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삶 71] 우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71] 우산 우리 집 문앞에 우산이 한 보따리 있다. 이렇게 많이 있었나. 아이들이 예전에 쓰던 우산을 다 들고 왔나. 그저 웃으며 집으로 들어와서 묵은 짐을 치운다. 이제 버리기만 하면 끝난다. 버릴 살림으로는 옷이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우산 같다. 신발장 손잡이에 우산 또 둘 걸렸다. 이 가운데 말끔한 우산은 따로 꾸려 놓는다. 그런데 우산이 또 셋이 더 나온다. 신발장에 또 하나 나온다. 잔뜩 나…
- 숲하루 글쓴이
- 2023-02-23 18:42
[작은삶 72] 안아 보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72] 안아 보자 작은딸네가 나를 바래다준다. 둘이서 창살문을 뒷자리에 싣는다. 함지박도 뒷자리에 싣고 닫는다. “엄마, 잘 가.” “장모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래’ 하고 말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싱겁다. “함 안아 보자.” 두 팔을 벌렸다. 둘을 품에 안았다. 왼팔은 새사람을 안고, 오른팔은 작은딸을 안는다. 딸이 아까부터 삐진 사람처럼 뾰로퉁하게 있더니 속으로 울었구나. 등을 토닥거리면서 우리 딸…
- 숲하루 글쓴이
- 2023-02-23 18:38
[작은삶 70] 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70] 말 말을 보다가 ‘아, 칼 안 쓰는 날을 여쭈려고 했는데 깜빡했네.’ 하고 생각한다.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끼며 손가락으로 손등을 힘껏 누르며 혼잣말을 한다. 의성 엄마가 파릇파릇한 말을 깨끗이 씻어서 썬다. 무를 먼저 썰어 살짝 바알갛게 물들 만큼만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리다가 말하고 섞는다. 엄마가 손으로 섞는데 침을 꼴딱 삼켰다. 손으로 한 입 집어 먹었다. 어린 날 먹던 맛이 난다. 말은 된…
- 숲하루 글쓴이
- 2023-02-15 17:22
[작은삶 69] 잘 걷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69] 잘 걷지 “엄마, 금요일 언제쯤 오나?” “10시쯤 나설게. 일찍으면 너 집 치울게.” “여수 가면 좀 걷는데 잘 걷제?” “그래 내 잘 걷는다. 그런데 일요일이 보름인데 마을잔치를 열면 못 가지 싶다.” “아, 보름이가?” “둘이가 밥 당번인데 나도 나이가 들어가, 오십만 원 받아 밥 당번 맡는데, 내가 가면 혼자 한다고 말 나잖아. 일요일에는 교회 나가는 사람들이 있어 어쩔지, 알아보고 말할게…
- 숲하루 글쓴이
- 2023-02-15 17:22
[작은삶 68] 견디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68] 견디기 시골밭에서 흙을 담아 왔다. 동백에 조금 뿌리고 조그마한 텃밭에 살살 뿌렸다. 꽃이나 잎이 떨어지면 잘게 뜯어서 흙에 묻었다. 잎이 작고 여려서 이내 흙으로 돌아갔다. 작은 동백나무가 우리 집에 올 적에는 흙에도 나무에도 잎에도 이끼가 끼었다. 비닐집에서 살 적에는 촉촉해 보였는데, 우리 집에 오니 흙이 빨리 마른다. 물을 주어도 하룻밤 자고 나면 흙이 마른다. 손가락으로 살살 파 보고 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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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15 17:22
[작은삶 65] 동백 들이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65] 동백 들이다 먼저 일 나가는 곁님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하회에 언제 갈려노. 의성도 들르고 오자.” “아, 난 주말에는 바람 쐬고 싶은데.” “참, 동백을 찾아보니 네 군데 있더라. 니 말대로 부산에 동백섬도 있대. 주말에 통영 장사도에 갈래?” 며칠 흐름이 깨지니 몸이 쑤신다. 머리도 한몫 거든다. 깡통이 머리에 든 듯하다. 설날에 읽으려고 꺼낸 책을 펼치니 안 읽힌다. 설날이면 보던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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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09 07:43
[작은삶 64] 헌책으로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64] 헌책으로 누리책집에서 내 시집을 뒤져 보았다. 새책 곁에 헌책이 나란히 뜬다. “이건 뭐지? 아, 벌써 헌책으로 나왔네! 이 일을 어째! 아직 시집을 낸 지 한 해조차 안 지났는데?” 갑자기 낯이 뜨겁다. 물을 한 모금 마신다. 숨을 돌리고서 생각한다. 아니, 나도 헌책을 곧잘 사는데, 왜 내가 내 시집이 헌책으로 나왔다고 해서 낯이 뜨거워야 할까? 내가 쓴 시집이 헌책으로 나왔다면, 누가 틀림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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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09 07:40
딸한테 10 ― 수밭고개 2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딸한테 10 ― 수밭고개 2 거미줄에 걸린 참새를 본다 거꾸로 매달렸다 벌써 숨을 거두었을까 조용히 한 발짝 다가선다 가늘게 눈을 깜빡인다 아, 살았구나 살살 거미줄을 끊는다 바닥에 내려놓는다 파닥파닥 곤두박을 치고 쉬잖고 날갯짓을 한다 푸득 하늘로 날아간다 어느새 멀리 사라진다
- 숲하루 글쓴이
- 2023-02-09 07:39
[작은삶 67] 액시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67] 액시야 아침에 늦잠을 잤다. 시계를 보다가 쪽글을 본다. 눈도 떨어지지 않는다. “액시야 힘내라.” “그래. 고마워. 오늘 늦잠 잤네. 그제 제사 지내고 어제 몸살 했더니, 눈 뜨니 8시다. 아, 늦었뿟다.” “약 먹어라, 그냥 있지 말고. 우리 어제 영덕에 바다낚시 하러 왔다. 1박2일 하고 식당에 밥먹으러 왔다.” “우와 좋으네. 재밌게 놀고 맛난 거 먹고 겨울바다 잔뜩 보고 와.” “그래. …
- 숲하루 글쓴이
- 2023-02-09 07:39
[작은삶 66] 서울 가는 길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66] 서울 가는 길 2022년 12월 첫머리에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을 내고서 처음으로 서울에 간다. 책수다를 열기로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며칠 끙끙했다. 몸은 나보다 더 떨었는지 밥숟가락도 잘 들지 못했다. 더군다나 몸살이 나서 나들이에 마음을 쓰지 못했다. 머리가 다 풀어진 줄도 모르고 이틀 앞두고 머리손질을 했다. 딸한테 어떤 옷을 입고 갈까 묻느라 지쳤다. 얌전한 차림새를 하려고 하…
- 숲하루 글쓴이
- 2023-02-09 07: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