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5. 새로운 넋으로 말결 살리기 예전에는 쓸 일이 없던 말을 오늘날 흔히 쓰곤 합니다. 지난날하고 오늘날이 다르니 오늘날 흐름에 맞추어 나타나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오늘날 흐름에 맞춘다고 해서 꼭 새로운 말이지는 않아요. 숨결이나 넋이 새로울 적에 새로운 말이고, 딱딱하거나 낡은 틀에 사로잡히면 딱딱하거나 낡은 말이에요. ‘시도(試圖)’는 “어떤 것을 이루어 보려고 계획하거나 행동함”을 뜻하고, ‘행동(行動)’은 “몸을 움직여 동작을 하거나 어떤 일을 함”을 뜻해요. 두 한자말은 말뜻이 돌림풀이가 되는데요, “시도하지도 않고 그만두지 마”라든지 “네 말대로 행동할게”처럼 쓰지요. 그런데 이런 말마디는 “하지도 않고 그만두지 마”라든지 “네 말대로 할게”처럼 고쳐쓸 수 있습니다. 아니, 예전에는 ‘시도’나 ‘행동’을 앞에 안 붙이고 단출하게 ‘하다’라고만 썼어요. ‘하다’라는 낱말은 쓰임새가 무척 많고 넓어요. 우리말에서 가장 자주 쓰는 낱말이라면 바로 ‘하다’를 꼽을 만해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4. ‘따뜻함’을 잃으면서 망가뜨리는 말 큰고장은 높직한 집이 많고 찻길이 넓지만 곳곳에 나무를 심습니다. 큰고장을 처음 닦을 적에는 나무가 없어도, 어느 곳이든 스무 해쯤 지나고 보면 나무가 제법 우거집니다. 시골에도 나무는 많습니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해를 가려 그늘을 드리운다고 하기에 커다란 나무를 자꾸 베기 일쑤입니다. 들판 사이에 난 길에는 나무가 한 그루조차 없기도 합니다. 이 ‘나무’를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나무는 큰고장에서나 시골에서나 ‘나무’입니다. 그런데 이 나무를 써서 집을 지으면 ‘나무집’이라 안 하고 ‘목조 주택’이라 일컫기 일쑤입니다. 나무를 만지는 사람을 두고 ‘나무꾼·나무지기·나무장이(나무쟁이)·나무님’ 같은 이름은 거의 안 쓰고 으레 ‘목수’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나무로 집을 짓거나 멋을 부릴 적에도 ‘나무’라 안 하고 ‘목재’라는 한자말을 써요. 나무를 다루는 일도 ‘나무질·나무일·나무짓기’가 아닌 ‘목공·목공예’라고만 하고요. ‘고목나무’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꽃”은 우리말꽃(우리말사전)을 새로 쓰는 ‘숲노래’한테 물어본 대목을 풀어내어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을 둘러싼 궁금한 대목을 물어보면, 왜 그러한가라든지 어떻게 다루면 알맞을까 하고 이야기를 엮어서 들려줍니다. 우리말을 어떻게 써야 즐거울는지, 우리말을 어떻게 익히면 새로울는지, 우리말을 어떻게 바라보면 사랑스러운 마음이 싱그러이 피어날는지 물어보아 주셔요. 숲노래 우리말꽃 : 우리말이 아름다운 시 [물어봅니다] 우리말사전을 쓰는 샘님이 보기에 우리말이 아름다운 시는 무엇일까요? 한 가지를 꼽아 주실 수 있을까요? 한 가지만 꼽기 어려우면 두 가지를 꼽아 주셔도 좋겠습니다. [이야기합니다] 우리말을 잘 살려서 쓴 노래로 흔히 윤동주 님이나 김소월 님이나 백석 님을 들곤 합니다. 이분들 노래도 더없이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저도 이분들 노래를 즐겨요. 다만 이분들 노래보다 한결 즐기면서 우리 집 아이들이 어머니 품에서 자라던 때부터 끝없이 부른 노래가 있어요. 이 가운데 두 가지를 들 텐데요, 앞에서는 널리 알려진 노랫말 그대로 옮기고, 뒤에서는 제가 아이들한테 노래로 들려줄 적에 손질한 말씨로 옮기겠습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3 푸른지붕 앞마당을 텃밭으로 《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 곽선미·박평수·심재훈·오현숙·이상수·임현옥 글 철수와영희 2017.2.4. 오늘날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무엇을 잘 배울 적에 아름답게 자랄까요? 오늘날 어린배움터·푸른배움터를 다니는 어린이랑 푸름이는 무엇부터 제대로 잘 배워야 사랑스럽게 클까요? 이 물음을 듣는 어른은 저마다 다르게 말하리라 생각합니다. 발자취(역사)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말씀할 분이 있을 테지요. 