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다듬읽기 7 《한글꽃을 피운 소녀 의병》 변택주 글 김옥재 그림 책담 2023.4.7. 《한글꽃을 피운 소녀 의병》(변택주, 책담, 2023)은 글 한 자락으로 온나라를 바꾸는 물결을 일으킬 수 있는 살림을 들려줍니다. 지난날 ‘훈민정음’이란 이름으로 우리글이 태어났으되, 우리글이 태어난 줄 안 사람은 한 줌조차 안 되었어요. 더구나 우리글이라지만 ‘우리 이름’이 아닌 ‘訓民 + 正音’처럼 중국말입니다. 나라지기와 벼슬아치는 중국말·중국글로 나라일을 보면서 ‘정음(正音)’은 중국말 그대로 ‘소리(발음기호)’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뒷자리에서 이름없이 살아야 한 순이(여성)는 ‘언문(諺文)’을 익혀 글을 남겼고, 웃사내(가부장권력 남성)는 ‘훈민정음·언문’을 ‘암클’이라 여기며 비웃었어요. 곰곰이 생각하면 ‘암클’이란 이름은 놀랍습니다. 그들(권력자)은 놀리거나 깎으려고 ‘암클’이라 일컬었겠지만, 우리가 오늘 쓰는 우리글은 바로 “순이(여성) 힘과 슬기와 넋으로 살려냈다”는 속뜻입니다. 주시경 님은 순이를 높이면서 순이돌이가 어깨동무할 길을 홀로서기(독립)로 이루자면서 ‘한글’이란 이름을 지었습니다. …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18 편지 《그대 타오르는 불꽃이여》 칼릴 지브란 글 김한 옮김 고려원 1979.2.20. 《그대 타오르는 불꽃이여》는 벌써 마흔 해가 넘어가는 빛바랜 책이다. 칼릴 지브란 님하고 메리 헤스켈 님이 주고받은 글을 묶었다. 그러나 이 책에는 메리 헤스켈 님 이름이 지은이 이름으로 안 들어갔다. 세로쓰기인 묵은 책이고, 종이를 넘기려고 집으면 으스러진다. 불에 타다 만 종이 같고, 둘레가 나무빛깔처럼 짙다. 헌책집을 숱하게 들락거렸을는지 모른다. 내가 모아 놓은 글월을 떠올려 본다. 고등학교 때부터 큰아이를 낳아 기를 적에 쓴 글월을 그대로 두었다.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때에는 좋아하는 동무한테 보내고, 크리스마스나 생일에 맞추어 서로 글월을 주고받았다. 묵은 책 못지않게 묵은 내 글월을 헤아리는데, 이 글월꾸러미 가운데 우리 짝하고 주고받은 글월이 있다. 내가 짝한테 보낼 적에는 공책에 먼저 써서 옮겨적었다. 까맣게 지우고 쓴 글월이 있고, 짝한테서 받은 글월이 다섯 자락이고, 꽃다발에 넣어 준 엽서가 둘 있다. “표현을 못하는 것이 안타깝소 … 나의 앞으로도 변함없는 사랑 보내오!!! 여보!!!” 예전에 받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17 어떤 일을 하나요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피터 볼레벤 글 강영옥 옮김 더숲 2018.04.10.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를 지지난봄에 샀다. 이 책을 사던 날 책시렁 이곳저곳을 기웃하는데, 나이든 어느 분이 옆에서 ‘글쓰기를 잘 하고 싶다면 이바지할 책’이 있다면서 여러 가지를 얘기하셨다. 그런가 보다 하고 이분이 알려주는 책을 집어서 펼치는데, “어떤 일을 하나요?” 하고 묻고, “일하는 곳이 이곳만 해요?” 하고도 물어보았다.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우리 일터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선뜻 밝히지 못 했다. 처음 보는 어르신이 물어보았기 때문이기보다는, 내가 하는 일이 어설프고 부끄럽다고 여기는 마음이었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는 사람이 함부로 숲(자연)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들려준다. 