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노래에서 길을 찾다]13-오늘도 사랑해 오늘 들려 드릴 노래는 '오늘도 사랑해'입니다. 이 노래는 '공주의 남자'라는 극의 벼름소노래(주제곡)로 최갑원 님의 노랫말에 김도훈 님이 가락을 붙이셨고 백지영 님이 불렀습니다. 저는 안 봐서 잘 모르는데 찾아 봤더니 로미오와 줄리엣과 비슷한 슬픈 사랑 이야기였다고 합니다. 지난일(역사)을 배울 때 다들 들어 보셨을 수양대군의 딸과 김종서의 아들 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물을 많이 흘리도록 했다고 합니다. 노랫말을 봐도 안타까운 사랑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바로 앞에 있는데도 만질 수가 없고 그 뒤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어서 슬프고 늘 그늘진 곳에서 그늘진 얼굴로 운다는 것입니다. 뒤에 있기 싫고 옆에 있고 싶은 마음과 그런 날이 얼른 오기를 바라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사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랑에 힘이 든다는 말이 더 슬프게 합니다. 노랫말 가운데 '항상,' '내일', '매일,' '원하는'을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서 토박이말을 잘 살린 노래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항상'은 '늘', '매일'은 '날마다', '원하는'은 '바라는'으로 바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7 채송화 채송화 세 뿌리를 얻었다. 줄기가 부러져도 뿌리가 남아서 곱게 옮겨심는다. 이 아이가 살아날까 싶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몸을 곧추세운다. 어린 날 채송화는 코스모스가 올라올 적에 길가에 흔하게 피었다. 열두 살 적에 배움터에서 마을마다 꽃밭 가꾸기를 시켰다. 우리 마을에는 꽃밭을 꾸밀 터가 없어 마을 어귀 다리를 건너자마자 나오는 비탈진 골에 꽃밭을 꾸미기로 했다. 육학년 언니오빠가 풀을 베고 호미로 풀을 매고 조그맣게 꽃밭을 꾸몄다. 일요일마다 마을지기가 노래를 틀었다. 어른은 마을을 쓸고 치운다면, 아이는 꽃삽을 갖고서 꽃밭을 가꾸었다. 어른은 한 집에 한 사람은 꼭 나와 마을을 치워야 하고, 안 나오면 돈을 물렸다. 봉숭아 분꽃 접시꽃을 심었던가. 배움터에서는 마을을 자전거로 돌아보면서 꽃밭을 살핀다고 했다. 비가 오면 개울에 물이 불어 꽃밭에 가지 못한다. 꽃을 심어 놓은 자리로 둘레 나무하고 풀이 뻗고, 몇 날쯤 꽃밭을 돌본다고 해도 아이들은 으레 시들하기 마련, 꽃밭이 풀밭이 되었다. 해가 들지 않는 자리라 꽃이 자라기 힘들다. 채송화는 마을에서 흔하게 보았다. 우리 집 마당에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6] 쪽제비싸리나무 아까시나무하고 많이 닮아 헷갈리는 나무이다. 아까시나무는 빳빳하고 하얀꽃이 송사리로 피어 축 처진다. 쪽제비싸리나무는 가시가 없다. 대가 억센 풀 같고 꽃이 하늘로 곧게 자라고 줄기만큼 길쭉하다. 아까시나무와 같이 가위바위보 하면서 손가락으로 잎사귀 따먹기하고 가지를 머리에 감아 볶으며 놀았다. 우리는 쪽제비싸리나무를 꺾어 손톱에 발랐다. 내 손톱은 넓적하고 끝이 잘 부러진다. 어릴 적에는 손톱깎이가 없어 칼이나 이로 물어뜯으며 깎았다. 손톱 밑살이 드러나면 아프다. 손톱 둘레에 까시래기가 일어나 따끔하다. 손톱 뿌리에 하얀 반달을 덮은 살을 칼이나 연필로 밀어넣고 칼로 자르다가 피도 나고 까시래기가 더 일어났다. 어른들은 손톱에 까시래기가 일어나면 미움받는다는 말을 했다. 가지를 꺾어 나무물을 손톱에 바르면 반짝거리고 손톱이 힘이 있어 덜 부러지고 손톱이 오목하다. 손톱 빛깔이 맑게 그대로 보인다. 내 손톱은 빠졌다가 다시 나기도 하고, 부채꼴로 퍼지기도 했지만 마알간 빛이 돌아 내 눈에는 고왔다. 어린 날에는 손톱에 덧발라도 답답하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 손톱에 뭘 바르면 손톱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는 전남 고흥에서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책숲(도서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길에 곁에 두는 책숲에서 짓는 하루 이야기인 ‘책숲하루 = 도서관 일기’입니다.