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가재나 게나 언뜻 보면 비슷비슷할는지 모르나, 바쁜 눈길이 아닌 차분한 눈길로 바라보면 어슷비슷하지 않습니다. 슥 지나치려는 걸음새라면 닮았다고 여길는지 모르지만, 서두르는 몸짓이 아닌 참한 몸차림으로 마주하면 똑같지도 꼭같지도 않은 줄 알아챌 만합니다. 그냥그냥 넘기기에 다 마찬가지로 생각합니다. 생각없이 보기에 판박이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어느 일이 지겹다면 그 일 탓도 있을는지 모르나, 무엇보다 우리 마음 탓입니다. 재미없다고 생각하니 고리타분해요. 심심하다고 여기니 언제나 하품이 나오는 하루예요. 아주 조그맣더라도 보나 마나란 마음길이 아닌 새롭게 노래하는 마음길이라면 사뭇 달라요. 수수하거나 투박한 곳에서 즐겁고 사랑스러운 놀이가 태어나곤 합니다. 맹물이니 맹맹하다지만, 맹물을 달게 마시는 사람이 있어요. 밋밋하니까 밍밍하다고 말할 테지만, 뻔하다는 생각을 마음에서 지우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 어제하고 더없이 다른 숨결을 느낄 만합니다. 함부로…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깍두기집안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터박이말 #바람바람 [토박이말 살리기]1-16 깍두기집안 오늘 알려 드리는 토박이말은 여러 가지 까닭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이 땅 위의 많은 집안과 아랑곳한 말입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반듯하며 서로 높여 주고 힘이 되어 주는 좋은 집안이 참 많습니다. 다툼은 커녕 큰소리를 낼 일도, 얼굴을 찌푸릴 일도 없으며 늘 웃음꽃이 피는 그런 구순한 집안 말이지요. 하지만 그런 집안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집안도 있습니다. '잘고 굵은 것이 대중없는 깍두기처럼 앞뒤(질서)가 없는 집안'을 가리켜 '깍두기집안'이라고 합니다. 저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깍두기집안이란 말은 듣지 않도록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은 구순한 집안이라서 이런 말은 들을 일도 없고 또 쓸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이와 비슷한 뜻으로 쓰는 '콩가루 집안'이라는 말도 있지요. 찹쌀가루나 쌀가루 같은 다른 가루들은 물에 넣고 뭉치면 잘 뭉쳐지는데 콩가루는 뭉쳐지지 않고 흩어져 버립니다. 그래서 집안 사람들 사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35쪽부터 36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 한글 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35쪽 첫째 줄에 ‘그 때야 비로소 실한 몸이 그리워진다’가 나옵니다. 여기서 ‘실한’을 빼면 다 토박이말로 되어 있는데 ‘실한’을 ‘튼튼한’으로 바꿨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말집(사전)에 ‘실하다’를 찾아보면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크게 ‘다부지고 튼튼하며 알차다’는 뜻과 ‘실속이 있고 넉넉하다’로 나눌 수 있겠더군요. 그런데 앞의 뜻인 ‘다부지고 튼튼하며 알차다’의 뜻과 비슷한말이 ‘튼튼하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나날살이(일상생활)에서 ‘튼튼한 몸’이라는 말도 자주 쓰고 ‘몸 튼튼 마음 튼튼’이라는 말도 자주 쓰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해 봤습니다. 셋째 줄과 넷째 줄에 걸쳐 나오는 ‘앞날’이 있습니다. 이 말도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곳에서는 ‘미래’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아주 반가웠습니다. 앞으로 ‘미래’라는 말을 써야 할 때 떠올려 쓰면 좋겠습니다. 넷째 줄에 나오는 ‘일군’도 반가웠습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락가락 국어사전’은 국어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낱말풀이를 살피면서 잘못되거나 엉뚱하거나 뒤틀리거나 엉성하구나 싶은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로잡거나 고쳐야 우리말꽃을 살찌울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꼭지입니다. 