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4] 솔밭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4] 솔밭 어린 날에는 내 몸이 작아서 그럴까. 배움터 가는 길이 너무 멀었다. 마을을 벗어나 재 하나 넘는다. 멧길에는 온통 논밭이다. 가는 동안 앉아 쉴 나무그늘이 없다가 사이에 솥밭이 있다. 우리는 흙길로 올라가 무덤가 소나무 밑에서 쉰다. 우리는 그 자리를 솥밭무디라고 했다. 마치고 오는 길에 쉬려고 뛰어올 적도 있다. 배움터 울타리 밖에 사는 젊은 아저씨가 아침부터 우리가 마칠…
- 숲하루 글쓴이
- 2021-06-11 06:47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2] 이팝나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2] 이팝나무 갓 지은 밥내음이 가득하다. 주걱으로 밥을 한쪽으로 살살 걷고 누룽지를 푼다. 다시 밥을 누룽지 걷은 자리에 물리고 남은 누룽지를 걷는다. 막 걷어낸 누룽지가 김이 날아가자 꾸덕꾸덕하다. 나는 누룽지를 먹으려고 쌀을 조금 더 안친다. 어린날 아침저녁으로 부엌창(봉창)에 서로 고개를 내민다. 어머니가 가마솥에 불을 때면 솥뚜껑 틈으로 쏴아 쎄에 하고 김이 뿜는다. 이윽고 뜸…
- 숲하루 글쓴이
- 2021-06-07 18:5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3] 날나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3] 날나무 어릴 적에는 쓰려지거나 마른 나무는 멧골에서 보지 못했다. 나무가 자라기 무섭게 도끼나 낫으로 날나무를 남김없이 벤다. 벤 자리가 뾰족해서 다친 적이 있다. 열한 살 적에 아까시나무가 자라는 멧골을 넘다가 발이 찔렸다. 학교에서 집 사이에 있는 마을에 고모 집이 있다. 사촌하고 놀다가 고모가 일러 준 멧골을 넘었다. 빨리 가려고 폴짝폴짝 뛰며 비껴가다가 가랑잎에 덮인 밑둥을…
- 숲하루 글쓴이
- 2021-06-07 18:5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1] 빵떡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1] 빵떡 작은딸하고 장갑을 한 짝씩 끼고 빵을 뜯는다. 먹기 알맞게 자르려다 깜빡했다. 크림이 밀리고 녹두가 들었다. 내가 중학교 갓 들어갔을 적에 먹던 빵하고 맛은 다르지만, 딸하고 함께 뜯어먹으니 그때 먹던 빵이 생각난다. 나와 나이가 같은 숙이하고 두 살 많은 숙이 언니하고 셋이서 살림(자취)를 했다. 중학교 삼학년인 작은 오빠가 아침 일찍 잠이 덜 깬 얼굴로 찾아왔다. 아침에 …
- 숲하루 글쓴이
- 2021-06-06 20:14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0] 호미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0] 호미 댓돌에 놓은 호미 한 자루를 본다. 흙이 묻은 호미가 날카롭다. 풀을 휙 긁기만 해도 그대로 잘릴 듯하다. 어린 날 갖고 놀던 호미와 닮았다. 우리 집 호미를 보면 아버지 호미와 어머니 호미가 다르다. 아버지 호미는 크고 끝이 뾰족하고 쇠가 검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쓰던 호미를 그대로 쓰기도 하지만 아버지 호미보다 작은 호미를 쓴다. 나는 어머니가 쓰던 많이 닳아 뭉텅한 호미…
- 숲하루 글쓴이
- 2021-06-06 20:14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9] 흙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9] 흙 길섶 흙이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잘렸다. 흙에 스며든 물이 이 틈을 타고 흘러내리고, 푸르스름하게 이끼가 자란다. 조금 더 오르니 돌이 잘렸다. 돌 틈에 흙을 지팡이로 살짝 찔러 보았다. 겹겹 쌓인 얇은 돌이 우르르 굴러떨어진다. 흙길로 더 오르자 신발에 흙이 덕지덕지 붙어 무겁다. 갓길에는 웅덩이가 파이고 흙이 미끄럽다. 흙이 빗물에 씻기니 어떤 흙인지 드러난다. 어린 날 흙…
- 숲하루 글쓴이
- 2021-06-01 17:49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8] 솔친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8] 솔친다 자고산(칠곡군)에서 솎아낸 나무를 쌓아두었다. 잘린 나무가 가늘고 자잘하다. 어린나무이다. 잎이 시들하지만, 아직 푸르다. 갓 베어낸 듯하다. 클 나무만 두었을까. 어미나무로만 키우려는 셈일까. 잘린 나무는 어림잡아 열 해나 열다섯 해를 자랐을 듯하다. 이 나무라면 며칠 밥을 짓고 소죽을 끓이지 싶다. 내가 열세 살 적에 어머니는 서른여덟이었다. 엄마가 막냇동생을 배어 효선…
- 숲하루 글쓴이
- 2021-06-01 17:49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7] 정구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7] 정구지 장골 밭을 찾는데 헤맨다. 내가 생각한 길이 다르고 나무가 빼곡하다. 어릴 적에 다니던 비스듬한 등성이 옆구리에 난 오솔길이 넓다. 예전에 이 오솔길 곁으로 텃밭이 조그마했고 정구지와 파를 심었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정구지와 파를 베러 다녔다. 정구지를 한 판 베고 나면 비가 온 뒤에 쑥쑥 자랐다. 이렇게 정구지를 베고 나면 더 기운차게 자랐다. 정구지에 꽃대가 가늘고 야물…
- 숲하루 글쓴이
- 2021-05-27 20:30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6] 감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6] 감꽃 젖은 땅을 비끼며 걷다가 바닥에 떨어진 감꽃을 본다. 감꽃도 피었지. 나뭇가지에 달린 감꽃을 하나 딸까 싶어 올려보니 높다. 나무가 커서 팔이 닿지 않는다. 감나무 밑 싸리 울타리에 감꽃 하나가 떨어져 아슬하게 매달렸다. 바닥에 쪼그려앉아 감꽃을 주워 모아두고 울타리에 걸린 감꽃을 베문다. 어린날 감꽃이 떠올랐다. 그때 맛이 날까 또 씹었다. 고운 꽃이 살짝 달면서도 떫고 쓰…
- 숲하루 글쓴이
- 2021-05-27 20:2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5] 가는잎그늘잔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5] 가는잎그늘잔디 참나무 곁을 지나가다 가는잎그늘잔디 앞에서 멈춘다. 손으로 만지니 보드랍다. 서리 내린 뒤에도 홀로 푸르게 자라던 풀이다. 여느 풀이지만 푸르기에 눈길이 쏠린다. 보드라운 잎이지만 참 질기다. 어릴 적 일인데, 마을을 막 벗어나 오빠골을 오를 적에 앞서간 마을 언니오빠를 따라잡으려고 막 뛴다. 마음은 바쁜데 뛰다가 풀에 걸려 꼬꾸라진다. 옷도 버리고 손도 따끔한데 윗…
- 숲하루 글쓴이
- 2021-05-26 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