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34-웃음은...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지난 이레(주)에 한국땅집그위일터(한국토지주택공사)에 다녀온 이야기는 했었지? 어제 반가운 기별이 왔단다. 다가오는 열달 하룻날 여는 토박이말 살리기 말나눔 잔치에 도움을 주는 일을 비롯해서 앞으로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자고 말이지. 다음 달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 하기로 했으니 또 반가운 기별이 있으면 바로 알려 줄게.^^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웃음은 두 사람 사이를 이어 주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야. 이 말씀은 텐마크에서 태어나 이름을 떨친 피아노꾼이신 빅토르 보르거(게) 님이 남기신 거라고 하는구나. 이 분은 미국까지 건너와서도 널리 이름을 떨치셨는데 우스개와 소리꽃(음악)을 더한 남다른 보여 주기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분이라고 해. 이 말씀을 "웃음은 두 사람 사이를 가장 가깝게 해 준다."라고 뒤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 두면 좋겠구나. 그리고 이렇게 뒤쳐도 저렇게 뒤쳐도 모두 토박이말로 뒤칠 수 있는 말이라서 더 반가웠단다. 너희들도 느껴봤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누군가를 웃게 만들고 난 뒤나, 다른 누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온가을달(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낮에는 더위가 이어지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함을 느낄 수 있는 철이 되었습니다. 지난달이 가을로 들어서는 ‘들가을(입추)’이 있는 달이라 ‘들가을달’이라고 했었는데 이달은 온 누리에 가을이 들어차는 ‘온가을’이 있는 달이라 ‘온가을달’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가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맑은 날이면 쪽빛 하늘에 풍덩 빠질 것 같다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짙어지는 하늘빛만큼 푸나무 잎도 조금씩 갖가지 빛깔로 물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잠자리에 들 때는 바람틀을 돌려놓거나 이불을 안 덮고 자다가 새벽에는 이불을 끌어 당겨 덮는 사람도 있게 되지요. 이 무렵 부는 건들바람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가을장마’라고 하는 말은 자주 듣고 쓰지만, 이렇게 건들바람이 부는 무렵에 찾아오기도 하는 장마를 ‘건들장마’라고 한다는 것을 아시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 건들바람과 함께 우리 눈과 마음을 맑혀 주는 꽃이 있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코스모스’라고 부르는 ‘살사리꽃’입니다. 흐드러지게 핀 살사리꽃을 보러 일부러 길을 나서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뻣몸 우리말 ‘나리’는 두 가지로 씁니다. 첫째는 꽃이름이요, 둘째는 벼슬아치나 구실아치를 하는 사람인 ‘관리·공무원’이에요. 어쩌다가 사뭇 다른 두 가지를 똑같은 이름 ‘나리’로 가리킬까요? 벼슬이나 감투를 누리는 이들이 부디 막짓으로 기울지 않으면서 꽃손처럼 마을에 깃들기를 바라는 뜻이었을까요? 미운손 같은 나리가 아니라 아름손 같은 나리를 바라보면서 이처럼 이름을 지었을까요? 엉터리라 할 만한 짓을 일삼는 사람을 마주하면 몸이 굳습니다. 바보짓이란 꼴보기싫고, 밉짓은 볼썽사납거든요. 그런데 멍텅구리처럼 구는 구실바치야말로 뻣몸이지 싶어요. 아름다운 길이 아니니 뻣뻣하기 마련이요, 고운 꽃빛이 아니니 굳어버리기 쉽겠지요. 우리는 저마다 다른 들꽃입니다. 우리는 다 다른 들꽃으로서 이 별에서 숨을 나누고 품을 들이면서 고운손님이 된다고 느낍니다. 온꽃이 되기를 바라요. 온빛으로 어우러지기를 바라요. 