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망설이지 않다 하고플 때는 즐거이 나섭니다. 거리낄 일이 없어요. 망설이지 않고서 하면 되어요. 안 될까 지레 걱정하지 말아요. 제길을 가면 됩니다. 옆길이나 딴길이 아닌 우리가 갈 길인 ‘제길’을 가요. 몸하고 마음이 따로논다고 하는데, 아직 제길을 든든히 안 세운 탓이지 싶어요. 어느 길을 곧게 나아가면서 곱게 피어나고 싶은가를 생각한다면 두 발은 가볍게 이 땅을 딛다가 훨훨 날아오를 만해요. 날개가 있어도 날지만, 활개치듯 혼자서도 얼마든지 마음대로 바람을 가릅니다. 눈치를 보니까 못 날아요. 신바람을 내면 날아요. 함부로 굴 적에도 못 날아요. 멋을 찾아야 하지만 제멋대로 하다가는 나뒹굴어요. 노래랑 춤사위를 엮어 신명을 내기에 날갯짓이 됩니다. 하고픈 일놀이를 맞아들일 적에는 값이나 열매를 미리 살피지 않아요. 보람을 꼭 찾으려 하면 까다롭지요. 씨앗을 즐거이 묻어서 기쁘게 돌보면 열매란 시나브로 맺어요. 때가 되면 저절로 생기니 느긋하게 우리 길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락가락 국어사전’은 국어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낱말풀이를 살피면서 잘못되거나 엉뚱하거나 뒤틀리거나 엉성하구나 싶은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로잡거나 고쳐야 우리말꽃을 살찌울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꼭지입니다. 낱말이 어울리도록 매만지기 [오락가락 국어사전 12] ‘특이·독특·특별’은 ‘다르다’ 낱말마다 어떻게 다른가를 살피지 못할 적에는 뜻풀이가 겹치거나 뒤죽박죽이 됩니다. 쉽게 쓰면 될 말을 젖혀 놓고서 자꾸 한자말로 덧씌우려 할 적에는 엉키거나 엉터리가 되곤 합니다. 낱말이 어울리는 결을 살필 수 있어야 하고, 어떻게 아 다르고 어 다른가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엉성하게 매만지면 낱말책이 낱말책답지 않습니다. 슬기롭게 꾸밀 노릇이요, 말결을 제대로 이끌 일이지 싶습니다. 치장(治粧) : 잘 매만져 곱게 꾸밈 꾸미다 : 1. 모양이 나게 매만져 차리거나 손질하다 매만지다 : 1. 잘 가다듬어 손질하다 2. 부드럽게 어루만지다 ‘치장’은 ‘매만져’ ‘꾸밈’을 가리킨다고 하지만, ‘매만지다·꾸미다’를 나란히 적는 풀이말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더구나 낱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선생 先生 고등학교 선생 → 푸른배움터 지기 / 푸른배움터 길잡이 율곡 선생 → 율곡 어른 김 선생 → 김 씨 의사 선생 → 의사 나리 바둑은 내가 선생이지 → 바둑은 내가 잘하지 / 바둑은 내가 높지 선생, 길 좀 물어봅시다 → 여보, 길 좀 물어봅시다 ‘선생(先生)’은 “1.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2. 학예가 뛰어난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 3. 성(姓)이나 직함 따위에 붙여 남을 높여 이르는 말 4.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아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5. 자기보다 나이가 적은 남자 어른을 높여 이르는 말 6. [역사] 조선 시대에, 성균관에 둔 교무 직원 7. [역사] 각 관아의 전임 관원을 이르던 말”이라고 합니다. ‘가르치다·잘하다’나 ‘스승·어른·어르신’이나 ‘그분·분·씨·님’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잡히다 마음이 가니까 시나브로 끌려갑니다. 마음이 안 가는데 끌릴 일이 없습니다. 누가 다리를 붙잡아서 그대로 머물기도 하지만, 마음이 좋아서 스스로 붙잡히기도 합니다. 왜 사로잡힐까요? 무엇이 마음에 들기에 푹 빠져서 마냥 바라볼까요? 잠길 만한 빛을 생각합니다. 