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값하다 빚을 지면 갚습니다. 빚을 지나 돌려주지 못하기도 합니다. 고맙게 쓰고서 되돌려주려 했으나 살림이 팍팍한 탓에 값을 물어주지 못할 때가 있어요. 빌고서 다시 빌어야 하는 쪽도, 새로 빌려주는 쪽도 고단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서로 동무요 이웃이라면 다독이는 손길이 되어 다시금 돈을 대고 새삼스레 기운을 냅니다. 오늘 누리는 꽃돈을 앞으로 꽃보람으로 줄 수 있기를 꾀합니다. 받은 대로 돌려준다고 하는데, 사랑을 받는다면 사랑을 돌려줄 테고, 미움을 받으면 미움을 돌려주려나요? 미움을 받지만 사랑으로 달래어 외려 꽃으로 돌려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값을 생각합니다. 사람은 어떻게 사람으로서 값하는가를 생각하고, 사람답게 삶을 갈무리하는 숨결을 생각합니다. 무리를 지으면 서로 챙기면서 도울는지 모르나, 떼거리가 되는 바람에 끼리끼리 어울리거나 울타리를 쌓기도 해요. 동아리인지 막짓인지 살필 노릇입니다. 누구나 섞이면서 함께할 만한지, 허울은 한동아리이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4 - 금일휴업 자전거를 타고 우체국에 가던 어느 날입니다. 글월을 부친 뒤에 어린배움터에 있는 놀이터로 갑니다. 이때에 큰아이가 샛자전거에서 아버지를 부릅니다. “아버지, 저기 ‘금일휴업’이라고 적혔는데, ‘금일휴업’이 뭐야?” 이무렵 큰아이는 여덟 살이었습니다. 모든 글씨를 다 읽어낼 줄 아는 어린이는 어른들이 쓰는 온갖 글이 다 궁금합니다. “아, 저 글은 ‘오늘 쉰다’는 뜻이야.” 금일(今日) : ‘오늘’로 고쳐쓸 낱말 휴업(休業) : ‘쉼’을 뜻하는 낱말 ‘금일·금주·금월·금년’은 모두 ‘우리말이 아닙’니다. 우리말은 ‘오늘·이주·이달·올해’입니다. ‘今’이라는 한자를 넣는 낱말은 모두 ‘우리말이 아니’라고 여기면 됩니다. 그런데 가게를 꾸리는 적잖은 어른들은 예부터 ‘今日休業’이라고 한자를 써 버릇했고, 이제는 한글로 ‘금일휴업’이라 쓰곤 합니다. 그래도 “오늘 쉽니다”나 “오늘은 쉬어요”나 “한동안 쉬겠습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흔전만전 펑펑 쓰면 나중에 못 쓴다고 합니다. 헤프게 쓰면 그럴 테지요. 막쓰는 살림이 아니라 즐겁거나 신나게 쓰는 살림이라면, 이때에는 흔전만전이 아닌 터라, 어느새 새록새록 즐거이 다시 벌어들이지 싶습니다. 이른바 돈잔치라면 바닥을 보일 테고, 돈지랄이라면 거덜날는지 모르는데, 스스럼없이 나눌 줄 아는 살림일 적에는 꼴값이 아닌 사랑값이 된다고 느껴요. 글을 쓰고서 매듭짓는 자리에 머릿글을 남깁니다. 온이름을 적어도 되지만 머릿이름이나 앞이름만 딸 수 있어요. 단출하게 적는 셈입니다. 앞마디로 가볍게 그려 보이는 셈입니다. 살림은 가꿀 뿐, 꾸미지 않습니다. 알맞게 쓰면 넉넉히 흐르는 하루요, 알맞지 않게 쓰면 비틀리거나 넝쿨지는 하루입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돌보기에 차근차근 피어납니다. 어거지를 쓰면서 없는 척하거나 있는 척하기에 외려 안 좋게 흘러요. 겉보기로 짐짓 드러내기보다는 마음으로 환하게 밝히면 좋겠어요. 아낌없이 나누고, 스스럼없이…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쉬운 #배움책 #만들기 #쉬운말 #교과서 #교육과정 #터박이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빨려들다 #삭다 #침샘 #작은창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빨려들다 삭임 달다 침샘 작은창자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39쪽부터 40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39쪽 둘째 줄에 지난 글에서 본 ‘삭아서’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요즘 쓰는 말로 바꾸면 ‘소화되어’가 되지 싶습니다. 