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꽃 : “하고 있다”라는 말씨 [물어봅니다] “이제 밥 먹고 있어”나 “뭐 쓸데없는 말을 하고 앉아 있어”에서 ‘있어’가 어쩌다가 영국말에 있는 현재진행형을 나타내는 말이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야기합니다] “하고 있다”는 우리 말씨가 아니지만 요즈음 사람들이 꽤 널리 씁니다. 우리 말씨인 척하는 이 말씨는 언뜻 보면 걷잡을 길 없는 듯하지만, 찬찬히 짚으려 한다면 무척 쉽게 걷어낼 길이 나오기도 합니다. 저도 이 말씨를 한동안 썼지만 이제는 말끔하게 털어냈습니다. 예전에는 왜 썼고, 이제는 어떻게 털어냈을까요? 저 스스로 우리 말씨를 제대로 생각하고 즐겁게 찾아내어 사랑스레 익히자는 마음을 튼튼히 세우기 앞서까지는, 그냥 줄줄이 열두 해를 다닌 배움터에서 들려주는 대로 받아들이고 책에서 읽은 대로 썼어요. 배움터에서 가르치고 배움책에 나오며 여느 낱말책이나 글책에 적힌 말씨가 더없이 얄궂거나 엉성하다고 느껴, 이 모두를 갈아엎을 노릇이겠다고 느낄 때부터 어느새 싹 씻어낼 수 있더군요. ‘배움터에서 가르치는 말이 말다운 말이 아닐 수 있다’라든지 ‘말다운 말을 오히려 배움터에서 안 가르치거나 못 가르친다’라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솜골 오늘날 ‘익산’이라 이르는 고장은 예전에 ‘이리’란 이름이었다지요. 이 이름을 쓰기 앞서는 ‘솜리’란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리(里)’는 ‘마을’을 가리키는 한자예요. 이 한자를 쓴 지는 얼마 안 됩니다. 그러니까 예전에 ‘솜리’란 이름을 쓰던 그 고장이나 고을이나 마을은 ‘솜골’이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겨울날 쓰는 ‘솜’이 있어요. 솜옷을 짓고 솜이불을 펴지요. 솜은 ‘솜꽃’한테서 얻습니다. 풀이름이 ‘솜’이요, 이 이름 그대로 우리 옷살림에서 아늑하고 포근하며 부드러우면서 조용히 돌보는 결을 담은 말입니다. 자, 이 ‘솜’은 겉에 두지 않습니다. ‘속’에 두지요. ‘속’에 두는 ‘ㅁ(집)’이 ‘솜’이에요. 솜골이라는 고을이나 마을은 크게 드러나거나 바깥에 널리 알려진 데가 아니었대요. 바로 조용조용 아늑아늑 포근포근 지내던 터전이었다지요. 속에 있기에 작거나 보잘것없지 않습니다. 그저 속에 있으면서 고요하고 좋지요. 이러한 이름 얼개를 헤아려 본다면,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이 글을 우리말에 눈뜨게 해주신 이오덕님과 빗방울 김수업님께 바칩니다.) 저는 우리말이 대단히 빼어나고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우리말이 빼어난 까닭을 짚어보면 첫째, 낱말이 넉넉해요. 낱말 수가 많은 것은 우리 겨레가 누리 속에 살면서 누리가 바뀌어 가고 돌아가는 속내를 일찍부터 깊이 살펴보고 살아왔음을 드러내는 거겠지요. 이를테면, ‘비’를 보기로 들면 먼지잼(비는 오지 않으나 먼지가 물기에 젖어 땅에 가라앉음), 는개(늘어진 안개-안개가 땅 가까이로 떨어져 내림), 이슬비(비는 오지 않으나 나뭇잎이나 풀잎에 이슬이 맺혀 떨어져 내림), 가랑비(가루처럼 아주 가늘게 오는 비), 보슬비(보슬보슬 내리는 비) 같이 아주 가는 비에서부터 단비(가물려고 할 때 알맞게 오는 비), 꿀비(꿀처럼 단 비), 발비(빗방울이 발을 친 듯 줄을 지어 보이게 오는 비), 장대비(장대가 떨어지듯 빗방울이 굵게 쫙쫙 내리는 비), 작달비(굵직하고 억세게 퍼붓는 비), 소나기(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곧 그치는 비), 여우비(볕이 쬐는 날 잠깐 오는 비), 된 비(몹시 세차게 쏟아지는 비), 개부심(명개를 부시도록 오는 비) *명개는 흙탕물이 지나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비혼 非婚 비혼주의자들이 늘고 있다 → 홑살림이가 는다 비혼을 결심한 이후에 → 혼길을 다짐한 뒤 비혼과 미혼은 상이하다 → 안맺음과 못맺음은 다르다 사전에 없는 ‘비혼(非婚)’입니다. ‘미혼’하고 다른 뜻으로 쓰는 한자말인데, 두 한자말은 어떤 마음이나 몸짓인가라는 틀에서 달라요. ‘비혼’은 스스로 안 맺는 길이요, ‘미혼’은 아직 못 맺은 길입니다. 