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울산고을 우리말 땅이름 살펴보기 2. 보안 새터에서 못앞(천전) 가는 길 어머니가 나서 자란 곳은 한실 마을이고 열일곱살 때 못앞(한실에서 한실내를 거슬러 시오리쯤 떨어진 마을)으로 옮겨와 살다가 열아홉에 가마 타고 보안 새터로 시집오셨으니, 엄마집(외가) 가는 길은 새터마을에서 못앞마을까지 걸어가는 길이었다. 누구나 다 그랬겠지만, 옛날엔 따로 나들이(여행)가 없고 동네 속에서 뱅뱅거리며 지내다 엄마집(외가) 가는 나들이는 언제나 꿈길이다. 어쩌다 지나가는 버스를 타고 걸음을 줄일 때도 있었지만, 어머니 따라 온 길을 걸어가기가 일쑤였다. 집을 나서면 먼저 당만디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오르막길 얼추 가운데쯤에 가웃방구(반방구)가 있고, 거기쯤 지날 때 엄마가 “반방구네!” 하시면 고개까지 가웃 넘게 왔으니 힘내라는 말로 들렸다. 당만디 고갯길은 꽤 가파른 길이어서 아이들에겐 오르기가 제법 힘들었다. 가웃방구를 지나 한참 더 올라가면 가파르던 길이 좀 눅어지면서 덜 가파른 길로 바뀌어 당만디 고개까지 이어져 한결 쉽게 갈 수 있고 그 어름에 있는 중산골을 지나면 진풀밭이 나오고 그러면 곧 당만디 고개에 이른다. 당만디 고개는 네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100 메지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메지'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일의 한 가지가 끝나는 단락'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메지가 나다. 메지를 내다 메지를 짓다. 영두는 한 가지 걸리던 일이 단박에 그렇게 메지가 나자 홀가분한 기분으로 좌우를 둘러보았고...(이문구, 산너머남촌)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일이 마무리되는 한 단락'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지만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에 다 나오는 '단락'을 비슷한 뜻인 '마디'라고 해도 되겠다 싶어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메지: 일의 한 가지가 끝나거나 마무리되는 마디(단락). 이 말은 제 생각에 '하던 일을 끝내다'는 뜻이 있는 '맺다'의 '맺'에 이름씨를 만드는 뒷가지 '이'를 더한 '맺이'가 소리이음으로 '매지'가 되었다가 본디꼴이 흐려져 '메지'가 되었지 싶습니다. 그렇게 보면 뜻도 이어지고 뒤에 이어서 나오는 '나다', '내다', '짓다'와도 잘 이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낱말의 본디꼴을 알거나 밝힐 수 있는 것은 밝혀 적는 것이 말밑(어원)을 아는 데도 도움이 되고 새로운 말을…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99 메떨어지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메떨어지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모양이나 말, 행동 따위가 세련되지 못하여 어울리지 않고 촌스럽다'는 뜻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싱겁고 메떨어진 말 메떨어진 몸가짐 그 사람은 행색이나 언동이 촌스럽고 메떨어졌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말이나 행동, 모양 따위가)격에 어울리지 않고 촌스럽다'는 뜻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 보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메떨어지는 말만 하려면 아예 입을 다물고 있어라. 두 가지 풀이를 보면 이 말과 맞서는 말로 '세련되다'를 가져와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세련되다'가 말쑥하고 품위가 있다는 뜻이니까 '말쑥하지 않다'라고 해도 되지 싶었습니다. 또 '촌스럽다'가 '어울리지 않고 세련되지 않아 어수룩한 데가 있다'는 뜻이니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메떨어지다: 몸가짐, 말, 짓, 모양 따위가 어울리지 않거나 말쑥하지 않아 어수룩하다. ≒촌스럽다, 세련되지 않다 살다가 만나는 사람 가운데 참 말을 얄밉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때와 곳에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해서 얼굴을 찌푸리게 하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찾기 놀이]1-19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일터로 나갈 갖춤을 하면서 비롯한 하루는 잠이 들 때까지 쉼 없이 흘러 갑니다. 