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18 별님 둘레에서 어떤 말을 쓰든 대수롭게 여기지 않습니다. 둘레에서 다 어느 낱말을 쓰더라도 굳이 따라야 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둘레에서 잘 안 쓰더라도 마음으로 와닿는 말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아직 아무도 안 쓰는 낱말이라지만 스스로 사랑을 담아서 즐겁게 짓곤 합니다. 둘레에서는 ‘장애인·장애아’ 같은 낱말을 쓰지만, 저는 이런 낱말을 안 써요. 제 나름대로 새말을 지었어요. 먼저 ‘별님’이나 ‘별아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별순이·별돌이’나 ‘별빛아이·별빛사람’ 같은 낱말도 지어서 써요. 저는 이 ‘별님·별아이’라는 이름을 ‘스타·에이스·히어로·신데렐라·천사·인재·영웅’을 가리킬 적에도 씁니다. ‘인디고 아이들’을 가리킬 적에도 함께 써요. 문득 생각해 보니, 둘레에서는 ‘발달장애아’ 같은 이름을 쓰기도 하던데, 저는 이 아이들한테 ‘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17 철바보 인천에서 나고자랐습니다. 인천은 시골이 아닌 큰고장입니다. 그러나 서울 곁에 있으면서 모든 살림이며 마을은 매우 수수했어요. 다섯겹(5층)이 넘는 집조차 드물었거든요. 골목은 널찍하면서 아늑했고, 바다랑 갯벌이 가까우며, 곳곳에 빈터나 들이 흔했어요. 시골놀이는 아니지만 골목놀이에 바다놀이에 풀밭놀이를 누리면서 언제나 ‘나이’란 뭘까 하고 생각했어요. 신나게 뛰노는 우리를 바라보는 마을 어른들은 “철없이 놀기만 한다”고 나무랐는데, 어버이 심부름이며 집안일을 다들 엄청나게 함께하기도 했어요. “어른들은 하나도 모르면서.” 하고 혼잣말을 했어요. 곰곰이 생각하면, 나이가 들기만 할 적에는 메마르고, 철이 들면 즐겁게 노래하며 놀리라 생각해요. 놀지 않거나 놀이를 얕보는 분이란 ‘낡은이·늙은이’로 가고, 철빛을 살피면서 아이하고 어깨동무하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엄마아빠 2] 마을 한바퀴 멧숲에서 내려와 곁님은 엄마집으로 먼저 가고 나는 천천히 마을을 걷는다. 목골에서 개울을 따라 걷는다. 나즈막하던 시내가 길을 닦으면서 높고 좁다. 이 시냇물에서 고기를 잡고 징검돌을 건너고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물구경을 했다. 성조네 집을 지난다. 우리가 모여 놀던 아랫방이 사라지고 상추밭이 되었다. 낯선 사람이 자전거를 세운다. 깔끔하고 흙이 곱던 마당에 풀이 자라 빈집 같다. 대문은 없고 그물을 쳐놨다. 내가 태어났던 교회 앞 터를 올려다보고 모퉁이를 돌아 순이네 집 앞을 지난다. 대문은 활짝 열렸는데, 무슨 짐이 잔뜩 쌓이고 개 두 마리가 사납게 짖는다. 마당 가운데에 나무가 커다랗다. 마당을 가득 메워가는 나무에 발 디딜 틈 없어 보이는 짐으로 어떻게 드나들까. 개밥은 누가 줄까. 담쟁이가 담을 타고 빈 옆집까지 덮는다. 대문을 걸어 둔 흙담이 무너진 틈으로 빈집을 살짝 들여다보았다. 이제는 집인지 숲인지 모르도록 풀이 우거졌다. 나는 이 골목을 지나다니면서 물을 길었다. 예전에 날마다 드나들던 우물이 어떻게 있는지 궁금했다. 종종걸음으로 우물을 찾아서 갔는데, 어느새 우물은 사라지고…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엄마아빠 1 ] 아버지 탑리에서 소주 한 병을 샀다. 아버지와 어머니 가운데 누구를 먼저 뵈어야 하는지 둘은 생각이 다르다. 곁님은 '산 사람을 먼저 만나자' 하고 나는 '아버지 먼저 보자' 했다. 시삼촌이 집에 오면 ‘할머니 무덤에 먼저 들르는 일이 못마땅하더라’ 하는데, 나는 이 마음을 알 듯하다. 내가 아버지를 먼저 보고 오자고 한 까닭은 집에 들어가면 까딱하다가는 가지 못한다. 