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삶 10] 소나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0] 소나기 소나기가 쏟아진다면 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감기 들지 않을 만큼 소낙비 실컷 맞고 싶다. 그렇지만 소나기처럼 쏟아내는 말은 실컷 들어서 이제는 그만 비껴가고 싶다. 시골로 가는 길에 소낙비가 내렸다. 곁님 입에서도 소낙비가 쏟아졌다. 둘 다 바빴다. 내가 먼저 집에 왔다. 문 앞에는 출판계약서가 왔다. 발간신청일이 며칠 남지 않아 가슴을 졸이며 기다렸다. 몇 가지 적고 두 종이를 붙여서 가…
- 숲하루 글쓴이
- 2022-07-07 20:44
[작은삶 9] 두부비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9] 두부비지 곁님은 두부비지를 차리면 아예 입에 대지 않는다. 먹으면 구수한데 왜 안 먹느냐고 물으면 ‘그건 못 먹고 살 때나 먹었지, 난 안 먹어’ 하면서 숟가락을 들지도 않았다. 이렇게 구수한 비지를 맛보면 안 먹는다는 말이 나올까. 약을 살살 올려도 먹을 생각을 않던 사람이 어쩐 일인지 비지찌개를 먹었다고 한다. 바나나가 점박이가 찍혀 곧 안 먹으면 물러 버릴 듯했다. 뒤에 빼두고 아줌마들이 오면…
- 숲하루 글쓴이
- 2022-07-07 20:38
[작은삶 8] 심부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8] 심부름 부엌종이가 똑 떨어졌다. 뒤쪽에 있나 싶어 가니 없다. 지하실에 있는데 가지러 가지 못한다. 아침 일꾼이 없어 자리를 비우지 못한다. 이따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자니 그래서, 신문을 손바닥 크기로 잘랐다. 그릇에 올리고 버섯을 담는데. 마침 상자 할아버지가 왔다. 얼음 담는 가방을 하나 달라는데 지하실에 있다. 가지러 가지 못한다. “할배가 찾아 보실래요?” “어디 있는데?” “이쪽…
- 숲하루 글쓴이
- 2022-07-07 20:34
[작은삶 7]떨어지다(탈락)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글님 ] [작은삶 7] 떨어지다(탈락) 쪽글이 왔다. 기다리던 ‘ㅎ’이라는 알림을 보니 콩닥콩닥 뛴다. 바로 쪽글을 열어 보려다 망설었다. 붙었을까 떨어졌을까, 붙었을 테야 하는 부푼 마음이 일고서야 열었다. ‘선정 미선정’ 한 마디만 보이면 좋겠는데 글월이 길다. 쭉 읽어 보니 ‘결과 사유에서 해당사유 확인가능’ 하다는 말에 떨어졌구나. 바람 빠지듯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또 이름난 사람들이 되었겠지. 글을 쓴 지 세 …
- 숲하루 글쓴이
- 2022-07-01 20:17
[작은삶 6] 받은대로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6] 받은대로 갓 시집에 왔을 적에 큰시누네 딸이 열 살이었다. 조카인 셈인데, 나는 외숙모가 된다. 나를 가장 반겨준 사람이 조카 소정이가 아닌가 싶다. 편지를 꼬박 보내왔다. 외숙모를 참 좋아하는 아이처럼 느꼈다. 동생이 또 열 살이 되자 둘이 같이 편지를 보냈다. 집을 몇 군데 옮겨다니고, 우리 집 아이를 셋이나 낳아 키우면서 소꿉만 해도 많지만, 두 아이가 보낸 편지는 서른 해도 넘었지만, 버리지…
- 숲하루 글쓴이
- 2022-07-01 20:16
[작은삶 5] 손질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 손질 집을 나서는데 눈물이 나려고 한다. 아직 가게에서 일할 사람을 못 찾았다. 가게에 들어서면 몇 가지 걸레부터 들고 가방을 둔다. 하루 쉰 날은 나물 손질이 많다. 잘라 놓은 양배추가 하나뿐이다. 통으로 둔 양배추 잎이 누렇다. 마르고 뜬 잎을 떼어내고 한 통을 넷으로 쪼갠다. 손님이 왔다. 칼을 내려놓고 뛰어갔다. 자른 양배추를 둘둘 감는다. 손님이 왔다. 또 뛰어가서 값을 치러 준다. 이제 …
- 숲하루 글쓴이
- 2022-06-27 21:20
[작은삶 4] 다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4 ] 다툼 우리 가게에서 나물을 손질하는데 누가 “사장님 되세요?” 묻는다. 우리 가게에 자주 오는 손님인데 둘 다 모자를 쓰고 입을 가려서 얼른 알아보지 못했다. “왜 그러세요?” 하고 물었다. “어제, 저녁 여섯 시 조금 넘어서, 여기에서 카드를 썼는데 화면을 좀 보여줄 수 있나요?” 하신다. “네, 그러지요.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여덟 살 딸이 독서실에서 동무와 싸웠단다. 싸운 아이 마음을 풀…
- 숲하루 글쓴이
- 2022-06-27 21:20
[작은삶 3] 나무 안아 보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3] 나무 안아 보기 또 앞산에 가자고 한다. 나는 가보지 않은 숲으로 가고 싶은데 선뜻 간다는 말이 안 나온다. 밤이 깊었으니 갈지 안 갈지는 일어나서 어쩌기로 했다. 곁님은 멧골로 가고 나는 몽돌이 있는 바닷가로 떠날까. 살짝 생각하다가 따라나선다. 앞산은 몇 걸음 갔지만 골골이 다니지 않았으니 가자, 숲에 가면 답답한 마음이 풀어질지도, 아니야 숲 그대로 보자. 그렇지만 나무를 꼭 안아 봐야지, 혼…
- 숲하루 글쓴이
- 2022-06-24 18:45
[엄마아빠 5] 함박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엄마아빠 5] 함박꽃 시골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 마늘논 자리에 함박꽃이 피었다. 이랑마다 까만 비닐을 씌웠다. 함박꽃 가운데 몇 송이만 빼고 한가지 빛을 띤다. 붉노란 꽃잎이 큰 잎을 발라당 뒤로 펼치고 노란 속을 드러낸다. 이 꽃은 속이 훤히 보여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꽃은 피어야지만 그래도 메아리일 적에 꽃잎을 열고 나올지 궁금해서 꽃피기를 기다린다. 그때와 달리 이제는 이 꽃이 이쁘기만 하다. 마을에…
- 숲하루 글쓴이
- 2022-06-21 19:14
[홀로보기]제주도에서 6 두 사람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홀로보기 -제주도에서 6 두 사람 가파도를 돌다가 배 타는 때에 쫓겨 뛰어갔다. 어디서 날선 소리가 들린다. 누구한테 하는 소리인지 놀라 두리번거리니, 어느 커피집 앞에 아저씨가 한 사람 있다. 아저씨는 무얼 그냥 주면 안 되겠냐고 말하다가가 돈을 꺼내려 하고, 옆에서 아주머니 한 사람이 날선 소리를 지른다. 날선 소리는 마치 아이를 꾸지람하는 듯하다. 아무 데서나 아무것이나 사다 먹으려 한다고 매우 다그치는 소…
- 숲하루 글쓴이
- 2022-06-08 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