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흔전만전 펑펑 쓰면 나중에 못 쓴다고 합니다. 헤프게 쓰면 그럴 테지요. 막쓰는 살림이 아니라 즐겁거나 신나게 쓰는 살림이라면, 이때에는 흔전만전이 아닌 터라, 어느새 새록새록 즐거이 다시 벌어들이지 싶습니다. 이른바 돈잔치라면 바닥을 보일 테고, 돈지랄이라면 거덜날는지 모르는데, 스스럼없이 나눌 줄 아는 살림일 적에는 꼴값이 아닌 사랑값이 된다고 느껴요. 글을 쓰고서 매듭짓는 자리에 머릿글을 남깁니다. 온이름을 적어도 되지만 머릿이름이나 앞이름만 딸 수 있어요. 단출하게 적는 셈입니다. 앞마디로 가볍게 그려 보이는 셈입니다. 살림은 가꿀 뿐, 꾸미지 않습니다. 알맞게 쓰면 넉넉히 흐르는 하루요, 알맞지 않게 쓰면 비틀리거나 넝쿨지는 하루입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돌보기에 차근차근 피어납니다. 어거지를 쓰면서 없는 척하거나 있는 척하기에 외려 안 좋게 흘러요. 겉보기로 짐짓 드러내기보다는 마음으로 환하게 밝히면 좋겠어요. 아낌없이 나누고, 스스럼없이…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쉬운 #배움책 #만들기 #쉬운말 #교과서 #교육과정 #터박이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빨려들다 #삭다 #침샘 #작은창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빨려들다 삭임 달다 침샘 작은창자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39쪽부터 40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39쪽 둘째 줄에 지난 글에서 본 ‘삭아서’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요즘 쓰는 말로 바꾸면 ‘소화되어’가 되지 싶습니다. 셋째 줄에 나오는 ‘우리 몸에 빨려 든다’도 요즘 쓰는 말이 아니라서 살짝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얼른 무슨 뜻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요즘 책이나 다른 곳에서 많이 쓰는 ‘흡수된다’는 말을 쓰지 않으면 달리 쓸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여길 수 있는데 옛날 배움책에서 쓴 ‘빨려 든다’는 말을 쓰면 훨씬 쉬운 말이 됩니다. 넷째 줄부터 다섯째 줄에 걸쳐 나오는 “이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생물에 있어서는 다 그러하다.”는 월은 ‘생물’ 말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옹당이 – 땅바닥이 옴폭 패어 물이 괸 곳. ‘웅덩이’ 작은말. ㉥옹당이를 파야 개구리가 뛰어든다. 옹이 – 1.나무 줄기에 가지가 났던 자리. ㉥소나무를 캐면 옹이자리는 빛깔이 곱다. 2.굳은살을 빗대어 하는 말. ㉥손바닥에 옹이가 박혔다. 3.귀에 박히거나 가슴에 맺힌 마음. ㉥어머니 꾸중 한 마디가 가슴에 옹이가 되어 남았다. 우금 - 시냇물이 빠르게 흐르는, 가파르고 좁은 멧골짜기. ㉥사람 발길이 끊긴 우금에 숨어서 산 지 두해가 넘었다. 우련하다 - 흐릿하게 겨우 보이다. 보일 듯 말 듯 흐릿하다. ‘오련하다’는 작은말.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욱다 - 안으로 우그러져 있다. ‘옥다’ 큰말. ㉥기둥이 욱어서 볼품이 없다. 욱이다 - 안쪽으로 우그러지게 하다. ‘욱다’ 하임꼴. ㉥그래도 그렇지 욱인다고 채반이 용수될까? 울그다 - 억지로 내놓게 하다. ㉥여러 사람이 그 사람 가진 것을 울거먹었다. 웃비 - 아직 비가 올듯하나 좍좍 내리다가 잠깐 그친 비. ㉥웃비가 걷자 해가 반짝하고 비쳤다. 웃자라다 - 푸나무가 지나치게 자라다. ㉥더운 날씨로 보리가 웃자라 걱정이오. 으깨다 - 굳은…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냅뜨다 #터박이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토박이말 살리기]1-27 냅뜨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냅뜨다'입니다. 