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2021.5.28. 오늘말. 알뜰살뜰 스스로 무엇을 할 적에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남이 맡기거나 시켜서 할 적에는 ‘심부름’을 한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는 참으로 많은 분들이 일터에 다닙니다. 일터에서 저마다 맡은 자리가 있어요. 그런데 어느 일터를 보더라도 ‘스스로 찾아서 하기’가 아닌 ‘맡아서 하기’요, 이때에는 늘 심부름을 하는 셈이니 기꺼이 나서거나 신나게 애쓰거나 웃으면서 힘쓰기가 만만하지 않겠구나 싶어요. 땀값이 살림값이 되기보다는, 땀내는 만큼 돈을 받고서 물러나야 하는 자리인 터라, 든든히 오래 맡을 자리가 아닌, 한동안 머물다가 떠나는 심부름꾼 노릇이지 싶어요. 스스로 지어서 하는 일이라면 아낌없이 마음을 쏟아요. 스스로 가꾸며 하는 일이라면 알뜰살뜰 여밀 뿐 아니라, 모든 일은 놀이가 되어요. 노래하는 일이기에 참됩니다. 춤추면서 하는 일이기에 참합니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하는 일이기에 좋고, 늘 부지런히 일사랑으로 나아가는 살림꾼이 되겠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두멧골 서울이라는 눈으로 보면 여느 시골도 두멧골입니다. 시골이라는 눈으로 보면 마을이 없이 한참 숲을 지나 골짜기를 두루 건너야 비로소 깊은골이에요. 멧자락이 겹겹이 있으니 겹겹골일 텐데, 아직 겹겹멧골에까지 누리그물이 뻗지는 않을 테지요. 두멧골에서는 무엇이든 스스로 짓고 가꾸고 돌보면서 건사하기 마련입니다. 남이 해주는 살림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살피고 헤아려서 누리는 하루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샛장수 없이 손수 장만하고 챙기고 펴자면 품이 많이 들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사잇장수가 가져다주는 살림을 돈을 치러서 사다 쓴다면, 이 돈을 얻기까지 품을 꽤 들여야 해요. 두메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구태여 돈을 버는 길에 품을 들이지 않고서, 살림을 가꾸며 즐기는 길에 품을 들인다고 할 만합니다. 이음일꾼이 뭘 가져다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살아가려는 보금자리에 맞추어 스스로 지으니, 다릿일꾼이 없더라도 버겁거나 어렵지 않아요. 오늘날에는 참 많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11 나의 사랑 너의 눈물 어린이가 읽는 글을 쓰는 사람은 글결을 가다듬으려고 더 마음을 기울입니다. 어른이 읽는 글을 쓰는 사람도 글결을 가다듬기는 하지만, 이보다는 글멋을 부리는 데에 더 마음을 기울입니다. 어린이가 읽는 글에 아무 낱말이나 함부로 넣는 어른이 더러 있을 테지만, 어린이가 읽는 글을 엮어서 책을 펴내는 어른이라면, 낱말 하나와 토씨 하나까지 꼼꼼히 보기 마련입니다. 어린이는 글이나 책을 읽으면서도 ‘우리말을 배우’거든요. 어른은 글이나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할까요? 어린이가 글이나 책으로도 말을 배우듯이, 어른도 글이나 책으로도 말을 배울까요? 아니면, 어른은 글이나 책에 깃든 줄거리만 받아들일까요? 어린이는 글 한 줄이나 책 한 자락을 놓고도 말을 깊고 넓게 배웁니다. 어른은 이녁 스스로 못 느낄 테지만 어른도 글 한 줄이나 책 한 자락을 놓고 시나브로 말을 깊고 넓게 배웁니다. 어른도 글이나 책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판가름 새벽에 뒤꼍 풀을 좀 베고서 마당에 들어서니 제비 둘이 또 처마 밑을 살핍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빙빙 둘러보며 다시 날아가는 제비한테 “얘들아, 집을 새로 지으렴. 