낱말책에 써넣을 말을 살피기 [오락가락 국어사전 7] 제대로 가려서 쓸 말 말을 제대로 가릴 줄 안다면 생각을 제대로 가릴 수 있습니다. 말 한 마디를 알맞게 가릴 줄 알기에 삶을 슬기롭게 가릴 수 있습니다. 우리 낱말책은 아직 말을 말답게 가리거나 따지는 구실을 잘 못 맡습니다. 앞으로는 슬기롭게 가다듬고 갈고닦아야지 싶습니다. 무엇을 살피고 어떻게 헤아릴 적에 아름답고 알찬 낱말책이 될는지 머리를 맞대어 생각을 모아야지 싶습니다. 시비(是非) : 1. 옳음과 그름 ≒ 이비(理非) 2.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말다툼 따지다 : 2. 옳고 그른 것을 밝혀 가리다 가리다 : 3. 잘잘못이나 좋은 것과 나쁜 것 따위를 따져서 분간하다 분간하다(分揀-) : 1. 사물이나 사람의 옳고 그름, 좋고 나쁨 따위와 그 정체를 구별하거나 가려서 알다 2. 죄지은 형편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 발뒤꿈치 : 발 뒤쪽 끝에 있는 볼록한 곳(=뒤꿈치, 발꿈치) (㉥ 하늬버선-양말-마다 발 뒤꿈치쪽에 닿은 곳이 늘 먼저 헤진다) · 팔꿈치 : 위팔뼈와 아래 팔뼈가 닿은 곳 바깥쪽(=팔꾸머리, 팔끄마리) (㉥ 왼손으로 서로 맞은편 사람 팔꿈치 밑을 괴고 팔씨름을 했다) · 껍질 : 어떤 것 겉을 덮은 몸, 물렁한 몬 (㉥ 소나무 껍질, 귤껍질) · 콩깍지 : 콩을 떨어내고 남은 껍질(= 콩껍데기) (㉥ 네 눈에 콩깍지가 씌웠지?) · 금1 : ① (종이, 천)접거나 깨지거나 구긴 자국 (㉥ 금을 긋다.) ② (유리, 사기그릇, 단지) 갈라지지 않고 터지기만 한 자취 (㉥ 단지에 금이 갔다, 금 간 사기그릇) · 금2 : 흥정할 수 있도록 내 놓은 값 (㉥ 금도 모르고 싸다 한다) · 값 : 남이 가진 무엇을 내 것으로 할 적에 내놓는 값어치, 내가 가진 무엇을 남에게 내어주고 받는 값어치 (㉥ 값도 모르고 쌀자루 내민다.) · 돈머리 : 얼마라고 이름을 붙인 돈 (← 금액) (㉥ 모두 아우르면 돈머리가 얼마죠?) · 돈머릿수 : 얼마라고 이름붙인 돈 수 (← 액수) (㉥ 이 달에 셈해야 할 돈머릿수가 온골(100만)원이 넘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길트기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토박이말 살리기]1-15 길트기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밝날(일요일) 제가 쉬면서 머리로 갈무리한 일과 이어지는 말이지 싶습니다. 저는 어제 다음 이레 해야 할들을 생각해 보고 일의 앞뒤를 매겼습니다. 그리고 운힘다짐(협약)을 한 다른 모임과 함께할 일들, 우리 모임에서 올해 새롭게 할 일을 어떻게 꾸려 갈 것인지를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도 일을 하다 보면 잘 안 될 때나 더 잘하고 싶을 때 새로운 길이나 수(방법)을 찾아보곤 하실 겁니다. 이처럼 '새로운 길이나 수(방법)를 찾거나 여는 일'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이 '길트기'입니다. 저희 모임도 올해 더욱 많은 분들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길트기를 꾀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무게를 두는 일은 어릴 때부터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배우고 익히도록 갈배움길(교육과정)을 바꾸는 바탕을 다지는 것입니다. 그와 함께 토박이말로 쓴 쉬운 배움책(교과서)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리느낌(분위기)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저희가 하고 있는 '토박이말 살리기'도 그 길을 여는 밑거름이 될 거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손바닥 처음으로 “내 손바닥에서 노는군” 하는 말을 듣던 때에는 못 알아들었어요. 내 몸뚱이가 이렇게 큰데 어떻게 네 손바닥에서 놀 수 있나 싶어 갸우뚱했습니다. ‘손바닥’을 그저 조그마한 바닥으로만 여기던 어린 날에는 못 알아들은 그 말씨를 나중에 알아차리지만, 그래도 영 아리송했어요. 