나름대로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굳혀 놓고 해 온 지 또 한 해가 다 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합니다. 자꾸 내 놓지만 말고 각단을 지어 갈무리를 하라는 목소리가 제 마음 속에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들이는 때새와 애쓰는 것에 견주어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지 못한 것도 참일입니다. 같은 쪽으로 지며리 가는 것도 좋지만 더 나은 수를 찾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새수나기를 바라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여러 해를 보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좀 달라져야 한다는 마음을 굳히면서 또 하나의 토박이말 찾기 놀이를 만들어 봅니다. 오늘은 토박이말 살리기 91부터 95까지와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요즘 배움책에서 살려 쓸 토박이말, 책에서 길을 찾다에 나온 토박이말을 보태서 만들었습니다. 재미삼아 찾아 보신 뒤에 알려드리는 뜻을 보시면서 다시 익힘도 하시고 마음에 드는 토박이말은 둘레 사람들에게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슬다 견디다 입히다 그릇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115쪽부터 116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115쪽 첫째 줄에 ‘쉬 녹이 슬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쉬’는 ‘쉬이’의 준말로 ‘어렵거나 힘들지 아니하게’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슬다’는 ‘쇠붙이에 복이 생기다’는 뜻도 있고 ‘곰팡이나 곤충의 알 따위가 생기다’는 뜻도 있는 토박이말입니다. 넷째 줄에 ‘오래 견디는 것은’이 나오는데 여기서 ‘견디는’은 요즘 다른 책에서나 많은 사람들이 흔히 쓰는 ‘유지되는’을 쉽게 풀어 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섯째 줄에 있는 ‘막으려면’도 ‘방지하려면’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말입니다. 여덟째 줄에 ‘입히면’이라는 말이 참 반가웠습니다. 요즘 다른 책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나날살이에서도 ‘도금(鍍金)’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고 ‘코팅’이라는 말까지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도금’의 뜻을 ‘금속이나 비금속의 겉에 금이나 은 따위의 금속을 얇게 입히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면 여기서 보는 것과 같이 ‘금을 입힌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93] 버즘나무 어린 날 학교 가는 길에는 나무가 한 그루도 없다. 논을 가로지른 길이다. 학교에는 버즘나무가 운동장을 둘러쌌다. 나무 사이에 매달아 놓은 그네를 타고 널놀이(시소)를 탔다. 운동회가 열리면 나무 밑에 마을마다 자리를 깔고 앉았고, 아이들이 청군 백군으로 앉았다. 나뭇잎이 커서 햇빛을 가려 주고 찬바람이 불면 손바닥 크기 나뭇잎이 떨어져 바람에 굴러다녔다. 버즘나무를 가만히 보면 껍질이 벗겨졌다. 어린 날 내 얼굴에 피던 마른버짐 같다. 어릴 적에 입가와 두 볼에 하얗게 동그라미로 피었다. 터실터실한 살갗이 가려워 긁는다. 얼굴이 말라 당겨도 촉촉하게 해줄 꽃가루(화장품)도 없고 연고도 없었다. 밥을 잘 먹지 못해서 얼굴에 허옇게 자주 피었다. 하루는 아버지가 고등어가 너무 먹고 싶어서 비육병에 걸렸다. 참으려고 해도 고기가 먹고 싶어 보다 못한 어머니가 읍내에 가서 고등어 한 손을 사 왔다. 아버지 혼자서 먹지 못하니 같이 먹었다. 얼굴에 버짐이 나도 약을 먹지 않고 저절로 삭도록 내버려 두었다. 버짐이 피다가 어느 날 말끔하다. 내 버짐이 언제 사라졌는지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는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92] 버드나무 우리 마을에는 냇가 논둑에 버드나무가 있었다. 학교서 오는 길에 버드나무를 꺾어 피리를 삼았다. 연필 깎는 칼로 자른 다음 손가락 굵기 나뭇가지 끝을 끊는다. 