너희 잘 짓잖니?” 하고 속삭이면서 날렵한 꽁무니를 쳐다봅니다. 오월이 깊으니 장미나무에 꽃송이가 서른 넘게 맺습니다. 가늘구나 싶은 덩굴줄기 하나에 꽃송이가 이토록 잔뜩 맺습니다. 찔레나무를 들여다보아도 꽃송이가 흐드러집니다. 꽃내음을 맡고 잎내음을 머금으면서 생각합니다. 우리는 마음에 어떤 씨앗이며 이야기를 담을 적에 빛날까요? 멍울이란 자취는 어떻게 들추어야 할까요? 쑤셔서는 풀지 못합니다. 차근차근 앞뒤를 다독이면서 찬찬히 나아갈 앞길을 가눌 적에 풀어요. 누구를 뒤좇기보다는, 지난날을 뒤적이기보다는, 예부터 오늘에 이르는 흐름을 가름하고, 모레로 거듭날 길을 짚으면서 여기에서 할 일을 판가름할 만합니다. 돌아보기에 알아봅니다. 재지 않고 보기에 속내를 읽습니다. 어느 대목이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싹 오늘 하려고 생각한 일을 그다음으로 넘깁니다. 모레에는 마칠는지 모르겠으나 힘들거나 고단할 적에는 폭 쉽니다. 언뜻 보면 미루는 모습이지만, 앞으로도 즐겁게 하고 싶기에 숨을 돌린다고 여겨요. 오늘 마쳐도 좋으나 다음에 마쳐도 좋아요. 조마조마하지 않고 걱정하지 않으면서 일그림을 짜요. 차근차근 새그림을 여미고, 우리 몸이며 마음을 헤아려 앞그림을 엮습니다. 빗물이 잎망울을 적습니다. 햇볕이 꽃망울을 쓰다듬습니다. 앞꿈으로 우리 눈망울을 반짝입니다. 오래도록 꾸준히 하던 일이기에 기꺼이 내려놓습니다. 한우물을 파도 아름답고, 한우물을 물려주어도 아름답습니다. 뒷사람이 새롭게 지을 뒷길을 지켜봐요. 모두 우리 손으로 해내야 하지는 않습니다. 이 너머에는 나중에 태어나서 자랄 어린이가 펼칠, 아직 드러나지 않은 숨은빛이 있어요. 이듬해에 터질 망울이 있고, 요다음에 필 봉오리가 있어요. 새싹이 돋아요. 새빛이 퍼져요. 새날이 와요. 곧 오기도 하지만, 곧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앉은살림 전남 고흥이라는 시골에서는 어디를 가나 먼길입니다. 바깥일을 보려면 한나절쯤 가볍게 보내면서 자리에 앉아야 해요. 버스 걸상에 앉은 엉덩이가 고단합니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자리살림을 했다지만, 한나절을 넘어 두나절을 앉아서 보내야 하면 온몸이 뻑적지근해요. 버스가 쉼터에 깃들 적마다 바깥에 나와서 기지개를 켭니다. 볼일을 볼 이웃고장에 닿으면 되도록 안 앉으려 해요. 서서 다니고, 서서 말하고, 서서 움직이려 합니다. 이웃님은 “좀 앉으시지요?” 하고 묻지만 “내내 앉아서 오느라 엉덩이가 짓무를 판이에요. 앞으로도 또 오래 앉아서 돌아가야 하니 그냥 서려고요.” 큰고장을 찾아가서 보면 버스나 전철에서 얼른 자리에 앉으려고 밀치는 사람이 많고, 자리에서도 더 차지하려고 몸이나 엉덩이를 이리저리 미는 사람도 많더군요. 뭐, 여기저기 다녀 보지 않은 탓에, 먼길을 널리 누려 보지 않은 탓일 테지요. 우리가 몸을 다루는 길은 여럿입니다. 앉은살이도 선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애면글면 멋진 사람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힘이 센 사람이 아닌, 썩 힘차지 않은, 그리 대단하지 않은, 어찌 보면 그리 당차지도 않은 우리가 멋집니다. 씩씩하게 나서지 않아도 멋집니다. 있는 힘껏 일하지 못하더라도 멋지지요. 애면글면 하거나 악착같아야 하지 않아요. 불타오르지 못하고 화끈하게 내달리지 않더라도 좋아요. 우리 스스로 오늘을 사랑할 줄 안다면 멋져요.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오늘을 스스로 즐기기에 멋집니다. 씨앗 한 톨을 땅에 묻는 손길이면 넉넉합니다.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면서 활짝 웃는 마음이면 넉넉해요. 굳이 잡아당기지 마요. 즐거우면 스스로 나선답니다. 푹 빠질 적에만 잘 하지 않아요. 사랑하는 마음이기에 즐겁게 합니다. 있는 그대로 사랑하면 좋겠어요. 