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 01. 등꽃 팔조령 쉼터 지붕에 등꽃이 이르게 핀다. 옅은 보랏빛으로 우거진 꽃송이가 쉼터 지붕을 타고 주렁주렁 달린다. 가느다랗던 등나무 둘은 서로 꼬여서 지붕으로 뻗기만으로는 모자란지 쇠기둥뿐 아니라 모두 친친 감으려 하는 듯싶다. 스스로 곧게 서기보다는 서로 친친 감으면서 자라는 등나무다. 다른 덩굴나무도 서로 친친 감는다. 홀로 뻣뻣하게 서서 바람에 흔들리듯 춤추다가도 곧은 모습이 아닌, 서로 똘똘 뭉쳐서 비바람에도 꿈쩍을 않는 모습 같다. 친친 감는 모습은 어떤 삶일까. 서로 친친 감느라 껍질이 쓸리면 아플까. 서로 친친 감기에 모진 비바람에도 멀쩡하게 살아내는 의젓한 길일까. 등꽃은 언뜻 눈물방울 같다. 등꽃을 보는 봄이면 스물다섯 여름날 첫째 아이를 낳고 시골집에 맡기고서 일하러 다니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 흙을 만져 그릇을 빚는 자리에도 다녔다. 흙반죽으로 등꽃시계를 빚느라 흙등꽃을 며칠 동안 하나하나 붙이곤 했다. 2021. 5. 3.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다붓하다 [토박이말 살리기]1-43 다붓하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다붓하다'입니다. 이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매우 가깝게 붙어 있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한글학회에서 펴낸 '우리 토박이말 사전'에는 '떨어진 사이가 바투 붙은 듯하다'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여기서 '바투'가 '두 일몬(사물) 사이가 꽤 가깝게'라는 뜻이니까 풀이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말을 쓴 사람이 없었는지 보기월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알고 나면 쓸 일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요즘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 때문에 힘들어 하는 요즘 '드물게 지내기(사회적 거리 두기)'를 자주 듣게 되고 말하게 됩니다. '가깝게 붙어 있지 마라'고 할 때 '다붓하지 마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이 말과 이어지면서 '여럿이 다 매우 가깝게 붙어 있는 모양'을 뜻하는 '다붓다붓'이 있고, "아이들은 아랫목에 다붓다붓 모여서 놀이에 빠져 있었다."는 보기월이 있습니다. '여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얄궂은 말씨 : 타고난 심판의 본능이 숨어 인간(人間) : 1. = 사람 심판(審判) : 1. 어떤 문제와 관련된 일이나 사람에 대하여 잘잘못을 가려 결정을 내리는 일 본능(本能) : 1. [생명] 어떤 생물 조직체가 선천적으로 하게 되어 있는 동작이나 운동. 아기가 젖을 빤다든지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행동 따위이다 2. [심리] 어떤 생물체가 태어난 후에 경험이나 교육에 의하지 않고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나 충동 사람은 저마다 다르면서 비슷해요. 우리는 저마다 생각하고 헤아리고 재고 살피고 따집니다. 모든 마음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스스로 가꾸기도 합니다. 사람은 무엇을 따질까요? 우리는 저마다 무엇을 살필까요? 마음도 느낌도 생각도 말도 차근차근 보노라면 길을 찾을 만합니다. 인간에게는 저마다 타고난 심판의 본능이 숨어 있다 → 사람은 저마다 따지려는 마음이 있다 → 사람은 저마다 재려 든다 → 우리는 저마다 헤아리려 한다 → 우리는 저마다 살펴보려 한다 《소태산 평전》(김형수, 문학동네, 2016) 25쪽 얄궂은 말씨 : 예술의 경지로 만들어 주고 야채(野菜) : 1. 들에서 자라나는 나물 2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9 가정식백반 ‘가정식 백반’이라는 우리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알쏭달쏭한 말이 널리 쓰입니다. 게다가 이 말이 아주 알맞거나 좋은 말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부쩍 늘어납니다. 