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새뜸 언제 누가 처음 지었는지 알 만한 낱말도 많으나, 어느 때에 곳곳에서 한꺼번에 피어나는 낱말도 많습니다. 아직 아무도 안 쓰는 낱말을 어느 한 사람이 처음으로 쓰며 퍼지기도 하고, 시골이나 마을에서 조용조용 쓰던 말씨를 누가 눈여겨보고서 두루 퍼뜨리기도 합니다. 〈전남새뜸〉은 1997년부터 나오는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세종에는 ‘새뜸마을’이 있고, ‘새뜸초등학교·새뜸중학교’가 2017년부터 섭니다. 눈을 새로 뜨고 마음을 새로 뜹니다. 이야기를 새로 띄우고 생각을 새로 띄워요. 다그치지 않고 띄웁니다. 따지지 않고 물으면서 띄워요. 차근차근 찾아보는 동안 어느새 눈을 뜹니다. 귀를 열고서 들으니 눈을 떠요. 가슴을 틔우고서 받아들이니 마음을 떠요. 삶에는 여러 길이 있어요. 이모저모 즐겁게 나아가며 하나씩 살핍니다. 알고 싶기에 눈을 뜨고, 궁금하기에 귀를 뜹니다. 속속들이 알아보기도 하지만, 속내를 제대로 들추려는 뜻입니다. 깊이 말하며 알아가기에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장만하다 갈무리하다 날마다 낯 살갗 되다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59쪽부터 60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59쪽 둘째 줄과 셋째 줄에 걸쳐서 나온 “손톱과 발톱은 왜 자주 깎아야 하는가?”라는 월(문장)은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여덟째 줄과 아홉째 줄에 나온 ‘장만하는’과 ‘갈무리하는’은 참 반가운 토박이말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장만하다’는 ‘꼭 있어야 할 것을 사거나 만들거나 해서 갖추다’는 뜻을 가진 토박이말로 ‘먹거리’와 아랑곳한 말과 자주 만나는 말입니다. ‘갈무리하다’는 ‘물건 따위를 잘 정리하거나 간수하다’는 뜻으로 흔히 ‘저장하다’라고 하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면서 ‘일을 처리하여 마무리하다’는 뜻도 있는 토박이말입니다. 열째 줄과 열한째 줄에 있는 ‘벌레가 우리 몸에 들지 않게 해야 한다.’에서 ‘들지 않게’는 요즘 흔히 쓰는 ‘침입하지 않게’를 쉽게 풀이해 쓴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열한째 줄 끝에서 열둘째 줄에 걸쳐 나오는 ‘벌레 없애는 약’도 요즘 쓰는 ‘구충제(驅蟲劑)’를 쉽게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67 뒨장질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뒨장질'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사람이나 짐승, 물건 따위를 뒤져내는 일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형방 비장이 나장이 팔구 명을 데리고 대들어서 도화와 도화의 집 사람을 한옆에 몰아 놓고 뒨장질을 시작하여 온 집 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장물 잡아낼 것이 별로 없었다."는 홍명희의 임꺽정에 있는 보기월을 보기로 들었습니다. 그 다음 '닥치는 대로 들었다 놓았다 하는 일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뜻도 있다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사람이나 짐승, 물건 따위를 뒤지는 짓'이라고 풀이를 하고 "형사 몇 명이 집 안으로 들이닥쳐 뒨장질을 시작하여 온 집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장물을 찾아내지는 못했다."를 보기월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들었다 놓았다 하는 일'이라는 뜻도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앞의 '표준국어대사전'과 같은 뜻풀이가 우리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토박이말을 낮잡아 보게 하고 토박이말 쓰기를 꺼리게 만드는 아주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뜻을 높여 이르는 말이 따로 없는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책에서 길을 찾다]1-앞잡이, 이끎이 책을 읽다 보면 못 보던 새로운 낱말을 만나 반갑기도 하고, 다 아는 말인데 이럴 때 이렇게 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저도 모르게 무릎을 칠 때도 있습니다. 