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9. ‘서울말’에 밀리는 시골말 봄에 곳곳에서 풀이 돋습니다. 풀을 싫어하는 분이 있고, 반기는 분이 있어요. 지난날에는 봄이 되어 들이며 숲이며 풀이 돋으면 짐승을 먹이기에 좋다고 여겨서 반겼을 테지만, 요사이는 소먹이도 나물도 아닌 잔풀로 여겨서 꺼리기 일쑤입니다. 새봄에 마당에서 돋는 솔을 즐겁게 훑습니다. 이 솔로 ‘솔겉절이’를 마련하고 ‘솔부침개’를 합니다. 솔을 날로 씹으면 알싸하게 감도는 맛이 싱그럽습니다. 부침개를 하면 여러 푸성귀하고 얼크러지는 냄새가 향긋합니다. 새봄에 솔도 훑지만 찔구도 훑습니다. 이 찔구로는 ‘찔구무침’을 합니다. 새봄이 아니면 도무지 맛볼 수 없는 찔구무침은 사오월에 남달리 누리는 기쁜 봄밥이라 할 만합니다. 봄이 베푸는 선물이라고 할까요. 전라도에서는 ‘솔·찔구’라 하고, 서울에서는 ‘부추·찔레’라 합니다. 새봄에 누리는 나물을 놓고, 또 풀이나 꽃을 놓고, 퍽 다른 이름이 있습니다. 이 이름을 놓고 나라 어디에서나 모두 알아듣기 좋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6 흙을 가꾸는 이웃님하고 《발밑의 혁명》 데이비드 몽고메리 이수영 옮김 삼천리 2018.7.13. 《발밑의 혁명》(데이비드 몽고메리/이수영 옮김, 삼천리, 2018)은 앞서 나온 《흙》이라는 책하고 짝꿍입니다. 앞서 선보인 《흙》은 여러모로 살핀 ‘흙’을 다루었다면, 《발밑의 혁명》은 이 흙을 어떻게 ‘돌보며 사랑할’ 적에 우리 삶이 새롭게 피어나는가를 들려준다고 할 만합니다. 모두 375쪽에 이르는 도톰한 책인데, 한 줄로 갈무리한다면 ‘흙을 갉지 말고 쓰다듬으면 즐겁다’라고 할 만합니다. 씨앗이 깃들어 무럭무럭 자라날 만한 흙은 쟁기로도 어떤 쇠삽날(트랙터)로도 ‘갉’지 말라지요. ‘흙을 갉으’면 그야말로 흙이 아파하면서 고름이 맺혀 딱딱하게 바뀐다지요. 오늘날 우리는 땅갈이를 합니다. ‘갈다’라고 하지요. 그렇지만 숱한 쟁기질은 ‘갈이’라기보다 ‘갉기’이기 일쑤입니다. ‘갈다·갉다’가 어떻게 비슷하면서 다른가를 읽어야 해요. ‘흙결을 바꾸려고 갈아엎는다’면 무엇이 바뀔까요? 여태 지렁이랑 풀벌레랑 잎벌레랑 벌나비랑 새가 어우러지던 흙이 오직 사람 손길을 타는 쪽으로 바뀝니다. 집이며 터전을 빼앗긴 지렁이하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8. 봄내음 피어나는 말을 해보기 저는 ‘날조(捏造)’라는 낱말을 안 씁니다. 한자말이기 때문에 안 쓰지 않습니다. 이 낱말을 들으면 못 알아듣는 이웃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 낱말 ‘날조’를 쓰면 아이들이 못 알아들어요. 저는 제 둘레에서 못 알아들을 만한 낱말을 구태여 쓰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쓰는 낱말은 ‘꾸미다’나 ‘거짓’입니다. “날조한 이야기”보다는 “꾸민 이야기”나 “거짓 이야기”라고 해야 둘레에서 쉽게 알아들을 만하다고 느껴요. 때로는 “속인 이야기”나 ‘속임·속임수’라고 해 볼 만할 테고요. 저는 ‘선명(鮮明)’이라는 낱말도 안 써요. 이 낱말도 한자말이라 안 쓰지 않아요. 이 낱말을 못 알아듣는 어린이 이웃이 많아요. 제가 쓰는 낱말은 ‘또렷하다’나 ‘뚜렷하다’예요. 때로는 ‘환하다’를 쓰고, 어느 때에는 “잘 보이다”라고 말해요. 어느 때에는 ‘산뜻하다’나 ‘맑다’ 같은 말을 씁니다. 찬찬히 생각하면 이모저모 재미나게 쓸 만한 낱말이 아주 많습니다. 많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푸른그림책 - 물을 마시며 물이 됩니다 《오늘 날씨는 물》 오치 노리코 글 메구 호소키 그림 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20.1.20. 사랑스러운 말을 듣는 사람은 사랑이 말에 깃들면 어떠한 숨결이 되는가를 느끼고 맞아들여서 배우고 삶으로 누립니다. 미워하거나 따돌리거나 괴롭히거나 짓밟거나 억누르는 말을 듣는 사람은 바로 이러한 몸짓에 고스란히 묻어난 말을 들을 적에 어떠한 마음이 되는가를 느끼면서 이러한 삶을 맛봅니다. 