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솜골 오늘날 ‘익산’이라 이르는 고장은 예전에 ‘이리’란 이름이었다지요. 이 이름을 쓰기 앞서는 ‘솜리’란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리(里)’는 ‘마을’을 가리키는 한자예요. 이 한자를 쓴 지는 얼마 안 됩니다. 그러니까 예전에 ‘솜리’란 이름을 쓰던 그 고장이나 고을이나 마을은 ‘솜골’이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겨울날 쓰는 ‘솜’이 있어요. 솜옷을 짓고 솜이불을 펴지요. 솜은 ‘솜꽃’한테서 얻습니다. 풀이름이 ‘솜’이요, 이 이름 그대로 우리 옷살림에서 아늑하고 포근하며 부드러우면서 조용히 돌보는 결을 담은 말입니다. 자, 이 ‘솜’은 겉에 두지 않습니다. ‘속’에 두지요. ‘속’에 두는 ‘ㅁ(집)’이 ‘솜’이에요. 솜골이라는 고을이나 마을은 크게 드러나거나 바깥에 널리 알려진 데가 아니었대요. 바로 조용조용 아늑아늑 포근포근 지내던 터전이었다지요. 속에 있기에 작거나 보잘것없지 않습니다. 그저 속에 있으면서 고요하고 좋지요. 이러한 이름 얼개를 헤아려 본다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비혼 非婚 비혼주의자들이 늘고 있다 → 홑살림이가 는다 비혼을 결심한 이후에 → 혼길을 다짐한 뒤 비혼과 미혼은 상이하다 → 안맺음과 못맺음은 다르다 사전에 없는 ‘비혼(非婚)’입니다. ‘미혼’하고 다른 뜻으로 쓰는 한자말인데, 두 한자말은 어떤 마음이나 몸짓인가라는 틀에서 달라요. ‘비혼’은 스스로 안 맺는 길이요, ‘미혼’은 아직 못 맺은 길입니다. 그래서 ‘비혼’은 ‘안맺음·맺지 않다’로 담아낼 만합니다. ‘혼자·홀로’처럼 수수하게 써도 되고, ‘혼삶·혼살림·혼길·혼살이’나 ‘홑삶·홑살림·홑길·홑살이’라 해도 돼요. 비혼은 미혼의 반대말이 아니다. 비혼(非婚)은 결혼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 안맺음은 못맺음하고 다르다. 안맺음은 혼자 가는 길을 말한다 → 맺지 않고와 맺지 못하고는 다르다.
[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숲노래 ] 맨발로 흙을 밟는 어린이 《펠레의 새 옷》 엘사 베스코브 편집부 옮김 지양사 2002.10.1. 스웨덴에서 1874년에 태어나 1953년에 숨을 거둔 엘사 베스코브 님이 빚은 그림책 《펠레의 새 옷》을 아이와 함께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2002년에 처음 우리말로 나왔고(지양사), 2003년에 다시금 새로운 판이 나옵니다 엘사 베스코브 님은 그림책을 새로 빚을 적마다 ‘그림님 딸아들’을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로 그렸다고 합니다. 그림님 아이는 어머니가 그림책을 선보일 적마다 ‘내 그림책’을 하나씩 가지는 셈이었다지요. 이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어머니가 하나씩 갈마들며 물려준 이 그림책을 자랑스레 여겼다고 합니다. 인천 화평동에는 그림할머니 박정희 님(1923∼2014)이 물빛그림을 나누는 조촐한 배움마당을 열어 이웃사람한테 물빛그림을 가르치셨는데, 이 그림할머니도 이녁 네 딸하고 한 아들이 제금을 날 적에 아이마다 돌봄책(육아일기)을 따로 그려서 기쁘게 주었다고 합니다. 아이한테 잿빛집(아파트)을 사주어도 나쁘지 않겠습니다만, 아이를 어떤 사랑으로 낳아 돌본 살림이었다고 차근차근 글이며 그림이며 사진으로 엮은 꾸러미를
