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숲노래 우리말 말 좀 생각합시다 25 알다 어릴 적에 집에서 어머니가 저한테 “‘이해’했니?” 하고 물은 적이 없다고 떠올립니다. 어머니가 저한테 물을 적에는 언제나 “‘알’았니?”라 하셨어요. 마을에서 다른 어른도 으레 “알았니? 몰랐니?” 하고 물었습니다. 어린 우리도 동무하고 “알았어? 몰랐어?”나 “알아들었어? 모르겠어?” 하고 물었지요. 그런데 배움터(학교)에서 우리를 가르치는 어른은 집이나 마을에서 마주하는 어른하고 다른 낱말을 썼어요. 배움터에서는 언제나 “이해했니?”나 “이해가 가니?”나 “이해가 안 되니?”라 했습니다. 새뜸(신문)이나 책에서도 ‘알다’보다는 ‘이해하다’라는 낱말을 훨씬 자주 쓴다고 느낍니다. 이른바 ‘정치·경제·사회·문학·종교’라는 곳은 모두 이와 같지 싶어요. 어릴 적에는 왜 집·마을에서 쓰는 말이랑 둘레(사회)에서 쓰는 말이 다른지 잘 모르는 채 지나갔어요. 아리송하구나 싶었어도 이내 잊었습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 곁말 28 가만히 가을볕이란 가만히 지나가면서 쓰다듬어 주는 손길 같습니다. 가을바람이란 가만가만 흐르면서 어루만지는 숨빛 같습니다. 찬찬히 하루를 짓습니다. 천천히 오늘을 누립니다. 아이하고뿐 아니라 어른하고 말을 섞을 적에도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눈을 마주합니다. 사람뿐 아니라 풀꽃이며 나무하고 말을 나눌 적에도 가만가만 마음을 틔워 생각을 빛냅니다. 찰칵 소리를 내며 어떤 모습을 담는다고 할 적에는, 찍는 쪽하고 찍히는 쪽이 가만히 한마음으로 나아가야지 싶습니다. 글을 쓸 적에도 이와 같지요. 글로 옮기는 사람도,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가만가만 한마음으로 노래하기에 새롭게 만날 만합니다. 저는 빨리달리기(단거리경주)를 아주 못합니다. 오래달리기(장거리경주)라면 눈이 초롱초롱해요. 빨리 달리거나 빨리 가거나 빨리 하자면 허둥지둥 힘겨워요. 느긋이 달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 곁말 27 들딸 멧딸 밭딸 어머니 옛집을 어릴 적에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요새는 휙휙 가로지르는 길이 곳곳에 뚫립니다만, 예전에는 한참 돌아요. 인천부터 당진 사이도 굽이굽이 멀디멀고, 어머니랑 저는 멀미로 애먹습니다. 오며가며 지치지만 큰고장하고 사뭇 다른 시골에서는 뛰놀 들하고 멧자락이 있고, 시골 누나하고 언니는 “넌 서울(도시)서 살아 다 모르는구나?” 하며 깔깔거리다가도 사근사근 알려주었어요. 딸기꽃을 여덟아홉 살 무렵 처음 보았지 싶어요. “딸기꽃이야. 딸기꽃도 몰라?” “…….” “이다음에 오면 딸기가 빨갛게 익겠네. 그때는 밭에서뿐 아니라 숲에서도 딸기를 딴단다.” 어린 날에는 가게에서 사먹는 딸기만 보았으니 딸기가 어떻게 맺는 줄 모르기도 했습니다. 이 딸기는 딸기꽃이 지고 나서 맺는 열매라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더구나 밭하고 들하고 숲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쇠날 이레말 9 [삶말/사자성어] 탄소중립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국이 되겠다고 → 온누리 첫 잿빛씻이 나라가 되겠다고 탄소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 잿빛털이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 : x 탄소(炭素) : [화학] 주기율표 제14족에 속하는 비금속 원소의 하나. 