셋째 줄에 나오는 ‘우리 몸에 빨려 든다’도 요즘 쓰는 말이 아니라서 살짝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얼른 무슨 뜻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요즘 책이나 다른 곳에서 많이 쓰는 ‘흡수된다’는 말을 쓰지 않으면 달리 쓸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여길 수 있는데 옛날 배움책에서 쓴 ‘빨려 든다’는 말을 쓰면 훨씬 쉬운 말이 됩니다. 넷째 줄부터 다섯째 줄에 걸쳐 나오는 “이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생물에 있어서는 다 그러하다.”는 월은 ‘생물’ 말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그루 저는 나무를 “한 그루 두 그루”로 세면서 심습니다만, 둘레에 “한 주 두 주”로 세는 분이 꽤 많습니다. 예전에는 흙두레(농협) 벼슬꾼이나 ‘주(株)’라는 한자를 썼다면, 요새는 여느 시골지기도 이 한자를 쓰면서 ‘그루’란 낱말을 멀리합니다. 지난날에는 ‘그루갈이’를 말하는 분이 많았으나, 이제 이렇게 말하는 분은 찾을 길이 없이 ‘이모작’을 한다고 해요. 사람이 손수 갈아서 돌보는 땅이며, 이러한 일을 오래오래 ‘그루’로 가리켰지만, 이 ‘그루’는 여러 가지에서 바탕을 이루는 일이라 여겨 ‘그루터기’란 낱말도 태어났지만, 나무를 한 그루씩 심어 차근차근 숲으로 나아가듯 우리 손길을 하나씩 모아 찬찬히 일터를 보듬는 살림을 나타내는 자리에 ‘그루·그루터기·그루지기·그루두레·그루일터’처럼 쓰임새를 넓히기보다는 ‘주식회사·주주·주식’ 같은 말씨만 번집니다. 어느 말이든 우리 삶을 나타낼 텐데, 우리가 땅을 디디는 줄 느끼고, 땅에서 피어나는 꽃인 줄 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 - 고객 입장 친절 봉사 아이들을 이끌고 인천으로 나들이를 가서 지하철을 탄 어느 날입니다. 시골에는 버스만 있고 전철이나 지하철이나 기차가 없습니다. 시골아이는 지하철을 재미나게 여기면서 즐겁게 타면서 놉니다. 지하철에서도 뛰고 달리면서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알림말(안내방송)을 들으니, “고객의 입장에서 친절히 봉사하겠습니다” 같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고객(顧客) : ‘손님·단골손님’으로 고쳐쓸 낱말 입장(立場) : ‘자리·눈높이’로 고쳐쓸 낱말 친절(親切) : 따스하거나 살갑거나 고분고분한 모습 봉사(奉仕) : 남을 돌보려고 힘을 바치거나 애씀 지하철에서 흐르는 알림말은 토씨만 빼면 “고객 입장 친절 봉사”입니다. 이는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 이 나라를 짓밟던 무렵에 앞잡이나 허수아비가 흔히 외치던 말씨입니다. ‘고객’이나 ‘입장’은 고쳐쓸 낱말이라 하더라도 ‘친절’이나 ‘봉사’는 널리 쓸 만하다고 여길 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2 : 산보 산책(散策) :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 산보(散步) : 바람을 쐬거나 쉬기 위하여 멀지 않은 곳으로 이리저리 거니는 일 흔히 ‘산책’은 우리 한자말로 여기고, ‘산보’는 일본 한자말로 여깁니다. 이러한 생각은 틀렸다고 할 수도 없고, 옳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산책’이라는 한자말을 즐겨쓰고, 일본에서는 ‘산보’라는 한자말을 즐겨씁니다. 그런데 두 나라에서 이 한자말을 즐겨쓴다고 하지만, 우리는 예부터 ‘산책’이 아닌 ‘마실’이나 ‘마을’이라는 말을 널리 썼어요. “마실 가다”나 “마을 가다”나 “나들이 가다”라 했습니다. 