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삶 104] 큰나무집 감나무집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04] 큰나무집 감나무집 작은딸이랑 새사람이 함께 살림을 차려 인천에서 산 뒤로, 대구에 첫나들이를 했다. 작은딸네하고 맛집에 가고 싶어 ‘큰나무집’이란 데를 가려고 한다. 그런데 차를 몰아 다 왔구나 싶은데 더 들어가라고 알린다. 담벼락 따라 모퉁이로 꺾는다. 아직 열두 시가 되려면 멀었으나 줄이 길다. 어제 미리 자리를 잡았다고 말하는데, 우리 이름은 예약에 없단다. 왜 그런가 하고 갸우뚱하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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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7-17 23:07
[작은삶 102] 궁둥걸상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02] 궁둥걸상 새벽 네 시이다. 캄캄하던 밤하늘이 조금씩 밝는다. 숲은 아직 까맣고 하늘이 파랗다. 달리면서 해돋이를 보려나 기다리는 사이 풍산 읍내를 지난다. 구름이 하늘을 뒤덮는다. 들녘으로 들어오니 한뼘 자란 모가 푸릇푸릇하게 땅을 환하게 밝히고 흐린 구름은 파릇파릇 밝아온다. 한 시간 반 달리는 동안 날이 새는 가장 어두운 얼굴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시골집에 닿으니 햇살이 구름을 겨우 벌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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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26 10:00
[작은삶 101] 이랑 삐대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01] 이랑 삐대기 맨밥을 세 사람 먹을 만큼 그릇에 담아 한 김을 빼고 얼음자루에 담았다. 오늘은 집안사람 다섯이 숲을 오른다. 나는 밥을 맡았고, 같이 가지는 않는다. 같이 안 가면 홀가분해야 할 텐데,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는지 몰라 헤맨다. 혼자 가고 싶은 곳이 없었는데 문득 엄마한테 간다. 엄마가 밭매기를 한다니, 고랑 하나나 이랑 둘은 거들 듯하다. 햇볕은 바지런하다. 벼랑 그물에 장미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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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14 22:54
[작은삶 100] 밑바닥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00] 밑바닥 며칠째 일꾼찾기 글을 올린다. 학생 일꾼이 나가려고 한대서 여러 곳에 띄운다. 일꾼찾기를 올리면 어느 때는 사람이 몰리기도 하는데, 요 며칠은 잘 안 모인다. 몇 사람을 살피는데, 막상 일하겠다고 오려는 사람은 집이 멀다. 밤늦게 일을 마치고 막차를 타면 된다고 하지만, 여름 지나고 겨울이 오면 힘들 텐데 싶어, 오래 일을 하지 못하고 그만둘까 싶어, 하마 시름시름 한다. “근데 학생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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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14 22:54
[작은삶 99] 전기삯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99] 전기삯 전기삯이 오른다. 오월 볕이 칠월 볕 같다. 한여름이 되면 얼마나 뜨거울지 전기삯 걱정에 미리 시름에 잠긴다. 어느 벗이 동생이 꾸리는 가게에서 일을 하는데 여름이면 전기삯이 팔백만 원이 넘게 나온다고 얘기를 했다. “헉!” 소리만 나왔다. 남 얘기 같지만 우리도 만만찮다. 지하실은 일층보다 넓지만, 불을 밝히고 모터를 돌리니 삼만 원 덜 낸다. 일층은 제법 낸다. 겨울이면 백만 원쯤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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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28 08:39
[작은삶 97] 큰딸이 차려준 아침밥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97] 큰딸이 차려준 아침밥 오월이 되니 쉬는 날이 길다. 작은딸이 차표를 못 끊었다. 아들은 시험이 남아 안 온다. 둘이 지내다가 큰딸 하나만 왔을 뿐인데 어린이가 있는 집처럼 다르다. 아빠는 딸을 챙기고 딸은 아빠한테 이것저것 시킨다. 일 마치고 오는 아빠한테 태우러 오라고 하질 않나, 잘 안 해 먹는 반찬을 해 달라 하고 피자도 먹는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침밥을 맡겠단다. 아빠가 밖에서 먹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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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16 15:29
[작은삶 96] 논깃새 밭깃새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96] 논깃새 밭깃새 이튿날 비가 온다는 얘기를 듣고 엄마가 참외싹하고 옥수수싹을 열 포기씩 샀다. 엄마는 마을회관 앞에서 내가 오도록 기다리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진갓골에 먼저 갔다. 나는 집으로 갔다가 바로 뒤따라가는데 엄마 꽁지가 안 보인다. 여든 살 할매치고는 빠르다. 숲길로 들어간다. 내가 어릴 적에는 도랑으로 못가로 다니던 숲길인데, 이제는 풀길로 덮인다. 솔밭으로 빙 돌아서 걸어간다. 이쪽은 …
- 숲하루 글쓴이
- 2023-05-16 15:27
[작은삶 93] 언덕집 사람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93] 언덕집 사람 엄마가 읍내에 다녀오고서 힘이 없다. 밭에 가기로 했지만, 한꺼번에 움직이면 힘들다며 방으로 들어간다. 엄마가 쉴 동안 아버지 무덤에 간다. 가는 길에 마을 골목을 기웃한다. 집 뒤 언덕으로 뒷집도 비고 이 옆집도 비고, 한 칸 건너 빈집은 흙담이 휘청 굽고 창살문이 떨어졌다. 곧 와장창 쓰러질 듯하다. 마당은 풀더미가 되었다. 옆집도 빈집이고 앞에 있는 두 집도 빈집이다. 엄마가 어…
- 숲하루 글쓴이
- 2023-05-16 15:18
[작은삶 92] 커피포트 있어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92] 커피포트 있어요? 쓰레기터에 비닐을 따로 담는 자리가 없다. 규격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니 다시 꺼내 담았다. 가구와 가전만 남기고 짐을 다 들어냈다. 음식쓰레기를 버리려는데 열쇠를 안 갖고 왔다. 비밀번호도 몰라 우리 딸이 갖고 오는 동안 경비 아저씨는 우리가 내놓은 짐을 치우면서 “커피포트는 없어요?” 하고 묻는다. “버렸는데요?” 저쪽 한자리에 있는지 아저씨와 찾았다. 집에 둔 듯했다. “…
- 숲하루 글쓴이
- 2023-04-29 09:26
[작은삶 91] 돌려주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91] 돌려주기 알림소리에 깼다. 밖에서 물소리가 난다. “어제 몇 시에 왔어요?” “집에 오니 두 시쯤 되었더라.” “많이 안 늦었네. 가서 문 열려고요?” “내가 문 열어야지. 니도 어제 힘들었잖아.” “그럼 나 몇 시에 나갈까?” “나오기는 뭐. 어제 일찍 간다고 애들이 뭘 좀 싸주더라. 명이나물도 한 상자 주데.” 보따리를 풀었다. 방울토마토랑 메밀부침이랑 문어가 담겼다. “와 문어 엄청나게 크네…
- 숲하루 글쓴이
- 2023-04-29 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