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요즘 배움책에서 살려 쓸 토박이말]7-닿소리 이름 1학년 국어 배움책(교과서) 둘째 마당 ‘재미있게 ㄱㄴㄷ’에서 둘째로 배우는 배움거리(공부할 문제)가 “자음자의 이름을 안다.”입니다. 다들 배우셨기 때문에 잘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닿소리 이름을 말해 보라고 하면 거의 다 ‘ㄱ’부터 ‘ㅎ’까지 말씀을 하십니다. 그런데 그걸 글로 써 보라고 하면 하나도 틀리지 않고 다 맞히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구요. 왜 그럴까요? 어른들도 다 맞히기가 어려운데 1학년 아이들은 어떻겠습니까? 아시는 바와 같이 열네 가지 닿소리 이름은 ㄱ(기역), ㄴ(니은), ㄷ(디귿), ㄹ(리을), ㅁ(미음), ㅂ(비읍), ㅅ(시옷), ㅇ(이응), ㅈ(지읒), ㅊ(치읓), ㅋ(키읔), ㅌ(티읕), ㅍ(피읖), ㅎ(히읗)입니다. 닿소리 이름을 잘 보시면 열넷 가운데 열하나는 같은 짜임으로 되어 있는데 셋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열셋은 모두 닿소리를 ‘☆’이라고 했을 때 ‘☆ㅣ’의 짜임으로 되어 있는데 ‘ㄱ(기역)’, ‘ㄷ(디귿)’, ‘ㅅ(시옷)’은 그런 짜임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1학년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락가락 국어사전’은 국어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낱말풀이를 살피면서 잘못되거나 엉뚱하거나 뒤틀리거나 엉성하구나 싶은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로잡거나 고쳐야 우리말꽃을 살찌울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꼭지입니다. 빈틈이 있을 수 있다지만 [오락가락 국어사전 19] ‘솔’ 한 마디이면 넉넉하다 낱말책이라고 해서 반드시 빈틈없어야 한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때로는 허술하거나 모자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웬만한 말풀이가 으레 뒤엉키거나 뒤죽박죽이라면? 빈틈이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일 테지만, 되도록 빈틈을 줄이도록 마음을 기울여야 할 테고, 사람들이 말을 슬기로우면서 즐겁게 쓰고 배우며 나눌 수 있도록 틈틈이 손질하고 가다듬어야지 싶습니다. 생장점(生長點) : [식물] 식물의 줄기나 뿌리 끝에 있으며 생장을 현저하게 하고 있는 부분. 수정란에서 배를 거쳐 생기는 싹에서는 식물체의 선단부에서 활발히 세포 분열을 하여 식물의 생장을 이룬다. 화본과(禾本科) 식물의 줄기와 같이 마디 사이의 부분에 있는 것도 있다 ≒ 생장 원추·성장점·자람점 자람점(-點) : [식물] =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89 맛문하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맛문하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몹시 지친 상태에 있다'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수많은 식솔들을 거두느라 바쁜 나날에 시달려 온 맛문한 가장의 얼굴이랄까.(이영치, 흐린 날 황야에서)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사람이) 몹시 지쳐 있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으나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 풀이를 보니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의 풀이가 더 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제 좀 나아지려나 싶지만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 때문에 몹시 힘들어 하시고 지치신 분들에게 맞는 말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살다보면 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또 아침 일찍 일어나 일을 해야 할 만큼 일이 많을 때도 있습니다. 가끔 그런 게 아니라 날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 분들은 이 맛문하다는 말이 바로 와 닿지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보면 몸이 견디기 어렵습니다. 