먼저 ‘가정식’이라는 말은 낱말책에 없는데, ‘가정(家庭) + 식(式)’이기 때문이고, 중국 한자말 짜임새입니다. ‘백반(白飯)’은 “흰밥”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옛날에 한겨레는 ‘흰밥’을 먹는 일이 드물었다고 합니다. 흰밥은 임금집(궁중)이나 가멸집(부잣집)에서 먹었고, 손수 흙을 가꾸어 나락을 일구던 시골사람은 ‘누런밥(현미)’을 먹었다고 합니다. 가만히 보면, 시골사람은 쌀로 다른 무엇을 빚을 때가 아니면 겨를 함부로 벗기지 않습니다. 갓 거둔 햅쌀이라면 겨가 있는 채로 밥을 지을 적에 한결 맛있습니다. 떡을 찌거나 쌀을 빚을 적에는 겉꺼풀뿐 아니라 속꺼풀도 많이 벗겨서 하얗게 되어야 다루기에 수월합니다. 이와 달리 밥을 먹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들여름달 #5월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들여름달(5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빠르게 무지개달(4월)이 갔습니다. 어느새 덥다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옵니다. 다가오는 어린이날이 여름이 비롯된다는 ‘들여름(입하)’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들여름달(5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을 알려 드릴 테니 알아두셨다가 앞으로 자주 써 보시기 바랍니다. 들여름달(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바다의 날과 같이 토박이말로 된 기림날이 많은 달이기도 합니다. ‘어린이날’에는 앞날의 꿈나무들인 어린이들이 마음껏 꿈을 꾸고 키울 수 있도록 해 주는 일과 함께 언니와 아우가 서로 띠앗이 좋게 지낼 수 있도록 북돋워 주는 일에 함께 마음을 쓰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내리사랑이 오롯이 이어져서, ‘어버이날’에는 늘 아들, 딸을 그느르라 몸과 마음을 바치시는 어버이를 챙겨 드리는 올리사랑으로 꽃을 피우는 뜻깊은 달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온 나라 곳곳에 구순한 집안이 넘쳐날 것입니다. 날이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다떠위다 #소란하다 #혼잡하다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토박이말 살리기]1-42 다떠위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다떠위다'입니다. 이 말은 말집(사전) 가운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시끄럽게 떠들고 함부로 마구 덤비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사람이) 많이 한데 모여 시끄럽게 떠들며 마구 덤비다."라고 풀이를 했습니다. 두 가지 풀이에서 같은 것은 뽑아 내면 '많은 사람이 모여 시끄럽게 떠들며 마구 덤비다.'입니다. 흔히 많이 쓰는 '소란하다', '혼란하다', '혼잡하다'에 '마구 덤비다'를 더한 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가게에 사람들이 어찌나 다떠위는지 옷을 겨우 살 수 있었다."와 같은 보기월을 보면 어떤 뜻인지 느낌이 오실 것입니다. 에누리를 많이 해 주는 때새(기간) 큰 가게에 사람이 몰려서 서로 먼저 사겠다고 덤비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로 알맞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아니지만 짐승 여러 마리한테 같이 먹이를 주었을 때 먹이를 먹는 모습을 나타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물날 이레말 7 알량한 말 바로잡기 미래 未來 미래를 설계하다 → 꿈을 그리다 / 푸른길을 그리다 어린이는 우리 미래의 꿈이다 → 어린이는 우리 빛이다 / 어린이는 우리 새싹이다 그 추한 미래 때문에 → 그 못난 앞길 때문에 / 그 추레한 앞날 때문에 ‘미래(未來)’는 “1. 앞으로 올 때 2. [불교] 삼세(三世)의 하나.