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삶 20] 시집 광고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20] 시집 광고 ㄱ에서 곧 잡지가 나오는데 이때에 광고를 넣으면 어떠냐고 묻는다. 잡지를 내는 곳에 몸을 담그면 광고를 그냥 실어 주는 줄 알았는데, 돈을 내면 싣는단다. 내 이름을 넣은 책을 처음으로 내놓기에, 조금이라도 더 알리면 좋겠다고는 생각하는데, 광고비까지 더 써야 하는 줄 몰랐다. 그래서 둘레에 어떻게 해야 좋겠느냐고 물어본다. 내가 쓴 시를 처음 실어 준 곳에 시를 몇 자락 보내면서 그곳…
- 숲하루 글쓴이
- 2022-08-12 16:47
[작은삶 19] 잘 썼나?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9] 잘 썼나? 이레 뒤에 책이 나온다. 내가 쓴 시를 모았다. 자랑하고 싶다. 잘했다고 해줄 만한 피붙이가 있을까 궁금하다. 둘레에 쪽글을 남기니 하나같이 “한 권 사면 될까?” 하고 묻는다. 우리 집에서도, 아이들도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다. 남이라 할 만한 먼 사람들은 “축하한다”거나 “잘 했다” 같은 말을 들어도, 우리 집에서는 바라기 어려운 듯싶다. 그래도 이 무덤덤한 사람들한테 빙긋빙긋 웃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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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12 16:46
[작은삶 18] 숨통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8] 숨통 신호등이 바뀌고 브레이크를 꽉 밟았는데 차가 부르르 떤다. 누가 앞에서 끌어당기는 듯 그대로 박차고 달릴 듯이 덜컹 멈칫 또 덜컹 멈칫하며 몸도 까딱까딱한다. 판을 보니 그림 하나에 노란불이 깜빡인다. 기어를 뒤로 당겨 N에 두지만 멈추지 않고 앞으로 밀어 P에 놓고 발을 떼어 보지만 덜컹덜컹한다. 뒷거울로 보니 마침 차가 안 온다. 바로 옆으로 옮겨 모퉁이 타이어 가게로 갔다. 바퀴가 말썽…
- 숲하루 글쓴이
- 2022-08-02 15:34
[작은삶 17] 오누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7] 오누이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올 적마다 그림자처럼 그 사람한테 어떤 말이 붙어 온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 아가씨 학생 어린아이를 따라오는 말, 목소리와 몸짓과 옷차림새에 따라 늙은 말 젊은 말 맑은 말이 가게에 들어온다. 오늘 따라 이 사람들 나이에 어울리는 물건을 찾아 구석구석 다니고 뒤따라온 말이 우리 물건에 숨결을 넣고 시렁을 흔들어 깨우는 듯했다. 사람과 물건과 말이 함께 숨을 쉬는 듯…
- 숲하루 글쓴이
- 2022-08-02 15:34
[작은삶 16] 까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6] 까기 내가 없는 사이 유선이가 취나물을 다듬었단다. “큰일 했네” 한마디 해주었더니 “명희가 아가씨인데도 왜 나물을 다듬는지 알겠다”고 한다. 나도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물을 다듬으면 귀찮게 여길지 모르지만 뜻밖에 재밌다. 마른 잎을 고른다. 살짝 무른 잎도 고른다. 먹을 수 있는 싱싱한 잎끼리 따로 모아 한 자루 담아 놓으면 뿌듯하다. 나물은 묵어서 다듬을수록 손길이 더 가는데 돈은 덜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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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02 15:34
[작은삶 13] 옻골마을 뒷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3] 옻골마을 뒷산 풀이 돋고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을 넘어 옻골마을에 들어선다. 길가 밭에는 살구가 노랗게 익어 가고 자두가 발갛게 익어 간다. 가뭄이어서 그런가, 자두알이 작다. 마을로 들지 않고 숲길로 든다. 숲에 참나무가 많다. 나무 틈에 살구가 노랗게 익었다. 지팡이로 가지를 당겨 살구를 딴다. 작지만 맛이 달다. 몇 알 더 딴다. 살구씨는 나무 쪽으로 던졌다. 조금 걸어서 들어가니 싸리꽃이…
- 숲하루 글쓴이
- 2022-07-23 07:21
[작은삶 15] 하얀옷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5] 하얀옷 네거리에서 문득 아는 언니가 생각났다. 자고 일어나서 그런가, 목소리에 힘이 없다. 입맛이 없어 이것저것 넣어 김밥을 말았단다. “주말 보냈고?” 묻길래, 그제 용암산에 올라, 누워서 하늘바라기하고 시를 썼다고 했다. “둘이 마음 잘 맞아가고 시인 길도 잘 가고 있다” 한다. 다 언니한테 좋은 기운 받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렇제, 착하게 살아서 좋은 사람이 오는 거다” 언니 말에 부끄럽…
- 숲하루 글쓴이
- 2022-07-23 07:20
[작은삶 14] 하늘바라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4] 하늘바라기 여름숲이다. 싱그럽다. 맑다. 나무도 푸르고 온통 풀빛이다. 흙을 움켜쥐어 본다. 풀이 뒤덮은 이 땅이 바로 별이라고 새롭게 느낀다. 어린 날 모깃불 피워 놓은 마당에 누워 놀던 캄캄한 하늘은 놀이터였다. 별똥별 하나가 떨어지면 한 사람 숨결이 멎는다고 들어서 슬퍼하다가도 별자리 찾기 놀이는 자장노래가 아닌, 우리 눈을 더 초롱초롱 밝히는 가락이었다. 밤에는 별바라기를 하고, 낮에는 잔…
- 숲하루 글쓴이
- 2022-07-23 07:20
[작은삶 12] 능소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 삶 12] 능소화 라면을 먹을까 하고 물을 채우는데, 곁님이 일꾼하고 밖에서 먹고 오란다. 그동안 밥때를 넘기고 집에 가서 먹는데 모처럼 밖에서 먹는다. 가랑비가 그치고 담벼락 따라 걷는 마음이 산뜻하고 가볍다. 김밥집 바람갈이(환풍기)가 시끄럽게 돌아가고 바람에 나무가 흔들린다. 벌써 능소화가 피었네. 바닥에는 꽃이 떨어졌네. 이 길로 차를 몰고 다녀서 못 보았구나. 이렇게 시끄러운 소리에도 꽃을 피우다…
- 숲하루 글쓴이
- 2022-07-23 07:19
[작은삶 11] 연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1] 연꽃 몇 해 앞서 반야월 연꽃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벼가 한창 익은 가을이었다. 이미 연꽃은 지고 뿌리를 캐는 밭이었다. 열매가 송송 박힌 연이 꽃만큼이나 소담스러웠다. 물이 말라 논바닥을 드러내기에, 연대를 꺾으러 논둑을 밟고 깊이 들어갔다. 진흙이 미끌미끌하다. 철퍽 미끄러졌다. 발이 푹푹 더 빠질 듯해서 그만 나왔다. 그런데 허리에 묶은 웃옷이 사라졌다. 미끄러지면서 잃어버린 옷을 찾으러 …
- 숲하루 글쓴이
- 2022-07-23 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