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요즘 배움책에서 살려 쓸 토박이말]1-몸씨=자세 1학년 국어 배움책(교과서) 첫째 마당 이름이 ‘바른 자세로 읽고 쓰기’입니다. 여기 있는 ‘자세’와 아랑곳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거의 다 ‘자세’라는 말을 자주 보고 들었기 때문에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옛날 배움책에는 ‘자세’라는 말을 써야 할 곳에 ‘몸씨’라는 말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말집(사전)에 올라 있지 않아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자세’는 한자말로 풀이를 하면 ‘모양/맵시 자(姿)’에 ‘형세/기세 세(勢)’입니다. 둘 다 ‘모양’ ‘꼴’과 비슷한 뜻입니다. 말집(사전)에서 찾아보면 ‘몸을 움직이거나 가누는 모양’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한자 풀이를 가지고는 ‘몸의 모양’이라는 뜻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자세’에는 ‘일몬(사물)을 대할 때 가지는 마음가짐’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비슷한말로 ‘몸자세’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지요. 한자말 ‘자세’는 ‘몸’도 ‘마음’도 다 들어가는 흐릿한 말이 되어버립니다. 그런데 ‘자세’라는 말 못지않게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인 ‘마음씨’라는 토박이말과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들가을달(8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바다로 골짜기로 막바지 더위를 식히러 떠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조금만 늦어도 물이 차가워서 물에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울 가에서 흐르는 물을 보거나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느낄 수 있지만 말이지요. 여울놀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골짜기를 찾는답니다. 이제 막바지 더위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가을로 들어선다는 들가을이 지난 이렛날(7일)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가을로 들어서는 달이기 때문에 8월은 들가을달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래도 한 보름 남짓 동안은 불볕더위가 우리를 힘들게 할 것이고 그 뒤에도 한낮에는 덥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더위와 멀어지고 싶어 바닷가를 찾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을 것입니다. 모래톱에 글씨를 쓰기도 하고 모래 쌓기나 모래찜질을 즐기기도 하겠지요. 그러다 햇빛과 바닷물이 만들어 주는 예쁜 윤슬을 보며 눈을 맑히기도 할 것입니다. 들가을달 한가운데에는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날이 있습니다. 어둠과 같은 날들을 보내다 빛을 되찾은 날이라는 뜻으로 ‘광복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려면 뭘 걸어야 하지 않아요. 내걸지 않아도 기꺼이 나섭니다. 높다란 뜻을 내세워야 값지지 않아요. 누구를 앞세우기보다 다같이 노래하면 넉넉해요. 꼭 해야 하지 않습니다. 잡으려면 잡을 테고 이루자면 이루겠습니다만, 먼저 바라볼 곳이 있어요. 우리가 선 자리부터 사랑으로 헤아리면서 밑바탕을 포근히 가꾸어야지 싶습니다. 스스로 사랑인 줄 생각하지 않기에 나중에 말이 어긋나고 토를 붙입니다. 아직 어설프기에 남사스럽다고 여기는데, 아직 엉성하지만 스스럼없이 나설 만해요. 안되어 보이거나 창피하다는 눈길을 잊어요. 넘어지면서 다릿심이 붙는 아이처럼, 후줄근한 우리 모습을 더 깊이 사랑하면서 하루를 지어요.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마음이기에 꿈을 이루고 뜻을 폅니다. 힘이나 돈이나 이름이 반드시 있어야 할까요? 힘이나 돈이나 이름은 겉치레이지 않을까요? 꼭두로 삼고 꽃등으로 다스릴 밑을 잃거나 잊기에 힘이며 돈이며 이름에 매이지 싶어요. 가없이 따스하게 돌봅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곁장구 얼핏 훑으면 들판에 흐드러진 꽃이 모두 같아 보입니다만, 가만히 보면 모든 꽃은 하나도 안 똑같습니다. 같은 나무에 나란히 돋는 잎도 하나이지 않아요. 