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싹 오늘 하려고 생각한 일을 그다음으로 넘깁니다. 모레에는 마칠는지 모르겠으나 힘들거나 고단할 적에는 폭 쉽니다. 언뜻 보면 미루는 모습이지만, 앞으로도 즐겁게 하고 싶기에 숨을 돌린다고 여겨요. 오늘 마쳐도 좋으나 다음에 마쳐도 좋아요. 조마조마하지 않고 걱정하지 않으면서 일그림을 짜요. 차근차근 새그림을 여미고, 우리 몸이며 마음을 헤아려 앞그림을 엮습니다. 빗물이 잎망울을 적습니다. 햇볕이 꽃망울을 쓰다듬습니다. 앞꿈으로 우리 눈망울을 반짝입니다. 오래도록 꾸준히 하던 일이기에 기꺼이 내려놓습니다. 한우물을 파도 아름답고, 한우물을 물려주어도 아름답습니다. 뒷사람이 새롭게 지을 뒷길을 지켜봐요. 모두 우리 손으로 해내야 하지는 않습니다. 이 너머에는 나중에 태어나서 자랄 어린이가 펼칠, 아직 드러나지 않은 숨은빛이 있어요. 이듬해에 터질 망울이 있고, 요다음에 필 봉오리가 있어요. 새싹이 돋아요. 새빛이 퍼져요. 새날이 와요. 곧 오기도 하지만, 곧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앉은살림 전남 고흥이라는 시골에서는 어디를 가나 먼길입니다. 바깥일을 보려면 한나절쯤 가볍게 보내면서 자리에 앉아야 해요. 버스 걸상에 앉은 엉덩이가 고단합니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자리살림을 했다지만, 한나절을 넘어 두나절을 앉아서 보내야 하면 온몸이 뻑적지근해요. 버스가 쉼터에 깃들 적마다 바깥에 나와서 기지개를 켭니다. 볼일을 볼 이웃고장에 닿으면 되도록 안 앉으려 해요. 서서 다니고, 서서 말하고, 서서 움직이려 합니다. 이웃님은 “좀 앉으시지요?” 하고 묻지만 “내내 앉아서 오느라 엉덩이가 짓무를 판이에요. 앞으로도 또 오래 앉아서 돌아가야 하니 그냥 서려고요.” 큰고장을 찾아가서 보면 버스나 전철에서 얼른 자리에 앉으려고 밀치는 사람이 많고, 자리에서도 더 차지하려고 몸이나 엉덩이를 이리저리 미는 사람도 많더군요. 뭐, 여기저기 다녀 보지 않은 탓에, 먼길을 널리 누려 보지 않은 탓일 테지요. 우리가 몸을 다루는 길은 여럿입니다. 앉은살이도 선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애면글면 멋진 사람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힘이 센 사람이 아닌, 썩 힘차지 않은, 그리 대단하지 않은, 어찌 보면 그리 당차지도 않은 우리가 멋집니다. 씩씩하게 나서지 않아도 멋집니다. 있는 힘껏 일하지 못하더라도 멋지지요. 애면글면 하거나 악착같아야 하지 않아요. 불타오르지 못하고 화끈하게 내달리지 않더라도 좋아요. 우리 스스로 오늘을 사랑할 줄 안다면 멋져요.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오늘을 스스로 즐기기에 멋집니다. 씨앗 한 톨을 땅에 묻는 손길이면 넉넉합니다.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면서 활짝 웃는 마음이면 넉넉해요. 굳이 잡아당기지 마요. 즐거우면 스스로 나선답니다. 푹 빠질 적에만 잘 하지 않아요. 사랑하는 마음이기에 즐겁게 합니다. 있는 그대로 사랑하면 좋겠어요. 겉으로 보는 모습이 아닌, 겉모습에 사로잡힌 길이 아닌, 우리가 손수 지은 하루를 얘기하면서 그대로 꽃이 되면 넉넉하구나 싶어요. 꾸밈없이 되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분이 있습니다만, 오롯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10 햇빛 햇살 햇볕 해에서 흐르는 기운을 여러모로 가릅니다. ‘햇빛’이 있고, ‘햇살’이 있으며, ‘햇볕’이 있어요. 세 낱말은 쓰임새가 다르고 뜻이 달라요. 그러니, 이렇게 세 갈래로 꼴을 다르게 해서 쓰지요. 햇빛은 말꼴대로 ‘빛’을 가리킵니다. 빛이란 무엇일까요? 빛깔이나 무늬를 알아보도록 하는 밝은 기운입니다. 햇살은 말꼴대로 ‘살’을 가리킵니다. 살이란 무엇일까요? 빛이 퍼지는 줄기를 살이라고 합니다. 햇볕은 말꼴대로 ‘볕’을 가리킵니다. 볕이란 무엇일까요? 