홀릴 만한 바람을 헤아립니다. 처음에는 좋아서 머물러요. 좋다고 느끼는 마음이 무르익어 사랑으로 나아간다면, 곁에 머무르지 않아도 언제 어디에서나 함께인 줄 깨달을 테니, 이제는 늘 즐겁게 웃을 만합니다. 너무 좋아하기에 잡히거나 휘둘립니다. 볼모가 되고 말아요. 남을 띄우지 말고 스스로 튀기지 마요. 저마다 다른 눈빛을 사랑하면서 반갑게 만나요. 부풀림질은 창피합니다. 떠벌리기란 부끄럽습니다. 지나치게 높이기에 쑥스러워서 자리를 물러나는 분이 있지만, 치켜세울 적에 남사스러운 줄 모르면서 콧대를 올리는 분이 있어요. 넋을 차릴 줄 알면 얽매지도 얽매이지도 않습니다. 누구는 고깃물에 고깃살이 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한지붕 우리는 사람으로 살면서 집안을 이룹니다. 어른이 되어 혼자 살기도 하지만, 누구나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있기에 태어나요. 처음에는 집이 있습니다. 우리를 낳은 어버이가 한집에서 살지 못한 채 아이를 다른 곳에 맡기기도 해요. 한지붕을 모르는 채 자라는 사람이 있어요. 그러나 어떻게 태어났더라도 오늘 이곳에서 우리가 새롭게 한집안을 이루고 짝꿍하고 삶지기가 되어 아이를 돌본다면 이제부터 이 온집은 새롭게 피어나는 사랑으로 나아갑니다. 첫발은 엉망이거나 어쭙잖을 수 있어요. 어수룩하거나 머리숙하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쉬운 일도 가볍게 해내지 못하면서 그저 턱없이 들이댈 사람도 있어요. 어떠하든 좋습니다. 아직 바보스러울 뿐인걸요. 생각이 짧았다면, 그저 생각없는 쳇바퀴였다면, 이제는 이 얼뜬 몸짓을 내려놓으면 됩니다. 지난 발걸음은 녹여내고서 새 발걸음으로 피어날 우리 집에 사랑이 싹트도록 마음을 쏟기로 해요. 두발 석발 넉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6 며느리배꼽·며느리밑씻개 총칼수렁(일제강점기) 무렵부터 잘못 옮긴 이름이 퍼지는 바람에 아직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 풀 가운데 ‘며느리배꼽’하고 ‘며느리밑씻개’가 있습니다. 나라와 겨레마다 숱한 이야기가 있기에 일본에서는 ‘의붓자식의 밑씻개(ママコノシリヌグイ)’ 같은 이름을 쓸는지 모르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굳이 ‘며느리밑씻개’로 쓸 까닭이 없고, 이 풀과 비슷하면서 다른 풀을 놓고 ‘며느리배꼽’으로 쓸 일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이 나라에 없던 일본 풀이름인 만큼 억지스레 ‘며느리가 밑을 씻는 이야기’라든지 ‘며느리 배꼽하고 얽힌 이야기’를 지어야 하지도 않습니다. 한겨레는 한겨레대로 오랜 나날 이 땅에서 흙을 일구고 살면서 숱한 풀에 다 다른 이름을 붙였습니다. 일본 풀꽃님(식물학자)이 붙인 풀이름을 따서 ‘며느리배꼽’처럼 쓸 까닭이 없이 ‘사광이풀’이나 ‘참가시덩굴여뀌’ 같은 이름을 고이 물려받아서 쓰면 됩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13 《모유 수유가 처음인 너에게》 최아록 샨티 2020.11.25. 《모유 수유가 처음인 너에게》(최아록, 샨티, 2020)를 읽으면서 여러모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날은 어버이한테서 삶이나 살림이나 사랑을 물려받는 때가 아닌, 누리그물에서 이모저모 스스로 그때그때 찾아서 보는 때인 만큼, 아기한테 젖을 물리는 길도 글이나 책으로 만나겠네 싶어요. 책 한 자락입니다만,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곁에 있으면 곧장 배울 뿐 아니라 훨씬 깊고 넓게 익힐 만한 젖물림입니다. 어머니가 아기한테 ‘밥을 먹이는’ 살림을 놓고 ‘젖먹이기’나 ‘젖물리기’라 합니다. 그저 보면 ‘먹이기’이나 곰곰이 보면 ‘물리기’이거든요. 한자말이라서 ‘수유’를 안 써야 한다고 여기지 않습니다만, 왜 먼먼 옛날부터 “젖을 물린다”고 했는지 혀에 이 낱말을 얹고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물리다 = 물려주다’이고, ‘물림 = 물(흐름)’이에요. 