또 이런 말보다 같은 뜻을 가진 토박이말을 썼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하곤 하지요. 여러 해 앞부터 책을 읽으면서 밑금을 그어 놓거나 적바림을 해 놓은 것들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그런 것들을 그냥 그렇게 넘길 것이 아니라 하나씩 붙들어 갈무리를 해서 다른 분들에게도 알려 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그걸 오늘부터 하나씩 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영화 말모이 때문에 더욱 널리 알려지신 이극로 님의 '고투사십년' 안에 실린 유열 님의 '스승님의 걸어오신 길'의 첫째 월을 보고 생각한 것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된 고개 험한 길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이 겨레 삼천만의 인도자가 되어 우리들을 이끌어 주신, 고루 이극로 스승님의 걸어오신 반백년의 발자취를 밝혀, 나라를 위하여 힘쓰는 젊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면 다행으로 생각하는 바이다. [이극로(2014), 고투사십년, 227쪽. 스승님의 걸어오신 길_유열] 여기서 처음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1] 꿀 우리 마을 멧골에는 아까시가 꽃을 피울 틈 없이 땔감으로 썼다. 멧골에는 나무보다 잔디가 많았다. 나무가 없으니 꽃이 없고 꽃이 없으니 꿀이 없다. 그렇지만 겨울에는 꿀을 먹는다. 가을에 나락을 거둬서 쌀이 넉넉했다. 겨울이 되면 쌀로 조청을 꼰다. 가마솥에 불을 때고 하루가 걸리는 일이다. 하나는 약초를 달여서 졸이면 꿀보다는 걸쭉하고 숟가락으로 떠서 들면 흐르는 약조청이다. 또 하나는 걸죽하고 달다. 조청을 하도 졸여서 숟가락을 넣으면 손잡이가 휘청거린다. 우리 집에는 벽장이 하나 있었다. 어머니는 나중에 먹을 밥살림을 두었다. 제사에 쓸 과일이나 떡을 두고 조청도 벽장에 두었다. 어린 나는 키가 작아 고개를 한참 쳐들어도 팔을 뻗어도 벽장 문에 손이 닿지 않았다. 베개를 놓고 밟고 이불을 밟고 올라서면 미끄러졌다. 동생을 엎드리게 하고 등을 밟고 올라섰다. 어머니가 숨겨 놓은 조청을 몰래 퍼먹는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티나지 않게 떠먹는다. 나는 약조청이 입에 써서 맛이 없었다. 빡빡한 조청만 먹었다. 어머니는 일이 바빠 조청을 얼마나 먹었는지 잘 알지는 못해도 다 아는 눈치였다. 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0] 부처손 멧길을 오르다 바위에 붙은 부처손을 본다. 이곳저곳 숲을 다녀도 눈에 안 띄던데 오늘 본다. 어릴 적에 본 부처손을 금성산 뒤쪽에서 보았다. 우리 밭이 그 골에 있었다. 덩굴진 풀밭에 옹달샘이 있고 물이 뿌옇다. 샘에서 넘쳐흘러 도랑길을 폴작 건너 칡덩굴을 헤치고 바위 밑에 선다. 나는 큰 바위를 자주 올려다보았다. 풀이 날 자리가 아닌데 푸른 부처손이 빽빽하게 바위를 덮는다. 가을이면 잎이 말라죽은 듯 오그라들었다가 이맘때면 푸르다. 오늘 보니 바위에 보드라이 흙이 있다. 나무뿌리를 타고 흙이 흘러 고였다. 고운 흙에 이끼와 자리를 잡고 가랑잎이 덮었다. 어린 날 내가 본 바위에는 가파르게 자리잡아 흙도 없는 바위에 붙었다. 나는 곧잘 따고 싶었지만 어린 내 손이 닿지 않았다. 아버지한테 따 달라고 졸랐다. 아버지는 지게에서 부처손을 꺼내 주었다. 나는 어디서 돌을 들고 와서 부처손을 얹어 수돗가에 두었다. 물을 돌에 뿌려 주었다. 그러나 우리 집에서는 잎이 누렇게 말라 갔다. 나는 바위에 푸른 부처손이 붙어 자라는 일이 믿기지 않았다. 풀을 골라 반찬을 해먹는데 바위에 저렇게 많이 붙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66 뒤울이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뒤울이'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고 풀이를 하고 '북풍'과 같은 말이라고 했지만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도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고 풀이를 하고 '북새풍', '북풍'을 비슷한 말이라고 했지만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다만 '북풍'을 찾아보니 표준국어대사전에 "북풍이 몰아치다."는 보기가 있었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그날따라 북풍이 세차게 몰아쳐서 날씨가 유난히 추웠다."