그래서 ‘비혼’은 ‘안맺음·맺지 않다’로 담아낼 만합니다. ‘혼자·홀로’처럼 수수하게 써도 되고, ‘혼삶·혼살림·혼길·혼살이’나 ‘홑삶·홑살림·홑길·홑살이’라 해도 돼요. 비혼은 미혼의 반대말이 아니다. 비혼(非婚)은 결혼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 안맺음은 못맺음하고 다르다. 안맺음은 혼자 가는 길을 말한다 → 맺지 않고와 맺지 못하고는 다르다.…
[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숲노래 ] 맨발로 흙을 밟는 어린이 《펠레의 새 옷》 엘사 베스코브 편집부 옮김 지양사 2002.10.1. 스웨덴에서 1874년에 태어나 1953년에 숨을 거둔 엘사 베스코브 님이 빚은 그림책 《펠레의 새 옷》을 아이와 함께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2002년에 처음 우리말로 나왔고(지양사), 2003년에 다시금 새로운 판이 나옵니다 엘사 베스코브 님은 그림책을 새로 빚을 적마다 ‘그림님 딸아들’을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로 그렸다고 합니다. 그림님 아이는 어머니가 그림책을 선보일 적마다 ‘내 그림책’을 하나씩 가지는 셈이었다지요. 이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어머니가 하나씩 갈마들며 물려준 이 그림책을 자랑스레 여겼다고 합니다. 인천 화평동에는 그림할머니 박정희 님(1923∼2014)이 물빛그림을 나누는 조촐한 배움마당을 열어 이웃사람한테 물빛그림을 가르치셨는데, 이 그림할머니도 이녁 네 딸하고 한 아들이 제금을 날 적에 아이마다 돌봄책(육아일기)을 따로 그려서 기쁘게 주었다고 합니다. 아이한테 잿빛집(아파트)을 사주어도 나쁘지 않겠습니다만, 아이를 어떤 사랑으로 낳아 돌본 살림이었다고 차근차근 글이며 그림이며 사진으로 엮은 꾸러미를…
[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숲노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적' 없애야 말 된다 평균적 평균적으로 키가 큰 편이다 → 거의 키가 크다 / 두루 키가 크다 평균적 발달 속도 → 여느 자람새 평균적 신장 → 여느 키 ‘평균적(平均的)’은 “수량이나 정도 따위가 중간이 되는”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비금비금·비슷비슷·어슷비슷·엇비슷’이나 ‘웬만하면·이럭저럭·이래저래·그럭저럭·그런대로’이나 ‘줄·줄잡다·고르다’나 ‘피장파장·한결같이’로 고쳐쓸 만하고, ‘거의·으레·여느·얼추·어림’이나 ‘언제나·다들·-마다·노상·노·늘’이나 ‘고루·고루고루·고루두루·골고루·두루·두루두루’로 고쳐쓰면 됩니다. 평균적으로 주당 38시간 일하는데 → 이레마다 38시간 일하는데 → 줄잡아 이레에 38시간 일하는데 → 다들 이레에 38시간 일하는데 → 늘 이레에 38시간 일하는데 → 이래저래 이레에 38
