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올해 봄이 좀 일찍 오는가 싶다. 겨울 날씨가 제법 추운 것 같았는데, 봄나물 올라오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지난 겨울은 따뜻한 겨울이었나 보다. 가장 먼저 올라오는 것은 아무래도 냉이와 꽃다지이다. 볕살 바른 곳은 벌써 제법 자라 잎이 파릇파릇하다. 냉이야 워낙 잘 알려진 나물이라 즐겨 먹기도 하고 저자에도 많이 나와서 누구나 잘 알지만, 꽃다지는 작기도 하려니와 요즘은 모르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옛날엔 첫배곳(초등) 책에 ‘달래, 냉이, 꽃다지 모두 캐보자.’ 란 노랫말이 있을 만큼 널리 알려진 나물이었는데,,,. 꽃다지는 데쳐서 나물로 해 먹으면 오줌을 잘 나오게 하고 염통을 튼튼하게 한다고 일러 내려온다. 쑥과 돌잔꽃풀(개망초)도 뒤질세라 머리를 내민다. 어저께 촉촉이 내린 단비님을 맞고 어제 오늘 사이에 참말 쑥이 쑥 올라온 느낌이다. 쑥은 뭐니뭐니해도 이른 봄에 막 올라오는 놈을 뜯어 쑥국을 끓여 먹으면 제맛이다. 봄내음, 첫 봄맛을 맛보는 지름길이다. 저는 마녘에서 널리 쓰는 개망초란 말보다 노녘에서 쓰는 돌잔꽃풀이란 이름이 더 좋은데, 돌잔꽃풀은 처음 아메리카에 살던 풀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와 들이고 메고 어디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값하다 빚을 지면 갚습니다. 빚을 지나 돌려주지 못하기도 합니다. 고맙게 쓰고서 되돌려주려 했으나 살림이 팍팍한 탓에 값을 물어주지 못할 때가 있어요. 빌고서 다시 빌어야 하는 쪽도, 새로 빌려주는 쪽도 고단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서로 동무요 이웃이라면 다독이는 손길이 되어 다시금 돈을 대고 새삼스레 기운을 냅니다. 오늘 누리는 꽃돈을 앞으로 꽃보람으로 줄 수 있기를 꾀합니다. 받은 대로 돌려준다고 하는데, 사랑을 받는다면 사랑을 돌려줄 테고, 미움을 받으면 미움을 돌려주려나요? 미움을 받지만 사랑으로 달래어 외려 꽃으로 돌려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값을 생각합니다. 사람은 어떻게 사람으로서 값하는가를 생각하고, 사람답게 삶을 갈무리하는 숨결을 생각합니다. 무리를 지으면 서로 챙기면서 도울는지 모르나, 떼거리가 되는 바람에 끼리끼리 어울리거나 울타리를 쌓기도 해요. 동아리인지 막짓인지 살필 노릇입니다. 누구나 섞이면서 함께할 만한지, 허울은 한동아리이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한겨레 우리말’은 우리가 늘 쓰면서 막상 제대로 헤아리지 않거나 못하는 말밑을 찬찬히 읽어내면서, 한결 즐거이 말빛을 가꾸도록 북돋우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우리 말밑을 우리 삶터에서 찾아내어 함께 빛내려는 이야기입니다. 한겨레 눈말 비말 ― 눈 눈 눈, 비 비 비 하늘을 바라봅니다. 여름에는 비요, 겨울에는 눈인, 철마다 다르게 퍼지는 구름이로구나 싶습니다. 봄가을에는 눈이랑 비가 섞이면서 여름겨울 사이를 오가는 구름꽃이 되어요. 하늘눈은 몸눈하고 꽃눈에 잎눈하고 맞닿습니다. 눈이란 피어나는 숨결입니다. 포근히 덮으면서 꿈꾸는 빛이에요. 하늘비는 마당비랑 잇닿습니다. 비란 쓸거나 씻는 숨결입니다. 시원히 쓸거나 씻으면서 살리는 빛이지요.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는 아이들 눈망울에서 환하게 빛납니다. 푸나무한테서 새롭게 잎이며 꽃으로 돋아나는 송이송이, 그러니까 꽃송이에 잎송이는 우리 보금자리랑 숲에서 맑게 빛납니다. 눈송이란, 얼마나 눈부실까요. 눈망울이란, 얼마나 맑을까요. 싹눈이란, 얼마나 싱그러울까요. 이 눈이 덮어 주는 땅은 겨우내 고이 잠들어요. 새근새근 꿈을 지핍니다. 눈이 모두 녹아 흙으로 스며들어 땅에 폭신폭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락가락 국어사전’은 국어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낱말풀이를 살피면서 잘못되거나 엉뚱하거나 뒤틀리거나 엉성하구나 싶은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로잡거나 고쳐야 우리말꽃을 살찌울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꼭지입니다. 돌림풀이 아닌 제풀이 생각하기 [오락가락 국어사전 10] 으뜸으로 삼을 말이란 우리말꽃을 살피면 막상 이 낱말책이 우리말을 으뜸으로 안 삼는 얼거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말꽃이 우리말을 으뜸으로 안 삼으면 어떤 낱말책이 될까요? 