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글손질 다듬읽기 9 《환상의 동네서점》 배지영 새움 2020.9.22. 《환상의 동네서점》(배지영, 새움, 2020)을 읽는 내내 왜 일본말씨·옮김말씨를 이렇게 굳이 써야 하나 아리송했습니다. 수수하고 쉽게 우리말씨로 글결을 가다듬는 길은 처음부터 생각조차 안 했을까요. 책이름으로 붙인 ‘환상·의’부터 그냥 일본말입니다. 무늬만 한글입니다. 꿈같거나 아름답거나 즐겁거나 놀랍거나 멋지다는 뜻은, ‘꿈·아름다움·즐거움·놀라움·멋’이라는 우리말로 밝혀야 나눌 수 있습니다. “꿈같은 마을책집”이요, “멋스런 마을책집”이며, “아름다운 마을책집”입니다. 마을입니다. 일본이 총칼로 이 땅을 짓뭉개며 퍼뜨린 ‘동(洞)’이 아닌 ‘마을·고을·골·실·말’이 우리말이요, 우리 삶과 꿈과 빛과 길을 밝히는 씨앗입니다. 말씨 하나가 대수롭습니다. 작은책집과 마을책집 한 곳이 골골샅샅 대수롭듯, 조그마한 책 한 자락이 우리 숨결을 살찌우면서 대수롭듯, ‘길든 대로 쓰는’ 말이 아닌, 생각을 지펴서 어린이 곁에서 노래할 적에 빛날 말씨앗입니다. ㅅㄴㄹ 감탄사는 갈고닦는 게 좋다 → 느낌씨는 갈고닦아야 좋다 → 메아리는 갈고닦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네 우리는 집에서 살아갑니다. 아무리 바깥에서 오래 떠돌거나 맴돌아도 어느새 집안에 깃들어 포근히 쉽니다. 오늘은 내가 혼자 있더라도 나를 낳은 어버이가 이룬 한집안이 있고, 한지붕에 기대어 무럭무럭 자랐어요. 나를 낳은 어버이를 낳은 어버이가 있으니, 하나씩 잇고 보면 온집은 더없이 커다랗습니다. 살림을 펴는 자리는 얼핏 작아 보이나, 이 살림자락이 되기까지 숱한 사람을 거치며 여러 이웃이 있어요. 얼마나 오래 흐른 삶일까요. 다 다른 집에서 갈마든 삶틀은 얼마나 비슷하면서 다르게 사랑을 지피며 아이를 보살폈을까요. 동무네에 놀러갑니다. 벗님네에 찾아갑니다. 그저 자는 곳이 아닌 ‘짓는곳’을 생각합니다. 이럭저럭 지내는 곳이 아닌 ‘삶터’를 헤아립니다. 다 다른 곳에서 다 다른 삶을 가꾸기 마련이니, 똑같은 집이란 없습니다. 우리하고 이웃이 달라요. 우리랑 이웃이 짓는 살림길이 다르지요. 그러나 우리는 저마다 다르면서 똑같은 사랑으로 하루를 살아냅니다. 서로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