유기 화합물의 주요 구성 원소로, 숯·석탄·금강석 따위로 산출된다. 보통 온도에서는 공기나 물의 작용을 받지 않으나 높은 온도에서는 산소와 쉽게 화합한다. 산화물의 환원, 금속 정련 따위에 쓴다 중립(中立) : 1.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간적인 입장에 섬. 또는 그런 입장 2. 국가 사이의 분쟁이나 전쟁에 관여하지 아니하고 중간 입장을 지킴 탄소를 내보내면 그만큼 탄소를 줄이도록 한다는 ‘탄소중립’이라고 합니다. 탄소를 늘리지 않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어울빛 스스로 사랑으로 피어나는 사람은 둘레를 환하게 밝히는 빛살을 흩뿌려요. 사랑둥이 곁으로 뒷빛에 빛꽃이 어우러집니다. 바다나 냇물에서 만나는 윤슬은 새롭습니다. 물빛은 이렇게 반짝거리며 노래하는 결을 보여주면서 누구나 어울빛으로 퍼지는 마음을 속삭이지 싶습니다. 어렵기에 엇나갈 수 있고, 버겁기에 비틀거릴 수 있습니다. 손발이 안 맞는다면 어울길이 아닌 비꺽길인 셈이겠지요. 일을 하다 보면 꼬이거나 흔들리기도 합니다. 자꾸 절름거려서 부아가 나거나 불같이 씩씩거리기도 할 텐데, 서두르거나 짜증을 낸대서 일을 풀지는 않아요. 불내림을 해요. 잔불도 다스려요. 한달음에 모둠빛을 이루어도 안 나쁘지만, 우리가 한빛으로 나아가자면 조금 더 느긋할 노릇이에요. 그러나 좀처럼 불길이 안 사그라든다면, 남은불로 고구마를 구워 볼까요. 나머지불로는 모닥불을 삼아요. 추위에 떠는 이웃을 불러 서로서로 이 불빛을 누리면서 엇가락을 조금씩 풀고 맞추어 봐요. 엉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보금누리 한자말로 새말을 지을 수도 있습니다. 한자말이 익숙하면 한자말로 지어요. 영어가 익숙한 사람은 영어로 새말을 짓습니다. 벼슬꾼(공무원)이나 글바치(지식인)는 한자말이나 영어로 이름을 지을 만합니다. 이분들은 아이를 수수하게 낳아 돌보면서 쉽게 우리말을 들려주고 나누는 삶하고는 멀거든요. ‘가원(家園)’을 이룬다는 이웃님을 보면서 아름누리나 포근누리라 할 살림집이라는 뜻을 사람들이 얼마나 알아듣겠나 싶더군요. 기름진 밭이면 ‘기름밭’이라 하면 됩니다. ‘옥토’나 “비옥한 토지”라 할 까닭은 없습니다. 기쁘기에 기쁨누리요 기쁜집입니다. 꽃처럼 곱게 누리거나 가꾸는 곳이라 꽃자리요 꽃마을이고 꽃터입니다. 새가 짓는 집인 ‘보금자리’를 포근하거나 아늑하다고 여겨 사람들이 이 이름을 널리 받아들이는데, 숲으로 포근하거나 아늑하다면 ‘보금숲’이라 할 만해요. ‘보금-’을 앞가지로 삼아 ‘보금터’나 ‘보금노래’나 ‘보금책’이나 ‘보금글’처럼 새말을 줄줄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땅벼락 어린이부터 알아듣도록 말을 가다듬자고 하면 “그래도 이런 한자말은 못 고칠 테지?” 하면서 자꾸 따지려는 분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짚자면 못 다듬을 낱말이란 없어요. 스스로 이모저모 살피면 바로 오늘 새길을 열기도 하지만, 열흘 뒤나 열 달 뒤나 열 해 뒤에 두루 품을 만한 낱말을 고루 길어올립니다. 어느 나라 말이든 꽃보따리입니다. 꽃바구니랄까요. 꽃을 담으니 꽃구럭이듯, 스스로 새롭게 가꾸려는 마음이기에 “손수 꽃으로 이루는 꾸러미”로 나아가요. 안 된다는 잣대나 어렵다는 얼개를 들이밀면 스스로 못 해냅니다. “그래도 ‘지진’은 어려울 텐데?” 