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4] 쇠똥구리 여름이면 산을 둘 넘고 간지밭 가는 갈림길에서 왼쪽 등성이를 올라 소를 먹였다. 잔디가 깔린 등성이다. 금서로 가는 갈림길인 오솔길에 소똥이 많았다. 마당에 소똥을 누면 삽으로 떠서 치우지만 숲길에는 그대로 있어 엉뚱한데 보다가 소똥을 밟기도 했다. 소는 길을 가다가도 꼬리를 들고 오줌을 누고 똥을 눈다. 물똥을 싸면 비켜섰다. 된똥은 땅바닥에 퍽 퍽소리 내며 진흙이 떨어지는 듯했다. 흙빛 똥이 까맣게 마르기 앞서 벌레가 모여든다.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마른흙이 펄펄 나는 길바닥에 쇠똥구리가 다닌다. 풍뎅이 같기도 하고 작은 사슴벌레처럼 까맣고 단단한 옷을 입었다. 소똥구리는 소똥을 굴린다. 똥을 울퉁불퉁하지도 않게 둥글게 만다. 작은 몸으로 구슬보다 곱이나 큰 똥을 영차 굴린다. 울퉁불퉁한 길로 쇠똥구리 둘이 힘을 모아 커다란 쇠똥알을 굴린다. 우리는 재미 삼아 소똥을 빼앗고 쇠똥구리를 작대기로 날리기도 하고 발로 밟았다. 쇠똥구리는 똥을 둥글게 빚어 알을 낳을 보금자리인데, 우리는 못되게 괴롭혔다. 쇠똥구리가 소똥을 치우는 줄도 모르고 짖궂게 굴었다. 이제 멧길도 숲이 우거지고 소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92 맞갖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맞갖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마음이나 입맛에 꼭 맞다'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마음에 맞갖지 않은 일자리라서 거절하였다. 입에 맞갖지 않은 음식이겠지만 많이 들게. 한시라도 공주의 손길이 닿지 아니하면 모든 것이 불편하고 마음에 맞갖지 않은 때문이다.(박종화, 다정불심)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무엇이 마음이나 입맛에) 딱 알맞다.'로 풀이를 하고 "나는 음식이든 무엇이든 아내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마음에 맞갖지 않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보고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맞갖다: 무엇이 마음이나 입맛에 꼭 맞다(알맞다). 낱말 풀이에도 나오지만 우리가 살면서 '꼭 맞다', '알맞다', '딱 맞다'는 말을 쓸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음을 나타내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 '맞갖다'는 말을 떠올려 써 보면 좋을 것입니다. , "많이 남기신 걸 보니 오늘 밥은 맞갖지 않은가 봅니다?", "그 사람 말하는 게 맞갖았는지 그 자리에서 바로 함께 일을 하자고 했습니다.", "네 마음에…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온겨울달(섣달, 12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지난달은 겨울로 들어서는 달이라고 ‘들겨울달’이라고 했었는데 이달은 온이 겨울로 가득찬 달이니 ‘온겨울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해 가운데 밤이 가장 긴 ‘동지’를 ‘온겨울’이라고 하는데 ‘온겨울’, ‘동지’가 든 달이라 그렇게 부른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오늘은 온겨울달, 섣달, 12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을 알려드립니다. 달이 바뀌고 이레 만에 드는 철마디(절기)는 눈이 엄청 크게 많이 내린다는 ‘한눈’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이 있는 지리산에 올해 들어 첫눈이 내렸다는 기별을 들은 지가 거의 보름이 되어 갑니다. 길눈이 내리기도 하는 곳에서는 지겨울 만큼 자주 오지만 우리 고장에서 잣눈은커녕 자국눈 구경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몇 해 앞에 밤새 도둑눈이 내려 아침에 일터로 가는 사람들을 엄청 어렵게 만들었던 일도 이제는 가물가물 합니다. 다른 곳에 갈 일이 있어 나갔다가 숫눈 위에 발자국을 찍기도 하고 쌓여 있는 눈을 뭉쳐 던져 보기도 했습니다. 어릴 때는 눈을 크게 뭉쳐 눈사람도 만들고 동무들과 눈싸움도 했는데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40- 언젠가 라는 날은...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언젠가' 라는 말은 끝내 오지 않는다."야. 이 말씀은 미국에서 이름난 살림깨침이(경제학자) 가운데 한 분인 헨리 조지 님이 남기신 거라고 하는 구나. 