바람이 산뜻할 적에 가볍게 다녀오면 하루를 아껴쓴다. 목골 경이네 곁에 차를 멈추고 멧자락으로 오른다. 아침 참새가 밭에 심어 놓은 씨앗을 빼먹는다. 족제비싸리나무, 찔레덩굴, 아까시나무에서 짹짹 포르르 날아다닌다. 닭우리에 닭도 ‘꼬끼오 꼬꼬’ 노래를 부른다. 길바닥에는 돌나물이 빽빽하게 자라고 노란 애기똥풀이 바람에 한들거린다. 나즈막한 오르막길을 가는데 풀어진 다리가 당긴다. 잘 다듬은 길이 끊어지고 흙자갈길이다. 길 가운데는 족제비싸리꽃이 무릎 높이로 자라고 쑥이 허리춤에 온다. 싸리꽃이 막 피어오르는 숲길인데 이제 이 길로 다니지 않으면 풀꽃나무가 길을 차지할 듯하다. 천천히 걷는데 낯설다. 저 끝에서 꺾는다. 곁님은 새로 난 길로 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22 어떻게 말할까 “영향(影響)을 끼치다”나 “영향이 미치다”가 틀린 말인 줄 알아차리는 분이 퍽 적습니다. 그냥 말하지요. 어쩌면 제가 이렇게 말하기 무섭게 이 말씨가 왜 틀렸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따질 분이 있을 수 있겠지요. 먼저 말뜻을 살피겠습니다. ‘영향’은 “어떤 사물의 효과나 작용이 다른 것에 미치는 일”을 가리켜요. ‘미치다’는 “2. 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를, ‘끼치다’는 “1. 영향, 해, 은혜 따위를 당하거나 입게 하다”를 가리키고요. 말뜻을 살피니 “영향을 끼치다”나 “영향이 미치다”가 왜 틀린 말인지 헤아릴 만할까요? 낱말책에서 세 낱말을 찾아보는 분이 없기 때문에 이 말이 틀린 줄 모를 수 있고, 낱말책에서 세 낱말을 찾아보았어도 어떻게 말썽이거나 어긋났는가를 못 깨달을 수 있어요. ‘영향’이라는 한자말을 쓰려면 “영향이 있다”처럼 ‘있다’를 넣어야 합니다. 또는 “이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2022.5.4. 오늘말. 논밭사랑 둘레(사회)에서는 으레 영어를 쓰더라도 굳이 제가 영어를 따라써야 할 까닭이 없어요. 둘레에서 ‘투어’를 다닌다고 말하더라도 저는 ‘다니기’를 할 뿐이요, 이따금 ‘마실’이나 ‘나들이’를 합니다. 이제는 ‘그린에너지’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분이 많지만, 저는 ‘푸른빛’을 바라봅니다. 우리 집 아이들하고 집에서 함께 살림하고 놀고 쉬고 일하고 배울 뿐, ‘홈스쿨링’을 하지는 않아요. 요즈막에는 ‘가드닝’을 한다는 이웃이 꽤 있습니다. 처음에는 뭔 소리인가 싶어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보니, 한때 한자말로 나타내던 ‘정원’ 일을 이제는 영어로 그리는 얼거리이더군요. 푸성귀를 심어서 가꿀 수 있습니다. 논밭을 장만해서 들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들살림이나 들짓기를 할 만하고, 밭짓기나 밭살림을 할 만해요. 수수하게 흙살림이나 흙짓기를 합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니 시골살이에 시골살림이며 시골일이고 시골짓기입니다. 오랜 낱말인 ‘그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책하루글 꽃이 잔뜩 피어난 곳은 ‘꽃밭’일 텐데, ‘꽃물결’이나 ‘꽃바다’라고도 합니다. ‘밭·바다’는 ‘바’라는 말밑으로 만나요. ‘바탕’이라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어떤 바탕으로 빛나는 하루일까요? 고을빛을 품는 고을결일 수 있고, 서울빛을 안는 서울결일 수 있습니다. 고을살림을 돌아보는 고을꽃으로 깃들 만하고, 서울살림을 즐기는 서울꽃으로 퍼질 만합니다. 어디에서든 우리 삶터는 마을입니다. 서울에서도 시골에서도 늘 크고작게 마을빛이에요. 애써 텃힘을 부리지 말고 어깨동무로 나아가기를 바라요. 