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5 ㄱ. 꽃에 대해 새로운 인식 얻다 대하다(對-) : 1. 마주 향하여 있다 2.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3.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4. 작품 따위를 직접 읽거나 감상하다 인식(認識) : 1.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앎 2. [심리]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일련의 정신 과정. 지각, 기억, 상상, 개념, 판단, 추리를 포함하여 무엇을 안다는 것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용어로 쓴다 = 인지 3. [철학] 일반적으로 사람이 사물에 대하여 가지는, 그것이 진(眞)이라고 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개념. 또는 그것을 얻는 과정 꽃을 보며 꽃을 압니다. 꽃을 마주하며 꽃을 배워요. 꽃을 바라보기에 꽃을 새롭게 느끼고, 꽃하고 살아가며 꽃을 새삼스레 맞아들이지요. “-에 대해 -ㄴ 인식을 얻다”는 옮김말씨에 일본말씨가 섞였어요. 범벅말입니다. ‘-에 대해’는 ‘-을·-를’로 고치고, ‘-ㄴ’은 ‘-게’로 고치며, “인식을 얻는다”는 ‘배운다·익힌다’나 ‘바라본다·본다’나 ‘안다·알아간다’로 고칩니다. ㅅㄴㄹ 눈사람과 과꽃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얻는다 → 눈사람이랑 과꽃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배달밥 우리말 ‘배달’은 한자 ‘배달(配達)’하고 다릅니다. 소리만 같대서 “배달의 민족”이라는 이름을 슬쩍 붙이는 장사꾼이 있습니다만, 나르는 일은 ‘나르다·옮기다·가져다주다·보내다’로 가리킵니다. ‘배달겨레·배달나라’라는 이름은 “밝은 땅을 이룬 겨레·나라”란 뜻입니다. ‘배달 = 박달 = 밝은 땅 = 밝은 누리·밝뉘’인 얼개예요. 곰곰이 보면 ‘-의’를 넣은 “배달의 민족”은 무늬만 한글인 일본말입니다. 우리말로 제대로 적자면 ‘씽씽겨레·달림겨레·나름겨레·드림겨레’쯤 될 만합니다. ‘보내드림’처럼 이름을 지어도 어울릴 테고요. 한자를 쓰며 중국을 섬기던 임금·벼슬꾼·글바치는 일본이 이 땅에서 물러난 뒤에 ‘한식(韓食)·한식(韓式)·한복(韓服)·한옥(韓屋)’ 같은 한자말을 자꾸 지으며 퍼뜨립니다. 우리는 ‘韓’이 아닌 그냥 ‘한’이고, 이 말씨는 ‘하나·하늘·큰·너른’을 가리켜요. 이제라도 ‘배달밥·한밥’을 찾기를 바라요. ‘살림빛·내림옷’을 찾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19 《악어소녀 수》 새런 암스 뒤세 글 앤 윌스도프 그림 김수연 옮김 주니어김영사 2004.6.2. 《악어소녀 수》(새런 암스 뒤세·앤 윌스도프/김수연 옮김, 주니어김영사, 2004)는 아이가 새롭게 스스로 살아내는 길을 슬기로우면서 상냥하게 들려줍니다. 그림을 맡은 분은 《소중한 주주브》를 선보이기도 했고, 어릴 적부터 둘레에서 마주하던 숲을 알뜰히 담아낼 뿐 아니라, ‘이 짐승은 사납거나 저 짐승은 나쁘다’고 하는 비뚤어진 생각이 없이 ‘모두 다르면서 아름다운 숨결’이라는 생각을 고이 들려줍니다. 이 《악어소녀 수》는 외톨이 아이를 사랑스레 보살피며 ‘악어순이’로뿐 아니라 ‘사람순이’인 줄 잊지 않도록 품은 ‘어미 악어’를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겉모습이 악어라서 믿기 어렵거나 안 믿으려 한다면, 바로 이처럼 흐린 눈망울을 씻으라는 어린이책입니다. 따지고 보면, 악어순이 이야기는 믿고 말고가 아닌,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헤아리는 길을 다룬다고 하겠어요. 아이는 어디에서나 아이입니다. 어버이는 누구한테나 어버이입니다. 여우순이나 곰순이여도, 멧돼지순이나 토씨순이여요, 아이는 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18 읽어치우지 않기 《천천히 읽기를 권함》 야마무라 오사무 송태욱 옮김 샨티 2003.11.11 《천천히 읽기를 권함》(야마무라 오사무, 송태욱 옮김, 샨티, 2003)은 ‘천천읽기’나 ‘느릿읽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좋은읽기·나쁜읽기’를 가리려 하지 않습니다. ‘느슨읽기·느긋읽기’나 ‘가만읽기·찬찬읽기’로 저마다 스스로 ‘삶읽기·살림읽기’를 거쳐서 ‘사랑읽기·숲읽기’로 나아가자고 속삭입니다. 