저마다 온살림을 짓고, 온삶빛으로 하루를 일구기를 바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75 들이울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들이울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몹시 심하게 울다'라고 풀이를 하고 "아이는 장난감 비행기를 사 달라고 떼를 쓰며 들이울었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사람이) 몹시 심하게 울다'로 풀이를 하고 "아이가 들이우니 아이 아빠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아이를 달랜다."를 보기로 들어 놓았습니다. 두 풀이에 나오는 '심하다'는 말이 '정도에 지나치다'는 뜻이니까 '몹시 지나치게 울다'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쓰는 '되다'를 써서 '몹시 되게 울다'라고 풀이를 해도 되지 싶어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들이울다: 몹시 지나치게(되게) 울다. 이 말을 쓴 보기를 보면 아이가 그냥 우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이 놀라울 만큼 세게 우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보니 아주 어릴 때 울었다 하면 들이울뿐만 아니라 잘 달래지도 않아서 둘레 어른들께서 데리고 집으로 가라고 할 만큼 한 울음 했던 사람이 생각이 납니다. '울지 말고 말로 하렴'이라는 책을 많이 읽어 주어서 그런지 말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2 맷돌 맷돌 살 돈이 없을 적에는 마을에서 돌려가며 쓰는 돌을 썼다. 맷돌에는 돌구멍이 있어 암놈 수놈을 끼우고 돌린다. 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어머니 뱃속에서 맷돌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열아홉에 혼례를 했지만, 방이 하나뿐인 살림이었다. 방 한 칸을 가로 긋고 시아버지인 아픈 우리 할아버지와 함께 썼다. 세간살이라고는 구멍 난 솥하고 숟가락 하나뿐이다. 시집온 그해 아버지가 붉은감 줍자고 해서 재 너머 효선골에 떨어진, 먹기 아까울 만큼 잘 익은 감을 주워서 탑리역까지 이고 가서 팔았다. 돌아오는 길에 감 판 돈으로 새미 못둑 과수원에서 사과를 사서 집으로 오는 길에 불래마을 사람한테 팔고 효선마을 사람한테 팔았다. 그 뒤로 어머니는 두부를 쑤었다. 어머니가 살던 가음 장터에 가서 두부 쑤는 길을 배우고 찐빵도 배웠다. 마을에서는 새신부가 친정 간 줄도 모르고 달아났다고 헛소문이 났단다. 오는 길에는 가음 장터에서 생선을 떼서 오는 길에 팔고 다시 생선을 떼러 가면 또 달아났다고 헛말이 돌았다. 마을사람은 하나같이 새신부가 못사는 집에 와서 버티지 못하고 달아난다고 말했다. 그럴수록 어머니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3] 가죽나무 가죽나무 잎은 봄인데도 빨갛다. 새싹이어도 붉다. 나는 붉은 가죽나무를 보면 만지기 무섭다. 옻나무와 닮아서 잘못 따면 옻을 옮는다. 아버지도 새싹을 딸 적에 그만 옻을 건드려 팔에 오돌토돌 오르기도 했다. 비 오는 어느 날 아버지가 가죽나무를 한 움큼 따왔다. 어머니는 물에 헹구고 총총 썰어서 고추장에 버무렸다. 아버지 밥상에 올라온 가죽나물은 향긋 했지만, 나는 이 냄새가 싫어서 비볐다. 아버지는 맛있다고 느긋하게 잘 드셨다. 어머니하고 나는 양푼이에 비볐다. 새싹이라지만 가죽나무 냄새는 내 입에 맞지 않아 잎을 골라내고 양념 맛에 먹었다. 우리 입에는 맛이 없는데 아버지는 맛있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여겼다. 어른은 아이와 입맛이 다른가. 봄이면 가죽나물을 아버지가 거의 혼자 드셨다. 여느 새싹은 푸르게 돋는데 붉은 가죽나무는 어느 모로 보면 곱구나 싶다. 새봄에 다들 옅푸르게 올라오지만 유난히 붉게, 또는 바알갛게 올라와서 눈에 잘 뜨이는 가죽나무는 온통 푸르기만 한 봄 들판에 알록달록 옷을 입혔는지 모른다. 처음엔 붉어도 따서 두면 푸른 빛으로 돌아가다가 검푸르게 시드는데. 보들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2] 도라지꽃 배움터에서 돌아오는 길이 멀어 달리기를 하고 길에 앉아 돌줍기를 하고 솔밭에 앉아 쉬고 또 달리면 어느 사이 오빠골 재 밑에 닿는다. 멧자락 따라 재 밑에 오면 느긋하게 놀았다. 아직 집이 멀어도 이 자리만 오면 집에 다 온 듯하다. 찔레가 있는 멧기슭 높은 밭둑에 도라지밭이 한 군데 있었다. 멧자락 밭둑이 높고 미끄럽다. 