많은 사람들이 흔히 쓰는 '언젠가'라는 말을 될 수 있으면 쓰지 말라고 하신 말씀이지 싶어. 아마 이 글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언젠가 밥 한 끼 하자."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들을 때도 있었을 거야. 이처럼 나날살이(일상생활)에서 그야 말로 언제가 될 지 모르는 그 때, 그 날을 꼭 집어 말할 수가 없어서 '언젠가'라는 말을 쓸 수 있고 또 앞으로도 쓰거나 듣게 될 거야. 그렇지만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와 같은 삶의 길을 굳힐 때는 이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거라고 생각해. 너희들도 어떤 일을 앞두고 "무엇을 언젠가는 할 거야." 또는 "두고 봐 언젠가는 하고 말 거야."라는 다짐을 더러 한 적이 있을 거야. 그런데 그 일을 제대로 이루거나 해 낸 적이 있는지 떠올려 보면 왜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바로 알 수 있지.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91 맛장수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맛장수'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아무런 멋이나 재미 없이 싱거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는데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도 '아무 재미도 없이 싱거운 사람'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지만 보기월은 없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보고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맛장수: 아무런 멋이나 재미 없이 싱거운 사람을 빗대어 이르는 말 그리고 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는 이렇게 싱거운 사람을 '맛장수'라고 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장수'는 '장사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소장수'는 소를 파는 사람이고 '밤장수'는 밤을 파는 사람이니까 '맛장수'는 '맛을 파는 사람'이 됩니다. '소장수'는 '소'가 있어야 되고, 밤장수는 밤이 있어야 되는데 '맛장수'는 '맛이 없는' 것이 서로 맞지가 않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싱거운 사람에게 맛을 좀 사서라도 가지고 있어야 될 사람으로 생각했거나 맛을 팔다보니 다 팔아버리고 남은 게 없는 사람으로 여겨서 그런 말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쨓든 우리가 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 길잡이’는 우리 나름대로 생각을 밝혀서 낱말을 새롭게 짓는 길을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지어야 한다는 글이 아닌, 이렇게 지어 볼 수 있듯 우리 나름대로 새말을 차곡차곡 여미어 보자는 글입니다. 숲노래 우리말꽃 우리말 길잡이 2 코스모스 코스모스가 만발한 정원에서 → 살살이꽃이 가득한 꽃밭에서 코스모스 향기를 → 산들꽃내를 어머니랑 코스모스를 심었어요 → 어머니랑 한들꽃을 심었어요. 코스모스(cosmos) : [식물]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코스모스(cosmos) : [철학] 질서와 조화를 지니고 있는 우주 또는 세계 コスモス(cosmos) : 1. 코스모스 2. 우주. 질서와 조화 있는 세계 3. 국화과의 1년초 이름을 새로 짓는 길은 어렵지도 쉽지도 않습니다. 꽃이나 풀이나 나무한테 이름을 새로 붙이는 일은 쉽지도 어렵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할 만합니다.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 가만히 마주하면서 사랑이라는 숨빛을 밝혀서 생각을 지으면 어느새 이름 하나가 사르르 풀려나오기 마련입니다. 이웃나라 꽃이름을 우리말로 옮기기는 어려울까요?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려울 만합니다. 그러면 이웃나라에서 이 꽃이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노래에서 길을 찾다] 22-소리 오늘 들려 드릴 노래는 '소리'입니다. 