바쁘고 일거리가 넘치는 오늘날 천천히 읽거나 느릿느릿 읽는다면 뒤처진다고 여길 만합니다. 느슨히 읽거나 느긋이 읽다가는 줄거리를 종잡지 못한다든지 글도 못 쓰겠거니 여길 만합니다. 그렇다면 묻고 싶습니다. 왜 빨리 가야 할까요? 왜 빨리 죽어야 할까요? 왜 빨리 먹어야 할까요? 왜 빨리 늙어야 할까요? 빨리 죽고 싶지 않다면서 정작 빨리 달리지 않나요? 빨리 늙기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막상 빨리 먹어치우지 않나요? 2003년 여름이었지 싶은데 민음사에서 엮음빛으로 일하는 분이 제 단골책집으로 찾아와서 함께 책을 내면 좋겠다고 얘기한 적 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민음사처럼 커다란 곳에서 책을 낼 생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락가락 국어사전’은 국어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낱말풀이를 살피면서 잘못되거나 엉뚱하거나 뒤틀리거나 엉성하구나 싶은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로잡거나 고쳐야 우리말꽃을 살찌울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꼭지입니다. ‘용모단정’이란 무엇일까? [오락가락 국어사전 20] ‘망각’ 아닌 ‘잊어버리’는 말 스스로 찬찬히 쓰지 않으면 잊기 마련입니다. 살림이든 말이든 늘 즐겁게 쓰기에 알맞게 살려서 가꿉니다. 곁에 두고서 늘 새롭게 살피고 정갈히 가꾼다면 아름답게 피어나는 살림이고 말입니다. 얼굴은 얼굴대로 고이 가꿉니다. 보금자리는 보금자리대로 곱게 가꿉니다. 말은 말대로 사랑스러우면서 아름답게 가꿉니다. 주저하다(躊躇-) : 머뭇거리며 망설이다 ≒ 자저하다·지주하다 머뭇거리다 : 말이나 행동 따위를 선뜻 결단하여 행하지 못하고 자꾸 망설이다 망설이다 : 이리저리 생각만 하고 태도를 결정하지 못하다 ‘주저하다’를 “머뭇거리며 망설이다”로 풀이하는데, ‘머뭇거리다’는 ‘망설이다’로 풀이합니다. 겹말·돌림풀이입니다. ‘주저하다’는 “→ 머뭇거리다. 망설이다”로 다룰 노릇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겹말 손질 ㄱ. 인위적이고 인공적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것들에 대한 → 꾸며냈으면 → 억지스러우면 인위적(人爲的) : 자연의 힘이 아닌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인공적(人工的) : 사람의 힘으로 만든 한자말 ‘인위’나 ‘인공’은 “사람이 짓거나 이루거나 만든”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두 한자말에 ‘-적’을 붙일 적이든 이 보기글에서든 ‘억지스럽’거나 ‘꾸민’ 모습을 나타냅니다. 둘을 나란히 쓰면 겹말이에요. 수수하게 ‘억지스럽다’나 ‘꾸미다·꾸며내다’로 고쳐씁니다.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것들에 대한 거부감은 배 속의 아기가 싫어하는 것이므로 대부분 피했다 → 꾸며냈으면 배 속 아기가 싫어하니 거의 멀리했다 → 억지스러우면 배 속 아기가 싫어하니 으레 떨어졌다 《시 읽는 엄마》(신현림, 놀, 2018) 1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2] 고드름 겨울이면 고드름을 먹었다. 눈이 녹으면서 골이 진 지붕 끝에 뾰족하게 자랐다. 처마까지 팔이 닿지 않아 가마솥이 걸린 뜨락에 올라가 고드름을 땄다. 하나씩 따서 칼싸움을 하고, 또 따서 사탕처럼 물을 빨아 먹었다. 단맛이 아니어도 얼음과자처럼 빨고 우지직 씹어 먹었다. 시린 손을 호호 불며 할아버지 방 아랫목에 손을 넣고 녹이고 할아버지 화로에 손을 쬐며 녹였다. 처마에 달린 고드름이 녹고 지붕에 눈이 녹아 처마 밑에 똑똑 한 방울씩 떨어지면 땅이 파이고 흙이 질퍽하다. 