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삶 2] 종량제봉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2] 종량제봉투 가게 일손이 모자라 일꾼을 쓴다. 오늘 아침에 가게일을 돕는 일꾼을 보니, 종량제봉투 값을 찍어 놓지 않는다. 아침 일꾼한테 “손님들 물건을 담을 적에 무얼 먼저 찍어?” 물었더니 “봉투 먼저 찍고 담는다” 한다. “모두가 파는 물건이니 비닐 하나라도 잘 찍어서 담고, 손님 오면 매장 어느 쪽으로 다니는지 잘 보셔요” 했다. “왜요?” 하고 되묻기에, “종량제봉투 숫자가 안 맞는다”고 덧…
- 숲하루 글쓴이
- 2022-06-08 09:12
[작은삶 1] 긴 길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 긴 길 사람을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을 때가 있다. 막상 자리를 마련하면 낯선 내가 툭 튀어나온다.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말이 많다. 알맹이가 없는 말을 늘어놓는다. 그러고서는 말을 너무 했다고 여긴다. 잔뜩 핏대를 올리다 보면 말이 풀어지고 사투리가 술술 나온다. 이럴 적에 곁님은 “쓸데없이 말이 많다”고 넌지시 나무란다. 그런데 곁님이 나더러 말이 쓸데없이 많다고 하면 왜 그리도 듣…
- 숲하루 글쓴이
- 2022-06-08 09:12
[엄마아빠 3] 어머니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엄마아빠 3] 어머니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집에 들어왔다. 먼저 온 곁님이 어머니한테 “어버이날 다 댕겨 갔니껴?” 묻는다. 나는 부엌으로 들어가 밥솥을 열면서 “막내네 쌍둥이 많이 컸겠네” 물었다. 어머니가 벽을 한참 보더니 코를 훌쩍인다. 눈이 빨갛다. 막내네는 쌍둥이를 낳았다. 마흔 넘어서 짝을 만나 인공수정으로 아들 둘을 얻었다. 어머니는 어린이날에 두 손주 몫으로 십만 원을 보낸 일이 있다. 그러고 이…
- 숲하루 글쓴이
- 2022-05-31 18:09
[엄마아빠 2] 마을 한바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엄마아빠 2] 마을 한바퀴 멧숲에서 내려와 곁님은 엄마집으로 먼저 가고 나는 천천히 마을을 걷는다. 목골에서 개울을 따라 걷는다. 나즈막하던 시내가 길을 닦으면서 높고 좁다. 이 시냇물에서 고기를 잡고 징검돌을 건너고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물구경을 했다. 성조네 집을 지난다. 우리가 모여 놀던 아랫방이 사라지고 상추밭이 되었다. 낯선 사람이 자전거를 세운다. 깔끔하고 흙이 곱던 마당에 풀이 자라 빈집 같다.…
- 숲하루 글쓴이
- 2022-05-26 05:50
[엄마아빠 1] 아버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엄마아빠 1 ] 아버지 탑리에서 소주 한 병을 샀다. 아버지와 어머니 가운데 누구를 먼저 뵈어야 하는지 둘은 생각이 다르다. 곁님은 '산 사람을 먼저 만나자' 하고 나는 '아버지 먼저 보자' 했다. 시삼촌이 집에 오면 ‘할머니 무덤에 먼저 들르는 일이 못마땅하더라’ 하는데, 나는 이 마음을 알 듯하다. 내가 아버지를 먼저 보고 오자고 한 까닭은 집에 들어가면 까딱하다가는 가지 못한다. 바람이 산뜻할 적에 가볍게…
- 숲하루 글쓴이
- 2022-05-26 05:50
[홀로보기]제주도에서 5 가파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홀로보기 -제주도에서 5 가파도 배를 타고 가파도에 갔다. 마라도 다음으로 남쪽 끝에 있는 섬이 가파도이다. 나는 숲을 가면 고도계를 보는 버릇이 있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 틈틈이 보는데 가파도 모습이 가오리를 닮았다. 납작한 가오리처럼 낮은 언덕이 없는 반반한 섬 같다. 들녘과 바다와 섬이 거의 하나를 이룬다. 내가 좋아하는 뒤뜰 동산 같다. 얼마 만인가. 길을 못 찾을까 마음이 쓰여 길잡이를 따라다니려고 …
- 숲하루 글쓴이
- 2022-05-21 06:46
[홀로보기]제주도에서 3 달무리 4 모래집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홀로보기 -제주도에서 3 달무리 자다가 추워서 눈을 뜬다. 넓은 창에 하늘이 꽉 찬다. 다시 눈감았다가 뜨니 달빛이 들어온다. 반달이 기둥에서 나왔다. 반달이 ‘왜 깼냐?’고 묻는 듯했다. 그러고서 달님은 달무리에 가려 자꾸만 바다로 떨어진다. 일어나 앉아서 달님한테 ‘더 놀다 가’ 하고 말했다. “너 왜 그리 어두워? 여행 노래 부르더니. 안 즐거워?” “아니, 기운이 없어서. 빵만 먹는 거 봤잖아. 사진 찍으…
- 숲하루 글쓴이
- 2022-05-21 06:46
[홀로보기]제주도에서 2 바닷가 걷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홀로보기] 제주도에서 2 바닷가 걷기 이제 공항에 내린다. 내 이름을 적은 알림판을 찾아본다. 길잡이(가이드)라고 하는 사람은 이녁 손에 든 종이만 들여다볼 뿐 내가 알림판을 찾아야 하는 일은 모르는 척한다. 한동안 헤매다가 드디어 알림판이 보인다. 사람들이 많은 탓에 가려서 안 보인 듯하다. 큰 버스에 다섯 사람씩 세 무리를 태우고서 세 군데 숙소를 돈다. 나는 마지막으로 내린다. 그런데 내가 묵을 곳 가까이…
- 숲하루 글쓴이
- 2022-05-16 05:48
[홀로보기]제주도에서 1 나들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홀로보기] 제주도에서 1 나들이 비행기 타는 일이 버스 타는 일처럼 흔한 요즘이라지만, 날마다 일하는 몸으로는 시외버스를 타고 나들이를 하기조차 어려웠다. 제주도를 옆마을 가듯 나들이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만 듣다가, 나도 제주도 가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는 내가 여태껏 길에서 멀리 올려다보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이렇게 높이 올라가는구나. 땅도 집도 마을도 저렇게 깨알처럼 작게 보이다가 사라지는구나. 목이 돌…
- 숲하루 글쓴이
- 2022-05-16 05:44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5] 씀바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5] 씀바귀 멀리서 찾아온 글동무하고 두류공원에 갔다. 대구에 살지만 막상 혼자 느긋이 쉬려고 두류공원에 간 적이 없다. 글동무하고 찻집에라도 갈까 했으나, 봄날씨가 좋으니 공원이 낫지 않겠느냐 해서 가 보았는데, 하늘을 보며 나무 곁에 앉거나 걸으니 오히려 좋았다. 두류공원을 걷다 보니 곳곳에 씀바귀가 노랗게 꽃을 피웠다. 아무도 안 쳐다볼 만한 자리에 피었다. 공원에 오는 사람 가…
- 숲하루 글쓴이
- 2022-05-06 1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