는 보기월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북풍'을 써야 할 때 '뒤울이'를 떠올려 써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북풍'과 비슷한 말로 '뒤울이' 말고도 '뒤바람', '댑바람'이 있다는 것도 알아 두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왜 '뒤'가 북쪽을 가리키게 되었는지는 옛날부터 우리가 남쪽을 보고 집을 지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시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남풍'을 가리켜 '앞바람'이라고도 하지요. '남풍'을 가리키는 또 다른 말 '마파람'은 '마주 부는 바람'이라는 뜻의 '맞바람'이 바뀌어 된 말이라는 풀이가 있다는 것도 알아 두시기 바랍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마을책숲 나라에서는 ‘국어’란 한자말을 쓰는데, 이 이름은 나라에서 틀에 맞추려는 글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스스럼없이 ‘우리말’이라 하고, 우리가 스스로 살아가며 나누는 말이란 뜻입니다. 우리말은 따로 ‘삶말’이라고도 합니다. 삶에서 비롯하니까요. 꼭두길님이나 으뜸길잡이가 짓는 우리말이나 삶말이 아닙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금’이라 하고, 하늘을 쳐다보며 ‘하늘금’이라고 수수하게 이야기하는 여느 말씨가 삶말입니다. 고을에 있기에 고을책집이에요. 마을에는 마을책숲이 있어요. 고을책밭처럼 말끝을 바꾸어도 어울려요. 이리하여 밥 한 그릇을 수수하면서 즐겁게 나누려고 마을밥이며 고을밥을 짓지요. 고장밥도 짓고 오래오래 이은 오래밥도 짓습니다. 옛날 옛적부터 먹은 옛밥도 있고, 삶말처럼 살림을 짓는 사람이 손수 지은 살림밥이 있어요. 그렇다면 마을말에 고을말에 고장말이 있을 테고, 오래도록 쓴 오래말이 있겠지요. 삶말처럼 삶밥이 있고, 살림밥처럼 살림말이…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28-작은 움직임은...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 작은 움직임은 씨앗과 같아서 자라서 꽃을 피우기도 하고 그냥 풀이 되기도 한다."야. 이 말씀은 카이로프랙틱이라는 의술을 처음으로 만드신 '대니얼 디(D). 파머 님께서 하신 말씀이라고 해. 카이로 프랙틱은 약을 쓰거나 수술을 하기보다 손으로 뼈대나 힘살(근육)을 만져 몸을 아프지 않게 미리 막거나 아픈 곳을 낫게 하는 것이라고 하고 추나요법, 도수치료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고 하는구나. 이런 의술을 만드신 분께서 하신 말씀이라고 하니 이 말씀은 우리 몸의 튼튼(건강)과 이어지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 몸이 아프거나 나빠지는 것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버릇처럼 해 온 몸의 움직임과 먹는 것과 이어지는 것이거든. 여느 때(평소) 서거나 앉는 몸씨(자세)는 말할 것도 없고 걸음걸이에 따라 몸이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고 하니까 말이야. 그런 작은 움직임이 씨앗이 되어 우리 몸을 튼튼하게 만들기도 하고 아프게 만들기도 할 거라는 말씀이지 싶어.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하게 되는 낱낱의 짓이 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9] 금은화 높은 바위틈에 금은화가 피었다. 덩굴이 돌담으로 뻗고 나무에도 엉키며 자랐는데 이제는 사람 손이 닿지 않는 높은 바위틈에 자라네. 유월 볕에 금은화가 피면 꽃물을 빼먹으려고 꿀벌도 바빠지겠지. 나도 꽃에서 꿀을 따먹었다. 시골에서는 인동이라 했다. 장골 윗집으로 올라가는 골목 따라 덩굴이 우거졌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꽃을 땄다. 노란꽃 하얀꽃이 같이 피고 빛깔이 곱고 맛이 달다. 꽃 하나를 따서 꽁지를 입에 넣고 쪽쪽 빨아먹고 또 따서 꿀물을 빼먹는다. 꿀은 내가 다 쪽쪽 빨고 집에 들고 왔다. 섬돌에 보자기를 펼치고 널어 햇볕에 말린다. 꽃이 마르면 담아서 벽에 걸어 둔다. 어머니는 닭을 고을 적에 넣고 단술(식혜)에도 넣는다. 꽃을 물에 끓여 우려낸 물에 단술을 삭히고 끓인다. 날꽃을 통에 담고 술을 부어 둔다. 아버지는 밥 먹을 적마다 한 모금씩 마신다. 어머니는 팔다리에 꽃이 좋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을까. 약으로 쓰려면 꽃물을 먹으면 안 되는데 나는 꽃물을 쪽쪽 입에 물었다. 어머니는 좋은 줄 알고 했으니 단물이 있는 줄 알고 먹었으니 약이 되었지 싶다. 금은화는 금과 은처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