이 말은 '사람이 어떤 일에 기운차게 앞질러 나서다'는 바탕 뜻을 가지고 있는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 일에는 어쩐지 냅뜰 마음이 나지 않는다.", "승혁이는 모든 일에 냅떠 어떤 일이든지 빠르게 진행시킨다."와 같은 보기가 말집(사전)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아무 관계도 없는 일에 불쑥 참견하여 나서다'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말집(사전)에 이런 뜻으로 쓴 보기로 "어른들 일에 냅뜨다가 된통 혼났다.", "이웃집 부부싸움에 냅떠 욕먹지 말고 가만히 있어."와 같은 것을 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하는데 '모든 일에 냅뜬 사람'이라고 해도 되겠고 '적극적인 성격'은 '냅뜬 됨됨'이라고 해도 되겠다 싶습니다. 그런데 아무 관계도 없는 일까지 냅뜨면(기운차게 앞질러 나서면) 혼이 나거나 욕을 먹으니 삼가는 것이 좋겠다 싶습니다. 둘레 사람들에게 아무 관계도 없는 일에는 냅뜨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을 해 줘도 괜찮겠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가창댐을 지나 최정산에 올랐어요. 계곡에는 물이 콸콸 흐르고 산길은 물 없는 계곡 같아요. 길섶에 올괴불나무꽃이 새색시처럼 고운빛으로 곱게 피었어요. 댐이 있어 안개가 있고 눈도 내리지 않는데, 옆산 나무가 하얘서 눈이 온 줄 알았어요. 상고대인 줄 알고는 서둘렸어요. 산꼭대기에 가까워 질수록 가지마다 안개꽃 서리꽃이 피었어요. 온통 바람결로 쌓인 얼음꽃을 숲속에서 처음 보았어요. 꿈 속에 서 있는 듯했어요. 함께 보려고 올립니다. 2021.3.7.(일) 대구 달성 가창면 최정산(해발915m)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23. 따돌림 작은딸이 학교에서 우유를 안 먹고 가방에 담아 왔다. 어떤 날은 하루 지나서 꺼내면 우유가 빵빵하게 부푼다. 우유를 넉넉하게 마실 때인데 꺼린다. 우유를 밥을 먹듯이 꼭꼭 씹어 먹으면 고소하다고 말해도 고소한 맛을 못 느끼는지 잘 안 먹는다. 우윳값은 꼬박꼬박 나가고 우유는 쌓이고 어떻게 하면 잘 먹을까 싶어 달게 타먹는 가루를 가게에서 샀다. 하얀 우유에 섞으니 초코우유로 바뀐다. “초코우유는 잘 먹네. 이제부터 집에 들고 오지 말고 가루 타 먹어.” “그럴까? 근데 얼마큼 담아 가?” “우유 둘 먹을 만큼만 담아.” 얼음과자 숟가락으로 두세 숟가락 넣으면 먹기에 알맞다. 조금 넉넉히 담았다. 가방에서 꺼내다 뒤집혀도 가루가 흘리지 않는 속이 훤히 보이는 그릇에 세 숟가락 퍼 담았다. “엄마, 얘들도 많은데 어떻게 나만 먹어?” “그럼 짝꿍하고 먹어. 다 나눠 먹으면 좋지만 그러면 가루가 너무 헤프잖아.” 며칠 짝꿍하고 먹고 짝꿍도 이제 들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조금 더 큰 그릇을 꺼낸다. 제티를 붓고 나니 남은 가루가 푹 줄었다. 며칠 가방에 넣어 두고 먹는다며 듬뿍 담는다. 하루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앙갚음 - 남이 저에게 해를 주었을 때, 저도 남에게 해를 주는 일. ㉥남에게 못된 짓을 하면 언젠가는 앙갚음을 받게 된다. 얕보다 - 있는 그대로보다 낮추어보다. ㉥사람을 얕보는 버릇이 있다. 얕잡다 - 남을 낮추어보아 하찮게 여기다. ㉥나를 얕잡아 보던 아이들이 매운맛을 봤지. 어름 - 두 몬 끝이 닿은 자리. ㉥하늘과 땅이 맞닿은 어름. 어리대다 - 아무 까닭 없이 어정거리다. ㉥샘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에서 어리대고 있었다. 어림 - 대충 겉대중으로 헤아림. ㉥그날 모꼬지에 왔던 사람들이 어림으로 온(백) 사람은 되었다. 어림잡다 - 어림으로 대충 헤아려보다. ㉥어림잡아 스무 살쯤 되어 보였어. 어정거리다 - 1.어줍게 천천히 거닐다. ㉥돈이 없어 밥집 앞을 어정거리다. 2.