이런 낱말책이 우리말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요? 뜻풀이를 어떻게 붙이고, 비슷한말이나 한자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를 가누지 못한다면, 한글이 아무리 훌륭하다 외치더라도, 이 훌륭한 글에 알맹이인 말을 제대로 싣기 어렵습니다. 돌림풀이 아닌 제풀이를 할 노릇이면서,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살찌우는 길을 함께 찾을 노릇입니다. 제일(第一) 1. 여럿 가운데서 첫째가는 것 2. 여럿 가운데 가장 가장 : 여럿 가운데 어느 것보다 정도가 높거나 세게 첫째가다 :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꼽히거나 으뜸이 되다 우선적(優先的) :…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4 - 금일휴업 자전거를 타고 우체국에 가던 어느 날입니다. 글월을 부친 뒤에 어린배움터에 있는 놀이터로 갑니다. 이때에 큰아이가 샛자전거에서 아버지를 부릅니다. “아버지, 저기 ‘금일휴업’이라고 적혔는데, ‘금일휴업’이 뭐야?” 이무렵 큰아이는 여덟 살이었습니다. 모든 글씨를 다 읽어낼 줄 아는 어린이는 어른들이 쓰는 온갖 글이 다 궁금합니다. “아, 저 글은 ‘오늘 쉰다’는 뜻이야.” 금일(今日) : ‘오늘’로 고쳐쓸 낱말 휴업(休業) : ‘쉼’을 뜻하는 낱말 ‘금일·금주·금월·금년’은 모두 ‘우리말이 아닙’니다. 우리말은 ‘오늘·이주·이달·올해’입니다. ‘今’이라는 한자를 넣는 낱말은 모두 ‘우리말이 아니’라고 여기면 됩니다. 그런데 가게를 꾸리는 적잖은 어른들은 예부터 ‘今日休業’이라고 한자를 써 버릇했고, 이제는 한글로 ‘금일휴업’이라 쓰곤 합니다. 그래도 “오늘 쉽니다”나 “오늘은 쉬어요”나 “한동안 쉬겠습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24. 미꾸라지 아들이 미꾸라지를 갖고 놀았다. 넓고 둥근 빨래그릇에 물을 담고 미꾸라지를 담아 두었다. 아들은 좋아서 윗옷을 둥둥 걷고 쪼그려 앉아 두 손을 모아 미꾸라지를 건져 보고 달아나는 미꾸라지 앞을 손바닥으로 막는다. 한 마리 잡아 꼬리를 잡고 놀다가 물에 넣는다. “미꾸라지 만지니깐 어때?” “몸통 만지니깐 방귀 소리가 났어.” “엉? 미꾸라지 방귀 소리인지 어떻게 알아?” “거품이 올라왔어. 어제는 열 판이나 봤는 걸.” “너무 웃긴다. 미꾸라지도 방귀 뀌는구나!” “오늘 죽은 큰 미꾸라지가 쫘아 하고 방귀 소리 냈어.” 이제는 부엌 곁방에 둔 미꾸라지를 따로 담는다. 몇 마리를 바가지로 건져서 하얀 대야에 옮긴다. 거실로 들고나와 미꾸라지를 손가락으로 건드렸다가 또 가만히 지켜본다. 바닥에 엎드리고 보다가 그대로 미꾸라지 곁에 팔을 괴고 잠이 들었다. 큰아이가 새벽에 마루에 나오는 소리에 나도 깼다. 큰아이가 말했다. “간밤에 아주 큰 미꾸라지가 몸서리치다가 밖으로 튀어나와 죽었어.” 큰아이 말을 듣고 마루에 가 보니 미꾸라지가 살았다. 바닥에 깔아둔 신문에서 퍼드럭거리며 몸부림을 쳤다.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노래 #꽃바람 #박상철 #정성헌 #한솔 #터박이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노래에서 길을 찾다]4-꽃바람 지난 이틀 동안은 아침이나 저녁에도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낮에도 문을 열면 불어 오는 바람이 춥지 않았지요. 배곳을 오가는 길가에는 하얗거나 여린 붉은빛 꽃들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이른 벚꽃이 피었다는 기별도 들었지요. 이처럼 봄에 꽃이 필 무렵에 부는 바람을 '꽃바람'이라고 한다는 것을 지난 '온봄달(3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에서 알려 드렸기 때문에 다들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지난 한날(월요일) 가시어머니께서 끓여 주신 쑥내 가득한 쑥국과 냉이를 넣어 구운 냉이 지짐이를 맛있게 먹으면서 저 나름 봄맛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입에 들어가는 먹거리도 제철에 나는 제철 먹거리가 맛있고 몸에도 좋다고 하지요? 저는 토박이말도 철에 맞는 제철 토박이말을 알고 쓰며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때를 맞춘 것처럼 어제 제철 토박이말 가운데 하나인 '꽃바람'이라는 이름이 붙은 노래를 들었습니다. 