신발이 푹푹 빠져 흙이 들어가도 끙끙대며 풀을 잡고 밭에 오른다. 길가에서 본 보랏빛 도라지꽃이 가득했다. 우리는 밭에 오르면 한 골씩 맡아 꽃봉오리를 찾는다. 서로 터트리려고 이랑을 넘나드느라 도라지가 넘어지고 밭이 엉망이 된다. 도라지꽃은 풍선껌을 불어서 붙여놓은 듯 바람이 빵빵하게 찼다. 두 손으로 꼭 누르면 뽕뽕 소리를 내며 터진다. 어떤 봉오리는 픽 하고 바람이 실실 빠진다. 꽃봉오리를 터트리면 크기마다 바람이 빵빵한 세기에 따라 실로폰을 톡톡 두드리는 듯하다. 이쪽에 큰 봉오리 저쪽에 작은 봉오리 쪼끄마한 봉오리를 마구잡이로 터트렸다. 이랑을 옮기느라 춤추고 터트린다고 우리 몸짓은 춤춘다. 봉오리가 터진 도라지꽃은 하하 웃는 듯하고 아이들은 신이 났다. 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1] 수박 여름이면 마을에 수박 장사가 왔다. 경운기에 가득 싣고 알리면 마을 사람이 몰려와서 고른다. 손으로 톡톡 두들겨 통통 맑은소리가 나면 잘 익은 수박이고 퉁퉁 끊어지면 껍질이 두껍다. 그래도 속은 갈라 봐야 허벅허벅하거나 여물고 짙은지 알기에 아저씨가 세모로 칼집을 내어 속을 보여주었다. 찬물에 수박을 담가 두었다가 시원하다 싶을 적에 쟁반에 놓고 썬다. 수박 한 덩어리 자르면 가운데부터 골라 먹고 숟가락으로 껍질까지 긁어먹었다. 우리는 여름이면 수박이 먹고 싶어 작은고모네와 큰고모네에 갔다. 큰고모네는 살림이 넉넉했는데 구두쇠 이름이 붙어 다녔다. 수박은 마루에도 냉장고에도 있었다. 밭에서 수박을 팔고 남은 수박이 있다고 곤이하고 희야하고 밭으로 갔다. 비탈진 멧기슭 밭에 덩굴을 헤치고 수박을 땄다. 손날을 세워서 힘껏 수박을 내리쳐서 수박을 쪼갰다. 이랑에 쪼그리고 앉아 실컷 먹었다. 코가 수박에 닿고 턱에 닿아 물을 뚝뚝 흘리면서 크다 만 수박 일 곱 통을 그 자리에서 먹었다. 집에 와서도 냉장고에 든 수박을 꺼내 먹었다. 고모는 마루에 서서 많이 먹는다고 눈을 부라리며 성을 냈다. 우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찾기 놀이]1-14 지난 이레(주)에 여름 말미가 끝나고 새로운 배때(학기)가 비롯되었습니다. 튼튼하게 말미를 잘 보내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와서 자리에 앉아 있는 배움이들에게 반갑고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동안에도 기쁜 마음으로 잘 보내자는 입다짐과 함께 말입니다. 그리고 그 동안 토박이말바라기에도 반가운 일이 세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진주와이엠시에이와 토박이말바라기가 함께 진주시에 토박이말 한뜰(공원)을 만들었으면 하는 뜻을 말씀드렸는데 좋은 말갚음이 왔습니다. 진주시, 진주교육지원청, 진주와이엠시에이, 토박이말바라기가 함께 운힘다짐(업무 협약)을 하고 평거동 녹지공원을 토박이말 한뜰(공원)으로 꾸미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진주와이엠시에이에서 꾸리는 경남녹색구매지원센터와 함께 한글날을 맞아 한글학회 진주지회와 함께 토박이말로 된 일터와 팔몬(상품)을 뽑아 보람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하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 이름 뽑기도 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 한글학회 진주지회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낫날(목요일) 뜻 깊고 값진 만남이 있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이정관 부사장님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숲노래 책숲마실 ― 부천 〈용서점〉 인천에서 나고자란 사람한테 부천은 가까우면서 멉니다. 오히려 서울보다 멀어요. 부천에서 나고자란 사람도 인천이 서울보다 멀다고 느끼려나 곧잘 생각합니다. 시골에서 살며 읍내도 면소재지도 다 멉니다. 굳이 안 가까이하려고 시골에서 살거든요. 한참을 달려야 맞이하는 읍내라든지 큰고장은 언제나 잿빛집이 가득하고 부릉부릉 시끄럽습니다. 그렇지만 역곡나루에서 내려 천천히 걸으며 “이곳에서 우람하게 키가 크는 이 거리나무가 싱그럽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가을 어귀인 터라 조그마한 풀밭이 있으면 어김없이 자그마한 풀벌레가 살며시 노래합니다. 묵직한 등짐을 이고 걷다가 멈춥니다. 거리나무 곁에 서서 귀를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