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바늘돌 칼을 쥐고 싶다면 부엌에 설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싸움칼로 가르거나 베는 짓은 바보요, 무를 썰고 마늘를 다지고 당근을 토막내고 감자를 치는 손길은 아름답다고 봅니다. 숱한 사내들은 참 오래도록 싸움을 벌입니다. 거머쥐려고 싸우고, 빼앗으려고 싸우며, 지킨다면서 싸웁니다. 싸움칼을 쥔 하루라면 늘 싸움을 마음에 담습니다. 짬을 내어 부엌칼을 쥔다면 살림길에 마음을 기울여요. 한가위나 설에 달빛을 바라보는 분이 많은데, 달이 무엇인지 찬찬히 짚는 넋이라면, 달빛 사이로 얼핏설핏 드러나는 작은 별빛을 눈여겨보리라 생각해요. 푸른별은 해님을 비롯한 별빛이 스미는 사이에서 포근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별빛으로 마주하기에 사랑스러워요. 흐르는 틈을 헤아리다가 바늘돌을 문득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모든 소리가 한칼에 사라지면서 고요한 꿈나라로 곧장 날아가곤 합니다. 한곳에 마음을 쏟으면 소리도 모습도 불현듯 걷혀요. 자그마한 돌멩이를 손바닥에 얹어서 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곁말 59 스님 소리가 비슷하거나 같더라도 우리말은 우리말이고 한자말은 한자말이며 영어는 영어입니다. 우리말은 우리말을 바탕으로 살피고 맞추고 생각할 적에 우리말답게 풀어내면서 실마리를 찾아요. 한자말은 한자말끼리 살피고, 영어는 영어끼리 살펴야 맞습니다. 우리말 ‘스님’이나 ‘스승’을 한자 ‘승(僧)’하고 나란히 두려는 사람이 꽤 있는데, 우리말은 ‘승’이 아닌 ‘스님·스승’입니다. 우리말로 가리키는 이름인 ‘스님·스승’이 어떤 숨결이고 삶길이며 눈빛인가를 헤아리고 읽어내야 비로소 말밑을 제대로 캐내어 말살림을 가꿉니다. 우리말 ‘스님·스승’은 마땅히 ‘스’가 말밑입니다. ‘스’가 깃든 말씨를 곰곰이 짚으면서 스님이며 스승이 어떤 몸짓인가 하고 떠올리기로 해요. ‘스님·스승’은 남을 따라하거나 따라가지 않습니다. 늘 스스로 합니다. 남한테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말/숲노래 말빛 곁말 58 길든나라 길이 드는 갈래는 여럿입니다. 첫길은 그대로 따라가는 몸짓입니다. 두길은 꾸준히 가다듬고 되풀이하면서 쓰기에 좋은 살림입니다. 석길은 남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한 매무새입니다. 넉길은 다시금 애쓰며 솜씨를 키우는 삶입니다. 닷길은 스스로 생각을 잊은 채 휘둘리는 굴레입니다. 길에 들기에 나쁘거나 좋지 않습니다. 마실길이 있고 나들잇길이 있는걸요. 삶도 삶길이라 하며, 살림도 살림길이라 합니다. 이곳에서 저곳을 바라보면서 너머로 나아가려 하기에 ‘길’입니다. 다만, 이 길이 삶길이나 살림길이나 사랑길로 피어나려면 ‘우리 스스로 생각’을 할 노릇입니다. 생각을 잊거나 잃으면 심부름만 해요. ‘길든나라’로 빠집니다. ‘길든넋’일 적에는 ‘스스로넋’이 아니니 누가 시키지 않으면 안 움직여요. 쇠밥그릇에 갇힙니다. ‘길든이’라면 “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곁말 57 씻김채 아주 어릴 적에 씻는집(목욕탕)에 간 일이 어렴풋이 떠오르지만, 어머니는 씻는집을 안 즐겼습니다. 다녀오는 길이 안 가깝기도 하고 돈도 들기에 “우린 집에서 씻자. 그래도 되지?” 하셔서 우리 집 씻는칸(욕실)만 누렸습니다. 어린 제가 혼자서 목이며 등이며 팔다리를 잘 씻지 못한다며 때를 박박 밀어 주시는데, 마땅한 노릇이겠지만 어린이 힘하고 어른 힘이 다를 만합니다. 어머니 등판을 밀라치면 “너무 힘이 없어. 더 세게 밀어 봐.” 하시지요. 때를 밀기에 ‘때밀이’인데, 사람들은 자꾸 이 말이며 이 이름을 꺼립니다. 어느새 ‘세신사’라고 하는, 아주 일본스런 한자말을 끌어들입니다. 일본스런 한자말 ‘세신’은 ‘씻다 + 몸’일 뿐입니다. 넋을 달래려 ‘넋씻이·씻김굿’을 하듯, 우리는 ‘몸씻이·씻김질’을 할 만합니다. 