개울이 얼면 얼음이 뿌옇던데, 처마 밑에 달려 얼어붙은 굵은 고드름은 하얗지만 작은 고드름은 속까지 맑다. 눈은 따뜻한 우리 손에 닿으면 뭉쳐 주고 지붕에서 처마로 똑똑 떨어지면 몸을 바꾸네. 물은 다시 쌓여 울퉁불퉁 뻗으며 고드름도 자라네. 어린 날에는 눈도 많이 내리고 처마마다 고드름도 듬뿍 자랐다. 이제 바람 기운이 달라지고 집은 네모난 벽돌집으로 바뀌니 고드름이 자랄 틈이 없네. 고드름은 이제 누구랑 놀고 누가 먹어 줄까. 2022. 03. 09.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1] 접시꽃 열두세 살 적에 마을 가꾸기를 한 뒤로 마을 어귀에도 꽃이 피었다. 열네 살이 되어 배움터 가는 길이 바뀌었다. 왼쪽 오빳골 재를 넘다가 오른쪽 이웃 마을을 가는 길로 바뀌었다. 우리 마을과 아랫마을 사이에 접시꽃이 길가에 피었다. 집으로 돌아올 적에 우리 마을이 다 보이는 길가에 핀 접시꽃 앞에 멈추었다. 커다란 꽃잎이 분홍빛 빨간빛 하얀빛으로 활짝 피었다. 꽃이 지고 날이 쌀쌀하자 접시꽃이 말라비틀어졌다. 여름날 꽃잎이 촘촘하게 난 골이 부드럽게 하늘거리는 꽃잎이 힘차게 펼치던 꽃이 지고 말았다. 꽃대가 꺾이고 그 틈에 열매가 동그랗게 맺혔다. 열매를 하나 땄다. 누런 잎을 펼치니 옛사람이 쓰던 엽전 꾸러미처럼 동그랗게 꿰어놓은 듯했다. 어머니가 양동이로 물을 기를 적에 머리에 얹던 타래처럼 생겼다. 냄비 받침대 같기도 한 씨앗을 낱낱이 보면 납작하다. 접시만큼 꽃이 커서 이름이 붙었을까. 작은 씨앗이 저렇게 큰 몸집으로 자라날까. 어쩌면 씨앗만이 아는 수수께끼일까. 꽃이 떨어지면 시들어 죽는 줄 알고 보기 흉하다고 여겼다. 죽을힘을 다해 씨앗을 맺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물도 없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9] 볏단(요구르트 전화) 열두세 살 적에 우리 마을에 전화가 한 대가 들어왔다. 열아홉 살이 되어도 이장 집에 한 대뿐이라 마을사람이 함께 썼다. 교환원을 거쳐 전화가 오면 이장이 누구누구 전화 받으라는 방송한다. 우리는 티브이에 나오는 전화를 보고 작은오빠와 놀이를 했다. 가을에 바심하고 소죽을 끓이려고 쌓아 둔 짚단 구덩이를 두 군데 팠다. 요구르트 빈 통을 성냥불로 구멍을 내고 밑에서 안으로 구멍에 끼워 성냥을 부러트려 묶었다. 실을 어림잡아 길게 풀고 요구르트 통에 두 실을 묶었다. 오빠는 높은 구덩이에, 나는 낮은 구덩이에 들어갔다. 실을 팽팽하게 당겼다. 요구르트 통에 입을 꼭 붙이고 말이 새지 않게 했다. 오빠가 저쪽에서 ‘들리나’ 소리치면 나는 이쪽에서 ‘잘 들려’ 대꾸했다. 말소리가 실을 타고 들리는 듯했다. 나는 쌀을 꼭꼭 씹어 뱉어서 동그랗게 빚은 쌀알을 그릇에 담아 전화놀이를 하면서도 오빠한테 빼앗기지 않으려고 구덩이에서 숨겨 놓고 먹었다. 요구르트 통을 귀에 대지 않아도 우리가 말하는 소리는 그대로 들리는데도 우리는 실을 타고 소리가 오는 줄 알았다. 겨울인데도 우리 집 마당은 다른…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바로쓰다 틀리게 쓰기보다는 바로쓰기가 나을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좀 틀려도 안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넘어지거나 틀리거나 어긋나더라도, 참다운 삶이라는 길을 바라보고 이모저모 익히면서 살아갈 만해요. 이리저리 둘러맞출 까닭은 없어요. 어느 바닥에 서든지 참다운 눈길로 바라보면서 착하고 즐거우면서 아름다이 짓는 얼거리를 세우면 넉넉합니다. 서두르기보다는 추스릅니다. 짜맞추기보다는 가다듬습니다. 억지로 바꾸어야 하지 않아요. 느긋이 헤아리면서 하나씩 손봅니다. 빨리 마쳐야 좋을까요? 저는 빠르게도 느리게도 할 마음이 없어요. 제대로 하는 갈래를 살펴서 즐겁게 노래하는 쪽에 설 생각입니다. 더 나은 일자리도 더 나쁜 일감도 없습니다. 어느 일거리이든 스스로 마음을 기울이는 곳에 따라 달라요. 뚝딱뚝딱 고쳐도 될 테고, 차근차근 깨우치면서 고요히 갈고닦아도 됩니다. 뒷사람을 끌어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참사랑이라면 굳이 이끌지 않아도 어느새 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