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1 희망소비자가격·권장소비자가격 ‘소비자가격(消費者價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비하는 사람(소비자)이 어떤 것을 살 적에 내는 값(가격)”을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샛밥 자루(과자 봉지)부터 자동차나 집까지 ‘소비자가격’이 붙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샛밥이나 빵이나 세간을 보면 ‘희망소비자가격’이나 ‘권장소비자가격’이라는 말이 붙기도 해요. 말뜻 그대로 “희망하는 소비자가격”이요, “권장하는 소비자가격”인 셈입니다. ‘희망(希望)하다’는 “바라다”를 뜻합니다. ‘권장(勸奬)하다’는 “권하여 장려하다”를 뜻하고, ‘권하다’는 “어떤 일을 하도록 부추기다”를 뜻하며, ‘장려(奬勵)하다’는 “좋은 일에 힘쓰도록 북돋아 주다”를 뜻해요. ‘희망소비자가격’이라면 “이만큼 받고 싶은 값”을 가리킬 테고, ‘권장소비자가격’은 “이만큼 받도록 하려는 값”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값. 책값. 받을값. 제값 우리가 읽는 책에는 ‘희망소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37쪽부터 38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놀랍게도 37쪽 첫째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세 낱말을 빼고는 모두 다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첫째 줄부터 둘째 줄까지 있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우리 몸에 피가 잘 돌고 숨도 잘 쉴 수 있다.”는 요즘 책이라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우리 몸의 혈액 순환이 잘 되고 호흡도 잘 할 수 있다.”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마음대로 움직인다’, ‘피가 잘 돈다’, ‘숨도 잘 쉴 수 있다’는 말이 참 쉽고 좋습니다. 셋째 줄부터 일곱째 줄까지 이어진 “여러분이 책상 앞에 앉을 때에 허리를 구부리고 앉거나, 옆으로 비스듬히 기대고 앉으면 가슴이 오므라들어서 허파와 염통이 제대로 움직이지를 못한다.”에서는 ‘책상’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글에 나왔던 ‘허파’와, ‘염통’도 또 나왔네요. 옛날 배움책에서는 ‘폐’와 ‘심장’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음을 똑똑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곱째 줄부터 아홉째 줄에 걸쳐 있는 “또, 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모두 우리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우리말 ‘사람’을 깊고 넓게 풀이해서 들려주는 어른은 여태 거의 못 봅니다. 영어나 한자를 뜯고 풀이하는 사람만 수두룩합니다. ‘인간’이라는 한자에서 ‘人’이 서로 기대는 모습이라고 풀이하는데, 정작 ‘ㅅ’이라는 한글도 서로 기대는 모습이라고 풀이하는 사람은 없다시피 하고, ‘間’이라는 한자가 ‘사이’를 가리킨다고 말하면서도 ‘사람·사이’란 낱말이 똑같이 ‘사’가 들어가는 대목을 말밑으로 풀어내는 사람도 참 드뭅니다. 우리가 모두 사람이라면, 들꽃 같고 들풀 같은 수수한 사랑이라면, 씨앗이요 씨알인 살림이라면, 돌이순이요 순이돌이요 풀꽃사람인 삶이라면 서로 푸르게 돌보는 마음을 일으켜서 포근하게 어우러지는 길을 열면 좋겠습니다. 푸르게 돌볼 줄 안다면, 포근히 토닥일 줄 알 테지요. 뭇사람이 서로 돌봄지기가 되고 돌봄빛이 될 만해요. 다들 포근님이 푸근빛이 될 만합니다. 