쉬어 가며 일을 해야 오래 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아실 것이고 그렇게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무리하거나, 과로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잔치에 여러분을 모십니다] 경남교육청(교육감 박종훈)과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으뜸빛 강병환)가 함께 마련한 토박이말 잔치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열달 스무닷새(10월 25일)부터 오는 들겨울달 스무날(11월 20일)까지 열리게 될 여섯 돌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는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 때문에 누리집(온라인)에서 열고 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펼친 토박이말 놀배움 열매들을 거두어 나누고 아이들이 갈고 닦은 토박이말 솜씨를 뽐내는 자리입니다. 잔치 누리집은 인터넷 주소창에 ‘토박이말 잔치.kr’을 치거나 네이버, 다음 검색창에 ‘토박이말잔치’를 쳐서 나오는 ‘여섯돌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를 누르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 ※ 잔치 누리집으로 바로 가기: https://xn--pz2bn5bs2rydu47a45e.kr/ 누리집에 들어가면 토박이말을 놀 듯이 배울 수 있는 ‘누리 놀배움’ 자리도 있고, 토박이말 겨루기에 함께할 수도 있습니다. 토박이말 겨루기를 한 낱사람과 뜸(개인과 학급)에 손씻이(선물)도 드립니다. ‘다녀갑니다’에 토박이말 잔치 구경을 한 느낌, 생각을 글로 남길 수 있습니다. 글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책에서 길을 찾다]6-싸움터, 종살이 오늘 되새겨 볼 글도 지난 글에 이어서 이극로 님의 '고투사십년' 안에 있는 유열 님의 '스승님의 걸어오신 길'에 있는 것입니다. 월에서 제 눈에 띄는 말을 가지고 생각해 본 것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해외 생활 이십년 드디어 1929년 정월에 민족적인 사명을 스스로 지시고, 왜족의 눈초리 날카로운 요꼬하마(橫濱) 부두에 내리시어 일로 슬픔 어린 조국 조선으로 들어오셨다. 조선 사람으로서는 처음인 경제학 박사의 영예스러운 학위를 받고, 누가 보아도 몸에 비단을 감고 고향에 돌아오는 성공의 길이언만, 사실에 있어서는 가슴 깊이 조국재건의 경륜을 품으시고 손에는 비수를 들고 싸움터에 들어온 것이었다. 왜족 아래에서 종 살이 열 몇해에 우리의 겨레는 어찌되었나, 거리마다 날뛰는 것은 주구의 무리의 환통이었으니 우리의 참다운 동포의 정상, 그리고 왜족의 말발굽 밑에서 우리의 강산은 어이 되었나? 불 타는 조국애의 심희로 여러달이란 긴 날짜를 걸쳐 우리 동포가 살고 있는 이 강산 골짝 골짝을 샅샅이 자세히 살피시었다.[이극로(2014), 고투사십년, 227쪽. 스승님의 걸어오신 길_유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파란하늘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살림을 짓는 사람이라면 하늘빛을 보면서 ‘푸르다’고 말을 하지 않습니다. 들판을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 같은 마음이라면 풀빛이 춤추는 곳을 바라보며 ‘파랗다’고 말하지 않아요.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노릇이지만, 한자말에 매인 머리로는 ‘파랗다·푸르다’를 뒤섞을 뿐 아니라, ‘파란하늘’이나 ‘푸른들’ 같은 낱말을 지어서 낱말책에 실을 생각을 못 합니다. 언제나 아이한테 물어보면 길이 쉬워요. 잘 아는 어른이 아닌, 처음 마주하는 아이한테 묻고서 가만히 생각을 기울이면 실마리를 밝게 찾습니다. 아직 우리말에 없다고 여겨 한자말이나 영어를 데려오기도 하지만, 예부터 쓰던 말밭을 살피면서 찬찬히 골라도 돼요. 마음을 쓰기에 살림을 짓고 놀이를 누리면서 새말도 새길도 짓습니다. 가을날 한들거리는 꽃에 어떤 이름을 붙여 볼까요? 살살 춤추기에 ‘살살이꽃’이나 ‘한들꽃’이라 할 만해요. 굳이 바깥말 이름을 그대로 써야 하지 않아요. 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 길잡이’는 우리 나름대로 생각을 밝혀서 낱말을 새롭게 짓는 길을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지어야 한다는 글이 아닌, 이렇게 지어 볼 수 있듯 우리 나름대로 새말을 차곡차곡 여미어 보자는 글입니다. 