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7.1. 스스로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펴냄터에서 책을 보내 주어서 받았습니다. 받자마자 이웃님한테 부치려고 넉줄글을 씁니다. 고마운 이웃님은 한둘이 아니라, 고마운 분한테 책을 다 부치자면 즈믄(1000)으로도 턱없습니다. 다섯 살 무렵 고마운 이웃하고 열 살 즈음 고마운 이웃은 확 다릅니다. 스무 살 즈음 고마운 이웃은 부쩍 늘고, 서른 살에 마흔 살을 거치는 동안 고마운 이웃은 엄청나게 늘어요. 이쯤에서 생각하지요. 곰곰이 보면 고맙지 않은 분이 없구나 싶은데, 누구한테는 책을 부치고 안 부칠 수 있을까요? 새로 낸 《곁책》에는 마을책집 빛꽃(사진)을 열 나문 담았습니다. 엮음새에 맞추니 열 몇 쪽이 통으로 비더군요. 통으로 빈 쪽을 그대로 두면 느긋할 수 있지만, 어릴 적부터 종이 한 자락을 벌벌 떨면서 쓰던 버릇이 아직 있고(1970∼80년대까지 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05] 멍석 산에 멍석 넷이 돌돌 말려 우두커니 있다. 계단 끝에서 숲 쪽으로 멍석을 펴려는 듯하다. 그쪽 길이 질다 싶더니 깐다. 짚이 흙빛하고 비슷해서 티가 나지 않고 이젠 진흙을 안 밟을 듯하다. 어린 날에 알곡이 많이 나는 통일벼를 심은 뒤로 쌀밥을 먹는다. 짚으로 땔감을 하고 삼태기를 짜서 소죽 끓일 적에 담아 옮긴다. 할아버지는 짚으로 짠 삼태기가 무거워 소죽 끓일 적에는 들지 못하시니, 내가 거든다. 멍석은 새끼를 여러 가닥으로 꼬고 틈을 두고 줄을 한 가닥씩 위로 아래로 지나면서 엮는다. 멍석은 여름에 마당에 펼쳐 놓고 나락을 널거나 지게에 지고 밭에서 낟알을 털 적에도 깐다. 뻣뻣한 멍석에 널어 둔 벼를 거둘 적에는 쇠바가지로 톡톡 치면서 틈에 낀 알곡을 털어낸다. 집안에 큰일을 치를 적에 앉아 밥을 먹거나 신발을 벗고 들어가 누워 잠도 잤다. 설이나 한가위에는 윷도 던진다. 안 쓸 적에는 돌돌 말아 마굿간에 얹거나 장대에 올린다. 천막이 들어온 뒤로 낟알은 가볍고 질기면서 매끈한 천막을 깔아서 턴다. 마루가 들어온 뒤로 멍석은 멀어진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에 대문 앞에 두고 멍석으로 덮었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04] 두부 어릴 적에 어머니는 겨울이면 두부를 쑤었다. 우리 논밭이 없을 때라 콩을 사서 하룻밤 물에 매 불렸다. 콩이 잘 불어야 두부가 늘어난다. 고무대야에 챗다리를 걸치고 무거운 맷돌을 올린다. 어머니가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맷돌을 힘껏 돌리면 나는 곁에서 불린 콩을 한 숟가락씩 떠넣는다. 콩이 다 내려가면 또 한 숟가락 붓는다. 맷돌 가운데 구멍에 물과 섞여 들어간 콩이 두 맷돌이 돌아가는 틈에 갈려 하얀 물이 여기저기 흘러내린다. 챗다리 밑에 둔 대야에 떨어진다. 콩을 다 갈면 가마솥에 붓고 불을 지핀다. 끓으면 광목 자루에 퍼담아 챗다리에 얹고 나무판을 꾹 누르면서 물을 짠다. 물만 따로 모아 간수를 넣으면 허옇게 굳으면서 두부가 된다. 천에 싸서 뚜껑을 덮고 무거운 돌을 얹어 두었다가 칼로 자른다. 물을 짜낸 찌꺼기를 비지를 해서 먹고 소도 준다. 소죽 끓일 적마다 한 바가지씩 넣는다. 티브이가 없어 마을 어른들이 도가에 모여 화투를 치고 두부내기를 한다. 어머니가 쑨 두부를 마을에서 팔고 이웃마을에 내다 판다. 어머니는 두부를 머리에 이고 거친 흙길을 걸어서 아랫마을 신리 도가와 재 너머 윗마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살리기]1-58 독장수셈 여느 해보다 늦게 찾아온 오란비(장마)가 다음 이레부터 비롯된다고 합니다. 바로 아제(내일)부터 동이비가 쏟아지는 곳이 있다고 하니 조심해야겠습니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이말은 '독장수셈'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허황된 계산을 하거나 헛수고로 애만 씀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도 '실현성이 전혀 없는 허황된 셈이나 헛수고로 애만 쓰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 100평 밭에 고추를 심으면 얼마를 수확해야 한다는 식의 독장수셈을 하면 농약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견주어 보면 앞의 풀이도 거의 비슷하고 뒤에 나오는 "옹기장수가 길에서 독을 쓰고 자다가 꿈에 큰 부자가 되어 좋아서 뛰는 바람에 꿈을 깨고 보니 독이 깨졌더라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는 것도 거의 비슷한데 한쪽에는 보기월이 없는 것이 다릅니다. 