할머니가 포근히 다독이는 손길로 아픈 데가 씻은 듯이 사라지듯,…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적' 없애야 말 된다 공식적 공식적 권한 → 열린 힘 / 나라가 준 힘 공식적 입장 → 밝히는 바 공식적 관계를 맺다 → 두루 사귀다 / 터놓고 사귀다 공식적으로 거론하다 → 널리 얘기하다 공식적 이해는 한계가 있다 → 널리 알리기는 어렵다 공식적인 틀을 갖추다 → 너른 틀을 갖추다 공식적인 사과를 할 것을 → 사람들 앞에서 빌라고 / 널리 뉘우치라고 ‘공식적(公式的)’은 “1. 국가적으로 규정되었거나 사회적으로 인정된 2. 틀에 박힌 형식이나 방식에 딱 들어맞는”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널리·고루·두루’나 ‘열린·트인·터놓다’나 ‘앞·앞길’로 풀어낼 만하고, ‘꿋꿋하다·씩씩하다’나 ‘밝다·환하다·하나하나’나 ‘마음껏·실컷·스스럼없이·홀가분하다’로 풀어내면 됩니다. ‘밝히다·알려지다·드러나다’나 ‘이름·나라’나 ‘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파다 헤엄을 못 치는 분이라면 물이 조금만 깊다 싶어도 두렵습니다. 헤엄을 치는 분이라면 깊거나 얕거나 대수롭지 않습니다. 풀꽃나무를 읽는 분이라면 숲으로 깊숙히 들어선대서 무섭지 않습니다. 풀꽃나무를 모르고 숲을 사귀지 않기에 깊숙히 들어갈수록 어쩐지 무섭습니다. 찬찬히 마주한다면 우리 삶자리에서 두렵거나 무서울 일은 없지 싶어요. 속깊이 바라보거나 하나씩 파헤치지 않다 보니 섣불리 두려움이나 무서움이 싹트지 싶어요. 그렇다고 나쁘지 않아요. 왜 틈이 생겨서 더욱 멀리하는가를 살피고, 벌어진 자리를 찬찬히 다독이면서 우리 마음을 보면 되지 싶습니다. 잘 생각해 봐요. 우리는 어떤 생각으로 마주하나요? 어떤 얘기에 이끌리나요? 어떤 소리에 휩쓸리나요? 흐름을 헤아리고 밑바탕을 살핀다면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무서움이 아닌 새로움으로 여길 만해요. 삶터를 이루는 뼈대는 늘 우리 생각대로 흐르지 싶습니다. 살림자리가 되는 바탕은 노상 우리 뜻에 맞추어 태어나지 싶어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가재나 게나 언뜻 보면 비슷비슷할는지 모르나, 바쁜 눈길이 아닌 차분한 눈길로 바라보면 어슷비슷하지 않습니다. 슥 지나치려는 걸음새라면 닮았다고 여길는지 모르지만, 서두르는 몸짓이 아닌 참한 몸차림으로 마주하면 똑같지도 꼭같지도 않은 줄 알아챌 만합니다. 그냥그냥 넘기기에 다 마찬가지로 생각합니다. 생각없이 보기에 판박이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어느 일이 지겹다면 그 일 탓도 있을는지 모르나, 무엇보다 우리 마음 탓입니다. 재미없다고 생각하니 고리타분해요. 심심하다고 여기니 언제나 하품이 나오는 하루예요. 아주 조그맣더라도 보나 마나란 마음길이 아닌 새롭게 노래하는 마음길이라면 사뭇 달라요. 수수하거나 투박한 곳에서 즐겁고 사랑스러운 놀이가 태어나곤 합니다. 맹물이니 맹맹하다지만, 맹물을 달게 마시는 사람이 있어요. 밋밋하니까 밍밍하다고 말할 테지만, 뻔하다는 생각을 마음에서 지우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 어제하고 더없이 다른 숨결을 느낄 만합니다. 함부로…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35쪽부터 36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 한글 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35쪽 첫째 줄에 ‘그 때야 비로소 실한 몸이 그리워진다’가 나옵니다. 여기서 ‘실한’을 빼면 다 토박이말로 되어 있는데 ‘실한’을 ‘튼튼한’으로 바꿨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말집(사전)에 ‘실하다’를 찾아보면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크게 ‘다부지고 튼튼하며 알차다’는 뜻과 ‘실속이 있고 넉넉하다’로 나눌 수 있겠더군요. 그런데 앞의 뜻인 ‘다부지고 튼튼하며 알차다’의 뜻과 비슷한말이 ‘튼튼하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나날살이(일상생활)에서 ‘튼튼한 몸’이라는 말도 자주 쓰고 ‘몸 튼튼 마음 튼튼’이라는 말도 자주 쓰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해 봤습니다. 