[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숲노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적' 없애야 말 된다 평균적 평균적으로 키가 큰 편이다 → 거의 키가 크다 / 두루 키가 크다 평균적 발달 속도 → 여느 자람새 평균적 신장 → 여느 키 ‘평균적(平均的)’은 “수량이나 정도 따위가 중간이 되는”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비금비금·비슷비슷·어슷비슷·엇비슷’이나 ‘웬만하면·이럭저럭·이래저래·그럭저럭·그런대로’이나 ‘줄·줄잡다·고르다’나 ‘피장파장·한결같이’로 고쳐쓸 만하고, ‘거의·으레·여느·얼추·어림’이나 ‘언제나·다들·-마다·노상·노·늘’이나 ‘고루·고루고루·고루두루·골고루·두루·두루두루’로 고쳐쓰면 됩니다. 평균적으로 주당 38시간 일하는데 → 이레마다 38시간 일하는데 → 줄잡아 이레에 38시간 일하는데 → 다들 이레에 38시간 일하는데 → 늘 이레에 38시간 일하는데 → 이래저래 이레에 38
[ 배달겨레소리 글 쓴이 숲노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웃음팔이 어느새 스며서 퍼진 말을 안 쓰자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여러모로 퍼졌다면 쓸 만합니다. 다만 이때에 한 가지를 생각하면 좋겠어요. 어느 말이든 쓸 적에는 세 갈래입니다. 첫째, 남들이 쓰니까 그냥그냥 우리로서는 딱히 더 살피지 않거나 아무 생각이 없이 따라서 쓰는 길입니다. 둘째, 남들이 쓰더라도 스스로 더 살피거나 생각하거나 알아보면서 알맞게 가다듬거나 추스르거나 풀어내거나 다듬어서 쓰는 길입니다. 셋째, 앞으로 태어나서 자랄 아이들이며 무럭무럭 크는 아이들을 헤아려, 이 아이들이 머잖아 듣고 배우기에 아름답고 즐겁고 좋고 사랑스럽고 따사롭고 넉넉하다 싶도록 새말을 짓는 마음으로 가는 길입니다. 어느 길을 가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저는 되도록 셋쨋길을 가려 합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뭐, 그쯤 그냥 써도 다 알지 않나?”일 테지만, 아이가 보기에는 “어, 그 말 뭐예요?” 소리가 튀어나옵니다. 처음부터 모두 새로 받아들이고 배울 아이 마음이 된다면, 셋쨋
[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숲노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달날 이레말 - 의 : 교육의 교육의 목적을 탐구하다 → 가르치는 뜻을 살피다 교육의 본질을 망각하다 → 왜 가르치는지 잊다 교육의 정석 → 가르치는 참길 / 가르침길 ‘교육(敎育)’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을 가리킨다지요. ‘교육 + -의’ 얼개에서는 ‘교육’을 ‘가르치다’나 ‘배우다’로 손보면서 ‘-의’를 털면 됩니다. 아들러가 굳이 명저를 통해 인간의 자유로운 교육의 회복을 부르짖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 아들러가 굳이 아름책으로 사람들이 실컷 배워야 한다고 부르짖는 뜻이 있다 → 아들러가 굳이 온책으로 사람들이 마음껏 배워야 한다고 부르짖는 까닭이 있다 《자유인을 위한 책읽기》(모티머 아들러/최영호 옮김, 청하, 1988) 머리말 이러한 허위를 깨뜨리고 흑인들에게 그들 자신과 세
[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숲노래 ] '내일'을 가리키는 우리말이란? 그리고 '갑(甲)'이란?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다음 제가 하는 일이 말꽃쓰기(사전집필)이다 보니, 저한테 여러모로 낱말을 묻는 분이 많습니다. 꽤 자주 물어보시는 낱말이 ‘내일’입니다. “‘내일’이 한자말이잖아요. ‘하제’라는 옛말이 있다고 하는데, 또다른 우리말은 없을까요?” 하고 물으셔요. 흐름으로 본다면 ‘그제·어제·오늘·하제·모레’입니다. 이 다섯 가지 가운데 ‘하제’만큼은 어쩐 일인지 죽은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본다면 ‘그제·어제·오늘·모레’ 네 마디는 숱한 고빗사위와 너울이 갈마들었어도 씩씩하게 살아남은 낱말인 셈입니다. 먼저 ‘하제’를 혀에 얹으면 좋고, 다음으로는 ‘이튿날’이나 ‘다음날(담날)·뒷날’이라 할 만하고, 뜻이나 자리에 따라 ‘나중·모레·새날·앞날·곧’을 두루 쓸 만하지요. 요즈막에 ‘갑질·갑을’이란 말씨가 꽤 불거져서 번지는데, 오랜 말씨로는 ‘웃질·막질’이고, ‘ㄱㄴ’이나 ‘가나’로 나타내면 돼요. 외마디 ‘갑(甲