글꽃(문학)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말씀할 분이 있을 테고요. 이제는 바야흐로 살림이나 돈(경제)을 잘 배워야 한다고 말씀할 분이 있을 테며, 피가 튀길 만큼 무시무시한 터전에서 살아남을 만한 재주나 솜씨를 익혀서 빨리 이것저것 따야 한다고 말씀할 분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텃밭은 한 해에도 여러 번 모양이 바뀝니다. 씨 뿌리는 시기를 기준으로 세 번 정도 크게 변하는데, 이걸 미리 예상해서 계획하면 농사를 더 잘지을 수 있어요. (148쪽) 작물을 수확하고 받은 씨앗은 보관을 잘해 두어야 합니다. 바로 심으면 싹이 나지 않아요.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씨앗을 보관할 때는 종이봉투나 종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꽃”은 우리말꽃(우리말사전)을 새로 쓰는 ‘숲노래’가 묻고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을 둘러싼 궁금한 대목을 물어보면, 왜 그러한가라든지 어떻게 다루면 알맞을까 하고 이야기를 엮어서 들려줍니다. 우리말을 어떻게 써야 즐거울는지, 우리말을 어떻게 익히면 새로울는지, 우리말을 어떻게 바라보면 사랑스러운 마음이 싱그러이 피어날는지 물어보아 주셔요. 숲노래 우리말꽃 : ‘샘님’하고 ‘선생님’ 사이 [물어봅니다] 저기, 이런 걸 물어봐도 될는지 모르겠는데요, 저희는 ‘선생님’들을 ‘샘님’이라고 부르거든요. 어떻게 보면 학교에서 쓰는 은어 같다고 할 수 있는데, 저희가 선생님들을 ‘샘’이나 ‘쌤’이나 ‘샘님’이나 ‘쌤님’이라 부르는 말씨는 나쁜 말이 아닌가요? 이런 말은 안 써야겠지요? 그렇지만 또 묻고 싶은데요, 이런 말은 나쁜 은어이니 안 쓰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이 말이 저희 입에서는 떨어지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해결책 좀 알려주셔요. [이야기합니다] 음, 무슨 말부터 하면 좋을까 생각해 봐야겠네요. 제가 어린배움터하고 푸른배움터(초·중·고등학교)를 다니던 1982∼1993년 사이를 떠올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2. 가을에 기쁘게 짓는 말 예전에는 누구나 스스로 말을 지어서 썼습니다. ‘예전’이라고 첫머리에 말씀합니다만, 이 예전은 ‘새마을’ 물결이 생기기 앞서요, 배움터라는 곳이 없던 무렵이며, 찻길이나 씽씽이(자동차)가 시골 구석까지 드나들지 않던 때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예전에 누구나 스스로 말을 지어서 쓰던 때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누구나 스스로 삶과 살림을 짓던 때입니다. 돈으로 밥이나 옷이나 집을 사지 않던 때에는, 참말로 사람들 누구나 제 말을 스스로 지어서 썼어요. 남한테서 배우지 않고 어버이와 동무와 언니와 이웃한테서 말을 물려받던 때에는 고장마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다 다른 말을 저마다 즐겁고 고우며 정갈하게 썼어요. 오늘날 시골에서는 시골말이 차츰 밀리거나 사라집니다. 오늘도 즐겁고 어여쁘게 고장말을 쓰는 할매와 할배가 많습니다만, 할매와 할배가 아닌 마흔 줄이나 쉰 줄만 되어도 고장말을 드물게 쓰고, 스무 살이나 서른 살 즈음이면 높낮이를 빼고는 고장말이라 하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사람을 돌보는 한 마디를 읽다 《미스 럼피우스》 바버러 쿠니 글·그림 우미경 옮김 시공주니어 1996.10.10. 책을 읽으면서 언제나 글붓을 한 손에 쥡니다. 이 글붓으로 책에 적힌 글씨를 손질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글씨를 손질하지는 않아요. 그렇게 하다가는 그 책을 못 읽거든요. 도무지 아니다 싶은 대목을 글붓으로 슥슥 그은 다음에 ‘고쳐쓸 글’을 적어 넣습니다. 우리 집 어린이하고 그림책을 읽으면서 언제나 그림책마다 글손질을 해놓습니다. 책을 펼쳐 목소리로 들려줄 적에는 그때그때 ‘눈으로 고쳐서 읽으’면 되지만, 아이 스스로 혼자 그림책을 읽고 싶을 적에는 ‘영 아닌 글씨’가 수두룩한 채 읽히고 싶지 않아요. 