텃끈은 그만두고, 이야기끈을 여미어 봐요. 말다툼은 끝내고 말나눔을 누려요. 말싸움은 참말로 멈추거나 풀어요. 말잔치를 이루고 말두레를 펴면서 아쉽거나 응어리진 마음은 사르르 녹이기를 바라요. 언제나 잘 지낼 수 있습니다. 누구하고라도 알뜰히 어울릴 만합니다. 부아나거나 골부리려는 마음은 누그러뜨려요. 사이좋게 새길을 바라봐요. 서로 책 한 자락을 손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락가락 국어사전’은 국어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낱말풀이를 살피면서 잘못되거나 엉뚱하거나 뒤틀리거나 엉성하구나 싶은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로잡거나 고쳐야 우리말꽃을 살찌울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꼭지입니다. 우리말이 깃들 자리를 마련할 노릇 [오락가락 국어사전 21] 말을 살리는 ‘줄기’를 찾자 줄기가 있으니 푸나무가 잘 자랍니다. 줄기를 찾을 적에 일머리를 제대로 건사하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줄거리를 살펴 이야기를 읽습니다. 줄거리가 없으면 밍밍하게 마련이요, 알맹이나 고갱이가 없으면 빈 수레하고 같다고 할 만해요. 우리말이 우리말답게 자랄 수 있도록 자리를 잘 가꾸어야지 싶습니다. 어느 말을 어느 자리에 어떻게 쓰는가를 먼저 차근차근 살피면서 말길을 새롭게 열기를 바랍니다. 요지(要旨) : 말이나 글 따위에서 핵심이 되는 중요한 내용 골자(骨子) : 1. 말이나 일의 내용에서 중심이 되는 줄기를 이루는 것 핵심(核心) : 사물의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 중심(中心) : 1. 사물의 한가운데 2. 사물이나 행동에서 매우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부분 중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16 책읽기 나라(정부·국립국어원)에서 펴낸 낱말책은 “독서(讀書) : 책을 읽음”으로 풀이합니다. 아주 틀리지는 않다고 할 뜻풀이입니다만, 영 엉성합니다. 더구나 우리말 ‘책읽기’는 올림말로 안 삼아요. ‘책 읽기’처럼 띄라고 합니다. 왜 아직도 우리말 ‘책읽기’를 낱말책에 안 올릴까요? ‘독 서’처럼 띄어쓰기를 안 하는데, ‘책 읽기’처럼 띄어야 할까요? ‘마음읽기·숲읽기·삶읽기·글읽기·그림읽기·바로읽기·오늘읽기·날씨읽기’처럼 ‘-읽기’를 뒷가지로 삼아 새말을 차근차근 지을 만합니다. 삶은 새롭게 뻗고, 생각은 새삼스레 자라고, 삶터는 새록새록 넓게 자랍니다. 이러한 길이나 물결을 돌아본다면 바야흐로 ‘읽기’를 슬기롭게 할 노릇이요, 우리 나름대로 ‘새로읽기’를 의젓이 할 줄 알아야지 싶어요. 마음닦기를 하는 이웃님이라면 마음읽기를 하다가 마음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15 글이름 어릴 적에는 언제나 어머니한테 “어머니, 이 나무는 이름이 뭐예요? 이 풀은 이름이 뭔가요?” 하고 여쭈었습니다. 어머니는 끝없이 이어가는 이 ‘이름묻기’를 꼬박꼬박 대꾸해 주었습니다. “걔는 예전에 이름을 알려줬는데, 잊었구나?”라든지 “어머니도 몰라! 그만 물어봐!” 같은 대꾸도 하셨지요. 이제 우리 집 아이들이 아버지한테 늘 “아버지, 이 나무는 이름이 뭐야? 이 꽃은 무슨 이름이야?” 하고 묻습니다. 저는 가만히 풀꽃나무 곁에 다가서거나 기대거나 쪼그려앉아서 혼잣말처럼 “그래, 이 아이(풀꽃나무)는 이름이 뭘까? 궁금하지?” 하고 첫머리를 열고서 “넌 어떤 이름이라고 생각해?” 하고 다음을 잇고 “네가 이 아이(풀꽃나무)한테 이름을 붙인다면 어떻게 지어 보겠니?” 하고 매듭을 짓습니다. 아이가 먼저 스스로 풀꽃나무한테 이름을 붙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