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9] 깨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9] 깨꽃 장골에 사는 숙이네를 지나 등성이 따라 올라가면 감나무가 있는 깨밭이 있었다. 깨가 한창 자라 꽃을 피우고 마디마다 깨집이 열릴 적에 손가락 굵기인 푸른 깨벌레가 꼬물꼬물 참깨잎을 갉아먹었다. 열두세 살 적에 동무들과 깨밭에 모였다. 두 손 모으고 눈을 감고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기도했다. 교회에 나가니 밥을 먹을 적에도 어디에 가면 기도 먼저 하라고 배웠다. 어머니 몰래 교…
- 숲하루 글쓴이
- 2021-07-14 17:4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8] 왕고들빼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8] 왕고들빼기 깊은 산에서 왕고들빼기를 만난다. 무릎까지 자랐다. 잎이 넓고 찢은 듯 자라서 축 늘어지고 크다. 둘레에 자라는 풀은 어린 날 우리 소가 잘 먹은 풀이고 왕고들빼기도 군데군데 자라는데 토끼가 잘 먹었다. 커다란 바위 앞이라 큰 나무가 없고 풀이 고만고만하게 자라 풀밭을 이룬다. 소먹이로 베어 오는 꼴에는 왕고들빼기가 섞였다. 나는 몇 골라내기도 하고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 숲하루 글쓴이
- 2021-07-14 17:47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7 채송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7 채송화 채송화 세 뿌리를 얻었다. 줄기가 부러져도 뿌리가 남아서 곱게 옮겨심는다. 이 아이가 살아날까 싶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몸을 곧추세운다. 어린 날 채송화는 코스모스가 올라올 적에 길가에 흔하게 피었다. 열두 살 적에 배움터에서 마을마다 꽃밭 가꾸기를 시켰다. 우리 마을에는 꽃밭을 꾸밀 터가 없어 마을 어귀 다리를 건너자마자 나오는 비탈진 골에 꽃밭을 꾸미기로 했다. 육학년 언니…
- 숲하루 글쓴이
- 2021-07-05 21:13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6] 쪽제비싸리나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6] 쪽제비싸리나무 아까시나무하고 많이 닮아 헷갈리는 나무이다. 아까시나무는 빳빳하고 하얀꽃이 송사리로 피어 축 처진다. 쪽제비싸리나무는 가시가 없다. 대가 억센 풀 같고 꽃이 하늘로 곧게 자라고 줄기만큼 길쭉하다. 아까시나무와 같이 가위바위보 하면서 손가락으로 잎사귀 따먹기하고 가지를 머리에 감아 볶으며 놀았다. 우리는 쪽제비싸리나무를 꺾어 손톱에 발랐다. 내 손톱은 넓적하고 끝이 잘…
- 숲하루 글쓴이
- 2021-07-05 21:12
[숲하루 발걸음 05] 멍석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05] 멍석 산에 멍석 넷이 돌돌 말려 우두커니 있다. 계단 끝에서 숲 쪽으로 멍석을 펴려는 듯하다. 그쪽 길이 질다 싶더니 깐다. 짚이 흙빛하고 비슷해서 티가 나지 않고 이젠 진흙을 안 밟을 듯하다. 어린 날에 알곡이 많이 나는 통일벼를 심은 뒤로 쌀밥을 먹는다. 짚으로 땔감을 하고 삼태기를 짜서 소죽 끓일 적에 담아 옮긴다. 할아버지는 짚으로 짠 삼태기가 무거워 소죽 끓일 적에는 들지 못하시니…
- 숲하루 글쓴이
- 2021-07-03 21:51
[숲하루 발걸음 04] 두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04] 두부 어릴 적에 어머니는 겨울이면 두부를 쑤었다. 우리 논밭이 없을 때라 콩을 사서 하룻밤 물에 매 불렸다. 콩이 잘 불어야 두부가 늘어난다. 고무대야에 챗다리를 걸치고 무거운 맷돌을 올린다. 어머니가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맷돌을 힘껏 돌리면 나는 곁에서 불린 콩을 한 숟가락씩 떠넣는다. 콩이 다 내려가면 또 한 숟가락 붓는다. 맷돌 가운데 구멍에 물과 섞여 들어간 콩이 두 맷돌이 돌아…
- 숲하루 글쓴이
- 2021-07-03 21:51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5] 노간주나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5] 노간주나무 소나무 곁에 노간주나무가 가지를 펼쳤다. 나무가 가늘고 잎도 여리다. 나무가 곧고 굵다. 아버지는 이 나무를 잘라 도끼 손잡이로 끼우고 소코뚜레를 삼았다. 껍질을 벗기고 아궁이 불을 쬐며 나무를 구부려 코뚜레 꼴을 잡았다. 하루는 소가 새끼를 낳는다. 마당에 모아 둔 거름을 둔 자리에 아버지가 볏짚을 깔아 준다. 나는 소 옆에서 구경하는데 어머니가 보지 못하게 했다. 방…
- 숲하루 글쓴이
- 2021-06-25 05:20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4] 잔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4] 잔디 잔디에 대가 쑥 올라와 씨앗이 영근다. 중학교 다닐 적이 떠오른다. 여름이면 빠지지 않고 잔디 훑기를 해오라고 시켰다. 작은 그릇을 하나 들고 장골 뒷산에 오른다. 묏자리에 잔디가 많다. 대를 손으로 꼭 잡고 당기면 두 손가락 사이에 딱 씨앗이 붙는다. 그릇에 손가락을 비비면 잔디가 떨어진다. 손에 묻힌 씨앗을 담다가 흘린다. 그렇게 흘린 씨앗이 무덤터에 다시 뿌리를 내렸지 …
- 숲하루 글쓴이
- 2021-06-25 05:20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3] 찔레나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3] 찔레나무 찔레는 꺾는 자리가 따로 있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재 밑이다. 산 따라 도랑이 길 따라 이어졌다. 도랑에 다리를 걸치고 비탈진 산으로 몇 걸음 오른다. 흙을 밟으면 땅이 비스듬하고 흙이 푸석해서 발이 흙하고 같이 미끄러진다. 어떤 날은 주르르 몸이 미끄러져 엉덩이를 찍는다. 찔레는 덩굴이 커서 잎이 나무를 가린다. 덩굴줄기에 삐죽 올라온 새싹을 먹는다. 가시덤불에…
- 숲하루 글쓴이
- 2021-06-25 05:20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2] 솔잎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2] 솔잎 유월이 되니 솔잎이 쑥쑥 올라왔다. 손가락 길이로 길쭉하고 새잎은 한 뼘씩 하늘로 곧게 자란다. 솔잎이 삐죽삐죽 덜 나올 적이 되면 새잎에 가루가 잔뜩 달라붙었다. 우리는 나무를 흔들어 노란가루를 털어냈다. 흩어지는 가루는 눈먼지처럼 펄펄 난다. 가루를 터는 재미로 소나무를 무척이나 뒤흔들었다. 가루가 날아가면 새잎이 드러난다. 솔잎이 푸르고 빳빳하게 힘이 차면 한가위에 솔잎…
- 숲하루 글쓴이
- 2021-06-18 20: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