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푸른책 28 흙 - 숲은 일하지 않는다 《흙 1》 혼죠 케이 성지영 옮김 또래문화 1997.10.25. 《흙 1》(혼죠 케이/성지영 옮김, 또래문화, 1997)를 읽으면 씨앗하고 흙이 어떻게 어우러지면서, 사람하고 숲은 서로 어떤 사이인가를 짚는 줄거리가 흐릅니다. 이 그림꽃은 일본에서 《SEED》로 나왔습니다. “씨앗”이란 이름이던 책을 왜 “흙”으로 바꾸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처음 나온 이름대로 《씨앗》이라 해야 걸맞을 뿐 아니라, 이 그림꽃에 나오는 사람이 늘 하는 일은 ‘씨앗 한 톨을 새롭게 심고, 씨앗 두 톨을 이웃한테 나누고, 씨앗 석 톨을 들숲바다에서 누구나 누리는 사랑을 삶으로 펴는 하루’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숲사람입니다. 다만, 요새는 스스로 숲빛을 잊다가 서울사람(도시인)으로 바뀝니다. 오늘날 시골사람조차 겉만 시골몸일 뿐, 속은 서울내기로 바뀌었습니다. 숲을 숲으로 바라볼 줄 안다면, 숲에서는 아무도 일을 안 하는 줄 알 수 있습니다. 숲에서는 누구나 노래하고 춤추고 놀며 어우러져요. 서울에서는 모두 일만 합니다. 서울에서는 노래·춤·놀이가 없습니다. 돈을 버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 곁말 32 섣달꽃 하루만 반짝하고 지나가면 반갑지 않습니다. 바쁜 어른들은 으레 ‘하루만 반짝’하고서 빛날(생일)도 섣달꽃(크리스마스)도 지나가려 했습니다. 어린이날도 어버이날도 매한가지이고, 한글날도 한가위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날을 맞이하기까지 설레는 마음도, 이날을 누리며 기쁜 마음도, 이날을 보내면서 홀가분한 마음도, 느긋하거나 넉넉히 살필 겨를이 없구나 싶더군요. 워낙 일거리가 많다 보니 “다 끝났잖아. 얼른 가자.” 하면서 잡아끄는 어른들이었습니다. 어린 날이 휙휙 지나가고 어버이가 되어 아이를 돌보는 살림길에 곰곰이 보니 이웃나라는 ‘섣달잔치’를 으레 한 달쯤 즐기더군요. 다른 잔치도 그래요. 달랑 하루만 기리고 지나가지 않습니다. 이날을 맞이하기까지 달살림을 헤아리면서 아이어른이 함께 이야기꽃을 펴고 집살림을 추스릅니다. 우리나라도 먼먼 지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 곁말 31 허벅도리 짧게 걸치는 치마라면 ‘짧은치마’이건만,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도무지 이 낱말을 안 싣습니다. ‘짧은뜨기·짧은바늘·짧은지름’은 그럭저럭 낱말책에 있어요. ‘깡동치마’는 낱말책에 있는데 ‘미니스커트’를 풀어내는 우리말로 다루지는 않습니다. 이러던 2010년 무렵부터 ‘하의실종(下衣失踪)’이라는 일본스러운 말씨가 퍼집니다. 여러 모습을 두고두고 보다가 생각합니다. 무릎 길이인 치마라면 ‘무릎치마’요, 발목 길이인 치마라면 ‘발목치마’이고, 허벅지를 드러내는 치마라면 ‘허벅치마’로, 궁둥이를 살짝 가리는 치마라면 ‘궁둥치마’라 할 만합니다. 바지라면 ‘무릎바지·발목바지·궁둥바지’라 하면 돼요. 더 생각하면 ‘한뼘도리·한뼘옷·한뼘바지·한뼘치마’처럼 새말을 지어, 옷이 짧은(깡동한) 모습을 나타낼 만해요. ‘엉덩도리·엉덩옷·엉덩바지·엉덩치마’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 이익 챙기다 반사이익을 챙길 수도 있었겠지만 → 덩달아 챙길 수도 있겠지만 → 더 챙길 수도 있겠지만 이익(利益) : 1.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 ≒ 길미 2. [경제] 일정 기간의 총수입에서 그것을 위하여 들인 비용을 뺀 차액 3. [불교] 부처의 가르침을 받음으로써 얻는 은혜나 행복 챙기다 : 1. 필요한 물건을 찾아서 갖추어 놓거나 무엇을 빠뜨리지 않았는지 살피다 2. 거르지 않고 잘 거두다 3. 자기 것으로 취하다 얻거나 보태거나 받거나 챙길 적에 한자말로 ‘이익’을 쓰니, “이익을 챙기다”라 하면 겹말입니다. 