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삶 97] 큰딸이 차려준 아침밥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97] 큰딸이 차려준 아침밥 오월이 되니 쉬는 날이 길다. 작은딸이 차표를 못 끊었다. 아들은 시험이 남아 안 온다. 둘이 지내다가 큰딸 하나만 왔을 뿐인데 어린이가 있는 집처럼 다르다. 아빠는 딸을 챙기고 딸은 아빠한테 이것저것 시킨다. 일 마치고 오는 아빠한테 태우러 오라고 하질 않나, 잘 안 해 먹는 반찬을 해 달라 하고 피자도 먹는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침밥을 맡겠단다. 아빠가 밖에서 먹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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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16 15:29
[작은삶 96] 논깃새 밭깃새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96] 논깃새 밭깃새 이튿날 비가 온다는 얘기를 듣고 엄마가 참외싹하고 옥수수싹을 열 포기씩 샀다. 엄마는 마을회관 앞에서 내가 오도록 기다리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진갓골에 먼저 갔다. 나는 집으로 갔다가 바로 뒤따라가는데 엄마 꽁지가 안 보인다. 여든 살 할매치고는 빠르다. 숲길로 들어간다. 내가 어릴 적에는 도랑으로 못가로 다니던 숲길인데, 이제는 풀길로 덮인다. 솔밭으로 빙 돌아서 걸어간다. 이쪽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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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16 15:27
[작은삶 93] 언덕집 사람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93] 언덕집 사람 엄마가 읍내에 다녀오고서 힘이 없다. 밭에 가기로 했지만, 한꺼번에 움직이면 힘들다며 방으로 들어간다. 엄마가 쉴 동안 아버지 무덤에 간다. 가는 길에 마을 골목을 기웃한다. 집 뒤 언덕으로 뒷집도 비고 이 옆집도 비고, 한 칸 건너 빈집은 흙담이 휘청 굽고 창살문이 떨어졌다. 곧 와장창 쓰러질 듯하다. 마당은 풀더미가 되었다. 옆집도 빈집이고 앞에 있는 두 집도 빈집이다. 엄마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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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16 15:18
[작은삶 92] 커피포트 있어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92] 커피포트 있어요? 쓰레기터에 비닐을 따로 담는 자리가 없다. 규격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니 다시 꺼내 담았다. 가구와 가전만 남기고 짐을 다 들어냈다. 음식쓰레기를 버리려는데 열쇠를 안 갖고 왔다. 비밀번호도 몰라 우리 딸이 갖고 오는 동안 경비 아저씨는 우리가 내놓은 짐을 치우면서 “커피포트는 없어요?” 하고 묻는다. “버렸는데요?” 저쪽 한자리에 있는지 아저씨와 찾았다. 집에 둔 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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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9 09:26
[작은삶 91] 돌려주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91] 돌려주기 알림소리에 깼다. 밖에서 물소리가 난다. “어제 몇 시에 왔어요?” “집에 오니 두 시쯤 되었더라.” “많이 안 늦었네. 가서 문 열려고요?” “내가 문 열어야지. 니도 어제 힘들었잖아.” “그럼 나 몇 시에 나갈까?” “나오기는 뭐. 어제 일찍 간다고 애들이 뭘 좀 싸주더라. 명이나물도 한 상자 주데.” 보따리를 풀었다. 방울토마토랑 메밀부침이랑 문어가 담겼다. “와 문어 엄청나게 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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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9 09:25
[작은삶 90] 명이나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90] 명이나물 길바닥 틈으로 질경이가 뿌리를 내렸다. 사람이 드나드는 문 앞이라 뽑으려다 멈춘다. 한때는 틈마다 난 풀을 뽑았다. 이제는 비좁은 틈에 살아난 풀이 멋스럽다. 만날 적마다 내 눈을 빤히 쳐다보고 “나 뽑지 마요.”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래, 걱정 말아, 뽑지 않을게.” 마음으로 말한다. 풀이 설 땅이 사람길이 되니 함께 누리기로 한다. 내가 본 질경이잎하고 명이나물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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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9 09:25
대구에서 살아도 풀꽃은 곁에서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김정화) 자연에세이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 대구에서 살아도 풀꽃은 곁에서 경북 의성이란 멧골짜기 어린 나날은 자랑할 일이 없었지만, 감출 일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작은 시골순이 삶과 살림과 사랑을 글로 옮겨도 될는지 몰랐다. 아니, 우리나라는 예부터 어디나 시골이었는데, 흔한 시골아이 어릴 적 삶을 글로 옮기면, 다 아는 이야기이리라 여겼다. 그렇지만 어릴 적 하루를 하나씩 글로 옮기고 보니, 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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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19 19:20
꽃이었고 꽃으로 보는 나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김정화 시집 『꽃의 실험』 꽃이었고 꽃으로 보는 나 마음으로만 눌러두었던 이야기를 노래로 터뜨려 본다. 마음에 가두듯 꽁꽁 숨긴 생각을 노래로 옮겨 본다. 아직 걸어가지 않은 길이니 두렵지만, 이제부터 걸으려고 하는 길이니 두근거린다. 막상 해보면 아무것이 아니던데, 씩씩하게 해보기까지는 내내 종종걸음이다. 2023. 04. 12. 숲하루 #고산도서관에 보낸 작가말
- 숲하루 글쓴이
- 2023-04-19 19:20
[작은삶 89] 멀리 온 시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89] 멀리 온 시골 시골 들녘을 달린다. 벼를 키울 흙을 갈아 놨네. 골목에 들어서니 시어머니가 쪼그리고 원추리를 뜯는다. 어머니는 나를 쳐다보아도 바로 못 알아본다. 어깨를 감싸고 마당으로 간다. 어머니 키가 내 가슴까지 온다. 작은 몸이 더 작다. 바로 뒤뜰로 갔다. 벌통이 하나뿐이네. 한 사람이 다니던 발자국이 오솔길이 되었다. 풀이 제법 푸르게 올라왔다. 민들레 잔디 제비꽃으로 밭이다. 배롱나무…
- 숲하루 글쓴이
- 2023-04-19 19:19
[작은삶 88] 다녀왔습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88] 다녀왔습니다. 여럿이 나들이 가면 들뜰 텐데 차분하다. 멀미약을 안 먹어야 머리가 맑은 줄 알면서 먹는다. 뭔가 모르겠지만 요사이 멍하고 굼뜬다. 웃음도 무디고 느낌도 무디다. 나루터를 보고 등대를 보아도 그저 그렇고 바람이 머리칼을 마구 날려도 무덤덤하다. 나보다 나이가 더 들어도 혀를 꼬며 귀엽게 말을 하고 까르르 웃고 나비처럼 팔랑팔랑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을 찍는다면 팔을 착 뻗고 소…
- 숲하루 글쓴이
- 2023-04-19 1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