숲이라는 그물은 빈틈이 없이 짜인 터전이기에, 사람이 멋모르고 건드리면서 작은 목숨붙이 하나라도 사라지면, 사람이 살아가는 터전도 흔들리고 무너진다고 들려준다. 늑대가 사라질 적에 사슴이 불어나면서 들숲이 어떻게 바뀌는지 들려주고, 이러면서 비버가 살아갈 터전이 흔들리면 또 잇달아 다른 터전이 어떻게 흔들리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비실이 발 없는 말이 멀리멀리 나아간다고 합니다. 한낱 말 한 마디일 수 없습니다. 모든 말은 마음으로 보는 삶을 담아요. 몸짓으로 누리는 하루를 마음으로 느끼기에 말 한 마디에 고요히 얹어서 생각을 짓습니다. 낯빛으로 드러나는 마음말이에요. 나들이를 하면서 문득 글을 씁니다. 보금자리를 벗어나 마을을 떠나는 사이에 새록새록 느끼고 배우는 숨결을 글로 적어요. 나들글을 쓰면서 오늘을 되짚고, 마실글을 쓰면서 우리 보금자리를 되새깁니다. 발이 닿는 곳마다 이웃을 새삼스레 마주할 적에 서로 다르지만 나란하게 사랑하는 이 푸른별을 느껴요. 말없이 바라보면서 빙그레 웃고, 두런두런 수다꽃을 피우면서 활짝 웃습니다. 바깥마실을 오래하면 곧잘 골골거립니다. 나들이란, 다시 집으로 오는 길을 헤아리면서 둘레를 살펴서 배우려는 뜻일 테니까요. 길에서 앓으면 고단하다지만, 비실비실 길을 걷기에 보금자리가 얼마나 아늑한 삶터인지 새롭게 깨닫습니다. 집에서는 스스로 짓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청승 스스로 돌볼 줄 모르는 사람은 딱해요. 스스로 사랑할 줄 모른다면 가엾습니다. 스스로 빛날 줄 모르기에 안쓰럽고, 스스로 길을 내어 걸어갈 줄 모르니 안타깝습니다. 스스로 노래할 줄 모르니 불쌍해요. 스스로 꿈을 그리지 않으니 안되어 보이고, 스스로 살림하는 기쁜 하루를 누리지 않으니 애처롭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그리는 하루를 살아갑니다. 애잔한 삶도 웃는 삶도, 눈물짓는 오늘도 신바람인 오늘도, 언제나 스스로 마음에 담은 생각이 씨앗을 트면서 나타납니다. 우리한테 ‘없다’고 여기기에 참말로 우리한테 없어요.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 무엇이 없다고 여기나요? 힘이 없나요? 돈이 없나요? 이름이 없나요? 아마 무엇보다 뜻이 없고, 마음이 없고, 사랑이 없기에, 그만 생각이 없는 굴레에 씻을 길 없이 스스로 말려들어 쓸쓸하구나 싶어요. 빈구석이란 열린 자리입니다. 빈곳이란 트인 마당입니다. 외롭게 바라보니 없으나, 새롭게 바라보니 무엇이든 처음부터 지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작은숲빛 몸을 가두거나 괴롭히더라도 마음을 가두거나 괴롭히지 못 합니다. 적잖은 놈팡이가 힘으로 옭매거나 이름으로 조이거나 돈으로 묶기 일쑤입니다만, 어떤 숨결도 쇠사슬로 동이지 못 해요. 얼핏 보면 올가미를 쓴 듯하지요. 숱한 멍에를 뒤집어씌우려 하고, 재갈을 물리거나 차꼬를 채우려 하더군요. 바람이나 햇빛을 붙잡을 수 있을까요? 홀가분히 피어나는 넋은 붙들 수 없어요. 돈에 흔들리는 마음이라면 덤터기를 쓰겠지요. 이름값에 휘둘리는 마음은 때를 타요. 힘에 기대는 마음은 허물을 덮어씁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하늘빛을 느껴 봐요. 바쁜 일을 살짝 쉬면서 하늘꽃을 헤아려 봐요. 잿빛으로 쌓은 서울이 없어도 얼마든지 잘 살아갈 만하고, 부릉부릉 매캐하게 몰지 않아도 오붓하게 만날 만합니다. 멧골에 풀꽃나무가 자라기에 이 별이 푸릅니다. 숲이 있어 바다가 맑고, 바다가 깨끗하니 숲이 깊어요. 숲을 품는 작은이로 살기를 바라요. 