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7] 솜꽃 어릴 적에 우리 집은 한 이불을 덮고 잤다. 여름에는 마루와 멍석으로 흩어 자지만 겨울이면 군불을 넣고 한곳에서 바닥에 이불도 깔지 않고 두꺼운 이불 하나를 덮었다. 중학생인 작은오빠, 나, 동생, 어머니 아버지 이렇게 다섯이 덮었다. 이른 저녁에는 바닥이 따뜻하고 뜨겁지만, 새벽이 되면 구들이 식어서 몸을 움츠리며 서로 등 뒤에 딱 붙어서 갈치잠을 잔다. 누구 하나 몸을 들썩이면 찬바람이 들어왔다. 우리는 몸을 붙여 자서 이불하고 사람 기운으로 따뜻해서 바닥이 딱딱해도 잠을 잘 잤다. 그런데 우리 이불은 다섯 사람이 덮어서 아주 크고 무겁다. 이불 홑청을 베로 풀을 먹여서 다듬이질에 방망이질을 했다. 베도 무겁지만, 이불에 든 솜도 무겁다. 우리 집은 솜을 조금 심은 적이 있다. 탑리에서 솜씨를 받아서 심는 집도 있지만, 우리 어머니는 밍(명)타는 집에서 뺀 솜씨를 얻어서 밭에 심었다. 초롱처럼 생긴 꽃이 피었다가 꽃이 지면 솜 다래가 열린다. 솜 생길 적에 메아리 따서 먹었다. 바알간 다래는 풀내가 나도 먹을 만했다. 그렇지만 나는 잘 안 먹었다. 이 다래가 익어 다래꽃이 피었다. 찬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8] 뱀딸기 금성산에는 멧딸기가 아주 많다. 금서 가는 날이면 등성이에 올라가 딸기를 쏙쏙 빼먹었다. 줄기에 가시가 돋고 나무로 자랐다. 그러나 뱀딸기는 논둑 밭둑 못둑에 작은 풀밭에 한뼘 풀로 올라왔다. 가시도 없고 빛깔만 멧딸기하고 뱀딸기가 닮아 보이지만 꼴이 다르다. 뱀딸기를 한 입 베물면 안이 하얗고 허벅허벅하고 싱겁다. 멧딸기는 새콤하고 알알이 붙어 하나로 영글었다. 뱀딸기는 뱀이 먹고 사람이 먹지 못하는 딸기인 줄 알고 먹지 않았다. 빛깔이 고운데 왜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뱀딸기라 할까. 풀이 작아서 바닥을 기어 다니는 뱀이 먹는 줄 알까. 뱀한테 있는 독을 밍밍한 딸기로 씻을까. 나는 뱀을 보기만 해도 몸이 움찔하고 소름이 돋는다. 뱀이 나한테 뭘 하지 않는데도 무섭다. 뱀딸기는 내가 뱀 보고 놀란 몸에 돋은 소름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 몸이 추울 때 돋는 살결 같다고 이거 먹지 말라고 보여주나. 우리가 먹는 딸기는 줄기에 가시가 있어 뱀은 살결이 보드라워 먹고 싶어도 얼씬 못 하니 제 딸기라고 뱀도 먹으라고 남기나. 흔한 딸기를 먹고 독을 풀면 풀밭에 아이들을 신나게 뛰어놀게 모으는 딸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온리원 그룹과 (사)토박이말바라기 손을 잡다] 온리원 그룹(회장 송조은)과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으뜸빛 강병환)가 운힘다짐풀이(협약식)를 했습니다. 지난 들가을달 열아후레(8월 19일) 온리원 셀링에서 온리원 그룹 송조은 회장과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맡음빛이 운힘다짐글(협약서)에 이름을 쓴 뒤 서로 주고받았습니다. 두 모임이 앞으로 토박이말 갈배움을 가운데 두고 토박이말 살리기에 뜻을 같이 하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힘과 슬기를 모으기로 글다짐을 한 뒤 손을 맞잡았습니다. [다짐글에 이름을 쓴 뒤 함께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 송조은 회장, 이창수 맡음빛] 이 자리에서 송조은 회장은 온리원 셀링에서 만든 케이-아이엠(K-IAM) 플랫폼을 가지고 토박이말을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는 알리는 일과 토박이말 살리기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일부터 해 보자고 했습니다. 더 나아가 살려 쓸 토박이말을 마음껏 찾아 쓸 수 있도록 돕는 토박이말 말집(사전)과 새로운 토박이말을 만드는 에이아이(AI)까지 만들면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며 하나씩 해 나가자고 했습니다. 이에 이창수 맡음빛은 송조은 회장께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22. 길벗 우리 삶터에서 말살림을 돌아보면 아직 우리 손으로 새말을 짓거나 가꾸는 힘이 모자라지 싶습니다. 손수 짓거나 스스로 가꾸려는 마음이 퍽 모자라구나 싶기도 합니다. 이웃나라에서 쓰는 말을 고스란히 따오는 분이 많은데, 우리 나름대로 새롭게 말을 지어서 쓰자는 생각이 처음부터 없구나 싶기도 해요. 나라(정치·행정)나 배움터(초·중·고등학교·대학교)뿐 아니라, 글을 쓰는 이까지, 제 나름대로 깜냥을 빛내어 말 한 마디를 새롭게 길어올리지 않기 일쑤입니다. “새 술은 새 자루에”라는 이웃나라 삶말이 있습니다. 