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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리말, 배달말, 나라말, 어미말, 텃말, 고장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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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한실]

 

우리 글자가 없었을 때야, 우리말을 적어둘 길이 없으니, 한자를 빌어 우리말을 받아 적었다손 치더라도, 막둥이 임금님이 빼어난 우리 글자를 만들고 나서도, 우리글로 쉽게 적을 수 있는 우리말을 굳이 한자로 뒤쳐 적어야 한다고, 그래서 아직도 한자를 배워 써야 한다고 우기는 사람들 마음은 그 뿌리가 어디에 있을까요 ?

 

하늘은 우리말이어서 한자로 적을 수 없어요 천(天)이라고 뒤칠 수는 있지만. 땅도 한자로 쓸 수 없어요 지(地)라고 한글되말로 옮길 수는 있지만. 마찬가지로 아무리 한자에 목을 매는 사람도 사람이라고 한자로 적을 수 없고 같은 뜻을 가진 한자말 인, 인간이라고 쓰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말은 아니잖아요.

 

우리말은 우리글로만 적을 수 있고, 우리 글로 적을 때 가장 잘 살아나요. 그러므로 한자로 된 모든 말은 우리말을 밀어내고, 때로는 잡아먹고, 안방 차지하고 있으면서 두고두고 우리 겨레를 좀먹는 목에 가시 같은 말 같아요.

 

따라서 우리말을 살리는 길은 너무나 뚜렷하게 똑바로 곧게 나 있어요. 우리말을 밀어내고 자리 잡은 한자로 된 모든 한글왜말, 한글되말을 하나하나 가려내 멀리하고, 우리말을 되찾아 즐겨 쓰는 일이에요.

 

이를테면, 한글왜말 식사하다를 쫓아내고 밥먹다를 살려내고 한글왜말 식당을 몰아내고 밥집을 살려써요.

안녕( 잘가, 잘있어 ), 좌우간( 어쨌든 ), 사실은( 참말은 ), 도로( 길 ), 명( 이름 ), 생년월일( 난해달날 ), 주소 ( 사는데 ), 학교 ( 배곳 ), 전답( 논밭 ) 대지(집터),...너무나 귀에 익고 입에 익어 입 열면 저절로 튀어나오는 말들이지만, 이제 하나하나 찾아 가려내어 우리말로 바꿔 써요. 더는 글로든, 말로든, 왜말을 쓰지 않도록 크게 마음먹고요.

 

우리말 죽여 우리겨레 없애기를 가장 바라고 좋아하던 사람들이 왜 사람들이었고, 오늘도 왜사람들 가운데는 한쪽으로 치우쳐 지난 잘못을 깨닫지도 뉘우치지도 못하고 뻔뻔스럽게 구는 사람들이 꽤 있잖아요. 거기 덩달아 우리겨레 가운데도 왜얼이(왜얼에 물든, 왜얼을 가진 사람, 왜말로 토착왜구)들이 꽤 있고, 이들은 왜말을 이어쓰기를 바라고, 그래서 한자를 배워 익혀 써 가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말하지요.

 

우리겨레가 저지르는 가장 큰 잘못은 아직도 배곳에서 한글 왜말을 으뜸으로 가르치고 배우고 (모든 책들이 한글왜말로 가득차 있어요) 나라살림말(행정용어)이 다 왜말로 되어 있는 일이어요. 그러니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나라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왜말을 많이 쓰고 왜말속애 묻혀 살아요. 곧 왜얼이인 셈이지요. 오늘날엔 한 술 더 떠 하늬말, 그 가운데도 잉글말(영어)을 많이 가르치고 배울 뿐만 아니라, 나라살림말이나 새뜸말(신문말) 널냄말(방송말)로도 갈수록 많이 쓰고 있어요. 되나라 당, 송, 명, 청 때처럼 되사람들이 힘이 셀 때는 한자말 더 많이 못 써 애태웠던 배운 사람들이 왜 사람들이 셀 때는 왜말 못 써 안달했고, 그것도 모자라 왜 종살이 벗어난지 일흔 닷 해 넘었는데 왜말 뿌리 뽑기는 커녕 갈수록 왜말투성이말을 더 써가요. 이렇듯 우리말 놓인 자리가 바람앞에 촛불 같은데, 이제 유에스가 세다고, 말마디마다 꼬부랑말 한마디라도 더 못 섞어 써 안달인 잘난 사람들 말씨를 듣고 있으면 우리겨레 뼛 속 깊이 스며든 얼 종살이 꼬락서니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해요.

 

그런데, 밤이 깊이면 새벽이 가깝다는 말이 있지요. 우리말이 가장 죽어가고 있을 때가 바로 우리말을 살려 낼 때겠지요. 우리 겨레가 이런 온갖 쓰레기 같은 말살이로 달가워하겠어요?

우리 겨레가 어떤 겨레지요? 또 우리말이 어떤 말입니까? 이 보다 더 빼어나고 거룩한 말이 있을까요?

 

이제 우리말이 걸어온 길고 어두운 굴은 끝나고 빛나는 해가 비치는 새날을 맞이할 때가 왔어요. 겨레말을 살려 겨레를 빛내고 나라를 살리는 일에 우리 모두 나설 때가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