겉으로 보는 모습이 아닌, 겉모습에 사로잡힌 길이 아닌, 우리가 손수 지은 하루를 얘기하면서 그대로 꽃이 되면 넉넉하구나 싶어요. 꾸밈없이 되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분이 있습니다만, 오롯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10 햇빛 햇살 햇볕 해에서 흐르는 기운을 여러모로 가릅니다. ‘햇빛’이 있고, ‘햇살’이 있으며, ‘햇볕’이 있어요. 세 낱말은 쓰임새가 다르고 뜻이 달라요. 그러니, 이렇게 세 갈래로 꼴을 다르게 해서 쓰지요. 햇빛은 말꼴대로 ‘빛’을 가리킵니다. 빛이란 무엇일까요? 빛깔이나 무늬를 알아보도록 하는 밝은 기운입니다. 햇살은 말꼴대로 ‘살’을 가리킵니다. 살이란 무엇일까요? 빛이 퍼지는 줄기를 살이라고 합니다. 햇볕은 말꼴대로 ‘볕’을 가리킵니다. 볕이란 무엇일까요? 지구라는 별에서 사는 모든 목숨이 따뜻하도록 하는 기운입니다. 그러니, 햇볕을 놓고 ‘밝다’라든지 ‘눈부시다’라는 낱말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 햇살이나 햇빛을 놓고 ‘따뜻하다’라든지 ‘뜨겁다’라든지 ‘포근하다’라는 낱말로 나타낼 수 없어요. 말을 쓸 적에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어느 말 한 마디가 어떻게 태어났는가 하는 대목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무시무시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에는 여러 깨비가 있습니다. 우리가 멋모르고 무섭거나 사납게 여기는 도깨비가 있다면, 밥이 좋은 밥깨비에 먹깨비가 있어요. 잠에 빠지는 잠깨비도 있고, 책에 사로잡힌 책깨비가 있고, 즐겁게 노는 놀이깨비가 있어요. 꽃을 사랑하면 꽃깨비일 테지요. 숲이 좋아 숲깨비요, 바다를 반겨 바다깨비입니다. 깨비 아닌 밥바보나 책바보나 놀이바보나 꽃바보라 해도 좋아요. 누가 우리더러 바보란 이름을 붙이며 볼품없다고 놀리더라도 빙긋빙긋 웃으면서 우리 손길을 사랑으로 가꾸면 됩니다. 누구보다 잘하거나 훌륭해야 하지 않아요. 들꽃님이 아닌 들꽃깨비란 이름도 좋습니다. 밥지기 아닌 밥쟁이여도 즐거워요. 우리 온솜씨를 펴서 차근차근 다루거나 만지면서 스스로 빛나면 됩니다. 아직 서툰 솜씨라면, 좀 엉성한 재주라면, 모자란 힘이라면, 이렇게 서툴거나 엉성한 줄 아는 만큼 느긋하게 힘쓰면 돼요. 허술하다고 해서 추레하지 않습니다. 더딘 발놀림이라 해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쉬운배움책 #교과서 #과학 #피부 #근육 #붇다 #살갗 #힘살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살갗 붇다 힘살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47쪽부터 48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47쪽 첫째 줄부터 둘째 줄에 걸쳐 ‘살갗 아래 쌓여서 열이 밖으로 흩어짐을 막고, 또 뼈와 뼈 사이에 붙어서 팔다리의 운동을 부드럽게 해 준다.’가 나옵니다. 이 가운데 ‘살갗 아래 쌓여서 열이 흩어짐을 막고’는 어려운 말을 썼다면 어떻게 썼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피하에 축척되어 열 발산을 차단하고’와 같이 쓰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옛날 배움책에서는 보시다시피 ‘피부’라는 말을 ‘살갗’이라 했고 ‘발산’은 ‘밖으로 흩어짐’이라고 했으며 ‘차단’은 ‘막고’를 써서 아주 쉽게 만들었습니다. 그 뒤에 나오는 ‘뼈와 뼈 사이에 붙어서 팔다리의 운동을 부드럽게 해 준다.’도 ‘운동’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지만 참 쉬워서 좋습니다. 일곱째 줄과 여덟째 줄에 걸쳐 ‘우리 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