셋째 줄과 넷째 줄에 걸쳐 나오는 ‘앞날’이 있습니다. 이 말도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곳에서는 ‘미래’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아주 반가웠습니다. 앞으로 ‘미래’라는 말을 써야 할 때 떠올려 쓰면 좋겠습니다. 넷째 줄에 나오는 ‘일군’도 반가웠습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손바닥 처음으로 “내 손바닥에서 노는군” 하는 말을 듣던 때에는 못 알아들었어요. 내 몸뚱이가 이렇게 큰데 어떻게 네 손바닥에서 놀 수 있나 싶어 갸우뚱했습니다. ‘손바닥’을 그저 조그마한 바닥으로만 여기던 어린 날에는 못 알아들은 그 말씨를 나중에 알아차리지만, 그래도 영 아리송했어요. 머리가 굵는 길에 ‘안마당’이나 ‘앞마당’ 같은 말도 그냥 안쪽에 있거나 앞쪽에 있는 마당이 아닌, 다른 자리를 빗대는 말씨인 줄 조금씩 깨닫습니다. “우리 집”이란 말씨도 제가 어버이하고 살아가는 집일 뿐 아니라 “우리 쪽 모두”를 가리키는 자리에도 쓰는 줄 조금씩 눈을 뜹니다. 그러고 보면 ‘텃밭’이란 낱말도 그렇지요. 말 한 마디를 더 새롭게 쓰는 셈입니다. 말에 담는 뜻을 한결 넓힌다 할 만하고, 새롭게 더하거나 보태거나 붙이거나 덧대면서 말길을 가꾸는 셈이기도 합니다. 새삼스레 어우러지는 말입니다. 양념처럼 깃들다가도 사르르 녹아들어요. 더욱 맛을 내는 재미난 눈빛이요, 가만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우리말에 날짜를 세는 말로 ⓵ 뒷가지가 사흘, 나흘, 열흘처럼 -ᄒᆞᆯ> -흘로 끝나는 말 ⓶ 뒷가지가 닐웨 > 이레, 여ᄃᆞ래 > 여드레처럼 –웨 > -에로 끝나는 말 ⓷ 뒷가지가 닷쇄 > 닷새, 엿쇄 >엿새처럼 -쇄 > -새로 끝나는 말 ⓸ 뒷가지가 스무날처럼 –날로 끝나는 말 따위로 여러 가지가 있다. 오늘날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이라고 말하는 이를 만나보기 어렵다. 그래서 저는 어머니, 아버지가 더욱 그립다!!! 날짜를 세는 이 여러 말들과 한 해, 두 해 할 때 해와 하늘에 떠있는 해, 하루하루를 뜻하는 날, 밤과 맞서는 말인 낮, 새 해 첫날을 뜻하는 설, 나이를 뜻하는 -살이 모두 뿌리가 같은 말이다. 말밑(어원)이 같은 한 뿌리에서 나와 갈라진 말들이다. 육십오세 노인 보다 예순 다섯살 늙은이가 더 듣기 좋은 것은 나 만일까? 또 설흔 > 서른, 마흔, 쉬흔 > 쉰, 여섯흔 > 예순, 닐흔 > 일흔, 여덟흔 > 여든, 아홉흔 > 아흔처럼 –흔은 열(십)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이십, 삼십, 사십,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말 살려쓰기 오늘말. 꽃앓이 뭔가 닿거나 스치면 두드러기가 나는 사람이 있어요. 소름이 돋기도 합니다. 봄마다 꽃가루 섞인 바람이 불면 꽃가루앓이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꽃을 앓는 셈일 텐데, 꽃앓이는 다른 자리에서도 불거집니다.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 보니 자꾸 그이를 떠올립니다. 누구를 바라지요. ‘바라기’가 되어요. ‘앓이’로 나아갑니다. 사랑바라기에 사랑앓이도 새삼스레 꽃앓이입니다. 님바라기에 님앓이도 매한가지예요. 그리고 스스로 멋지다고 여기는 멋앓이에 사로잡히는 꽃앓이가 있어요. 스스로 멋지니 스스로 귀여워야 한다고, 예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지요. 어느 한 사람만 아니라 모든 사람은 다 다른 꽃넋입니다. 굳이 꽃앓이를 안 하더라도 저마다 다르게 고운 꽃이에요. 홀로 예쁨을 받기를 바랄 적에는 어쩐지 우쭐거리는 마음입니다. 잘난질을 하려는 몸짓이랄까요. 자, 모든 앓이를 내려놓고서 같이 꽃뜰에 서 봐요. 봄꽃이 피는 꽃마당에서 하늘바라기를 해봐요. 자리를 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