바람이 매캐한 곳에서는 숨쉬기 어렵습니다. 바람이 맑은 곳에서는 숨쉬기 좋습니다. 바람이 매캐한 서울 한복판이라든지 핵발전소나 제철소 곁에서 숨을 제대로 쉴 만할까요? 숲 한복판이나 바닷가에서는 누구라도 가슴을 펴고 두 팔을 벌려 온몸으로 한껏 숨을 마실 만합니다. 찬이는 밖으로 뛰어나가 손바닥에 눈을 받았습니다. 그 손바닥에서 “찬이야, 찬이야.” 하는 목소리가 났어요. (6쪽) 그리 멀잖은 지난날에는 누구나 어디에서나 손수 흙에 심고서 가꾸고 거두고 손질한 남새나 열매로 밥을 차려서 함께 누렸습니다. 이때에는 일본 한자말 ‘유기농·자연농·친환경’ 같은 이름이 없었으나 누구나 어디에서나 숲결을 그대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피어나는 보금자리 ― 서울 〈꽃 피는 책〉 어제 파주에서 이야기꽃을 펴면서 ‘꾸밈이(디자이너)’란 낱말하고 얽힌 실마리를 풀어 보았습니다. ‘꾸’라는 말씨는 ‘꾸미다’하고 ‘가꾸다’에 똑같이 들어가지만 뜻이나 쓰임새는 좀 갈려요. ‘꾸리다’하고 ‘일구다·일꾼’ 같은 자리에서도 갈리지요. 그러나 이 모든 자리에 흐르는 말밑 ‘꾸’는 ‘꾸다·꿈’하고 맞물려요. 보기좋도록 만지는 일을 ‘꾸미다’라는 낱말로 나타내는데, 보기좋도록만 해서는 꾸미지 못해요. 앞으로 새롭게 펴고 싶다는 마음, 곧 ‘꿈’이 있어야 꾸미거든요. ‘꾸밈이 = 꿈 + 있는 + 이’라고 할까요. 이러한 말밑길을 살피고서 오늘 〈꽃 피는 책〉에서 새 이야기꽃을 펴는데, 이 자리에 모인…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해는 높고 잎은 물들고 ― 순천 〈책방심다〉 이틀을 전주에서 묵습니다. 어제는 새벽 두 시부터 일어나 노래꽃을 썼다면, 오늘은 아침 여섯 시에 느즈막이 일어나 노래꽃을 씁니다. 노래꽃을 쓰는 바탕은 늘 풀꽃나무입니다. 눈을 고요히 감고서 마음귀를 살며시 열면 어느새 숱한 풀꽃나무가 바람빛으로 다가와서 속살거려요. “넌 오늘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니?”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면 재미날까?” “네가 궁금한 그 이야기는 이렇단다.” 같은 말로 조곤조곤 수다를 떠는데요, 이 수다는 제가 쓰는 노래꽃으로 새롭게 피어납니다. 매우 향긋한 유칼립투스란 나무를 2011년에 제대로 만났지 싶습니다. 다만 그때에는 나무이름을 몰랐어요. 마을에서도 나무이름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4 고운 생각으로 빚은 고운 삶 《내가 진짜 공주님》 나카가와 치히로 사과나무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1.9.1. 밥을 맛나게 먹고 싶으면, 스스로 밥을 맛나게 차리면 됩니다. 밥을 맛없게 먹고 싶으면, 스스로 골을 부리며 밥을 차리면 됩니다. 정갈하게 거름을 삭혀 논밭에 뿌리고 푸성귀와 곡식을 알뜰살뜰 돌보면, 석 달 뒤에 아름다이 열매를 얻습니다. 풀죽임물을 치며 풀을 잡느라 부산스러우면, 풀죽임물을 치면서 숨이 갑갑하고, 열매를 거둘 적에도 풀죽임물을 함께 먹는 셈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삶이 움직이고, 삶이 움직이는 대로 우리한테 돌아옵니다. 풀죽임물을 안 치면 벌레가 꼬인다지만, 겨울 지나 봄이 오면 다시 겨울이 찾아들 때까지 벌레가 있기 마련입니다. 제비가 봄을 맞이해 따순 나라로 찾아오듯, 이제 벌레도 기지개를 켜며 새롭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곧, 벌레 걱정으로 풀죽임물 칠 일은 없습니다. 벌레는 벌레대로 살되, 사람은 사람대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더구나 벌레는 새한테 먹이가 되고, 이 벌레가 나비나 나방으로 깨어나면 꽃가루받이를 하니, 사람이며 새이며 벌레는 열매를 함께 지어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7. 