지구라는 별에서 사는 모든 목숨이 따뜻하도록 하는 기운입니다. 그러니, 햇볕을 놓고 ‘밝다’라든지 ‘눈부시다’라는 낱말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 햇살이나 햇빛을 놓고 ‘따뜻하다’라든지 ‘뜨겁다’라든지 ‘포근하다’라는 낱말로 나타낼 수 없어요. 말을 쓸 적에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어느 말 한 마디가 어떻게 태어났는가 하는 대목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17. 다람쥐를 다람쥐라 못하다 2017년 가을께 전남 고흥군 고흥읍에 있는 시외버스역 뒷간에 ‘아짐찬하요’라는 글월이 붙었습니다. 뭔 뜬금없는 글월인가 하고 쳐다보니, 사내들이 오줌을 눌 적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서면 ‘아짐찬하다’는 소리입니다. 다만, 고흥 바깥 전라말로는 ‘아심찬하다’로 씁니다. 흔히 전라사람은 뭔 말을 할라치면 ‘거시기하다’라 한다고들 합니다. 고흥에서는 ‘거시기하다’라고는 거의 안 쓰고 ‘거석하다’라고 합니다. 낱말책을 살피면 ‘거석’을 경남말로만 다루는데, 경남말로만 여겨도 될까 아리송합니다. 그리고 ‘거시기하다’는 전라말이기만 하지 않습니다. 온나라에서 두루 쓰는 말입니다. 고흥에서 흔히 쓰는 ‘거석하다’를 놓고 낱말책은 ‘거식하다’라는 표준말을 싣기도 합니다. 더 헤아려 보면 ‘머시기’라는 말이 있고, 뭔가 뭉뚱그려서 말하는 자리라든지 또렷하게 안 떠오르지만 나타내고 싶은 말이 있을 적에 ‘무엇’이나 ‘거기’나 ‘그것’이나 ‘것’이나 ‘거’를 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무시무시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에는 여러 깨비가 있습니다. 우리가 멋모르고 무섭거나 사납게 여기는 도깨비가 있다면, 밥이 좋은 밥깨비에 먹깨비가 있어요. 잠에 빠지는 잠깨비도 있고, 책에 사로잡힌 책깨비가 있고, 즐겁게 노는 놀이깨비가 있어요. 꽃을 사랑하면 꽃깨비일 테지요. 숲이 좋아 숲깨비요, 바다를 반겨 바다깨비입니다. 깨비 아닌 밥바보나 책바보나 놀이바보나 꽃바보라 해도 좋아요. 누가 우리더러 바보란 이름을 붙이며 볼품없다고 놀리더라도 빙긋빙긋 웃으면서 우리 손길을 사랑으로 가꾸면 됩니다. 누구보다 잘하거나 훌륭해야 하지 않아요. 들꽃님이 아닌 들꽃깨비란 이름도 좋습니다. 밥지기 아닌 밥쟁이여도 즐거워요. 우리 온솜씨를 펴서 차근차근 다루거나 만지면서 스스로 빛나면 됩니다. 아직 서툰 솜씨라면, 좀 엉성한 재주라면, 모자란 힘이라면, 이렇게 서툴거나 엉성한 줄 아는 만큼 느긋하게 힘쓰면 돼요. 허술하다고 해서 추레하지 않습니다. 더딘 발놀림이라 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는 전남 고흥에서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책숲(도서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길에 곁에 두는 책숲에서 짓는 하루 이야기인 ‘책숲하루 = 도서관 일기’입니다.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5.3. 소양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어제 낮에 풀다가 매듭을 못 짓고서 넘긴 ‘소양’이란 한자말이 있습니다. 으레 ‘기본’을 붙여 ‘기본소양’처럼 쓰기도 하지만, 이때에는 겹말입니다. ‘기본소양’이 겹말인 줄 깨닫는 분은 몇이나 될까요? 한자말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한자말을 쓰면 좋으냐 나쁘냐를 떠나서, 말결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아무 말이나 덕지덕지 붙이면 그만 우리 스스로 무슨 이야기를 펴려고 했는가 하고 동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말밑을 하나하나 파다 보면 어느새 ‘덕지덕지 붙여서 어렵게 늘여뜨리는 말이나 글이 얼마나 덧없고 바보스러운가’를 깨닫지요. 