다 다른 잎은 크기도 무늬도 빛깔도 저마다 다릅니다. 나무를 제대로 그리려 한다면, 잎 하나하나를 바라보면서 다 다르게 그리겠지요. 풀꽃을 제대로 옮기려 한다면, 풀도 꽃도 하나하나 새롭게 마주하면서 옮길 테고요.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매한가지라고도 하지만, 이렇게 하기에 이 길이요, 저렇게 하기에 저 길입니다. 이 길하고 저 길은 늘 달라요. 우리는 서로 다른 줄 알기에 함께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새로운 줄 알아보면서 같이해요. 다른 빛을 알아채기에 믿고, 새로운 숨결을 느끼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을 맞잡습니다. 때로는 물벼락처럼 소나기를 퍼붓는 구름은 모두 달라요. 크게 보면 하나이지만 곰곰이 보면 온갖 물방울이 얼크러져요. 한마음이라서 곁장구를 치기도 하지만, 한뜻이 아니어도 북돋우고…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30-빠져나가는...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들가을, 입추가 지나서 그런지 밤에 느끼는 숨씨(공기)가 많이 다르더구나. 이제 밤에는 찬바람틀을 켜지 않아도 견딜만하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 저마다 느낌이 달라서 아직 덥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말이지. 밤 마실을 짧게나마 나가 보면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빠져나가는 으뜸 수는 뚫고 나가는 것이다."야. 이 말씀은 미국에서 이름난 가락글꾼(시인)이신 로버트 프로스트 님이 남기신 거라는데 눈앞에 닥친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를 알려 주는 좋은 말씀이지 싶어. 어려운 일이 닥치면 그것을 모른 척하거나 멀리하는 사람도 있고 비켜서거나 달아나는 사람도 있지. 하지만 그것에 맞서 이겨내고야 말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터울거리는 사람도 많지. 그렇게 맞이하게 된 어려움에서 빠져나가는 가장 좋은 수가 바로 뚫고 나가는 것이라는 말씀이니 우리 모두가 되새겨 보면 좋겠구나. 아무리 어려운 일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뚫고 나갈 수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나는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70 드림셈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드림셈'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한 번에 하지 않고 여러 번에 나누어서 주고받는 셈'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분액'이 비슷한 말이라고 했습니다. '분액'의 뜻이 '한 번에 하지 않고 여러 번에 나누어서 주고받는 셈'이라고 '드림셈'과 풀이가 같았지만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한 번에 하지 않고 몇 차례에 나누어서 주고받는 셈'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도 보기가 없었는데 둘 다 보기월이 없는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두 풀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드림셈: 한목에 하지 않고 여러 셈(번)으로 나누어서 주고받는 셈 이런 뜻을 가진 '드림셈'과 비슷한 뜻으로 우리가 많이 쓰는 '할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할부'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돈을 여러 번 나누어 냄'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이것을 보더라도 '할부'와 '드림셈'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할부'라는 말을 써야 할 때 '드림셈'을 살려서 쓰면 좋겠습니다. "나는 목돈이 없어서 드림셈으로 빨래틀을 샀다.", "한목 내기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6] 노루귀꽃 언덕 집에 살던 일곱여덟 살 적에 노루를 처음 보았다. 아버지가 장골에서 일할 적에 비틀거리며 올찮은 노루 머리를 때려서 잡았다. 한데 가게에 장대에 거꾸로 매달아 두고 다음날 거죽을 벗겨 고아먹었지 싶다. 노루를 먹은 이튿날, 간지밭에 일하던 어미 소를 따라온 송아지가 풀밭에서 잘 뛰어놀다가 갑자기 죽었다. 이때 노루를 잡으면 재수 없다고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노루를 잡던 언덕집에서 아픈 사람이 많았다. 