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한겨레 우리말’은 우리가 늘 쓰면서 막상 제대로 헤아리지 않거나 못하는 말밑을 찬찬히 읽어내면서, 한결 즐거이 말빛을 가꾸도록 북돋우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우리 말밑을 우리 삶터에서 찾아내어 함께 빛내려는 이야기입니다. 한겨레 눈말 비말 ― 눈 눈 눈, 비 비 비 하늘을 바라봅니다. 여름에는 비요, 겨울에는 눈인, 철마다 다르게 퍼지는 구름이로구나 싶습니다. 봄가을에는 눈이랑 비가 섞이면서 여름겨울 사이를 오가는 구름꽃이 되어요. 하늘눈은 몸눈하고 꽃눈에 잎눈하고 맞닿습니다. 눈이란 피어나는 숨결입니다. 포근히 덮으면서 꿈꾸는 빛이에요. 하늘비는 마당비랑 잇닿습니다. 비란 쓸거나 씻는 숨결입니다. 시원히 쓸거나 씻으면서 살리는 빛이지요.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는 아이들 눈망울에서 환하게 빛납니다. 푸나무한테서 새롭게 잎이며 꽃으로 돋아나는 송이송이, 그러니까 꽃송이에 잎송이는 우리 보금자리랑 숲에서 맑게 빛납니다. 눈송이란, 얼마나 눈부실까요. 눈망울이란, 얼마나 맑을까요. 싹눈이란, 얼마나 싱그러울까요. 이 눈이 덮어 주는 땅은 겨우내 고이 잠들어요. 새근새근 꿈을 지핍니다. 눈이 모두 녹아 흙으로 스며들어 땅에 폭신폭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락가락 국어사전’은 국어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낱말풀이를 살피면서 잘못되거나 엉뚱하거나 뒤틀리거나 엉성하구나 싶은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로잡거나 고쳐야 우리말꽃을 살찌울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꼭지입니다. 돌림풀이 아닌 제풀이 생각하기 [오락가락 국어사전 10] 으뜸으로 삼을 말이란 우리말꽃을 살피면 막상 이 낱말책이 우리말을 으뜸으로 안 삼는 얼거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말꽃이 우리말을 으뜸으로 안 삼으면 어떤 낱말책이 될까요? 이런 낱말책이 우리말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요? 뜻풀이를 어떻게 붙이고, 비슷한말이나 한자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를 가누지 못한다면, 한글이 아무리 훌륭하다 외치더라도, 이 훌륭한 글에 알맹이인 말을 제대로 싣기 어렵습니다. 돌림풀이 아닌 제풀이를 할 노릇이면서,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살찌우는 길을 함께 찾을 노릇입니다. 제일(第一) 1. 여럿 가운데서 첫째가는 것 2. 여럿 가운데 가장 가장 : 여럿 가운데 어느 것보다 정도가 높거나 세게 첫째가다 :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꼽히거나 으뜸이 되다 우선적(優先的) :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4 - 금일휴업 자전거를 타고 우체국에 가던 어느 날입니다. 글월을 부친 뒤에 어린배움터에 있는 놀이터로 갑니다. 이때에 큰아이가 샛자전거에서 아버지를 부릅니다. “아버지, 저기 ‘금일휴업’이라고 적혔는데, ‘금일휴업’이 뭐야?” 이무렵 큰아이는 여덟 살이었습니다. 모든 글씨를 다 읽어낼 줄 아는 어린이는 어른들이 쓰는 온갖 글이 다 궁금합니다. “아, 저 글은 ‘오늘 쉰다’는 뜻이야.” 금일(今日) : ‘오늘’로 고쳐쓸 낱말 휴업(休業) : ‘쉼’을 뜻하는 낱말 ‘금일·금주·금월·금년’은 모두 ‘우리말이 아닙’니다. 우리말은 ‘오늘·이주·이달·올해’입니다. ‘今’이라는 한자를 넣는 낱말은 모두 ‘우리말이 아니’라고 여기면 됩니다. 그런데 가게를 꾸리는 적잖은 어른들은 예부터 ‘今日休業’이라고 한자를 써 버릇했고, 이제는 한글로 ‘금일휴업’이라 쓰곤 합니다. 그래도 “오늘 쉽니다”나 “오늘은 쉬어요”나 “한동안 쉬겠습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흔전만전 펑펑 쓰면 나중에 못 쓴다고 합니다. 헤프게 쓰면 그럴 테지요. 막쓰는 살림이 아니라 즐겁거나 신나게 쓰는 살림이라면, 이때에는 흔전만전이 아닌 터라, 어느새 새록새록 즐거이 다시 벌어들이지 싶습니다. 