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14. 어깨동무하는 말로 거듭나기 냇물이 흐릅니다. ‘내’는 ‘시내’보다 큰 물줄기입니다. ‘시내’는 ‘실 + 내’라고 하니 작은 물줄기예요. ‘시냇물’은 작고 ‘냇물’은 크지요. 이보다 크면 ‘가람’이요, 이보다 작으면 ‘개울’이요, 개울보다 더 작으면 ‘도랑’입니다. 그런데 다리가 놓인 냇가에 가 보면 나라에서 세운 알림판에는 ‘하천’이라고만 적혀요. ‘하천(河川)’은 무엇을 가리킬까요? 낱말책을 찾아보면 “하천 : 강과 시내를 아울러 이르는 말. ‘내’로 순화”로 풀이합니다. ‘내’로 고쳐쓸 ‘하천’이라지만, “강과 시내”를 아울러 가리킨다고 하면 꽤 엉뚱합니다. 종잡을 길이 없어요. 가람이며 내를 아우르려는 이름이라면 수수하게 ‘물줄기’라 하면 될 텐데요. 물이 흐릅니다. 반반한 곳이라면 물이 안 흐르지만, 어느 한쪽으로 조금만 기울어도 물이 흐릅니다. ‘반반하다’나 ‘판판하다’를 두고 한자말 ‘평평하다(平平-)’를 쓰기도 하고 ‘편평하다(扁平-)’를 쓰는 분이 있는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내 책을 내가 책숲마실 - 인천 〈집현전〉 푸른배움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아이들한테 빛꽃(사진)이 왜 빛으로 꽃이 되는가를 들려주기도 하던 이상봉 님은 2011년에 《안녕, 하세요!》란 책을 선보입니다. 손수 출판사를 열어 인천에서 사진책도 제법 선보였습니다. 이제는 인천 배다리에서 헌책집 〈집현전〉을 이어받아서 천천히 손질하고는 2021년부터 열었습니다. 푸름이를 푸른빛으로 이끄는 손길하고, 헌책을 새롭게 잇는 손빛은 비슷합니다. 푸르게 물드는 손이기에 책먼지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책먼지를 털어내어 징검다리 구실을 합니다. 이미 읽힌 책을 다시 읽히고, 오래 묻힌 책을 새로 캐내며, 미처 사랑받지 못한 책이 뒤늦게라도 사랑받도록 북돋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파도 책숲마실 - 부산 〈파도책방〉 누가 ‘파도’라는 소리를 혀에 얹으면 “무슨 땅을 판다고?”라든지 “무슨 길을 파는데?” 하고 생각합니다. 땅을 파서 굴을 내고, 책이며 글을 파서 생각이 흐를 길을 냅니다. 고흥에서 살며 곧잘 자전거나 택시로 아이들이랑 바다마실을 갑니다. 그야말로 파랗게 일렁이는 물결을 호젓이 바라보다가 풍덩 뛰어들어 같이 헤엄을 치며 놀아요. 출렁이는 물결을 가르며 놀아도 즐겁고, 넘실대는 물결에 가만히 잠겨서 모랫바닥에 배를 대고서 물살이 흐르는 노랫가락을 들어도 즐겁습니다. 바닷물에 잠겨 눈을 동그랗게 뜨다 보면 눈앞을 휙휙 스치는 바다동무가 있고, 모래알은 데구르르 춤추면서 북새통입니다. 멀리서 보자면 하늘빛을 고스란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13. 가위손을 쥐고 꽃길을 걷고 책을 부치려고 글월자루를 만지다 보면 풀도 쓰지만 붙임띠(테이프)를 자주 써야 합니다. 이제까지 가위 한쪽 날로 붙임띠를 끊어서 쓰다가 아무래도 번거롭구나 싶어서 읍내 글살림집(문방구)에 가서 연장을 따로 장만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글살림집 일꾼한테 “붙임띠(테이프)를 끊어 주는 연장 있잖아요.” 하고 말씀을 여쭙는데, 이 연장을 두고 어떤 이름으로 말해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글살림집 일꾼은 “아, 가위손이요.” 하고 알아들으신 뒤 내어줍니다. 넓은 붙임띠를 끼워서 척척 끊을 수 있도록 나온 연장은 살림짐을 나르는 분들이든 꾸러미를 여미어 나르는 분들이든 흔하게 써요. 제가 글살림집에서 장만한 연장에는 ‘가위손’이라는 이름이 붙는데, 이 이름 말고도 ‘커터기·카타기·컷터기’처럼 영어를 섞거나 ‘절단기’ 같은 한자말을 쓰기도 하는구나 싶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영화 〈가위손〉에서 보기를 얻은 셈입니다. 