한솔 님의 노랫말에 정성헌 님이 가락을 붙여 박상철…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새로운 곳으로 옮겨 일을 하게 된 저에게 있으면 좋겠다 싶은 것과 아랑곳한 말입니다. 같이 일을 하는 분들도 많고 무엇이든 잘하시는 분들이 많아 잘 되도록 여러 가지로 힘을 쓰면 좋은 열매를 거둘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넉살도 좀 있고 말도 시원하게 하면서 일을 잘하도록 힘을 쓰는 솜씨가 있으면 좋겠다는 거죠. 이런 솜씨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이 바로 '너름새'입니다. 다시 말해서 저도 너름새가 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타고 나는 것이니 어쩔 수가 없지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 너그럽고 시원스럽게 말로 떠벌려서 일을 주선하는 솜씨'라고 풀이하고 있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넉살 좋고 시원스럽게 말로 떠벌려서 일을 주선하는 솜씨'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너그럽다'도 마음에 들고 '넉살 좋다'도 마음에 들어서 둘 다 넣어 풀이를 하면 더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선하다'는 말이 '일이 잘 되도록 여러 가지 수로 힘을 쓰다'는 뜻이니까 그렇게 풀어서 하면 다음과 같이 하면 좋겠습니다. 너그럽고 넉살 좋으며 시원스럽게 말로 떠벌려서 일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주검 - 죽은 사람 몸. 움직씨 ‘죽(다)’에 ‘엄’이 붙어서 된 이름씨. 죽+엄>주검. 비슷한 보기로 ‘무덤’이 있음. (<ㅡ시체, 시신, 송장) ㉥곰나루터 싸움이 끝난 뒤 곳곳에 주검이 널려있었다. 줄다 - 1.넓이나 부피가 작아지다. ㉥입던 바지가 바짝 줄어서 못 입게 되었다. 2.수나 양이 적어지다. ㉥며칠 굶었더니 몸무게가 줄었다. 3.기운이나 힘이 나빠지거나 없어지다. ㉥그이는 나이가 일흔을 넘겼지만 일하는 힘이 줄지 않았다. 4.살림이 어려워지다. ㉥돌림앓이 때문에 장사를 할 수 없어 살림이 줄었다. 지내다 - 살아가다. ㉥그는 몇 해를 가난하게 지냈다. 짊다 - 짐을 뭉뚱그려서 지게 같은 데 얹다. ㉥물걸이를 얹은 지게를 짊어지고 내려왔다. 짓마다 - 1.짓이기다시피 마구 몹시 잘게 부스러뜨리다. ㉥마늘을 짓마아서 갈치조림에 넣었다. 2.흠씬 마구 두들기다. ㉥북어를 도마 위에 놓고 방망이로 짓마았다. 짙다 - 가진 것이 넉넉하게 남아 있다. ㉥짙은 천량(한아비로부터 물려 내려오는 많은 살림살이) 짚다 - 1.지팡이나 손을 바닥에 대고 버티어 몸을 가누다 ㉥지팡이를 짚은 늙은이 2.손을 대어 살며시 누르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오늘 알려 줄 좋은 말씀은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야. 이 말은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정치가였던 앙드레 말로 님이 남기신 말이라고 해. 무엇이든 지며리 하다보면 몸도 마음도 그쪽으로 가기 마련이니 꿈과도 갈수록 가까워진다는 뜻이라고 생각해. 다들 지난 이레 새배해(신학년)를 비롯해 다니고 있는데 어떤지 궁금하구나. 그저 지난해 이맘 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그런 일을 이루겠다는 꿈을 꾸며 살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곳에 가 닿으려면 무엇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그 길에 도움이 되는 책도 찾아 읽고 사람도 찾아 도움 말씀도 듣고 하면 더 좋겠지. 어떤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오랫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한 사람은 꿈을 품은 생각이 말과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그 말과 움직임이 마침내 내 삶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꿈을 그리고 또 그리다보면 그리던 그 꿈과 가까워져 닮아간다는 말을 썼다는 생각이 들어. 꿈을 갖고 사는 하루와 그렇지 않고 사는 하루는 다를 수밖에 없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