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풀꽃나무이야기 78] 까마중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이야기 78] 까마중 어머니 말로 나는 어릴 적에 입이 짧았다고 했다. 잘 안 먹었다는 말인데 잘 안 먹었는지 아니면 먹지 못했는지 모르나 아마 먹을거리가 없고 있는 거라곤 어린 내 입맛이 없어서 그런지 모른다. 밭둑이나 풀밭에는 곡식과 다르게 지심(풀)이 있었다. 고추잎처럼 보드랍고 얼핏보면 머루처럼 보이는 말랑한 열매가 까맣게 익었다. 우리는 ‘개멀구’라 하고 어머니는 ‘강태’라 했다. 말랑한…
- 숲하루 글쓴이
- 2021-10-23 17:26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7] 머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7] 머루 앞집 우물가에 포도나무가 몇 그루 있었다. 자주빛으로 익어 갈 무렵이면 포도가 먹고 싶어 군침이 돈다. 앞집에는 마을사람이 드나들지 않았지만 나는 앞집에 자주 드나들었다. 무자위에 물 한 바가지 붓고 길어서 물을 받은 뒤 보는 사람 없을 적에 머리맡에 닿는 포도를 몰래 몇 알 따먹는다. 포도나무가 머리맡에 없었다면 따먹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내 손이 닿는 수돗가에 있으니 물 뜨…
- 숲하루 글쓴이
- 2021-10-23 17:26
[숲하루 발걸음 15] 등목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5] 등목 칠팔월이면 볕이 뜨겁다. 들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등목을 했다. 웃옷을 홀라당 벗고 바닥을 짚고 엎드리면 나는 바가지로 찬물을 퍼서 허리띠 위에서 물을 부으면 목덜미로 떨어졌다. 우리 집은 땅에서 퍼올리는 물이 아주 차갑다. 비누를 등에 바른 뒤 찬물을 붓는다. 아버지는 ‘아, 시원하다.’ 하고 흐느끼며 목을 든다. 나는 허리춤 옷에 물이 닿지 않게 살살 또 붓는다. 작은오빠 등에도 물…
- 숲하루 글쓴이
- 2021-10-15 22:20
[숲하루 발걸음 14] 멱감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4] 멱감다 여름이면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녔다. 점낫골 못은 우리 헤엄터이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집에 사는 옥이 언니네 뒤로 등성이를 하나 넘어 내려간다. 낭떠러지가 있어 좁은 비렁길을 건널 적에는 몸을 옆으로 돌려 건너는데 낭떠러지를 내려보면 가슴이 철렁한다. 풀을 잡고 살금살금 건너 못둑에 이른다. 걸어오면서 주워온 납작한 돌로 물수제비 뜬다. 마을에 넓은 내가 없어 물수제비는 못에서만 …
- 숲하루 글쓴이
- 2021-10-15 22:1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6] 뱀알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6] 뱀알 마을 밖 느티나무를 지나 배움터로 갔다. 느티나무에서 오십 미터쯤 되는 자리에 오른쪽은 논이고 왼쪽은 금성산에서 뻗은 등성이가 끝난다. 나지막해서 산으로 해서 모퉁이에 자리잡은 무덤으로 미끄럼틀 타며 내려오고, 돌아올 적에는 무덤 뒤로 낑낑거리며 올라와서 느티나무 자리로 빠져나온다. 오르고 내려가는 자리부터 살짝 내리막길이고 멧자락은 검붉은 돌이 겹겹을 이루고 손으로 건들면 …
- 숲하루 글쓴이
- 2021-10-15 22:1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5] 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사진출처:네이버]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5] 조 강아지풀 닮은 서숙(조)은 잎이 옥수수 닮았다. 우리 집은 논이 얼마 없어 논둑마다 귀퉁이에 조금씩 심었다. 열다섯 살까지는 노란 좁쌀밥을 먹었다. 보리밥만 먹은 적도 있고 좁쌀에 쌀을 한 줌 섞는다. 찰진 좁쌀은 맛이 있던데 그때는 찰기가 없는 노란 좁쌀이라 내 입에는 거칠어 맛도 없고 먹기 싫었다. 거친 보리밥과 좁쌀을 오래 먹어 쌀밥 먹는 일이 꿈이었다…
- 숲하루 글쓴이
- 2021-10-15 22:1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4] 산수유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4] 산수유 우리 마을에는 산수유나무가 많다. 요즘은 사월이면 아랫마을에서 잔치한다. 우리 마을에서 아랫마을까지 내를 따라 논둑마다 산수유가 자란다. 중학교 가기 앞서는 우리 산수유나무가 없었다. 구천할매네와 순이네는 산수유가 많았다. 우리 어머니는 두 집 산수를 따면서 흘린 열매를 비스듬한 논둑에서 줍고 냇가에 내려가서 주웠다. 재 너머 효선마을에서 냇물을 막은 보가 있었다. 그 물로…
- 숲하루 글쓴이
- 2021-10-15 22:1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4] 산수유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4] 산수유 우리 마을에는 산수유나무가 많다. 요즘은 사월이면 아랫마을에서 잔치한다. 우리 마을에서 아랫마을까지 내를 따라 논둑마다 산수가 자랐다. 중학교 가기 앞서는 우리 산수유나무가 없었다. 구천할매네와 순이네는 산수유가 많았다. 우리 어머니는 두 집 산수를 따면서 흘린 열매를 비스듬한 논둑에서 줍고 냇가에 내려가서 주웠다. 재 너머 효선마을에서 냇물을 막은 보가 있었다. 그 물로 …
- 숲하루 글쓴이
- 2021-10-15 22:12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3] 호박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3] 호박꽃 호박꽃이 떨어지고 호박이 둥글게 여문다. 어머니는 호박씨는 곡식을 심는 밭에 뿌리지 않고 밭둑에 심었다. 풀을 뽑고 씨앗이나 어린싹을 심고 물을 준 뒤 동그랗게 비닐을 씌웠다. 싹이 자라서 비닐을 걷어내면 밭둑으로 덩굴이 뻗는다. 잎이 우거지고 줄기에 까칠한 털이 있다. 밭일 들일 하고 어린 호박을 따왔다. 호박은 누렇게 익을 때까지 따먹는다. 어린 호박일수록 겉이 매끈하고…
- 숲하루 글쓴이
- 2021-10-07 19:05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2] 메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2] 메주 어린 날에 겨울이 되면 하루를 잡아 온 가족이 메주를 쑤었다. 볕 따뜻한 날 가마솥에 콩을 삶아 디딜방아에 찧어서 고무 그릇에 퍼담아 시렁이 있는 방에서 일을 나누었다. 쳇바퀴는 새끼줄을 친친 감고 보자기를 펴서 깔고 콩을 가득 채운 뒤 덮고 올라가 발로 자근자근 밟았다. 메주를 밟아 틀을 빼서 좀 두고 꾸덕꾸덕하면 짚으로 매달아야 하는데 우리는 방이 좁아서 틀에서 빼면 그대…
- 숲하루 글쓴이
- 2021-10-07 1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