이른바 돈잔치라면 바닥을 보일 테고, 돈지랄이라면 거덜날는지 모르는데, 스스럼없이 나눌 줄 아는 살림일 적에는 꼴값이 아닌 사랑값이 된다고 느껴요. 글을 쓰고서 매듭짓는 자리에 머릿글을 남깁니다. 온이름을 적어도 되지만 머릿이름이나 앞이름만 딸 수 있어요. 단출하게 적는 셈입니다. 앞마디로 가볍게 그려 보이는 셈입니다. 살림은 가꿀 뿐, 꾸미지 않습니다. 알맞게 쓰면 넉넉히 흐르는 하루요, 알맞지 않게 쓰면 비틀리거나 넝쿨지는 하루입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돌보기에 차근차근 피어납니다. 어거지를 쓰면서 없는 척하거나 있는 척하기에 외려 안 좋게 흘러요. 겉보기로 짐짓 드러내기보다는 마음으로 환하게 밝히면 좋겠어요. 아낌없이 나누고, 스스럼없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그루 저는 나무를 “한 그루 두 그루”로 세면서 심습니다만, 둘레에 “한 주 두 주”로 세는 분이 꽤 많습니다. 예전에는 흙두레(농협) 벼슬꾼이나 ‘주(株)’라는 한자를 썼다면, 요새는 여느 시골지기도 이 한자를 쓰면서 ‘그루’란 낱말을 멀리합니다. 지난날에는 ‘그루갈이’를 말하는 분이 많았으나, 이제 이렇게 말하는 분은 찾을 길이 없이 ‘이모작’을 한다고 해요. 사람이 손수 갈아서 돌보는 땅이며, 이러한 일을 오래오래 ‘그루’로 가리켰지만, 이 ‘그루’는 여러 가지에서 바탕을 이루는 일이라 여겨 ‘그루터기’란 낱말도 태어났지만, 나무를 한 그루씩 심어 차근차근 숲으로 나아가듯 우리 손길을 하나씩 모아 찬찬히 일터를 보듬는 살림을 나타내는 자리에 ‘그루·그루터기·그루지기·그루두레·그루일터’처럼 쓰임새를 넓히기보다는 ‘주식회사·주주·주식’ 같은 말씨만 번집니다. 어느 말이든 우리 삶을 나타낼 텐데, 우리가 땅을 디디는 줄 느끼고, 땅에서 피어나는 꽃인 줄 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 - 고객 입장 친절 봉사 아이들을 이끌고 인천으로 나들이를 가서 지하철을 탄 어느 날입니다. 시골에는 버스만 있고 전철이나 지하철이나 기차가 없습니다. 시골아이는 지하철을 재미나게 여기면서 즐겁게 타면서 놉니다. 지하철에서도 뛰고 달리면서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알림말(안내방송)을 들으니, “고객의 입장에서 친절히 봉사하겠습니다” 같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고객(顧客) : ‘손님·단골손님’으로 고쳐쓸 낱말 입장(立場) : ‘자리·눈높이’로 고쳐쓸 낱말 친절(親切) : 따스하거나 살갑거나 고분고분한 모습 봉사(奉仕) : 남을 돌보려고 힘을 바치거나 애씀 지하철에서 흐르는 알림말은 토씨만 빼면 “고객 입장 친절 봉사”입니다. 이는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 이 나라를 짓밟던 무렵에 앞잡이나 허수아비가 흔히 외치던 말씨입니다. ‘고객’이나 ‘입장’은 고쳐쓸 낱말이라 하더라도 ‘친절’이나 ‘봉사’는 널리 쓸 만하다고 여길 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락가락 국어사전’은 국어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낱말풀이를 살피면서 잘못되거나 엉뚱하거나 뒤틀리거나 엉성하구나 싶은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로잡거나 고쳐야 우리말꽃을 살찌울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꼭지입니다. 빼앗긴 말을 찾기까지 [오락가락 국어사전 9] ‘때’를 알맞게 살펴서 쓰기 어느 때에 어느 말을 써야 알맞을까 하고 살펴보고 다루어야겠습니다. 우리 낱말책이 제때를 가리는 길을 슬기롭게 밝히지 못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말결을 살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말결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말넋을 찬찬히 가꾸면서, 말길을 새로우면서 곱게 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빼앗다 : 1. 남의 것을 억지로 제 것으로 만들다 2. 