쉬운 말은 쉽게 써야 아름다워요 ‘일거양득(一擧兩得)’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가지를 해서 두 가지로 좋다고 할 적에 씁니다. 두 가지로 좋은 일을 가리키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고도 해요. 하나만 좋지 않고 하나를 더 얻기에 ‘덤’이라는 말도 써요. 두 가지로 좋을 적에는 ‘더’ 좋은 셈이니 “더 좋다”고 쉽게 말할 만합니다. ‘만고불변(萬古不變)’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안 바뀐다고 할 적에 씁닏다. 오랫동안 안 바뀌니 “오랫동안 안 바뀐다”고 할 만하며, ‘한결같다’고 할 만하지요. “늘 그대로”라든지 “언제나 그대로”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시청청(四時靑靑)’이라는 글을 쓰는 분이 있어요. 말뜻은 “네 철 푸르다”예요. 이 말뜻처럼 누구한테나 쉽게 “네 철 푸름”처럼 쓸 수 있고, ‘늘푸른나무’라는 이름에서 보기를 얻어 ‘늘푸르다’처럼 새롭게 우리말을 지을 만해요. 어느 말을 골라서 쓰느냐는 어느 생각을 마음에 품느냐라 할 만합니다. 어떤 말을 가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6. 우리는 우리말을 어떻게 배울까 ‘두껍다’하고 ‘두텁다’는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낱말입니다. 두께나 켜를 가리킬 적에는 ‘두껍다’를 쓰고, 마음이나 사랑이나 믿음을 가리킬 적에는 ‘두텁다’를 써요. 종이는 두껍고, 믿음은 두텁습니다. 책이 두껍고, 둘 사이가 두텁습니다. ‘두껍다’하고 비슷하게 ‘두툼하다·도톰하다’를 써요. ‘두텁다’가 큰말이라면 ‘도탑다’는 여린말이 될 테고요. ‘두껍다·두툼하다·도톰하다’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두께나 켜를 가리킬 적에 쓰고, ‘두텁다·도탑다’는 눈으로 볼 수 없는 마음이나 숨결이나 사랑이나 느낌을 나타낼 적에 써요. 어린이한테 이 낱말을 가르치기는 쉬울까요 어려울까요? 어쩌면 어려울 수 있어요. 어른 가운데 ‘두껍다·두텁다’를 헷갈리며 잘못 쓰는 분이 꽤 많거든요. 그러나 ‘두껍다·두텁다’를 잘 가누거나 살피는 어른도 많아요. 어릴 적부터 둘레 어른한테서 제대로 배워 슬기롭게 쓸 줄 안다면 잘못 쓰는 일이 없어요. ‘구제불능’이라는 한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꽃”은 우리말꽃(우리말사전)을 새로 쓰는 ‘숲노래’한테 물어본 대목을 풀어내어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을 둘러싼 궁금한 대목을 물어보면, 왜 그러한가라든지 어떻게 다루면 알맞을까 하고 이야기를 엮어서 들려줍니다. 우리말을 어떻게 써야 즐거울는지, 우리말을 어떻게 익히면 새로울는지, 우리말을 어떻게 바라보면 사랑스러운 마음이 싱그러이 피어날는지 물어보아 주셔요. 숲노래 우리말꽃 : 다문화 [물어봅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데요, 다문화 사회에서 우리말은 어떻게 나아가야 좋을까요? [이야기합니다] 물어보신 대목을 이야기하기 앞서 ‘다문화’가 무엇인지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국립국어원 낱말책을 들출게요. ‘다문화(多文化)’처럼 한자를 붙이고, “한 사회 안에 여러 민족이나 여러 국가의 문화가 혼재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합니다. 말뜻을 살피니 “여러 문화”를 가리키는군요. ‘문화’라는 한자말은 이웃나라 일본이 바깥물결을 받아들이면서 영어 ‘culture’를 옮긴 말씨입니다. 우리는 이 일본스러운 한자말을 그대로 따라서 쓰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다문화’란 낱말뿐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