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발걸음 7] 엿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7] 엿 어린 날 두메 마을에 장사꾼이 들어왔다. 자전거를 타고 얼음과자를 팔러 오고, 당면이나 미역도 판다. 옷보따리를 이고 할머니 장사꾼도 온다. 당면을 사면 할머니가 점을 거저 봐준다. 당면 장사꾼이 돌아가면 엿장수가 들어온다. 가위질 소리가 착착 쇠소리 내며 박자를 맞추고 ‘울릉도 호박엿 사시오, 깨진 그릇도 갖고 오고, 오그라든 냄비도 좋고, 떨어진 고무신도 받고, 마늘도 갖고 오이소.’…
- 숲하루 글쓴이
- 2021-07-26 20:30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7] 마늘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7] 마늘씨 한가위가 지나면 마늘씨를 쪼갠다. 여름에 캐서 가게 장대에 걸어두었다가 가을에 벗긴다. 마늘 꼬투리를 하나하나 딴다. 대가 바싹 말라서 비틀면 마늘대가 똑 부러진다. 안 떨어지면 가위로 자른다. 마늘 한 톨을 잡고 결대로 반을 쪼갠다. 그리고 하나하나 뗀다. 떼어낸 마늘에는 이미 뿌리가 가지런하게 자란다. 쪼갠 마늘을 크기대로 모은다. 허실은 허실대로 따로 담는다. 심을 적…
- 숲하루 글쓴이
- 2021-07-26 20:30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6] 마늘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6] 마늘 아버지는 마늘을 아주 잘 묶었다. 들쑥날쑥 않고 마늘 뿌리를 반반하게 하고 쉰씩 둘을 묶으며 한 접을 손질한다. 마늘을 묶어 놓으면 나팔꼴로 펼쳐진다. 오일장에 내다 팔 적에는 깔끔하게 손질했다. 우리 마을은 마늘로 널리 알려졌다. 의성 마늘이다. 가음마을이나 읍내는 땅도 넓고 좋은데도 우리 마을 안전푸이 마늘이 으뜸이다. 약장사 아저씨가 서울에 가서 마늘을 팔아 돈을 많이 …
- 숲하루 글쓴이
- 2021-07-26 20:30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5] 단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5] 단감 우리 마을 감은 씨가 없다. 납작하고 껍질이 얇은 감은 찬감이라 하고 길쭉하고 두꺼운 감은 도감이라 했다. 도감은 붉게 익혀서 먹고 찬감은 곶감으로도 말리기도 하고 삭힌다. 마구간을 가운데 두고 방이 둘인데 하나는 할아버지 방, 또 하나는 고추를 말린다. 켜를 올리고 그물 틀에 익은 고추를 골고루 널어서 연탄불에 며칠을 굽는다. 두 화로가 활활 타니 굴이 아주 뜨겁다. 학교 …
- 숲하루 글쓴이
- 2021-07-20 20:40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4] 고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4] 고욤 고욤나무는 나뭇가지가 높아 어린 우리는 좀처럼 손이 닿지 않는다. 고욤은 겨울이면 빼놓을 수 없는 우리 새참이다. 열매가 은행알만큼 작은데, 빛깔이 짙으면 더 달다. 작은 열매는 씨로 가득하고, 이 씨는 납작하고 굵다. 하나씩 입에 넣고 오물오물 빨아들인 다음에 휙 날린다. 말랑하고 빛깔이 검붉으면 하나씩 따먹었다. 가지를 꺾어 겨울날 빈 방에 넣어 두면 고욤도 꽁꽁 얼어 씨…
- 숲하루 글쓴이
- 2021-07-20 20:40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3] 냉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3] 냉이 냉이를 며칠 묵혔더니 새싹이 났다. 무르고 검은 잎과 발갛게 익은 잎을 뗀다. 어린 날에는 냉이에 새싹이 나도록 두지 않았다. 냉이를 캐면 바로 먹었다. 설 쇠고 나면 산비탈 밭에 냉이가 올라왔다. 바가지하고 호미를 들고 목골이나 도빠골 잎새밭에 간다. 우리 밭은 아니지만, 파릇파릇하면 캔다. 우리는 냉이를 ‘날새이’라 하고 달래는 ‘달새이’라고 했다. 이랑에 냉이가 흙에 납…
- 숲하루 글쓴이
- 2021-07-20 20:40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2] 사마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2] 사마귀 고개에서 사마귀를 자주 보았다. 흙빛이 도는 사마귀는 땅바닥에 떨어진 지푸라기와 섞여 우리 눈에 쉽게 띄지 않고 풀빛 사마귀는 쉽게 띈다. 나는 사마귀를 만날 적마다 무서워서 비껴갔다. 사마귀가 가만히 있는데도 싫었다. 사마귀는 느릿하게 갈 듯 말 듯 걷는다. 큰 눈이 튀어나오고 얼굴이 뱀 닮은 세모라서 무서웠다. 앞발은 톱니 칼날 같아 손을 꽉 깨물 듯하다. 학교에 가는 …
- 숲하루 글쓴이
- 2021-07-20 20:40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1] 보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1] 보리 보리가 누렇게 익어간다. 마을을 벗어나 재를 넘으면 산비탈에 보리밭이 있었다. 새싹이 한 뼘쯤 올라오면 학교 오가는 길에 보리를 밟았다. 밟으면 보리에 좋다고 해서 좋아라고 밟는다. 우리가 뭉개듯 밟아도 참말로 자랄까 궁금했다. 우리가 밟은 보리가 무릎까지 자랐다. 학교 오가는 길에 뒤가 마려우면 하나둘 보리밭에 이랑에 들어갔다. 보리밭이 길가에 있어 아이들이 지나가면 몸을 …
- 숲하루 글쓴이
- 2021-07-20 20:40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0] 잔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0] 잔대 우리 마을 멧골이 잔디밭이다. 마을로 잇는 여러 등성이 골골에 마을사람이 다녔다. 풀이 자라고 잔디를 소한테 먹이고 낫으로 베어서 땔감을 했다. 멧골에 나무가 없었기 때문에 잔디가 살고 우리는 소 먹이러 가서 잔디밭에서 뛰어놀았다. 잔디 가까이 잔디보다 잎이 넓은 풀이 자랐다. 노란꽃을 피우는 잔대가 있는데, 우리는 ‘짠대’라 한다. 쪼그리고 앉아 잔대를 캔다. 호미를 안 갖…
- 숲하루 글쓴이
- 2021-07-20 20:39
[숲하루 발걸음 06] 질그릇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06] 질그릇 우리 어머니는 장터에서 자랐다. 외할아버지가 시장에서 질그릇(옹기) 장사를 했다. 우리 마을에서 재를 하나 넘어 서너 마을에 있는 저잣판이다. 질그릇은 전쟁이 일어나자 더 잘 팔렸다. 물이며 된장이며 똥물이며 담는 그릇이 모두 질그릇이다. 전쟁으로 살림을 다 짜들었기에 질그릇만큼은 바로 써야 하기에 불티났다. 외할아버지가 총각 때 삼촌 밑에서 크며 질그릇 솜씨를 배웠다. 그때 혼인신…
- 숲하루 글쓴이
- 2021-07-14 17: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