씻겨 주는 사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꽃 말꽃삶 12 밥꽃에 잘 먹이는 ‘이기적(利己的)’은 우리말이 아닙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저만 아는·나만 아는”이요, ‘나먼저·나부터’이고, ‘제멋대로·멋대로’라 할 만합니다. 이런 우리말을 바탕으로 ‘속좁다·얌체’라든지 ‘좁다·얕다’로 나타낼 만하고, ‘눈멀다·덜먹다’나 ‘어리석다·철없다’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일본스런 한자말 ‘이기적’이나 ‘이기주의’가 이런 여러 우리말 뜻이나 결을 품는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온갖 우리말을 알맞게 쓰는 길을 우리가 스스로 잊으면서 잃었다는 얘기입니다. 처음부터 대뜸 “넌 어리석어!”나 “그대는 철이 없군요!”라 하면 얼핏 ‘이기·이기적·이기주의’하고 먼 듯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쉽고 바탕이라 할 “저만 아는”부터 차근차근 뜻을 짚으면서 말결을 이어가노라면 ‘어리석다·철없다’뿐 아니라, ‘밉다·샘바르다’로도 나아가고, ‘괘씸하다·건방지다·고약하다’로도 흘러요. 때로는 ‘길미꾼·깍쟁이’ 같은 말이 어울립니다. 어른이 어른스럽게 아이 곁에서 말을 들려주면서 북돋울 적에는 한꺼번에 다 알려주지 않습니다. 언제나 한 가지를 먼저 들려줍니다. 이다음에는‘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 살려쓰기 다듬읽기 2 《소금》 강경애 민음사 2019.10.18. 《소금》(강경애, 민음사, 2019)을 읽었습니다. 낱말이 하나하나 살아서 숨쉬는 글결을 새록새록 돌아봅니다. 요새는 이만큼 글을 쓰거나 이렇게 글빛을 여미는 사람이 드뭅니다. 어쩌면 아주 사라졌을는지 모릅니다. 늘 쓰는 우리말이라지만 정작 ‘우리 마음을 담는 말’이 아닌 ‘우리를 억누리는 우두머리(권력자)가 욱여넣은 말’에 갇힌 굴레에서 못 헤어나온다고까지 할 만합니다. 다만, 강경애 님이 쓴 글에도 손볼 대목은 있습니다. 지난날 막 스며들던 일본말씨가 있고, 일본 한자말이 있습니다. 굳이 안 써도 될 한자말을 구태여 쓰면서 묶음표에 넣기도 하고요. 이런 여러 대목을 차곡차곡 손질하면서 되읽을 수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말빛을 가꾸고 말넋을 북돋우며 말삶을 일구는 어진 사람으로 즐겁게 마주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말이 말인 줄 알기에 마음이 마음인 줄 알고, 넋이 넋인 줄 읽으면서 빛이 빛이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ㅅㄴㄹ 끝도 없는 망망한 바다를 향하여 죽음의 길을 떠나는 → 끝도 없는 바다로 죽음길을 떠나는 → 끝없는 바다로 죽으러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 살려쓰기 다듬읽기 1 《우리는 서로의 그림책입니다》 황진희 호호아 2022.6.30. 《우리는 서로의 그림책입니다》(황진희, 호호아, 2022)를 읽었습니다. 일본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뜻깊게 하시는구나 싶으면서도, ‘우리말씨’를 미처 살피지 못 하는 대목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그림책은 어린이부터 볼 뿐 아니라, 아기가 어버이 목소리로 듣는 책입니다. 그래서 그림책이란, 다른 어느 책보다 토씨 하나를 더 가다듬고 낱말 하나를 새로 추슬러서, ‘무늬만 한글’인 책이 아닌 ‘알맹이로 수수하게 우리 살림살이를 숲빛으로 밝히는 이야기꽃’으로 여미려고 할 적에 ‘옮김(번역)’을 이룬다고 느낍니다. 어린이하고 함께 읽는 그림책을 우리말로 슬기롭고 어질게 옮기자면 ‘어른끼리 주고받는 말’이라든지 ‘어른이 읽을 책에 쓰는 글’부터 ‘더 쉽고 수수하게 손질한 우리말씨’일 수 있어야 합니다. 늘 온마음을 기울여야 글쓰기와 글옮김을 ‘어른답’게 ‘철든’ 눈빛으로 하게 마련입니다. 