보기글이라면 “반사이익을 챙길 수도”를 “반사이익일 수도”처럼 적을 노릇이요, 한자말을 안 쓰겠다면 “덩달아 챙길”이나 “더 챙길”로 손봅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훈민정음날’이 아닌 ‘한글날’인 까닭 말꽃삶 1 한글·훈민정음·우리말 어릴 적에는 그냥그냥 떠오르는 대로 말을 하고, 둘레 어른이나 언니한테서 들은 말을 외워 놓았다가 말을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틀리거나 엉뚱하거나 잘못된 말을 꽤 자주 읊으며 손가락질이나 놀림을 받았어요. “야, 그런 말이 어디 있니?”라든지 “내 말을 흉내내지 마!”라든지 “무슨 소리야? 다시 말해 봐.” 같은 말을 숱하게 들었습니다. 어린이는 아직 ‘말(우리말)’하고 ‘글(한글)’을 또렷하게 가르지 못 합니다. 입으로 하니까 말이요, 손으로 적으니까 글이라고 알려준들, 적잖은 어린이가 ‘왼쪽·오른쪽’을 오래도록 헷갈려 하듯 ‘말(우리말)·글(한글)’도 헷갈려 하지요. 어른 자리에 선 사람이라면, 아이가 ‘왼쪽·오른쪽’을 찬찬히 가릴 수 있을 때까지 상냥하고 부드러이 짚고 알려주고 보여줄 노릇입니다. ‘말·글’을 또렷하게 가르지 못하는 줄 상냥하고 부드러이 헤아리면서 느긋이 짚고 알려줄 줄 알아야 할 테고요. 그런데 우리 배움터를 보면, 예나 이제나 배움터 구실보다는 배움수렁(입시지옥) 모습입니다. 배움수렁에서는 ‘왼쪽·오른쪽’이나 ‘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풀꽃나무 풀은 풀입니다. 풀을 ‘식물’이라 할 까닭이 없고, ‘녹색식물’처럼 알쏭달쏭하게 써야 할 일이 없습니다. 푸르게 퍼지는 숨결이라서 풀입니다. 풀하고 꽃을 아울러 풀꽃이요, 풀하고 나무를 나란히 푸나무·풀나무라 합니다. 모든 푸나무를 헤아리려면 온푸나무·온풀나무라 하면 돼요. 풀이랑 꽃이랑 나무를 아우를 적에는 풀꽃나무라 하면 어울려요. 이름은 재주를 부려서 짓지 않습니다. 이름은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는 이웃빛을 헤아리면서 지어요. 좋은 이름을 붙이지 않아요. 즐겁게 생각을 지피면서 이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길에 곁에 두는 말을 추스릅니다. 대단하구나 싶은 솜씨로 엮는 말이 아닌, 수수하게 하루를 사랑하는 살림빛으로 여미는 말입니다. 들풀에 흐르는 숨빛을 읽어 볼까요. 풀빛마다 얼마나 다르게 눈부신가를 느껴요. 들풀처럼 들풀넋이 되어 우리 마음을 빛내어 봐요. 들꽃처럼 들꽃넋으로 거듭나면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숨붙이를 하나하나 품어요. 살랑살랑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둘째치다 모르기에 배우겠다며 나서고, 모른다면서 안 배우려고도 합니다. 알기에 새롭게 배우려 나서지만, 안다면서 더는 안 배우려고 손사래치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너머를 바라보며 사뿐히 건너가는 사람이 있고, 할 일을 젖혀놓고서 슬그머니 건너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찬찬히 마치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아예 손을 놓고 몰래 넘어가는 사람이 있어요. 틀림없이 같은 말이지만, 한 끗으로 갈립니다. 스스로 서는 자리에 따라 마음이 다르고, 이 다른 마음으로 삶을 등지기도 하고 삶을 사랑하기도 합니다. 어느 길손집은 정갈하게 차린 덧살이칸을 마련하지만, 어느 길손채는 후줄그레하게 내버려둔 모둠칸을 둬요. 한터집을 꾸릴 적에는 더 마음을 기울일 노릇일 텐데, 어울칸이라는 생각을 잊는구나 싶어요. 모든 집은 우리가 누리는 마을이라는 대목을 둘째치고서 돈을 먼저 바라보는 탓입니다. 모든 말은 예부터 이모저모 헤아려서 짓습니다. 샘 같은 창자인 ‘샘창자’입니다. 하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책읽기 푸른책읽기 27 《시골 육아》 김선연 봄름 2022.6.24. 