머리가 굵는 길에 ‘안마당’이나 ‘앞마당’ 같은 말도 그냥 안쪽에 있거나 앞쪽에 있는 마당이 아닌, 다른 자리를 빗대는 말씨인 줄 조금씩 깨닫습니다. “우리 집”이란 말씨도 제가 어버이하고 살아가는 집일 뿐 아니라 “우리 쪽 모두”를 가리키는 자리에도 쓰는 줄 조금씩 눈을 뜹니다. 그러고 보면 ‘텃밭’이란 낱말도 그렇지요. 말 한 마디를 더 새롭게 쓰는 셈입니다. 말에 담는 뜻을 한결 넓힌다 할 만하고, 새롭게 더하거나 보태거나 붙이거나 덧대면서 말길을 가꾸는 셈이기도 합니다. 새삼스레 어우러지는 말입니다. 양념처럼 깃들다가도 사르르 녹아들어요. 더욱 맛을 내는 재미난 눈빛이요, 가만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우리말에 날짜를 세는 말로 ⓵ 뒷가지가 사흘, 나흘, 열흘처럼 -ᄒᆞᆯ> -흘로 끝나는 말 ⓶ 뒷가지가 닐웨 > 이레, 여ᄃᆞ래 > 여드레처럼 –웨 > -에로 끝나는 말 ⓷ 뒷가지가 닷쇄 > 닷새, 엿쇄 >엿새처럼 -쇄 > -새로 끝나는 말 ⓸ 뒷가지가 스무날처럼 –날로 끝나는 말 따위로 여러 가지가 있다. 오늘날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이라고 말하는 이를 만나보기 어렵다. 그래서 저는 어머니, 아버지가 더욱 그립다!!! 날짜를 세는 이 여러 말들과 한 해, 두 해 할 때 해와 하늘에 떠있는 해, 하루하루를 뜻하는 날, 밤과 맞서는 말인 낮, 새 해 첫날을 뜻하는 설, 나이를 뜻하는 -살이 모두 뿌리가 같은 말이다. 말밑(어원)이 같은 한 뿌리에서 나와 갈라진 말들이다. 육십오세 노인 보다 예순 다섯살 늙은이가 더 듣기 좋은 것은 나 만일까? 또 설흔 > 서른, 마흔, 쉬흔 > 쉰, 여섯흔 > 예순, 닐흔 > 일흔, 여덟흔 > 여든, 아홉흔 > 아흔처럼 –흔은 열(십)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이십, 삼십, 사십,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16. 독서실 새해 아침에 아들이 전화했다.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아.” “그래, 고맙다 아들.” “오늘도 일 나가나?” “응. 가야 하는데 엄마가 아파서 누웠어.” “아프지 마, 엄마!” 초등학교 때까지 해마다 마지막 날은 한지붕 이야기를 했다. 둥글게 둘러앉아 막내부터 돌아가면서 아쉬운 일과 새해 다짐으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2020년에는 오랜만에 모인다는 생각에 모두가 마음이 부풀었다. 곁님은 애들 데리고 어디로 갈까, 딸은 산으로 가자, 아들은 맛있는 밥 잔뜩 먹고 싶어 하고, 나도 꼭 할 말이 있었다. 어린 날 내가 한 몹쓸짓을 봐달라고 비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그러나 돌림앓이가 우리를 가로막았다. 첫째 아이는 차표를 물리고 아들은 군대에서 10월부터 쉬는 날이 밀리고 11월에도 밀렸다. 집에 온다고 제 통장으로 들어간 재난지원금도 아들이 집에 못 와서 그대로 날리고, 12월 31일에 나와 닷새를 쉬어 간다고 기뻐했다. 틈새두기 탓에 큰딸도 못 오고 아들도 쉬는 날을 몇 차례 빼앗기고 이렇게 전화로 한 해 마음을 보낸다. 우리는 군대 간 아들한테도 못 가고, 아들은 여름 끝에 다녀간 쉼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는 전남 고흥에서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책숲(도서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길에 곁에 두는 책숲에서 짓는 하루 이야기인 ‘책숲하루 = 도서관 일기’입니다. 책숲하루 2021.1.29. 사회적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마치고 열린배움터(대학교)에 들어가던 1994년 어귀에 ‘중·고등학교’하고 ‘대학교’란 이름을 비로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즈음 대학교란 곳에서 만난 윗내기는 “대학교란 열린배움터이지.” 하고 곧잘 말했습니다. 배우고 싶은 사람 누구한테나 ‘열린’ 곳이라 했어요. 한자로 ‘대(大)’를 쓴 뜻은 ‘큰배움터’가 아닌 ‘열린배움터’라고 했습니다. 그때 그 얘기를 스물 몇 해쯤 잊고 살다가 지난 2020년에 비로소 다시 떠올렸어요. 1994년 그즈음에는 허울만 ‘대학교·큰배움터·열림배움터’일 뿐, 마침종이로 금을 그으며, 배움터 사이에도 위아래를 가르고, 배움턱에 닿지 못한 수수한 사람 사이에도 금긋기를 일삼는 곳이 바로 ‘대학교’라고 느껴, 이런 곳은 ‘열린-’이든 ‘큰-’이란 이름이 걸맞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