저는 ‘속담(俗談)’이 아닌 ‘삶말’로 고쳐서 쓰는데요, 한자 ‘속(俗)’은 ‘속되다’처럼 여느 사람을 낮거나 하찮게 보는 마음을 담아요. 수수한 사람들이 수수하게 쓰는 말은 낮거나 하찮게 보면서, 힘을 거머쥔 이들이 쓰는 한자를 높이려는 기운이 서린 ‘속담’이란 낱말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속담이란 수수한 사람들이 저마다 삶자리에서 길어올린 짧은 말이에요. 삶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나무날 이레말 - 영어 4 마이너리티 마이너리티 : x minority : 1. (한 집단의 절반이 못 되는) 소수 2. (한 사회·국가 내의) 소수집단 3. 미성년(인 상태) マイノリティ-(minority) : 1. 마이노리티 2. 소수. 소수파. 소수 세력. 소수 민족 영어 ‘마이너’ 못지않게 ‘마이너리티’를 쓰는 분이 있는데, 우리말로는 ‘작다·조그맣다’나 ‘작은이·작은님·작은길’이라 하면 됩니다. 자리에 따라 ‘초라하다’나 ‘몇몇·몇 군데·뒤’라 할 만하고, ‘뒤쪽·뒤켠·뒷자락·뒷자리·뒷그늘’이라 해도 됩니다. ㅅㄴㄹ 언젠가는 마이너리티의 지위를 벗어날 지도 모를 일이다 → 언젠가는 뒷자리를 벗어날 지도 모를 일이다 → 언젠가는 초라한 자리를 벗어날 지도 모른다 《한국의 교양을…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찾기 놀이]1-13 어제 멀리 충북 영동까지 가서 좋은 분을 뵙고 왔습니다. 오직한두레(온리원그룹) 송조은 으뜸빛님과 운힘다짐(업무협약)을 하고 여러 가지 도움 말씀을 들었지요. 집을 나설 때만 해도 가서 토박이말을 널리 알리는 일과 아랑곳한 도움을 받아 오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서 말씀을 나눠 보니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슬기를 나눠 주셔서 가길 잘했다는 생각을 거듭했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와 토박이말을 널리 알리는 일과 더불어 두 모임이 힘과 슬기를 모아갈 일들의 얼개를 잡고 내려 오는 길에 잇달아 무지개를 보아서 기분이 더 좋았습니다. 겹무지개까지 봤는데 무지개가 앞으로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려 주는 것 같았지요. 토박이말 살리기 말나눔 잔치 때 이름 쓰기 (서명)부터 하나씩 해 나가면서 일을 키워 나갈 생각을 하니 절로 기운이 납니다. 서로 도와 토박이말 살리기 바람을 온 나라로 불게 할 것을 다짐하며 기분 좋게 토박이말 찾기 놀이를 만듭니다. 오늘은 토박이말 살리기 61부터 65까지와 토박이말 노래,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태서 만들었습니다. 밑에 알려드리는 뜻을 보시면서 다시 익힘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72 든난벌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든난벌'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두 곳에서 '든벌과 난벌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보기월은 없습니다. 하지만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난든벌'과 비슷한 말이라는 것을 밝혀 주고 있네요. '난든벌'은 앞서 알려 드린 적이 있기 때문에 아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난든벌'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외출할 때 입는 옷과 집 안에서 입는 옷'이라고 풀이를 하고 "난든벌을 갖추다'"를 보기월로 들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나들이할 때 입는 옷과 신발인 난벌과 집에 있을 때 입는 옷과 신발인 든벌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준하는 백화점에 가서 난든벌을 각각 한 벌씩 장만했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이것을 놓고 볼 때 '난든벌'과 '든난벌'은 같은 뜻을 가진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난벌'은 '나들이 할 때 입는 옷과 신을 함께 이르는 말이고 '든벌'은 집에 있을 때 입는 옷과 신을 함께 이르는 말'이라는 것도 알 수 있지요. 이를 바탕으로 든난벌을 다음과 같이 다음어 보았습니다. 