《시골 육아》(김선연, 봄름, 2022)를 읽었습니다. 서울에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하루는 ‘살림길’로 서기 어렵고 힘들며 지치기까지 하는 줄 느낀 어머니가 하루를 되새기면서 적바림한 이야기가 흐릅니다. 다만 ‘서울을 벗어나 상주에 깃들기’는 하되, 언제까지 시골에 머무를는지는 알 수 없겠구나 싶어요. 시골에 뿌리를 내리려는 삶길보다는 ‘서울을 떠나 시골에 자리를 얻기는 했으나, 이대로 살아도 되나?’ 하는 걱정이 짙어 보이거든요. 시골에서 아이를 낳아 살아가는 하루를 고스란히 글이나 책으로 옮긴 이웃님이 이따금 있으나, 참말로 시골을 시골로 바라보거나 받아들이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풀벌레가 노래하는 곁에서 아기를 업거나 안으면서 자장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면, 멧새가 노래하는 곁에서 사뿐사뿐 걷거나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면, 제비가 춤추는 곁에서 기저귀를 빨아서 마당에 널지 않는다면, 참말로 시골살이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엮은 낱말책은 ‘시골’을 “도시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 주로 도시보다 인구수가 적고 인공적인 개발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책읽기 푸른책읽기 26 《애국가 논쟁의 기록과 진실》 임진택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20.11.10. 《애국가 논쟁의 기록과 진실》(임진택,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20)을 읽기 앞서까지 ‘애국가’란 이름인 노래를 돌아본 적은 없습니다. 노랫말에 담은 뜻은 훌륭하더라도 어린이가 알기 어려운 한자말이 많다고 느끼기는 했습니다.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니던 1982∼87년에는 날마다 이 노래를 불러야 해서 지긋지긋할 뿐 아니라, ‘노랫말이 뭔 소리래?’ 하면서 골이 아팠어요. 국민교육헌장하고 애국가를 날이면 날마다 외우도록 시켜서 못 외우면 두들겨맞아야 했거든요. 어린배움터를 마치는 1988년 2월 어느 날 “이제 더는 날마다 외우기를 시키지는 않을 테니 한숨 돌리겠네.” 하고 혼잣말을 내뱉았어요. 이 혼잣말이 좀 컸는지, 길잡이(담임교사)가 들었고, 길잡이한테 또 얻어맞는구나 싶었지요. 그런데 길잡이는 “며칠 뒤면 졸업이니 오늘은 봐주지. 중학교에서는 외우라 시키지는 않을 테지만, 입시지옥이 너희를 기다린단다.” 하며 이죽거렸습니다. 우리는 평양에서 태어난 ‘안익태’로 여기지만, 이녁은 ‘에키타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30. 못 알아듣겠소만 ㅇ이라는 새뜸(매체)에서 제 빛그림(사진)을 몰래 가져다가 쓰면서 마치 ㅇ이라는 곳에서 찍어서 실은 듯이, 저희(ㅇ) 것인 듯 다룬 적 있습니다. 자, 저는 두 가지 말을 썼어요. ㅇ이라는 곳에서 “몰래 가져다가 썼다”는 말이랑 “저희 것인 듯이 다뤘다”고 했습니다. 이를 나라에서는 “저작권 침해” 또는 “무단 도용”이라 하고, “성명표시권 위반”이라 합니다. 앞엣말은 우리 집 아이들한테도 들려줄 수 있으나, 뒤엣말은 아이들이 못 알아들어요. 더구나 뒤엣말은 곁님도 못 알아듣습니다. 제 빛그림을 몰래쓴 곳은 저한테 “잘못했습니다” 하고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사과’를 하지 않았어요. 이때에도 두 갈래 말이 있어요. 아이들은 ‘사과’라는 한자말을 못 알아듣게 마련입니다. 어른들이 으레 쓰니 그냥 따라서 쓸는지 몰라도 말뜻은 제대로 모르지요. 생각해 봐요. 아이들한테 ‘사과’란 ‘능금’이란 열매입니다. ‘능금’을 가리키는 ‘사과’도 한자말이지만, 먹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