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숲노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틀깨기
깨는 사람이 두 갈래로 있습니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일로 틀을 허물 뿐 아니라, 놀랍구나 싶도록 와장창 깨지요. 깜짝깜짝할 만하거나 새롭다 싶은데요, 어느 모로는 엄청나고 어느 모로는 대단합니다. 아름길을 선보이면서 낡은 틀을 부수는 사람이 한켠이라면, 막짓을 일삼으면서 사람들 마음을 와르르 무너뜨리는 사람이 한켠이에요. 어쩜 저렇게 멋질까 싶은 길이 하나라면, 어쩜 저렇게 추레할까 싶은 길이 둘인 셈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터에서는 어떤 틀깨기가 있을까요?
이 터전에서 우리는 어떤 틀버리기로 스스로 길을 내려 하나요? 슬기롭거나 사랑스러운 눈빛인지요, 아니면 뒷그늘에서 뒷돈이나 뒷이름을 거머쥐려는 뒷심을 쓰는 눈매인지요? 이 푸른별은 사람이며 풀꽃나무에 새랑 짐승이랑 풀벌레가 어우러지는 마당입니다. 다같이 누릴 삶자리예요. 널리 아름답도록 새길을 내는 하루이기를 빕니다. 두루 사랑스럽게 새빛을 나누는 오늘이기를 바라요. 고리타분한 담벼락이라면 깨뜨릴 노릇입니다. 보금자리는 고이 건사하면서, 마을은 곱게 돌보면서, 온누리에 즐겁게 피어날 꿈을 그리면서 삶을 짓는 터전입니다.
깨다·깨뜨리다·부수다·허물다·와장창·와르르·박살·깜짝·화들짝·놀랍다·눈부시다·돋보이다·새롭다·엄청나다·어마어마하다·대단하다·어렵다·힘들다·몹시·매우·무척·아주·큰일·여태 없다·이제껏 처음·크게·확·높게·억수·틀깨기·틀부수기·틀버리기·틀허물기 → 파격, 파격적
삶터·터전·살림터·삶자리·판·터·마당·나라·누리·마을·덩어리·덩이·모둠살이·사람살이·널리·두루·온누리·온나라·온땅·온터·이 땅·이 나라 → 사회
오늘말. 풀꽃사람
일이 잘되기도 하지만, 일이 영 안 풀려서 넘어지거나 자빠지기도 합니다. 안된다 싶어 아플 수 있고, 고꾸라지기만 한다면서 뼈저리구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언젠가 한주먹을 날리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요. 우리도 끝주먹을 날릴 수 있다고, 쐐기를 박거나 마무리를 말끔히 지을 만큼 씩씩하게 일어서자고 다짐하고요. 들에 돋기에 들풀입니다. 들은 어떠한 풀이라도 자랄 수 있는 터전입니다. 수수하게 숱한 풀이 얼크러지기에 들이에요.
이 들에 돋는 풀 둘레로 새가 내려앉아 뽀직 하고 똥을 눌 적에 나무씨가 섞였다면 어느새 나무가 자라지요. 나무가 한 그루 두 그루 늘어 풀이며 나무가 우거진다면, 이 자리는 바야흐로 숲입니다. 들이며 숲에서는 모든 풀꽃나무가 저마다 다르면서 값지고 아름답습니다. 수수하기에 수수한 빛으로 환한 풀꽃나무예요. 이 풀꽃나무를 닮은 우리라면, 우리 스스로 ‘풀꽃사람’이란 이름을 쓸 만해요. ‘들꽃사람’도 좋고, ‘들사람·풀사람’이라 해도 좋겠지요. 얽히고설키는 작은 이름입니다. 참말로 고즈넉한 이름이요, 하나같이 투박하면서 싱그러운 이름이에요. 다같이 들꽃이 되어 봐요. 씨알에 흐르는 깊은 숨결을 나눠요.
떨어지다·넘어지다·고꾸라지다·안되다·자빠지다·잘리다·쓴맛 ← 낙마
끝·끝말·끝주먹·마무리·막주먹·마지막·한주먹·뼈아프다·뼈저리다·아프다·쐐기를 박다·크다·크나크다·세다 ← 결정타
들꽃·들사람·들꽃사람·풀꽃·풀사람·풀꽃사람·들풀·풀·돌이순이·사람들·수수하다·여느사람·씨알 ← 서민, 민초, 민중, 백성, 시민
타고나다·태어나다·깊다·얽히고설키다·짜다·워낙·참으로·참말로·처음부터·-밖에·모름지기·으레·하나같이·다들 ← 숙명, 숙명적
오늘말. 팥꽃빛
값을 매길 수 없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람한테도 값을 매길 수 없지요. 하고 싶은 일을 헤아리면서 틀을 잡습니다. 길머리를 세우고, 실마리를 가름합니다. 하나하나 하려고 차근차근 헤아리며 벗삼을 여러 가지를 추스릅니다. 가끔 바람이 불어 싱그러운 기운을 베풉니다. 이따금 새가 내려앉아 새롭게 노래합니다. 풀벌레는 여기저기에서 노랫가락을 들려줘요. 개구리가 이곳저곳에서 낮잠을 자다가 폴짝 뛰어오릅니다. 여름이면 온들에 여름 풀꽃이 흐드러집니다.
나락꽃도 피고 콩꽃이며 팥꽃도 피지요. 팥꽃을 바라보면서 ‘팥꽃빛’ 같은 이름을 쓰면 재미있겠구나 싶습니다. 샛노란 빛깔을 숱한 들꽃이며 나물꽃이며 남새꽃 이름으로 붙여 봐요. 그런데 팥꽃이 지며 맺는 팥알은 꽃하고 사뭇 다른 빛입니다. 팥꽃빛하고 나란히 ‘팥알빛’이란 이름을 쓸 만합니다. 자그마한 꽃송이에서 피어나는 빛이름 하나가 큽니다. 이웃나라에서는 그 나라 말로 여러 빛이름을 나타내겠지요. 총칼을 앞세우고 쳐들어온 나라가 있어 한동안 쓰라리게도 우리말을 못 썼는데요, 오늘날 우리는 우리말을 어느 만큼 생각하며 쓸까요? 안쓰럽거나 안타까운 모습은 아닐까요?
매기다·잡다·세우다·못박다·삼다·붙이다·들이다·가름하다·하다 ← 책정(策定)
가끔·이따금·때때로·때로·드문드문·곧잘·더러·어쩌다·여기저기·이곳저곳·곳곳·살짝·살며시·이럭저럭·흩어지다 ← 산발적(散發的)
팥꽃빛 ← 황색, 금색, 금빛, 노란색, 옐로우, 황금색, 황금빛, 금빛, 금색, 골드(gold)
팥알빛 ← 적흑(赤黑)
쓰다·쓰라리다·쓰리다·쓴맛·아프다·가슴아프다·뼈아프다·안쓰럽다·안타깝다·아쉽다·하늘이 울다·슬프다·크다·크나크다 ← 통한(痛恨), 통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