이어서 흐르는 숨결에 사랑을 담습니다. 그래서 젖을 물린다고 합니다. 말씨로 ‘젖물리기’가 무언지 읽어내어도 어떻게 아기를 안아서 사랑하면 즐거운가를 온몸으로 깨닫고 온마음으로 움직일 만해요. 여기에 ‘아이를 낳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12 《어느 돌멩이의 외침》 유동우 철수와영희 2020.5.1. 《어느 돌멩이의 외침》(유동우, 철수와영희, 2020)은 1978년에 처음 나왔고, 1984년에 다시 나왔으며, 2020년에 새로 나왔습니다. 해묵었다고 여길 분이 있을 테지만, 이 책을 1990년대랑 2000년대랑 2020년대에 새삼스레 되읽으며 돌아보노라니, 오늘날 우리 터전 민낯은 그대로이지 싶습니다. 일꾼은 그럭저럭 일삯을 제법 받을 만큼 나아졌습니다만, 벼슬자리에서 사람들을 깔보거나 억누르는 흐름은 걷히지 않았습니다. ‘일순이가 짓밟혀도 일두레(노동조합)가 먼저’라 여긴 지난날 그 사람들은 오늘날 ‘가시내를 괴롭히고 응큼짓을 일삼았어도 나라힘(정치권력)을 지키기가 먼저’라 여기지요. 우리는 무엇을 바꾸었고, 아직 무엇이 그대로일까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이란, 억눌리는 사람이 사라지는 터전일 뿐 아니라 억누르는 사람도 사라지는 터전입니다. 한켠에서 억눌리는 사람이 있다면, 한쪽에서 억누르는 사람이 있어요. 한구석에서 우는 사람이 있다면, 한복판에서 우쭐대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라힘을 거머쥔 이들은 몇 해째 ‘검찰 바꾸기’를 외칩니다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알아서 시키지 않아도 제 나름대로 하는 사람이 있고, 시켜야 비로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달라요. 다른 만큼 늘 제 그릇대로 힘을 기울이고 손을 쓰고 몸을 움직여서 배웁니다. 깜냥이 안 되거나 주제넘을 일이란 없다고 여겨요.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하기 마련이고, 넉넉하면 넉넉한 대로 하거든요. 첫째가 되어야 하지 않아요. 대단하거나 멋져야 하지 않습니다. 으뜸이나 꼭두여야 빛나지 않거든요. 우두머리 노릇을 해야 아름답거나 훌륭하지 않아요. 알아서 생각하고, 알아서 익히고, 알아서 가꿀 줄 아는 숨결이기에 비로소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럽다고 봅니다. 온누리 어느 곳에나 쓰레기란 처음부터 없습니다. 무엇이든 어디에서나 마음껏 살려서 쓸 만해요. 그렇지만 넘치다 보니 어느새 쓰레기로 바뀌어요. 흘러넘치고 쉽게 버리고 보니 어느덧 찬밥입니다. 섣불리 안 버려도 좋을 텐데, 쓰레기를 줄이려는 삶보다는 참답게 삶을 밝히는 길이라면 한결 좋아요. 참삶길로 가 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14. 어깨동무하는 말로 거듭나기 냇물이 흐릅니다. ‘내’는 ‘시내’보다 큰 물줄기입니다. ‘시내’는 ‘실 + 내’라고 하니 작은 물줄기예요. ‘시냇물’은 작고 ‘냇물’은 크지요. 이보다 크면 ‘가람’이요, 이보다 작으면 ‘개울’이요, 개울보다 더 작으면 ‘도랑’입니다. 그런데 다리가 놓인 냇가에 가 보면 나라에서 세운 알림판에는 ‘하천’이라고만 적혀요. ‘하천(河川)’은 무엇을 가리킬까요? 낱말책을 찾아보면 “하천 : 강과 시내를 아울러 이르는 말. ‘내’로 순화”로 풀이합니다. ‘내’로 고쳐쓸 ‘하천’이라지만, “강과 시내”를 아울러 가리킨다고 하면 꽤 엉뚱합니다. 종잡을 길이 없어요. 가람이며 내를 아우르려는 이름이라면 수수하게 ‘물줄기’라 하면 될 텐데요. 물이 흐릅니다. 반반한 곳이라면 물이 안 흐르지만, 어느 한쪽으로 조금만 기울어도 물이 흐릅니다. ‘반반하다’나 ‘판판하다’를 두고 한자말 ‘평평하다(平平-)’를 쓰기도 하고 ‘편평하다(扁平-)’를 쓰는 분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