비슷한 말에 '독장수구구'라는 말도 있고 '옹산(甕算)'이라는 말도 있다는 것을 알려 주지만 '독장수셈'이 더 알기 쉬운 말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몇힘 커다란 돌이 있고 작은 돌이 있어요. 우람한 바위가 있고 조그마한 돌이 있습니다. 아이가 손에 쥐면서 따스하게 놀이동무로 삼는 조약돌이 있고 몽글몽글한 몽돌이 있어요. 얼핏 작은힘은 초라하다고 여기지만, 몇몇이 이루는 수수한 빛으로 온누리 기스락을 가만히 밝히곤 합니다. 큰힘이어야 뽐낼 만하다고 여길 텐데, 조촐하게 맺는 마음으로 아름길을 이루거나 펴기에 이 삶자리가 사랑스럽지 싶습니다. 함박처럼 큰 꽃이 더러 있습니다만, 거의 모두라 할 꽃송이는 작아요. 작게 드러나는 꽃송이는 꽃마냥 작은 풀벌레랑 벌나비하고 이웃이 됩니다. 마치 놀이를 하듯 꽃한테 몰려들어요. 조그마한 싹이 자그마한 꽃으로 피어나고, 앙증맞게 씨앗을 맺어 온누리 잿더미에 삶빛을 드리웁니다. 우리 삶은 꽃으로 가면 좋겠어요. 잿빛길이 아닌 꽃길을 가고, 잿밭이 아닌 꽃밭을 가꾸면 좋겠습니다. 잿살림이란 얼마나 매캐하고 갑갑할까요. 꽃살림이 되고 온살림으로 펼치면서 오순도순 지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3 -서 書 안내서 → 길잡이책 / 길잡이글 참고서 → 도움책 / 징검책 고서 → 옛책 / 오래책 / 손길책 신서 → 새책 우리 낱말책은 말끝에 붙는 ‘-서(書)’를 다루지 않습니다. 뜬금없이 ‘서(書)’를 “[책명] 유학(儒學) 오경(五經)의 하나. 공자가 요임금과 순임금 때부터 주나라에 이르기까지의 정사(政事)에 관한 문서를 수집하여 편찬한 책이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이다. 20권 58편 = 서경”처럼 풀이하며 싣습니다. 옆나라 책이름은 굳이 낱말책에 담을 까닭이 없습니다. 널리 쓰는 ‘책’으로 손질할 만한데, ‘글·글월·글자락’이나 ‘꾸러미·꾸리·꿰미’로 손질할 수 있고, 모든 이야기를 두루 담아서 푸르게 살림을 빛내는 바탕이라는 쓰임새를 헤아려 ‘숲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57 도련 온여름달(6월)이 끝나고 더위달(7월)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여러 가지 더위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될 것이고 저는 땀과 더욱 더 사이가 좋아질 것 같습니다. ^^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도련'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저고리나 두루마기 자락의 가장자리'라고 풀이를 하고 "어머니는 저고리 도련을 잡아당겨 매무새를 가다듬으셨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두루마기나 저고리의 자락의 맨 밑 가장자리'라고 풀이를 하고 "그녀의 짧은 저고리 도련의 밑으로 늘어진 빨간 댕기가 춤을 춘다."를 보기로 들어 놓았습니다. 풀이를 견주어 보면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 '맨 밑'을 더한 것 말고는 거의 같은데 이게 있으니 뜻이 좀 더 밝아지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그리고 보기를 보시면 알겠지만 꼭 우리 옷을 가리키는 이름인 저고리, 두루마기뿐만 아니라 요즘 우리가 입는 윗도리의 가장자리를 가리키는 말로 써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자리'가 없는 옷이 없으니 말입니다. "윗도리 도련에 때가 많이 묻어서 빨아야겠다."처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말이 들어 있는 말로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