어머니는 밥을 먹지 못하는데 어디 아픈지 알지 못해 미역국을 겨우 삼켰다. 아버지는 속이 아프고 병원 가던 길에 똥이 마려워 누니 똥에 거품이 나오고 거품이 몸에서 빠져나오자 병원 가다가 병이 다 나았다. 큰오빠는 사타리에 돌을 끼워 돌치기 놀이하다가 돌에 맞아 도랑에 떨어져서 다쳤다. 집하고 우리하고 안 맞아 자꾸 탈이 났지 싶은데 노루를 잡아 송아지까지 죽었으니 재수 없다는 말이 나돌았다. 어쩌면 짝을 잃은 노루가 우리 송아지를 해코지했을까. 우리가 먹은 노루 귀를 닮았아서 노루귀꽃일까. 수줍은 듯한 꽃을 보니 노루도 참으로 얌전했을지 모른다. 재수 없다는 이름을 벗으려고 노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5] 느릅나무 숙이네 가는 길 가운데쯤에 언덕이 있고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곳을 지나갈 적이면 냅다 뛰었다. 나보다는 숙이가 많이 뛴다. 나는 언덕을 지나 우물가에 사는 언니 집에 놀러 갔다가 집에 올 적에 뛰고 숙이는 장골 끝 집이라 언덕을 지나는 일이 더 많다. 어린 날 마을에 티브이가 한 대 있었다. 나무 상자에 채널을 돌리는 흑백티브이다. 연속극을 보려고 장골 목골 이골 사람이 몰려왔다. 나는 우리 골목만 틀면 바로 앞집이라 가장 가까웠다.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아이 어른이 함께 보았다. 집으로 올 무렵이면 어두워서 코앞이 집인 나도 무서운데 언덕을 지나는 숙이는 얼마나 무서울까. 그 언덕에서 개오지가 지나가는 사람한테 흙을 뿌린다는 말이 온마을에 돌았다. 나는 개오지가 맷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그 길만 지나가면 여우 눈을 떠올리고 늑대 눈이 떠오르고 티브이에서 보던 무서운 얼굴이 떠올랐다. 밤이면 무섭지만, 낮에는 그 나무 뒷산에서 소꿉을 하고 놀았다. 명자꽃이 울타리로 곱게 피었다. 명자꽃을 우리는 ‘앤지꽃’이라 했다. 아이들이 밤늦게 다니지 말라는 헛소문일 텐데 티브이에서 본 ‘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0] 막걸리 동생하고 나는 아버지가 드실 막걸리 심부름을 도맡았다. 찌그러진 노란 주전자를 들고 다녔다. 달빛이 밝은 날에는 길이 잘 보였다. 그런 날은 느긋하게 걷고 달이 안 뜨는 날에는 캄캄해서 개울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순이네 담벼락을 잡고 걷는다. 우리 집에서 전방(가게)까지 거리가 삼백 미터 남짓이다. 영이네 어머니는 국자로 단지에 담긴 술을 퍼서 내가 갖고 간 주전자에 담는다. 술을 휙 젓고 주전자에 붓는 소리가 시냇물 흐르는 소리처럼 들렸다. 막걸리는 반 되 받는 날도 있고 한 되나 두 되도 받는다. 그런데 주전자를 건네받고 나면 손이 부끄럽다. 영이네 어머니가 돈 달라고 기다리는 눈빛이 돈 없다고 깔보는 듯해서 풀이 죽는다. ‘또 외상이가?’ 하는 소리가 너무나 듣기 싫었다. 내가 막걸리 심부름 가기 싫은 까닭이다. 아버지가 들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언제나 여덟 시쯤 된다. 시골이라 해도 빨리 떨어지는데 캄캄하도록 일하고 오신 아버지는 막걸리를 밥그릇에 부어 아주 맛있게 드신다. 입을 털고 ‘카’ 하고 길게 소리 내며 마셨다. 가끔 놀다가 밖에서 마시고 온 날이거나 속상해서 거나하면 어머니한테 막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69 드레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드레'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인격적으로 점잖은 무게'라고 풀이를 하고 "어린 사람이 퍽 드레가 있어 보인다."와 이문구의 '해벽'에 나온 "권세도 좋고 돈도 좋지마는 아무리 드레 없는 뱃놈이라도 무슨 영금을 보건 눈썹 한 터럭 까딱 안 할 테니까."를 보기월로 보여 주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사람의 품격으로서의 점잖은 무게'라고 풀이를 하고 "그는 나이에 비해 퍽 드레가 있어 보인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말과 비슷한말로 '무게'가 있다고 했습니다. 두 풀이를 견주어 보면 '점잖은 무게'를 나타낸 말인 것은 같습니다만 앞에서는 '인격적으로'라고 했고 '뒤에서는 '사람의 품격으로서'라고 했습니다. '인격'과 '사람의 품격'이 같은 뜻을 가졌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인격'과 뜻이 비슷한 토박이말 '됨됨'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드레: 사람의 됨됨(인격)으로서의 점잖은 무게 위에 있는 보기월 가운데 '어린 사람이 퍽 드레가 있어 보인다' 도 그렇고 '그는 나이에 비해 퍽 드레기 있어 보인다'도 둘다 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