든난벌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31-바라는 것을...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어제 밤에 마실을 나갔다가 벚나무 밑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들을 보았단다. 벌써 잎을 떨구는 나무를 보니 가을이 성큼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음을 더 똑똑히 느낄 수 있었지. 나무를 올려다 보니 아직 푸른 잎들이 훨씬 많았지만 노란 빛, 붉은 빛으로 바뀐 나뭇잎들이 더러 있더구나. 너희들은 무엇을 보며 가을을 느끼게 될지 궁금하네?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바라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없다면, 손닿는 곳에 있는 것을 사랑하라."야. 이 말씀은 프랑스에서 옛날부터 이어져 오는 옛말이라고 해. 흔히 속담이라고 하던데 나는 염시열 님께서 다듬은 '삶품말'이라는 말이 더 마음에 든단다. 옛말은 그야말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살다보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또 갖고 싶은 것도 많지만 그것을 다 하고 가질 수가 없는 것이 삶이란 것을 깨닫거나 알게 되지. 하지만 하지 못한 것, 갖지 못한 것을 두고 슬픔이나 안타까움에 빠져서 아까운 때를 흘려 보내는 잘못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때 빨다 한데 동무 모듬살이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61쪽부터 62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앞서 보여 드린 60쪽 아래 둘째 줄부터 61쪽 첫째 줄까지 걸쳐서 "이 기름기와 땀에 먼지가 앉아서 말라 붙으면, 때가 되어서 살갗에 앉는다."라는 월(문장)이 있습니다. 이 월은 '기름기'를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고 '때'를 참 쉽게 잘 풀이해 주고 있는데 '때가 살갗에 앉는다'고 한 것이 요즘에 쓰는 말과 달라서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둘째 줄부터 셋째 줄에 있는 "몸에 때가 앉으면 건강에도 좋지 못하고 남 보기에도 흉하다."는 월은 "몸에 때가 앉으면 튼튼하게 지내는 데에도 좋지 못하고 남 보기에도 좋지 않다."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 다음에 이어서 나온 "또 옷도 속히 더러워진다."도 "또 옷도 빨리 더러워진다."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넷째 줄부터 여섯째 줄까지 이어서 나온 "우리는 자주 목욕을 하여 몸을 깨끗이 해고, 옷을 자주 빨아 입자."는 월에서 '목욕'을 빼고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71 드티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드티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밀리거나 비켜나거나 하여 약간 틈이 생기다. 또는 그렇게 하여 틈을 내다'라는 뜻이 있다고 하면서 "힘주어 미니까 바위가 약간 드티는 것 같다"와 같은 보기월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예정하였거나 약속하였던 것이 어그러져 연기되다 . 또는 그렇게 연기하다'는 뜻도 있다고 하면서 "남편이 오늘 나오나? 오늘 못 나오면 내일 나오나?.... 하고 안 떨어지면 하루 씩 드티어서 수없이 떼 보는 것이다."라는 염상섭의 '무화과'에 나온 월을 보기로 들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물건이나 장소가)비키거나 밀려 약간 틈이 생기다.는 뜻이 있고, "약속하거나 예정했던 것이)어그러져 연기되다.는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지만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위와 같은 풀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드티다: 1)밀리거나 비켜나거나 하여 틈이 조금 생기다. 또는 그렇게 해서 틈을 내다. 2)미리 굳혀 놓았거나 다짐했던 것이 어그러져 미뤄지다. 또는 그렇게 미루다. ≒연기하다 이를 놓고 보면 우리가 살면서 '틈이 생기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