[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숲노래] ‘졸졸’, ‘줄기’에서 비롯한 낱말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졸따구 시냇물이 ‘졸졸’ 흐른다고 합니다. 빗물이 ‘줄줄’ 샌다고 해요. ‘졸·줄’은 말밑이 같습니다. ‘졸졸’이나 ‘줄줄’은 이리저리 휘는 모습이 아니에요. 곧게 흐르는 모습입니다. 곧게 흐르는 모습은 ‘줄기’라는 낱말에서 비롯하지요. ‘빗줄기·등줄기·멧줄기’처럼 쓰기도 하는데, 먼저 ‘풀줄기·나무줄기’입니다. 이러한 결은 “줄을 맞추다”에서 ‘줄’로 나아가고, 글을 쓰다가 ‘밑줄’을 긋는 데로도 잇습니다. 그런데 물이 흐르는 모습마냥 “졸졸 따라가기”도 합니다. “줄줄이 잇는” 일도 있어요. ‘졸졸·줄줄’은 곧은 모습이나 몸짓을 나타내는데, 반듯한 결을 나타낼 적에도 쓰지만,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서 아무렇게나 뒤를 좇을 적에도 씁니다. 이렇게 스스로 생각을 안 짓고 남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이가 보잘것없다고 여겨, 한자로 ‘졸(卒)·졸렬’을 쓰기도 합니다만, ‘졸따구’나 ‘졸때기’는 한자하고는 동떨어진 말밑입니다. 어쩌면 한자나
[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숲노래] “풀꽃나무 노래”는 우리말사전을 새로 쓰는 ‘숲노래’가 풀꽃나무하고 얽힌 낱말이나 이름을 놓고서 어린이부터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노래꽃(동시)으로 이야기를 묶는 글입니다. 이 노래꽃은 열여섯 줄로 봄여름가을거울을 그리고, 뜻풀이하고 보기글하고 줄거리를 하나로 묶습니다. 풀꽃나무 노래 : 가랑잎 바람 한 줄기 오면 가릉가릉하다가 턱 툭 툭 바람 두 줄기 불면 또르르 뚜르르 구르기 놀이 할미새가 척 내려앉으면 가스락가스락 가볍게 고양이가 착 밟고 가면 보스락보스락 시원히 가을에 지는 갈잎나무 갈잎이란 가랑잎 봄여름에 지는 후박나무 노랗게 발갛게 익는 마른잎 나뭇가지 품에서는 해바라기로 살아가고 나무뿌리 곁에서는 흙바라기로 사랑하고 가을이 깊으면서 바짝 마르는 잎이어서 ‘가랑잎’이요 ‘갈잎’이라고도 합니다. ‘가을잎’인데, 네철 푸르게 우거지는 나무는 봄여름애 ‘마른잎’을 내놓아요. 후박나무가 그렇지요. 가지에서 톡 떨어져 뿌리 곁에 툭 닿으면 이제 흙으로 돌아갑니다. 풀꽃나무 노래 : 풀빛 뿌리는 새하얗지 떡잎은 옅푸르고 여름은 짙푸르며 가을은 울긋불긋 겨울에 흙빛으로 돌아가고는 새봄에 흙에 안겨 깨어나는 새로운 풀싹 푸릇푸릇 파
[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숲노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틀깨기 깨는 사람이 두 갈래로 있습니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일로 틀을 허물 뿐 아니라, 놀랍구나 싶도록 와장창 깨지요. 깜짝깜짝할 만하거나 새롭다 싶은데요, 어느 모로는 엄청나고 어느 모로는 대단합니다. 아름길을 선보이면서 낡은 틀을 부수는 사람이 한켠이라면, 막짓을 일삼으면서 사람들 마음을 와르르 무너뜨리는 사람이 한켠이에요. 어쩜 저렇게 멋질까 싶은 길이 하나라면, 어쩜 저렇게 추레할까 싶은 길이 둘인 셈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터에서는 어떤 틀깨기가 있을까요? 이 터전에서 우리는 어떤 틀버리기로 스스로 길을 내려 하나요? 슬기롭거나 사랑스러운 눈빛인지요, 아니면 뒷그늘에서 뒷돈이나 뒷이름을 거머쥐려는 뒷심을 쓰는 눈매인지요? 이 푸른별은 사람이며 풀꽃나무에 새랑 짐승이랑 풀벌레가 어우러지는 마당입니다. 다같이 누릴 삶자리예요. 널리 아름답도록 새길을 내는 하루이기를 빕니다. 두루 사랑스럽게 새빛을 나누는 오늘이기를 바라요. 고리타분한 담벼락이라면 깨뜨릴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