붙임띠를 끊는 연장에 ‘가위손’이란 이름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노래 #꽃바람 #박상철 #정성헌 #한솔 #터박이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노래에서 길을 찾다]4-꽃바람 지난 이틀 동안은 아침이나 저녁에도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낮에도 문을 열면 불어 오는 바람이 춥지 않았지요. 배곳을 오가는 길가에는 하얗거나 여린 붉은빛 꽃들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이른 벚꽃이 피었다는 기별도 들었지요. 이처럼 봄에 꽃이 필 무렵에 부는 바람을 '꽃바람'이라고 한다는 것을 지난 '온봄달(3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에서 알려 드렸기 때문에 다들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지난 한날(월요일) 가시어머니께서 끓여 주신 쑥내 가득한 쑥국과 냉이를 넣어 구운 냉이 지짐이를 맛있게 먹으면서 저 나름 봄맛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입에 들어가는 먹거리도 제철에 나는 제철 먹거리가 맛있고 몸에도 좋다고 하지요? 저는 토박이말도 철에 맞는 제철 토박이말을 알고 쓰며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때를 맞춘 것처럼 어제 제철 토박이말 가운데 하나인 '꽃바람'이라는 이름이 붙은 노래를 들었습니다. 한솔 님의 노랫말에 정성헌 님이 가락을 붙여 박상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12. 시골사람이 지은 말 ‘다북지다’ 이웃님이 보내 온 글을 읽는데 ‘설렁하다’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설마 ‘썰렁하다’를 잘못 쓰셨나 하고 바라보았어요. 이러다가 다시 생각합니다. 우리말이거든요. 우리말은 아 다르고 어 달라요. 더욱이 우리말은 아랑 어만 다를 뿐 아니라, 아랑 야가 다르고, 어랑 여가 다르지요. 사랑 샤가 다른 우리말이면서, 싸랑 사에다가 쌰까지 다 다른 우리말입니다. 낱말책에서 ‘설렁하다’를 찾아봅니다. 올림말로 나옵니다. 말결로 살피면 ‘설렁하다 < 썰렁하다’인 얼거리예요. 다만 사람들은 으레 설보다 썰을 붙인 ‘썰렁하다’를 쓰지 싶습니다. ‘설렁하다’처럼 살짝 가붓하게 쓰는 분은 드물어요. 말결을 더 살피면 ‘설렁하다·썰렁하다’뿐 아니라 ‘살랑하다·쌀랑하다’가 있어요. 그때그때 느낌이나 기운을 살펴서 온갖 낱말을 쓸 만해요. 어느 때에는 ‘설렁설렁하다’나 ‘쌀랑쌀랑하다’를 쓸 수 있지요. 마음으로 스미는 결을 고스란히 살려서 이야기할 만합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11 《엄마가 좋아》 정경희 for book 2012.12.4. 《엄마가 좋아》(정경희, for book, 2012)는 ‘엄마라는 삶길’을 어떻게 누리거나 즐겼는가 하는 이야기를 넉넉히 들려줍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어머니나 이웃 아주머니를 떠올렸습니다. 글님은 곁에서 빛꽃을 담아 준 사람이 있고, 책으로 엮어 준 사람이 있어서 ‘엄마살림’을 듬뿍 보여주는데, 숱한 어머니는 ‘엄마실림을 빛꽃으로 담거나 엮어 주는 손길’을 얼마 못 받곤 합니다. 으레 그렇지 않나요? 날마다 차려 주는 밥 한 그릇을 고마이 여기면서 마음뿐 아니라 두 눈 가득 아로새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날마다 입는 옷을 보송보송 건사하는 손길을 눈여겨보면서 몸뿐 아니라 온마음으로 되새기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요? 온누리 모든 딸아들이 어버이 살림살이를 차곡차곡 여미어 책 한 자락으로 꾸리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투박한 바느질도 좋고, 꼼꼼한 뜨개질도 좋습니다. 밥자리가 넘치도록 올린 모습도 좋고, 곁밥 한 가지나 김치 한 접시를 가볍게 올린 모습도 좋아요. 