깨달은 사람은 어려운 말을 안 씁니다. 쓸 턱이 없어요. 깨달은 사람은 언제나 가장 쉽게 이야기를 들려줘요. 절집에서 펴는 한마디(화두)는 언제나 매우 쉬워서 어린이부터 다같이 알아들을 만한 낱말이자 이야기이기 마련입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얄궂은 말씨 : 타고난 심판의 본능이 숨어 인간(人間) : 1. = 사람 심판(審判) : 1. 어떤 문제와 관련된 일이나 사람에 대하여 잘잘못을 가려 결정을 내리는 일 본능(本能) : 1. [생명] 어떤 생물 조직체가 선천적으로 하게 되어 있는 동작이나 운동. 아기가 젖을 빤다든지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행동 따위이다 2. [심리] 어떤 생물체가 태어난 후에 경험이나 교육에 의하지 않고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나 충동 사람은 저마다 다르면서 비슷해요. 우리는 저마다 생각하고 헤아리고 재고 살피고 따집니다. 모든 마음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스스로 가꾸기도 합니다. 사람은 무엇을 따질까요? 우리는 저마다 무엇을 살필까요? 마음도 느낌도 생각도 말도 차근차근 보노라면 길을 찾을 만합니다. 인간에게는 저마다 타고난 심판의 본능이 숨어 있다 → 사람은 저마다 따지려는 마음이 있다 → 사람은 저마다 재려 든다 → 우리는 저마다 헤아리려 한다 → 우리는 저마다 살펴보려 한다 《소태산 평전》(김형수, 문학동네, 2016) 25쪽 얄궂은 말씨 : 예술의 경지로 만들어 주고 야채(野菜) : 1. 들에서 자라나는 나물 2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9 가정식백반 ‘가정식 백반’이라는 우리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알쏭달쏭한 말이 널리 쓰입니다. 게다가 이 말이 아주 알맞거나 좋은 말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부쩍 늘어납니다. 먼저 ‘가정식’이라는 말은 낱말책에 없는데, ‘가정(家庭) + 식(式)’이기 때문이고, 중국 한자말 짜임새입니다. ‘백반(白飯)’은 “흰밥”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옛날에 한겨레는 ‘흰밥’을 먹는 일이 드물었다고 합니다. 흰밥은 임금집(궁중)이나 가멸집(부잣집)에서 먹었고, 손수 흙을 가꾸어 나락을 일구던 시골사람은 ‘누런밥(현미)’을 먹었다고 합니다. 가만히 보면, 시골사람은 쌀로 다른 무엇을 빚을 때가 아니면 겨를 함부로 벗기지 않습니다. 갓 거둔 햅쌀이라면 겨가 있는 채로 밥을 지을 적에 한결 맛있습니다. 떡을 찌거나 쌀을 빚을 적에는 겉꺼풀뿐 아니라 속꺼풀도 많이 벗겨서 하얗게 되어야 다루기에 수월합니다. 이와 달리 밥을 먹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물날 이레말 7 알량한 말 바로잡기 미래 未來 미래를 설계하다 → 꿈을 그리다 / 푸른길을 그리다 어린이는 우리 미래의 꿈이다 → 어린이는 우리 빛이다 / 어린이는 우리 새싹이다 그 추한 미래 때문에 → 그 못난 앞길 때문에 / 그 추레한 앞날 때문에 ‘미래(未來)’는 “1. 앞으로 올 때 2. [불교] 삼세(三世)의 하나.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나 산다는 미래의 세상을 이른다 = 내세 3. [언어] 발화(發話) 순간이나 일정한 기준적 시간보다 나중에 오는 행동, 상태 따위를 나타내는 시제(時制) ≒ 올적”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다음·그담’이나 ‘모레·앞·앞날·이제·올적’이나 ‘다음·다음삶·다음살이·요다음·이다음’으로 손봅니다. ‘길그림·길짜임·꿈그림·꿈길·밝은그림·새그림·일그림·푸른그림·푸른길’이나 ‘앞길·앞그림·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