가지를 물을 짜듯 뒤틀고 얇은 가지 쪽을 잡아당기면 나무가 빠지고 속이 빈 껍질이 쏙 빠진다. 입에 물릴 자리에 동그란 껍질 끝을 접어서 0.5cm로 겉껍질을 훑으면 속껍질이 나온다. 입술을 입안으로 말고 입에 넣어 불면 굵직한 소리가 났다. 방귀 소리 같고 짧게 끊긴다. 소리를 내려고 오므리고 불면 입술이 얼얼했다. 피리는 가늘어도 안 되고 딱 연필 굵기 부드러운 작대기라야 조금만 비틀면 껍질이 빠졌다. 겨울 동안 잎을 떨구고 있던 버드나무는 봄눈을 틔우려고 봄볕이 따뜻한 사월에 물을 올린다. 겨울 동안 참았던 목마름을 적시느라 물이 무섭게 오를까. 물과 껍질이 따로 논다. 물을 너무 먹어서 속나무가 술술 빠졌다. 우리는 버드나무로 사월 한 철만 피리를 불었다. 여름이 되면 껍질이 안 틀어졌다. 학교 연못가에도 한 그루 있어 피리를 삼아 불었다. 자랐던 나무라서 맛이 쓰다. 집에서 불다가 놔두면 껍질이 말라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91] 도꼬마리 가을이면 밭둑마다 덤불마다 무덤가에도 도꼬마리가 자랐다. 밭일을 마치고 오는 아버지 가랑이에 붙고 내 바지에도 붙었다. 도꼬마리는 땅콩 한 알 크기에 사방으로 가시가 돋아 밤송이와 고슴도치 같다. 도꼬마리에 닿아 얼굴을 할퀴기도 하고 바지에 붙은 걸 떼다가 손가락이 찔리기도 한다. 도꼬마리가 누렇게 익으면 가시가 단단했다. 우리 아버지는 가을이 되면 바지에 도꼬마리와 도깨비바늘을 잔뜩 붙였다. 흙 묻은 바지를 벗어 하나하나 떼었다. 나도 바지에 붙은 도꼬마리를 뗐다. 도꼬마리는 왜 그냥 씨앗을 떨어뜨리지 않고 살짝만 스쳐도 엉겨붙을까. 갈고리 가시로 따가워서 긁는다. 다리와 팔에 할퀸 자국이 생긴다. 온몸이 갈고리 가시이면 벌레와 들짐승한테서 먹히지는 않겠다. 발이 없으니 짐승 털에 붙고 사람 몸에 달라붙어 둥지를 찾으러 숲을 떠날테지. 도꼬마리를 붙어 떼지 않고 벗어 놓으면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듣는다. 옷에 붙으면 떼는 일은 우리 몫이 되어 짜증이 났다. 그때 덤불을 지나던 아버지도 없고 우리도 없는데 도꼬마리는 어떻게 멀리 갈까. 숲속 동무들이 돕지 싶다. 멀리 가지 않아도 씨앗이…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98 먹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먹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음식을 먹는 정도나 태도'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 보기를 들었습니다. 고교생들은 중학생들 같지 않아 먹매가 컸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음식을 먹는 태도나 분량'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 보기를 들어 놓았습니다. 형은 고등학생이 되자 중학생 때와 다르게 먹매가 커졌다. 두 풀이를 보고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먹매: 먹거리를 먹는 만큼이나 모양새(양이나 태도) 먹매는 사람마다 다르고 나이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아무래도 자랄 때는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많이 먹고 가리지 않고 먹곤 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진 다음에는 갈수록 적게 먹게 되기 쉽고 가려 먹게 되는 것이 늘어나곤 하지요. 그렇게 먹매가 커졌다 줄었다 하면서 달라지는 것이지요. 여러분께서는 여러분의 먹매가 어떻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먹매라는 말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눈매, 입매, 손매, 다리매와 같은 비슷한 짜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먹매'에서 '먹'이 움직씨 줄기(동사 어간) '먹-'에 '매'를 더한 짜임이고 눈매, 입매, 손매, 다리매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숲노래 책숲마실 서울밤 ― 서울 〈책이당〉 서울 용산 쪽에서 밤빛을 봅니다. 별빛이 아닌 불빛이 하늘에 가득합니다. 서울도 예전에는 별빛이 제법 있었으나 하루하루 별빛이 떠나고 불빛이 올라섭니다. 마을마다 조촐히 어우러지던 별빛은 차츰 스러지고 잿빛으로 빽빽하게 불빛이 너울거립니다. 이 서울에서 오늘을 어떻게 마무를까 하고 생각하다가 〈책이당〉이 떠오릅니다. 관악 한켠에 깃든 마을책집에 꼭 찾아가라고 알려준 이웃님 이름은 잊었지만, 152 버스를 타면 쉽게 찾아갈 듯합니다. 〈책이당〉에서 내는 “책 이는 당나귀” 새뜸(신문)을 예전에 보면서 손전화를 옮겨놓았지요. 책집은 19시에 닫지만, 책집지기님이 19시 30분까지 열어두겠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