부러졌다. 대나무 비닐우산은 바람 불면 뒤로 까뒤집어진다. 빗줄기가 세차 우산을 써도 옷이 다 젖고 책도 젖는다. 그렇지만 비를 바라보는 일이 재밌다. 지붕 골을 따라 흐르는 물이 물받이로 모여 세차게 떨어진다. 커다란 고무통에 빗물을 받고 물받이 이음새마다 물을 받아 소죽도 끓이고 몸을 씻는다. 비를 맞고 온 날에는 빗물에 몸을 씻는다. 빗물에 비누를 바르고 머리를 감으면 머리칼이 부드럽고 빨래를 하면 때가…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18-가지고 있는 어떤... 엊그제 내리는 비를 두고 여름을 재촉하는 비라고 했었는데 어제 또 비가 내리더구나. 어떤 사람은 오란비(장마)가 일찍 찾아온 것 같다고도 하더라만 그건 아닌 것 같고. 비가 그치면 내 말대로 여름 못지 않게 더울 거라고 하는 기별이 들리는 것을 보면 말이야. 어제 앞낮까지는 문을 닫아 놓으면 더워서 열라고 했었는데 뒤낮에는 밖에 나가니 팔이 시린 느낌이 올 만큼 날씨가 서늘하지 뭐니. 바람막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고 아쉬워해 봤지만 쓸모가 없더라. 너희들은 어떻게 떨지 않고 잘 보냈겠지?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가지고 있는 어떤 재주든 부려라. 노래를 가장 잘하는 새들만 지저귀면 숲은 너무도 고요하고 쓸쓸할 것이다."야. 이 말은 미국의 영문학 교수였던 헨리 반 다이크 님이 하신 말씀이라고 하는구나. 사람들은 저마다 생김새는 말할 것도 없고 됨됨도 다 다르 듯이 가지고 있는 재주도 다 다르기 마련이지. 어떤 사람은 제 재주를 일찍부터 알아서 잘 갈고 닦은 끝에 널리 이름을 남기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야말로 남다른 재주를 타고 났으면서도 그것을 몰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입맛 나흘 물알 푸성귀 모이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49쪽부터 50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49쪽 둘째 줄부터 넷째 줄에 걸쳐 ‘그러니 우리는 밥을 잘 씹어 먹고, 반찬을 이것저것 골라서 섞어 먹으며는’이 나옵니다. 이 말은 요즘 ‘편식’을 하지 말라고 하는 말을 쉽게 잘 풀어 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밥은 꼭꼭 잘 씹어서 먹고 건건이는 이것저것 골고루 먹어야 튼튼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여덟째 줄에 ‘뼈와 이를 튼튼하게 해 주는’이 나오는 데 이것도 어려운 말을 쓰고자 했다면 ‘인체의 골격과 치아를 건강하게 해 주는’이라고 했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쉬운 말을 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홉째 줄과 열째 줄에 걸쳐 나오는 ‘우리에게 생기를 돕고’에서 ‘돕고’도 쉬운 말을 골라 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어서 나오는 ‘피’는 요즘 배움책에서 ‘혈액’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것과 견주어 보면 참 쉬운 말이며 열한째 줄에 있는 ‘입맛’도 흔히 ‘구미’라는 말을 쓰는 것과 견주면 쉬운 말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