어버이는 아이를 낳아 돌본 삶을 차곡차곡 갈무리해서 책으로 꾸며 내리사랑으로 베풀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10 《정의의 길, 역사의 길》 김삼웅 철수와영희 2021.2.12. 《정의의 길, 역사의 길》(김삼웅, 철수와영희, 2021)은 두 가지 길을 들려줍니다. 하나는 ‘곧은길·바른길’입니다. 다른 하나는 ‘삶길·살림길’이에요. ‘곧다·바르다’를 한자말로는 ‘바르다’로 나타냅니다. 한자말 ‘정의’를 내세운 벼슬아치나 글꾼이 참 많았으나 적잖은 이들은 입발림이나 겉치레나 속임짓을 일삼았어요, 뭇사람 앞에서는 바른 척할 뿐, 속으로는 거짓스럽거나 뒤틀리거나 일그러진 길이었어요. 왜 겉속이 다를까 하고 돌아보면, 이들은 하나같이 삶길이나 살림길하고 등졌더군요. 삶을 삶답게 다스리지 않기에 곧은길하고 멀어요. 살림을 살림다이 가꾸지 않는다면 바른길하고 동떨어집니다. 여린이를 두들겨패거나 괴롭히는 짓을 뒤에서 하되, 앞에서는 얌전하게 구는 이들이 수두룩해요. 위아래로 가르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주먹질이나 막말이 춤춰요. 이웃나라 총칼을 내세워 쳐들어오던 때에 그들은 어떤 이름을 앞세웠나요? 이 나라 사람 스스로 총칼로 억누르던 무렵 그들은 어떤 이름을 붙였나요? 앞뒤가 다른 이들은 하나같이 집살림을 안 합니다. 겉속이 어긋난 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9 꽃처럼 말하는 어른으로 《뒷골목 고양이》 어니스트 톰슨 시튼 장석봉 옮김 지호 2003.7.30. 《뒷골목 고양이》(어니스트 톰슨 시튼/장석봉 옮김, 지호, 2003)는 아프면서 따스한 책입니다. 아프지만 따스하고, 아프기에 따스한 책이랄 수 있습니다. ‘시튼 이야기’는 하나같이 이런 얼개예요. 오래오래 사람하고 함께 지낸 숱한 이웃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어느새 ‘이웃 아닌 고깃덩이’밖에는 아닌 듯 바라보는 눈길 탓에 괴롭고 아프며 고단한 삶이 춤춥니다. 어느 한켠만 아프지 않습니다. 골목고양이도 아프고, 골목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도 아픕니다. 한켠은 몸이 아프고, 다른켠은 마음이 아픕니다. 숲을 돌보는 곰도 힘겨우며, 곰을 사냥하려는 사람도 힘겹습니다. 한쪽은 몸이 힘겹고, 다른쪽은 마음이 힘겹습니다. 늑대를 쫓아내고서 빠른길을 닦고 나무를 베고 잿빛집을 올린 사람은 즐겁게 살아가나요? 그처럼 넓디넓은 숲이며 들을 밀어내고 번쩍거리는 큰고장을 세운 사람들은 ‘서로 땅을 알맞게 나누면서 사이좋고 아름답게’ 살아가는가요? 숲이나 들이나 멧골에서 여우가 사라진다면 ‘여우만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우를 둘러싼 모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11. ‘씨’하고 ‘님’ 사이에서 우리가 쓰는 말은 우리 삶을 나타냅니다. 아름답게 잘 쓰는 말이 넘실거린다면 우리 삶이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거칠거나 딱딱한 말이 넘실거린다면 우리 삶이 거칠거나 딱딱하다는 뜻입니다. 이웃나라에서 총칼로 쳐들어와서 억누르던 무렵인 ‘일제강점기’에는 일본말이나 일본 말씨가 흘러넘쳤어요. 사람한테 금을 매겨서 위아래로 가르던 조선 무렵에는 여느 사람들 말씨하고 벼슬아치·임금·글쟁이 말씨가 뚜렷하게 갈렸어요. 우리 삶터를 살피면 총칼나라가 물러난 1945년 뒤로 아름길(민주)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사슬길(독재)이 판쳤어요. 사람들이 마음껏 말을 하거나 일을 하거나 어울리기 어려운 사슬길이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가 흐르는 사이, 여느 말씨를 비롯하여 글이나 책이나 배움터 말씨가 갇히거나 얽매였습니다. 힘으로 윽박지르는 터전처럼 위아래로 가르는 말씨였습니다. 생각에 날개를 달도록 하기보다는, 총칼이나 힘이나 돈으로 윽박지를 뿐 아니라, 이제는 배움수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