이 노래는 4351해(2018년)에 나왔으며 앞서 알려 드린 노래와 같이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극의 벼름소노래(주제곡) 가운데 하나입니다. 남혜승, 박진호 두 분이 함께 노랫말을 쓰고 가락을 붙였으며 악동 뮤지션의 이수현 님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소리를 마음으로라도 듣고 싶어하는 그리운 마음이 잘 나타나 있으며 이수현 님의 구슬 처럼 울리는 목소리가 더해져서 더 큰 울림을 주는 노래입니다. 노랫말이 다른 노래에 견주어 좀 긴데 계속, 매일, 혹시, 미소, 당신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계속'은 '자꾸', '매일'은 '날마다', '혹시'는 '어쩜', '미소'는 '웃음', '당신'은 '그대'로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별이 떠오르는 것과 같이 함께 떠오르는 그 사람. 손을 젓고 또 저어도 자꾸 떠올라 끝내 눈물이 떨어지지만 들킬까봐 얼른 닦아버리는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졌습니다. 내 마음을 모질게 아프게 하는 그대의 숨소리, 목소리 꿈에서도 아픈 그대의 소리라고 한 것과 구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머드러기 까닭을 모르며 일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튼 일을 하다 보면 슬슬 영문을 알아채고, 흐름을 읽어요. 처음에는 썩 아름답지 않아 보이지만, 조금씩 얼거리를 잡는 사이에 무엇이 좋거나 아쉬운가를 느끼고, 스스로 숨빛을 살려서 꽃빛으로 거듭나도록 추스릅니다. 남다르거나 훌륭한 일을 할 수 있지만, 돋보이지도 않고 빛깔있지 않은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뛰어나거나 빼어나다는 잣대나 틀은 누가 세울까요? 남이 하는 말에 휘둘리면서 일손을 잡지는 않나요? 둘레에서 펴는 이야기에 사로잡혀 일거리를 찾지는 않나요? 꼭두봉우리에 오르려고 일할 생각은 없습니다. 으뜸꽃이 되려는 마음은 없습니다. 스스로 가꾸는 이 삶길에 씨알을 고이 심으면서 즐겁게 웃는 멋을 노래하고 싶은 나날이에요. 손수 묻은 씨가 싹이 트면서 잎이 돋고 줄기가 오르면 어느새 꽃이 피어요. 밤에는 별빛을 품고 낮에는 빛살을 담으면서 가만히 피어납니다. 온빛이 흐르는 들꽃 곁에 앉으면 사근사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나무날 이레말 - 리허설rehearsal 리허설(rehearsal) : 연극·음악·방송 따위에서, 공연을 앞두고 실제처럼 하는 연습 rehearsal : 1. 리허설, 예행연습 2. 예행연습(과 같은 경험·일) 3. (이미 이야기된 내용의) 반복 リハ-サル (rehearsal) : 리허설, 방송·연극·영화 촬영·음악 연주 따위의 무대 연습, 총연습 앞으로 선보이기 앞서 미리 손발을 맞춥니다. 곧 내보이려고 찬찬히 몸을 풀어요. 앞으로 잘 해내려고 곰곰이 보면서 해봅니다. 이러한 몸짓이나 일을 두고 영어로는 ‘리허설’, 한자말로는 ‘예행·예행연습’인데, 우리말로는 ‘맛보기·맛선’이나 ‘먼저하다·미리하다’나 ‘풀다·몸풀기·손풀기’라 하면 되고, ‘손맞춤·발맞춤’이나 ‘해보다’로 그리면 됩니다. ㅅ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90 맛바르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맛바르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맛있게 먹던 음식이 이내 없어져 양에 차지 않는 감이 있다'라고 풀이를 하고 "차가운 식혜가 맛있다고 네가 다 먹어 버려서 맛바르잖아."를 들어 놓았습니다."를 보기월로 들어 놓았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음식이) 맛있게 먹던 음식이 다 없어져 양이 차지 않아 마음이 시들하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보고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맛바르다: 맛있게 먹던 먹거리가 이내 없어져 배가 차지 않아 마음이 시들하다. 우리가 살다보면 뭔가 맛있는 것을 먹다가 배가 차지 않아 좀 더 먹고 싶은데 먹을 게 없어서 아쉽다 싶을 때가 더러 있지요? 그럴 때 그만 먹는 게 속에는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배가 부른 느낌이 들 때까지 먹고 나면 곧 배가 너무 불러서 거북해지곤 합니다. 흔히 밥을 먹을 때 "조금 적다 싶을 때 그만 먹는 게 좋다."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맛바를 때 그만 먹는 게 좋다."고 하면 좋을 것입니다. "통닭 한 마리를 시켜서 둘이 먹으니 맛바른데 뭐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