서로서로 작은숲님이 되어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 당연 當然 소가 버는 것은 당연히 버는 거고 → 소는 마땅히 벌고 동생을 근심하는 건 당연하지요 → 동생을 근심하면 옳지요 겁을 먹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 무서워 할 만도 하다고 일이 다르면 당연히 몫도 달라야 → 일이 다르면 마땅히 몫도 달라야 귀띔을 했으면 당연히 무슨 말이 있어야 → 귀띔을 했으면 으레 무슨 말이 있어야 ‘당연하다(當然-)’는 “일의 앞뒤 사정을 놓고 볼 때 마땅히 그러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당연하다 = 마땅하다’ 꼴인 뜻풀이입니다. ‘마땅하다’는 “1. 행동이나 대상 따위가 일정한 조건에 어울리게 알맞다 2. 흡족하게 마음에 들다 3. 그렇게 하거나 되는 것이 이치로 보아 옳다”를 가리킨다고 해요. 그래서 ‘당연하다’는 ‘마땅하다·마뜩하다’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ㄱ. 삶말/사자성어 : 무단결석 무단결석을 자주 하던 그 학생은 → 자꾸 안 가던 그 아이는 무단결석한 지 한 달 만에 제적당했다 → 안 나온 지 한 달 만에 쫓겨났다 자꾸 무단결석을 하면 → 자꾸 빠지면 무단결석(無斷缺席) : 사전에 허락을 받거나 사유를 말하지 않고 결석함. 또는 그런 결석 어느 자리에 안 가거나 빠지는 일이 있습니다. 무엇을 안 한다는 뜻이면서, 자리를 비웠다는 뜻이요, 그만두거나 걷어치우거나 절레절레 손사래를 한다는 뜻입니다. “안 가다·가지 않다”나 “안 하다·하지 않다”나 “안 나오다·나오지 않다”로 나타낼 만합니다. ‘않다·자르다·손사래·싫다’나 ‘걷어치우다·걷어차다·내치다·물리치다’라 할 수 있고, ‘내버리다·도리도리·절레절레’나 ‘쉬다·빠지다·비다·빈자리·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ㄱ. 겹말 손질 : 가르치는 교육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목적 아닌가요 → 가르쳐야 하지 않나요 가르치다 : 1. 지식이나 기능, 이치 따위를 깨닫게 하거나 익히게 하다 2. 그릇된 버릇 따위를 고치어 바로잡다 3. 교육 기관에 보내 교육을 받게 하다 4. 상대편이 아직 모르는 일을 알도록 일러 주다 5. 사람의 도리나 바른길을 일깨우다 교육(敎育) :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 우리말 ‘가르치다’를 한자말로 옮기니 ‘교육’입니다. 그런데 낱말책을 보니, ‘가르치다’를 ‘익히다’하고 ‘교육’으로 풀이하고, ‘교육’을 ‘가르치다’로 풀이합니다. 낱말풀이부터 돌림풀이인 터라 “가르치는 교육”처럼 겹말을 얄궂게 쓴다고도 여길 만합니다. ㅅㄴㄹ 투쟁심을 억제하며 협동 정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49. 함박구름 크고 시원하게 웃으니 ‘함박웃음’이다. 크고 시원하게 피는 ‘함박꽃’을 닮은 웃음이라고 여긴다. ‘함박’은 ‘하·한’이 말밑이요, ‘하늘·크다·하나’를 밑뜻으로 담는다. ‘한바탕·함께·함함하다’도 말밑과 밑뜻이 같다. 이런 얼거리를 헤아리면, 크고 시원하게 내리는 ‘함박눈·함박비’에 ‘함박구름·함박물결’처럼 새말을 여밀 수 있다. 함박 ㄴ (함지박) : 1. 속에 넉넉히·잔뜩·많이 담을 수 있도록 통나무를 둥그렇게 움푹 파서 쓰는 그릇. 2. 겉으로 드러나는 길이·넓이·높이·부피 같은 모습이 여느 것·다른 것보다 더 되거나 더 있거나 넘거나 넉넉히 남을 만하다. 함박구름 : 굵고 크게 피어난 구름. 50. 집안사람 집에 있기에 ‘집사람’이라면, 집안을 이루기에 ‘집안사람’이다. 바깥일을 하니까 ‘바깥사람(바깥양반)’으로 일컫기도 하는데, 바깥일을 한참 하더라도 언제나 집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누구나 ‘집사람’이지 않을까? 그래서 이러한 결을 살리도록 ‘집안(집 + 안) + 사람’처럼 새말을 여미어 본다. 사잇말을 바꾸어 ‘집꽃사람’이라 하면 어떨까? 한집안을 포근히 이루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