숲노래 우리말꽃 우리말 길잡이 1 국민학교·초등학교 국민학교 이상의 학력이라면 → 어린배움터를 나왔다면 국민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 씨앗배움터를 마치고서 당시의 국민학교를 회상하면 → 그무렵 첫배움터를 떠올리면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셋 → 어린배움터에 다니는 아이가 셋 인근 초등학교에 배정받았다 → 둘레 씨앗배움터로 간다 초등학교 생활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 첫배움터에서는 배우기도 해야 하지만 국민학교(國民學校) : [교육] ‘초등학교’의 전 용어 초등학교(初等學校) : [교육] 아동들에게 기본적인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학교.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만 6세의 어린이를 입학시켜서 6년 동안 의무적으로 교육한다. 1995년부터 ‘국민학교’ 대신 쓰이게 되었다 우리는 1996년에 이르러서야 어린이가 다니는 배움터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다만, 나라(정부)에서 앞장서지 않았어요. 나라는 그때까지 팔짱을 끼었습니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6] 삐라 어린 날에 소먹이러 가면 하는 일이 하나 있었다. 숲을 뒤지며 삐라를 찾는다. 나는 재 너머 숲에서 하나를 주웠다. 마을 언니 오빠는 몇 씩 줍던데 내 눈에는 삐라가 잘 안 보인다. 그때 숲은 요즘 숲과 달리 나무가 어렸다. 솔잎에 꽂히기도 하고 비에 젖었다가 마른 구겨진 종이는 풀밭에 드러났다. 내가 주운 삐라는 종이 돈 크기로 흑백 그림과 글씨가 적힌 듯도 하고 빨간빛이 적혔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소먹이러 갔다가 숲속에서 보물찾듯 삐라를 찾아 다녔다. 학교에 갖고 가면 선생님이 공책이나 연필을 주었다. 그렇지만 삐라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삐라를 보면 간첩이 가까이 사는 줄로 알고 떨었지만, 무엇 때문에 뿌리는지도 몰랐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북쪽에서 풍선에 넣어 멀리 왔거나 비행기로 뿌렸기에 산에 많았지 싶다. 그저 학교에서 주워 오면 상을 준다니깐 하나 더 받으려고 숲을 뒤지지만, 북쪽을 알리는 글이지 싶다. 바람은 나쁜 일도 씩씩히 한다. 돌개바람으로 바다를 건드리기도 하고 비를 몰아치기도 하더니 북쪽 풍선을 도와 우리 마을까지 보내고도 때론 숨죽이고 살랑이며 사람들한테 살갑게 구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3] 쥐똥꽃 쥐똥나무에 까치가 앉자 어디서 날아왔는지 직박구리가 시끄럽고 사납게 울어댄다. 작고 까만 열매가 송사리로 맺었는데 까치는 먹지 못하고 쫓겨갔다. 까만 열매가 쥐똥 닮아서 쥐똥나무 이름이 붙었지 싶은데, 열매가 많은 만큼 쥐도 많아 붙였을까. 어릴 적에 우리 집에 쥐가 많았다. 어머니가 집 둘레를 깨끗이 치워도 쥐는 어디 숨었다가 나오는지 담벼락이나 뜨락 따라 휙 지나가 부엌 모퉁이 가게로 사라졌다. 부엌 앞에 장독대가 있고 모퉁이 돌면 김치단지를 묻어두었다. 바로 옆에는 디딜방아가 있었다. 하루는 김치독을 묻은 가게를 지나 뒷집 담을 기어 올라갔다. 뒷집은 언덕이라 담이 높다. 우리 담장에 올라서도 내 키를 넘는 뒷집 언덕을 받치는 돌을 잡고 오른다. 빙 돌아서 가기 귀찮아서 담으로 다녔다. 다시 담을 타고 내려오다가 쥐를 보았다. 김칫독을 덮어둔 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어디로 쥐가 들어갔는지 두리번거리다가 생쥐를 보았다. 지푸라기에 다섯 마리가 모였다. 나는 생쥐 한 마리를 집어 손바닥에 놓고 보았다. 눈도 안 떴다. 갓 태어난 쥐는 살결도 곱고 보드라워 귀여운데 자라니까 검은 털이 나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2] 고추잠자리 담쟁이에 첫물을 들여 우두커니 바라보는데 잠자리 한 마리가 손에 앉았다. 한참을 꼼짝 않는다. 손을 가만히 멈추고 걸었다.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에 날아갔다. 어린 날 같으면 날아가기 앞서 얼른 잡았다. 여름이면 잠자리를 잡으러 쫓아다녔다. 마을을 벗어나 학교길 재를 넘으면 내리막 멧줄기가 아주 길었다. 학교 가는 길 반을 차지할 만큼 길다. 논밭 도랑길 따라 풀꽃나무가 우거진 멧자락에 잠자리떼가 많았다. 아지랑이가 햇살에 피어나고 꽁지가 빨간 고추잠자리가 가지에 내려앉으면 살금살금 다가가 두 손을 모으며 잡았다. 그물무늬 날개를 잡고 놀다가 한쪽 날개를 떼어 날렸다. 바닥에 꼬꾸라지듯 떨어진다. 주워서 이제는 빨간 꽁지를 뗐다. 이러고도 모자라 큰 눈이 차지한 머리도 뗐다. 어떤 날은 주머니가 달린 감을 따던 장대를 들고 와서 잠자리를 통째로 사로잡았다. 두 마리가 포개어 붙어 날거나 가만히 앉은 잠자리, 꽁지끼리 붙은 잠자리를 같이 잡았다. 놀이로 잠자리를 잡기도 하고 숙제를 풀려고 잡았다. 잠자리는 날개가 있으면서 달아나지 않고 붙잡힌다고 생각했다. 먹이를 잡아먹지도 않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