조선 무렵에 글바치는 언제나 한문으로 글을 썼어요. 이들은 ‘마실·마을·나들이’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냥 한자말 ‘산책’을 썼어요. 이러다가 총칼나라 일본한테 억눌리던 무렵에 일본사람이 널리 쓰는 ‘산보’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래도 그무렵 한문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나들채 집에 안쪽과 바깥쪽이 있습니다. 안칸하고 바깥칸이 있어요. 안쪽이 있기에 바깥쪽이 있을 텐데, 안칸을 든든히 돌보면서 가꾸기에 바깥칸에 이웃이며 손님이 즐거이 드나들 만합니다. 안쪽에서 알차게 보살피거나 꾸리지 못한다면 이웃이나 손님이 바깥채에 깃들거나 머물기 어려울 테지요. 예부터 여느 시골집은 조그맣게 지었습니다. 한집사람이 머물며 지내기에 알맞도록 살폈어요. 씨앗 한 톨을 헤아리면서 묻고, 나무 한 그루를 잘 생각하면서 심었어요. 하늘이 트인 마당이 있도록 집을 짓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면서 자랄 자리로 가꾸었어요. 집안에서 씩씩하게 일하고, 집밖에서 스스럼없이 숲을 품도록 집을 건사했습니다. 햇볕을 고루 받고, 바람을 두루 맞으며, 빗물을 널리 맞아들이는 살림집이에요. 풀벌레가 두루 찾아와서 노래합니다. 새도 나란히 찾아오며 같이 노래해요. 우리는 집 한 채에서 무엇을 따지고 보면서 길을 찾으면 좋을까요? 어떤 살림집이 모인 마을로 나라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망나니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기에 아름길을 보고 듣고 겪고 느끼고 누립니다. 그악스럽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어서 그악길을 만납니다. 저쪽에 갔기에 끔찍하거나 막되지 않고, 여기에 있기에 아름답거나 착하지 않습니다. 어느 곳에 있든 스스로 마음을 나쁘게 굴렸기 때문이지 싶어요. 스스로 사랑하기보다 스스로 차갑게 굴면서 마음에 쌀쌀맞은 생각을 자꾸 심었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누가 시켰기에 하는 야살이 짓이 아닙니다. 누가 큰돈을 준대서 이 돈을 노리고 더럼짓을 한다기보다, 스스로 참사랑을 잊거나 등돌리면서 살아가기에 돈뿐 아니라 이름값이나 주먹힘에 스스로 휘둘리는 살림이지 싶습니다. 모든 허튼짓을 짚어 보면 사랑하고 멉니다. 아니 양아치한테는 사랑이 없어요. 막짓놈한테 무슨 사랑이 있을까요. 스스로 사랑하지 않기에 망나니가 되고, 망나지짓에서 헤어나지 않습니다. 남한테 잘 하려면 먼저 제 마음한테 잘 해야겠지요. 스스로 사랑하는 길에 설 적에 비로소 우락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덜다 돈이 있어 돈을 씁니다. 마음이 있어 마음을 씁니다. 돈값을 하는 세간이 있고, 땀값을 하는 두 손이 있어요. 돈을 곁에 두어 살림을 꾸리기도 하지만, 돈이 없더라도 두 손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립니다. 가없이 오래도록 이은 살림이라면, 돈이 이 별에 태어난 지는 얼마 안 됩니다. 돌고도는 돈이라면, 어느 곳에 묵히지 않도록 돌려야겠지요. 돌지 않는 돈은 그저 돌(바위)이 되어 무겁습니다. 큰돈을 차지하려는 사람은 이 짐더미를 안고 지내느라 곧잘 삶을 잊거나 살림하고 멀어져요. 겨울이 저물면서 들꽃이 고개를 내밉니다. 들길을 같이 걷는 아이가 “저기 꽃 피었어요.” 하고 노래합니다. 꽃을 알아보는 꽃돌이로군요. “우리 집 뒤꼍에도 이 들꽃이 가득하지.” 하고 보태는 어버이라면 꽃사람입니다. 하루는 얼마든지 살뜰하게 누릴 만합니다. 어제는 썩 알뜰하게 못 누렸다면 오늘은 한결 낫게 돌보기로 해요. 새벽에 눈을 뜨면서 틀거리를 여미어 봐요. 모자라면 여투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