[ 배달겨레소리 글 쓴이 숲노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웃음팔이 어느새 스며서 퍼진 말을 안 쓰자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여러모로 퍼졌다면 쓸 만합니다. 다만 이때에 한 가지를 생각하면 좋겠어요. 어느 말이든 쓸 적에는 세 갈래입니다. 첫째, 남들이 쓰니까 그냥그냥 우리로서는 딱히 더 살피지 않거나 아무 생각이 없이 따라서 쓰는 길입니다. 둘째, 남들이 쓰더라도 스스로 더 살피거나 생각하거나 알아보면서 알맞게 가다듬거나 추스르거나 풀어내거나 다듬어서 쓰는 길입니다. 셋째, 앞으로 태어나서 자랄 아이들이며 무럭무럭 크는 아이들을 헤아려, 이 아이들이 머잖아 듣고 배우기에 아름답고 즐겁고 좋고 사랑스럽고 따사롭고 넉넉하다 싶도록 새말을 짓는 마음으로 가는 길입니다. 어느 길을 가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저는 되도록 셋쨋길을 가려 합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뭐, 그쯤 그냥 써도 다 알지 않나?”일 테지만, 아이가 보기에는 “어, 그 말 뭐예요?” 소리가 튀어나옵니다. 처음부터 모두 새로 받아들이고 배울 아이 마음이 된다면, 셋쨋
[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숲노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달날 이레말 - 의 : 교육의 교육의 목적을 탐구하다 → 가르치는 뜻을 살피다 교육의 본질을 망각하다 → 왜 가르치는지 잊다 교육의 정석 → 가르치는 참길 / 가르침길 ‘교육(敎育)’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을 가리킨다지요. ‘교육 + -의’ 얼개에서는 ‘교육’을 ‘가르치다’나 ‘배우다’로 손보면서 ‘-의’를 털면 됩니다. 아들러가 굳이 명저를 통해 인간의 자유로운 교육의 회복을 부르짖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 아들러가 굳이 아름책으로 사람들이 실컷 배워야 한다고 부르짖는 뜻이 있다 → 아들러가 굳이 온책으로 사람들이 마음껏 배워야 한다고 부르짖는 까닭이 있다 《자유인을 위한 책읽기》(모티머 아들러/최영호 옮김, 청하, 1988) 머리말 이러한 허위를 깨뜨리고 흑인들에게 그들 자신과 세
[ 배달겨레소리 글씀이 온바람 ] #토박이말바라기 #경남교육청 #다섯돌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 [다섯 돌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 경남교육청과 토박이말바라기가 함께 마련한 다섯 돌 토박이말 어울림 잔치에 여러분을 모십니다. 한 해 동안 거둔 토박이말 놀배움 열매를 나누고 배움이들의 토박이말 솜씨를 뽐내는 자리입니다. 오셔서 구경도 하시고 좋은 말씀도 남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잔치 누리집 http://xn--pz2bn5bs2rydu47a45e.kr/
[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숲노래 ] '내일'을 가리키는 우리말이란? 그리고 '갑(甲)'이란?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다음 제가 하는 일이 말꽃쓰기(사전집필)이다 보니, 저한테 여러모로 낱말을 묻는 분이 많습니다. 꽤 자주 물어보시는 낱말이 ‘내일’입니다. “‘내일’이 한자말이잖아요. ‘하제’라는 옛말이 있다고 하는데, 또다른 우리말은 없을까요?” 하고 물으셔요. 흐름으로 본다면 ‘그제·어제·오늘·하제·모레’입니다. 이 다섯 가지 가운데 ‘하제’만큼은 어쩐 일인지 죽은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본다면 ‘그제·어제·오늘·모레’ 네 마디는 숱한 고빗사위와 너울이 갈마들었어도 씩씩하게 살아남은 낱말인 셈입니다. 먼저 ‘하제’를 혀에 얹으면 좋고, 다음으로는 ‘이튿날’이나 ‘다음날(담날)·뒷날’이라 할 만하고, 뜻이나 자리에 따라 ‘나중·모레·새날·앞날·곧’을 두루 쓸 만하지요. 요즈막에 ‘갑질·갑을’이란 말씨가 꽤 불거져서 번지는데, 오랜 말씨로는 ‘웃질·막질’이고, ‘ㄱㄴ’이나 ‘가나’로 나타내면 돼요. 외마디 ‘갑(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