남의 일이나 시간, 자격 따위를 억지로 차지하다 3. 합법적으로 남이 가지고 있는 자격이나 권리를 잃게 하다 4. 남의 생각이나 마음을 사로잡다 5. 남의 정조 같은 것을 짓밟다 약탈당하다 : x 약탈(掠奪) : 폭력을 써서 남의 것을 억지로 빼앗음 빼앗는 일이라면 ‘빼앗다’라 하면 됩니다. ‘약탈’ 같은 한자말은 “→ 빼앗다”로 다루고, ‘약탈당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12. 시골사람이 지은 말 ‘다북지다’ 이웃님이 보내 온 글을 읽는데 ‘설렁하다’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설마 ‘썰렁하다’를 잘못 쓰셨나 하고 바라보았어요. 이러다가 다시 생각합니다. 우리말이거든요. 우리말은 아 다르고 어 달라요. 더욱이 우리말은 아랑 어만 다를 뿐 아니라, 아랑 야가 다르고, 어랑 여가 다르지요. 사랑 샤가 다른 우리말이면서, 싸랑 사에다가 쌰까지 다 다른 우리말입니다. 낱말책에서 ‘설렁하다’를 찾아봅니다. 올림말로 나옵니다. 말결로 살피면 ‘설렁하다 < 썰렁하다’인 얼거리예요. 다만 사람들은 으레 설보다 썰을 붙인 ‘썰렁하다’를 쓰지 싶습니다. ‘설렁하다’처럼 살짝 가붓하게 쓰는 분은 드물어요. 말결을 더 살피면 ‘설렁하다·썰렁하다’뿐 아니라 ‘살랑하다·쌀랑하다’가 있어요. 그때그때 느낌이나 기운을 살펴서 온갖 낱말을 쓸 만해요. 어느 때에는 ‘설렁설렁하다’나 ‘쌀랑쌀랑하다’를 쓸 수 있지요. 마음으로 스미는 결을 고스란히 살려서 이야기할 만합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11 《엄마가 좋아》 정경희 for book 2012.12.4. 《엄마가 좋아》(정경희, for book, 2012)는 ‘엄마라는 삶길’을 어떻게 누리거나 즐겼는가 하는 이야기를 넉넉히 들려줍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어머니나 이웃 아주머니를 떠올렸습니다. 글님은 곁에서 빛꽃을 담아 준 사람이 있고, 책으로 엮어 준 사람이 있어서 ‘엄마살림’을 듬뿍 보여주는데, 숱한 어머니는 ‘엄마실림을 빛꽃으로 담거나 엮어 주는 손길’을 얼마 못 받곤 합니다. 으레 그렇지 않나요? 날마다 차려 주는 밥 한 그릇을 고마이 여기면서 마음뿐 아니라 두 눈 가득 아로새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날마다 입는 옷을 보송보송 건사하는 손길을 눈여겨보면서 몸뿐 아니라 온마음으로 되새기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요? 온누리 모든 딸아들이 어버이 살림살이를 차곡차곡 여미어 책 한 자락으로 꾸리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투박한 바느질도 좋고, 꼼꼼한 뜨개질도 좋습니다. 밥자리가 넘치도록 올린 모습도 좋고, 곁밥 한 가지나 김치 한 접시를 가볍게 올린 모습도 좋아요. 어버이는 아이를 낳아 돌본 삶을 차곡차곡 갈무리해서 책으로 꾸며 내리사랑으로 베풀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10 《정의의 길, 역사의 길》 김삼웅 철수와영희 2021.2.12. 《정의의 길, 역사의 길》(김삼웅, 철수와영희, 2021)은 두 가지 길을 들려줍니다. 하나는 ‘곧은길·바른길’입니다. 다른 하나는 ‘삶길·살림길’이에요. ‘곧다·바르다’를 한자말로는 ‘바르다’로 나타냅니다. 한자말 ‘정의’를 내세운 벼슬아치나 글꾼이 참 많았으나 적잖은 이들은 입발림이나 겉치레나 속임짓을 일삼았어요, 뭇사람 앞에서는 바른 척할 뿐, 속으로는 거짓스럽거나 뒤틀리거나 일그러진 길이었어요. 왜 겉속이 다를까 하고 돌아보면, 이들은 하나같이 삶길이나 살림길하고 등졌더군요. 삶을 삶답게 다스리지 않기에 곧은길하고 멀어요. 살림을 살림다이 가꾸지 않는다면 바른길하고 동떨어집니다. 여린이를 두들겨패거나 괴롭히는 짓을 뒤에서 하되, 앞에서는 얌전하게 구는 이들이 수두룩해요. 위아래로 가르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주먹질이나 막말이 춤춰요. 이웃나라 총칼을 내세워 쳐들어오던 때에 그들은 어떤 이름을 앞세웠나요? 이 나라 사람 스스로 총칼로 억누르던 무렵 그들은 어떤 이름을 붙였나요? 앞뒤가 다른 이들은 하나같이 집살림을 안 합니다. 겉속이 어긋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