이를테면, “머나먼 세계로 갈 거예요”는 “머나먼 나라로 가겠어요”로 고쳐서 읽습니다. “대답해요”는 “말해요”나 “이야기해요”로 고쳐서 읽습니다. “하지만”은 “그렇지만”이나 “그러나”로 고쳐서 읽습니다. “해낸 거예요”는 “해냈어요”로 고쳐서 읽습니다. “학교 근처에도 뿌렸어요”는 “배움터 옆에도 뿌렸어요”로 고쳐서 읽습니다. “우리 집 정원”은 “우리 집 꽃밭”으로 고쳐서 읽습니다. “허리가 다시 쑤시기 시작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1. 손수 짓는 살림을 잃으며 말을 잃다 한자말을 쓰는 일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영어를 쓰는 일은 대단하지 않습니다. 한자말하고 영어를 안 쓰는 일은 놀랍지 않습니다. 어느 말을 골라서 쓰든 우리 마음을 알맞게 나타내거나 즐겁게 쓸 수 있으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 마음을 알맞게 나타내거나 우리로서는 즐겁게 쓰는 말이라 하지만, 우리가 쓰는 말을 이웃이나 동무가 알아듣지 못하거나 어렵게 여긴다면 어떠할까요?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이들은 씨앗을 심습니다. 봄에 심은 씨앗이라면 으레 가을에 거두기에 가을걷이를 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골살림이 흙두레(농협)나 열린배움터(대학교)나 나라일터(관청)에 가면 달라져요. 흙두레·열린배움터·나라일터에서는, 또 책을 쓰는 이들은 ‘흙’이 아닌 ‘토양’을 말합니다. ‘흙을 만진다’고 하지 않고 ‘토양을 관리한다’고 하지요. ‘씨앗을 심는다’는 말을 ‘파종을 한다’고 하고, ‘봄’을 ‘춘절기’라 하며, ‘거두기’를 ‘수확’이라 하고, ‘가을걷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꽃 : “하고 있다”라는 말씨 [물어봅니다] “이제 밥 먹고 있어”나 “뭐 쓸데없는 말을 하고 앉아 있어”에서 ‘있어’가 어쩌다가 영국말에 있는 현재진행형을 나타내는 말이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야기합니다] “하고 있다”는 우리 말씨가 아니지만 요즈음 사람들이 꽤 널리 씁니다. 우리 말씨인 척하는 이 말씨는 언뜻 보면 걷잡을 길 없는 듯하지만, 찬찬히 짚으려 한다면 무척 쉽게 걷어낼 길이 나오기도 합니다. 저도 이 말씨를 한동안 썼지만 이제는 말끔하게 털어냈습니다. 예전에는 왜 썼고, 이제는 어떻게 털어냈을까요? 저 스스로 우리 말씨를 제대로 생각하고 즐겁게 찾아내어 사랑스레 익히자는 마음을 튼튼히 세우기 앞서까지는, 그냥 줄줄이 열두 해를 다닌 배움터에서 들려주는 대로 받아들이고 책에서 읽은 대로 썼어요. 배움터에서 가르치고 배움책에 나오며 여느 낱말책이나 글책에 적힌 말씨가 더없이 얄궂거나 엉성하다고 느껴, 이 모두를 갈아엎을 노릇이겠다고 느낄 때부터 어느새 싹 씻어낼 수 있더군요. ‘배움터에서 가르치는 말이 말다운 말이 아닐 수 있다’라든지 ‘말다운 말을 오히려 배움터에서 안 가르치거나 못 가르친다’라든
[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숲노래 ] 맨발로 흙을 밟는 어린이 《펠레의 새 옷》 엘사 베스코브 편집부 옮김 지양사 2002.10.1. 스웨덴에서 1874년에 태어나 1953년에 숨을 거둔 엘사 베스코브 님이 빚은 그림책 《펠레의 새 옷》을 아이와 함께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2002년에 처음 우리말로 나왔고(지양사), 2003년에 다시금 새로운 판이 나옵니다 엘사 베스코브 님은 그림책을 새로 빚을 적마다 ‘그림님 딸아들’을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로 그렸다고 합니다. 그림님 아이는 어머니가 그림책을 선보일 적마다 ‘내 그림책’을 하나씩 가지는 셈이었다지요. 이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어머니가 하나씩 갈마들며 물려준 이 그림책을 자랑스레 여겼다고 합니다. 인천 화평동에는 그림할머니 박정희 님(1923∼2014)이 물빛그림을 나누는 조촐한 배움마당을 열어 이웃사람한테 물빛그림을 가르치셨는데, 이 그림할머니도 이녁 네 딸하고 한 아들이 제금을 날 적에 아이마다 돌봄책(육아일기)을 따로 그려서 기쁘게 주었다고 합니다. 아이한테 잿빛집(아파트)을 사주어도 나쁘지 않겠습니다만, 아이를 어떤 사랑으로 낳아 돌본 살림이었다고 차근차근 글이며 그림이며 사진으로 엮은 꾸러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