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나 산다는 미래의 세상을 이른다 = 내세 3. [언어] 발화(發話) 순간이나 일정한 기준적 시간보다 나중에 오는 행동, 상태 따위를 나타내는 시제(時制) ≒ 올적”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다음·그담’이나 ‘모레·앞·앞날·이제·올적’이나 ‘다음·다음삶·다음살이·요다음·이다음’으로 손봅니다. ‘길그림·길짜임·꿈그림·꿈길·밝은그림·새그림·일그림·푸른그림·푸른길’이나 ‘앞길·앞그림·앞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좋은말씀 #명언 #열정 #뜨거운마음 #우르센우세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15- 뜨거운 마음이 없는 사람은...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뜨거운 마음이 없는 사람은, 꼼짝하지 않고 바람을 기다리는 배와 같다."야. 이 말은 프랑스 문학가인 '아르센 우세' 님이 남기신 말이라고 해. 이 말은 배를 움직여야겠다는 뜨거운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노를 젓든지 아니면 배를 움직일 다른 수를 찾을 거라는 말이지 싶어. 무슨 일이든지 어떻게든 해야겠다, 해내겠다고 하는 뜨거운 마음이 있으면 그 일을 하려고 온갖 수를 찾고 힘을 쓰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루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 뜨거운 마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거나 내가 하고 있는 일 또는 해야 할 일에 뜨거운 마음이 나도록 만들 수도 있을 거야. 누군가 옆에서 그렇게 하도록 도와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이고, 스스로 그렇게 해야 할 까닭을 찾아 낸다면 더 좋다고 생각해. 그 뜨거운 마음이 내가 해야 할 일 또는 하고 있는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될 테니까 말이야. 뜨거운 마음으로 하다보면 때로 내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33. 돌보기 시골에 살던 둘째 아이가 네 살이 되어 집에 왔다. 두 딸이 어린이집에 함께 간다. 아침에 조금 일찍 나서서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데, 둘째 아이가 자꾸 운다. 안 들어가겠다고 울어 언니가 손잡고 가자고 말해도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다. 이 층 문 앞에서 샘님이 안고 달래도 숨죽여 운다. 샘님이 가라고 손짓해서 내려오는데 우는 소리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백 미터 떨어진 곳에 아빠 일터가 있고 삼 층이 우리 집이다. 아빠가 여섯 시에 데리러 못 가면 언니가 동생 손을 잡고 데리고 온다. 차가 안 다니는 바로 이어진 골목길을 일러 주었다. 골목 모퉁이를 돌아 오십 미터 길인 우리 집으로 오는 사이에는 찻길이 있어 가게가 들어선 쪽으로 바짝 붙어서 온다. 전봇대가 있고 비스듬한 하수구가 지나가는 길로 걷는다. 일곱 살 첫째 아이는 걸음이 늦은 동생을 어깨동무하고 허리를 굽혀 동생 눈높이에 맞추고 살살 데리고 온다. 하수구를 덮은 넓적한 돌에 구멍이 둘씩 있어 어른인 나도 가끔 발이 걸러 엎어질 뻔한 적이 있는데, 동생이 빠지지 않게 비껴 오느라 신발 앞머리가 구멍에 걸러 엎어졌다. 동생 손을 잡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마침겨룸 아이들은 배움터에 깃들기까지 겨루는 짓을 모르다가, 배움터에 깃들고 나면 너랑 나 사이에 어떤 줄이 있는가를 살피면서 끝없이 겨룹니다. 어린배움터에 앞서 어린이집부터 겨루기 일쑤요, 어른이 쥐어 준 손전화에 있는 누리놀이는 으레 겨룸판입니다. 철마다 겨루고 달마다 겨루면서 자꾸자꾸 줄세우기를 바라보고 길드는데요, 즐길거리 아닌 온갖 겨룸마당으로 어린날이며 푸른날을 보내야 한다면, 우리 아이들 앞날은 어떤 길이 될까요. 이 푸른별에서 우리나라만큼 ‘아이를 안 낳는’ 나라가 없고 ‘아이를 낳고픈 마음이 없는’ 나라도 없다지요. 시달리거나 들볶이면서 어른이 된다면 아이를 낳고플까요? 사랑이며 놀이로 자라지 못한 채 어른이란 몸을 입는다면 사랑으로 아이랑 놀면서 돌볼 수 있을까요? 어디에 눈을 두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착하게 살림을 짓고 참다이 사랑을 속삭이는 하루를 반갑게 맞이하는 터전이어야지 싶어요. 아이들을 사잇겨룸에 마침겨룸에 모둠겨룸에 달겨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