진행하는 방법도 매번 조금씩 변주한다 → 늘 조금씩 다르게 이끈다 → 으레 조금씩 새롭게 꾸린다 → 그때그때 조금씩 바꾸어 본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41 《한국 고라니》 김백준·이배근·김영준 국립생태원 2016.3.28. 《한국 고라니》(김백준·이배근·김영준, 국립생태원, 2016)를 읽고서 한참 생각에 잠겼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들짐승을 괴롭히거나 죽이는 나라가 드뭅니다. 범에 여우에 늑대가 자취를 감추었고, 곰도 없다시피 하지만 겨우 몇 마리를 살려서 풀어놓는데, 멧돼지하고 고라니를 아주 숨도 못 쉬도록 짓밟아요. 우리나라는 틀림없이 작습니다. 작되 멧골과 숲과 들과 바다가 넓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나라지기도 고을지기도 이 작은 나라에 깃든 아름다운 들숲바다를 아름빛으로 살리는 길을 여태·아예·그야말로 안 갑니다. 이 작은 나라에 총칼(전쟁무기)은 끔찍하게 많고, 이 작은 나라에서 돌이(남성)는 갓 스무 살에 싸움터에 끌려가서 바보로 뒹굴어야 합니다. 그런데 돌이 가운데 돈·이름·힘이 있으면 싸움터에 안 끌려가고 뒷길로 빠져나옵니다. 또는 종잇조각(대학생 신분)이 있으면 싸움터를 한참 미루거나 빠져나올 길이 있어요. 이 땅에 고라니가 몇 마리가 있는지 알 길이 없다지요. 푸른별(지구)에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용케 살아남은 작은 들짐승인 고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청소 모두 다 마음이야 먼지를 닦고 부스러기를 쓸고 쌓인 짐을 치워도 모두 나 나비야 덜 말끔해도 날고 덜 깔끔해도 나고 덜 갈무리해도 나아 모두 다 꽃밭이야 한겨울에 시들어도 비바람이 몰아쳐도 서울 한복판도 느긋하게 살핀다 찬찬하게 본다 오늘 하루 걷는다 해 그리며 웃는다 ㅅㄴㄹ ‘청소(淸掃)’는 “더럽거나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아서 깨끗하게 함”을 가리켜요. 지난날 배움터에서는 어린이가 배움터를 모두 날마다 쓸거나 닦거나 치웠습니다. 요사이는 따로 말끔이(청소부)를 둘 텐데요, 지난날 배움터에서 어린이는 날마다 고단하게 보내야 했으면서도, 이 고단한 길을 거치면서 삶과 살림을 새삼스레 돌아보았어요. 집도 마을도 나라도 배움터도, 또 나라도 푸른별도 늘 쓸거나 닦거나 치우면서 갈무리를 할 적에 깨끗합니다. 비가 와서 하늘을 씻어 주지 않으면, 숨막히고 매캐하답니다. 작은 벌레랑 지렁이랑 파리랑 개미가 부스러기나 밥찌꺼기를 치워 주기에 들숲이 깔끔해요. 우리는 차근차근 손질하고 추스르면서 스스로 이곳을 정갈하게 돌볼 수 있습니다. 천천히 쓸어요. 가만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인간 누구나 하나야 넋으로 하나요 몸으로 하나에 마음이 하나로 저마다 하늘빛 품고 새롭게 하늘숨 먹고 서로 한울타리 이뤄 함께 이어가며 살지 사람이란 하늘과 땅 사이 잇는 새처럼 날고 놀고 노래로 나눌 줄 알아 넉넉해 사랑으로 살림하며 산다 생각으로 새록새록 심고 알뜰살뜰 알차게 열면서 말씨앗 빛내며 홀가분해 ㅅㄴㄹ 한자말 ‘인간(人間)’을 “1.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 사람 2. 사람이 사는 세상 3. 일정한 자격이나 품격 등을 갖춘 이 4. 마음에 달갑지 않거나 마땅치 않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하는데, 우리말은 ‘사람’입니다. 우리말 ‘사람’을 굳이 한자말 ‘인간’이나 영어 ‘휴먼’으로 옮겨서 써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말을 가만히 쓰면서 바탕을 헤아리고 숨결을 읽어낼 적에 스스로 깨어날 만합니다. 사람은, 사이에 있습니다. 사람은, 살림을 사랑으로 짓고 나눕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서로 사이에 섭니다. 사람은, 생각을 지어 새롭게 삶을 이룹니다. 사람은, 사랑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