하고 묻는 분한테 “저한테 묻지 마시고 아이들한테 어떻게 ‘지진’을 풀이해 줄는지 헤아려 봐요. 땅이 흔들리는 결이고, 땅이 울리는 결이잖아요? 그러면 ‘땅흔들’이나 ‘땅울림’이라 하면 되고, 수수하게 ‘흔들리다’나 ‘갈라지다’를 쓰지요. 땅이 벌어져서 무서울 만하니 ‘땅벼락’처럼 지을 만합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29. 집 ‘장수’라고만 말하면 전라도에 사는 사람은 ‘전라북도 장수’를 먼저 떠올리지 싶습니다. 이다음으로는 “오랫동안 산다”는 뜻을 가리키는 한자말 ‘장수(長壽)’를 떠올릴 테고요. 그런데 낱말책을 살피면 “≒ 노수(老壽)·대수(大壽)·대춘지수·만수(曼壽)·만수(萬壽)·수령(壽齡)·영수(永壽)·용수(龍壽)·하년(遐年)·호수(胡壽)”라고 해서 비슷한말이라는 한자말이 잔뜩 뒤따릅니다. 지난날에 한문으로 글살림을 가꾼 분은 이렇게 갖은 한자말을 썼겠지요. 그러나 이 가운데 오늘날 우리가 물려받아서 쓸 만한 낱말은 하나도 없지 싶습니다. ‘장수’란 한자말조차 ‘오래살다’로 고쳐쓰면 그만입니다. ‘길게살다’나 ‘널리살다’나 ‘튼튼살다’처럼 오늘날 우리 살림살이를 헤아려 새롭고 재미난 말을 얼마든지 지어서 쓸 만하지요. 사투리란, 우리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서 삶을 가꾸다가 문득 새로 지은 말입니다. 이러다 보니 사투리는 고장마다 다를 뿐 아니라, 고을마다 다르고, 마을마다 다른데다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 선정적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많아 → 사납고 낯뜨거운 데가 많아 무희들의 선정적 몸짓에 넋을 잃었다 → 맨살이 드러난 춤꾼 몸짓에 넋을 잃었다 ‘선정적(煽情的)’은 “정욕을 자극하여 일으키는 것”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낯뜨겁다·화끈하다’나 ‘엉큼하다·앙큼하다·응큼하다’로 고쳐씁니다. ‘벗기다·옷벗기다·발가벗다’나 ‘맨살·맨살이 훤하다’로 고쳐쓸 만하고, 자리를 살펴서 ‘추레하다·더럽다·지저분하다’나 ‘새빨갛다·빨갛다’로 고쳐씁니다. ㅅㄴㄹ 여태 만화를 그리면서 내 만화를 한 번도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 여태 그림꽃을 그리면서 조금도 거칠거나 지저분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이두호, 행복한만화가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26 달콤이 저는 김치를 못 먹습니다. 고춧가루를 듬뿍 치면 재채기부터 나옵니다. 찬국수에 동치미를 못 먹고, 달콤이도 못 먹어요. 달콤이를 받아들이는 몸이라면 누가 달콤이를 먹을 적에 달려들거나 눈을 반짝하겠지만, 달콤이를 섣불리 먹었다간 배앓이를 여러 날 하기에 냄새부터 맡고 싶지 않아요. 잎물(차)을 마시는 자리에 곧잘 달콤이 한 조각쯤 같이 놓잖아요? 저는 잎물만 마신다고 여쭈지만 고작 이 한 조각이 얼마나 대수롭냐고 여기는 분이 많습니다. 김치를 못 먹는다고 하면 “한 조각도요? 맛도요?” 하고 되묻는 분이 있는데, 이런 먹을거리 이름이나 모습만 보아도 더부룩하면서 괴롭곤 했어요. 이제는 옆에서 누가 이런 먹을거리를 즐기더라도 더부룩하지는 않고, 괴롭지도 않습니다. 속에서 안 받는 밥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면 되더군요. 스스로 즐거울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