할일 없이 거닐다. ㉥저녁 먹고 집 앞 길을 어정거렸지. 어줍다 - 말이나 짓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어색하다. ㉥어줍은 말씨. 억수 - 물을 퍼붓 듯 세차게 내리는 비. ‘악수’는 작은말. ㉥비가 억수로 쏟아져 잠깐 사이에 온 들이 물바다가 되었다. 언걸 – 남 때문에 입는 괴로움. ㉥그는 내 언걸로 반쯤 죽게 되었다. 언걸먹다 – 언걸입어…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날파람 #터박이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토박이말 살리기]1-26 날파람 아침에 안개가 짙게 낀 것을 보니 낮에는 많이 따뜻해지겠다는 생각을 하며 일터로 왔습니다. 안개가 걷히 듯이 저는 말할 것도 없고 저희 뜸 아이들이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날파람'입니다. 이 말은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가거나 지나갈 때 일어나는 바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누군가 사람이 옆으로 빠르게 지나갈 때 바람이 일어나기도 하고 손이나 발을 휘두를 때도 바람이 일곤 하는데 그것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바람이 일 만큼 날쌘 움직임이나 빠르고 날카롭거나 등등한 기세를 빗대어 이르는 말'로 쓰기도 합니다. '날파람처럼 덤벼드는 사람', '날파람 있는 스무살 안팎의 젊은이'처럼 쓸 수 있습니다. 또 이 말이 들어간 '날파람스럽다'도 있는데 '날파람이 일 만큼 움직임이 매우 빠르다(민첩하다)'는 뜻이며 어찌꼴(부사형)로 '날파람스레'라고도 씁니다. 만나는 첫날 데면데면하던 아이들이 어제는 좀 낯이 익었다고 골마루를 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그루 저는 나무를 “한 그루 두 그루”로 세면서 심습니다만, 둘레에 “한 주 두 주”로 세는 분이 꽤 많습니다. 예전에는 흙두레(농협) 벼슬꾼이나 ‘주(株)’라는 한자를 썼다면, 요새는 여느 시골지기도 이 한자를 쓰면서 ‘그루’란 낱말을 멀리합니다. 지난날에는 ‘그루갈이’를 말하는 분이 많았으나, 이제 이렇게 말하는 분은 찾을 길이 없이 ‘이모작’을 한다고 해요. 사람이 손수 갈아서 돌보는 땅이며, 이러한 일을 오래오래 ‘그루’로 가리켰지만, 이 ‘그루’는 여러 가지에서 바탕을 이루는 일이라 여겨 ‘그루터기’란 낱말도 태어났지만, 나무를 한 그루씩 심어 차근차근 숲으로 나아가듯 우리 손길을 하나씩 모아 찬찬히 일터를 보듬는 살림을 나타내는 자리에 ‘그루·그루터기·그루지기·그루두레·그루일터’처럼 쓰임새를 넓히기보다는 ‘주식회사·주주·주식’ 같은 말씨만 번집니다. 어느 말이든 우리 삶을 나타낼 텐데, 우리가 땅을 디디는 줄 느끼고, 땅에서 피어나는 꽃인 줄 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 - 고객 입장 친절 봉사 아이들을 이끌고 인천으로 나들이를 가서 지하철을 탄 어느 날입니다. 시골에는 버스만 있고 전철이나 지하철이나 기차가 없습니다. 시골아이는 지하철을 재미나게 여기면서 즐겁게 타면서 놉니다. 지하철에서도 뛰고 달리면서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알림말(안내방송)을 들으니, “고객의 입장에서 친절히 봉사하겠습니다” 같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고객(顧客) : ‘손님·단골손님’으로 고쳐쓸 낱말 입장(立場) : ‘자리·눈높이’로 고쳐쓸 낱말 친절(親切) : 따스하거나 살갑거나 고분고분한 모습 봉사(奉仕) : 남을 돌보려고 힘을 바치거나 애씀 지하철에서 흐르는 알림말은 토씨만 빼면 “고객 입장 친절 봉사”입니다. 이는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 이 나라를 짓밟던 무렵에 앞잡이나 허수아비가 흔히 외치던 말씨입니다. ‘고객’이나 ‘입장’은 고쳐쓸 낱말이라 하더라도 ‘친절’이나 ‘봉사’는 널리 쓸 만하다고 여길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