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53. 옷나래 예부터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옷을 갖춘 모습으로 달라 보일 수 있다고 여긴다. 어떤 차림새여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속빛을 읽을 수 있고, 새롭게 차리면서 힘을 낼 수 있다. 옷이 날개나 나래가 된다면, 옷이 꽃이 될 만하리라. 옷으로 드러내는 멋이나 맵시가 있고, 마음멋이나 마음꽃이나 마음날개를 펼 수 있다. 옷나래 (옷 + 나래) : 옷이 나래·날개. 나래·날개 같거나, 나래·날개를 단 듯한 옷이나 옷차림. 겉으로 보거나 느끼는 옷이나 모습. 옷으로 꾸미거나 차리거나 보여주는 모습. 틀에 가두거나 갇히지 않고서, 마음껏 입거나 즐기거나 누리는 옷. (= 옷날개·옷멋·옷맵시·옷꽃·옷이 나래·옷이 날개. ← 패션, 패션감각, 패션복장, 패션디자인, 핏fit, 복식服飾, 복색服色, 복장服裝, 의관衣冠, 인상착의, 코디coordination, 외外, 외적外的, 외부, 외면外面, 외관, 외모, 외양外樣, 외장, 외형, 외견, 코스프레コス-プレ, 코스튬 플레이, 교복자율화, 교복자유화, 자유복자유복장) 54. 새바라기 해를 바라보니 ‘해바라기’이다. 가뭄이 길어 비를 바라니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23 살리는 바탕 《흙-문명을 앗아간 지구의 살갗》 데이비드 몽고메리 이수영 옮김 삼천리 2010.11.26. 밭에 지렁이가 살면 흙이 보드랍다. 지렁이가 땅속으로 다니면 흙이 부슬부슬 일어나 숨을 쉬고, 지렁이똥으로 흙이 기름지다. 흙에는 작은 숨결이 살면서 흙을 붙잡는다. 흙이 날아가지 않는다. 흙은 지렁이에 숱한 숨결을 동무로 삼고, 마른 가랑잎을 덮고, 풀과 꽃과 나무를 이웃으로 삼아서 땅을 지킨다. 살아숨쉬는 흙은 모두 씨앗을 키운다. 풀이 뿌리를 내리는 켜는 내 살갗보다 겉흙이 더 얇다고 한다. 이 얇은 흙이 우리를 먹여살리고, 더 깊은 흙에서는 작은 벌레가 먹고살고, 더욱 깊은 흙에서는 더 작은 숨결이 보금자리로 삼아서 어우러진단다. 흙이 늘 새롭게 숨을 쉬도록 이바지하는 모든 숨결이라고 느낀다. 우리가 화학비료나 농약을 치면 풀도 죽고 풀벌레도 죽고 지렁이도 죽는다. 이때에 우리 사람은 안 죽을 수 있을까? 우리도 똑같이 죽는 셈 아닐까? 흙에 깃들던 작은 숨결이 다 죽는데 사람만 안 죽을 수 있을까? 서로 얽히니, 흙에서 먹고 흙으로 돌아가면서 흙이 살아난다. 흙이 풀꽃나무가 될 씨앗을 키우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22 길들인다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이원두 옮김 생각이큰나무 1999.11.1 큰딸이 어릴 적에 읽던 《어린 왕자》는 큰딸도 작은딸도 막내아들도 다 크고 나서 안 버렸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아이들만 보았고, 나도 나중에 언젠가 보리라 마음먹으면서 그대로 두었다. 이제 스물다섯 해 만에 펴 본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아이는, 뭐든 한 가지를 물으면 끝없이 다른 여러 가지를 묻고 또 묻는다. 곰곰이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도 늘 묻고 또 물으며 끝없이 물었다. 아마 온누리 아이들은 무엇이든 자꾸자꾸 물어보고 또 물어보다가 스스로 생각하는 틈을 누리지 않을까? 다 큰 막내아들이지만, 아직 어리던 무렵, 초등학교를 마치면 꼭 집에 전화를 했다. 어느 날은 느닷없이 “집에 내 장난감 언제 와? 빨리 보내 줘!” 하며 징징댔다. 그때에는 아이가 하는 말도 징징대는 마음도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바빠서 “학원 선생님 전화 왔어! 얼른 끊어.” 했다. 그날 아이는 씩씩거렸고, 실을 끊는 작은 가위를 손에 쥐더니, 내 노트북 이음줄을 가위로 끊는 흉내를 냈다. 작은 가위를 손에 쥐고서 씩씩거리는 아이를 살살 달래면서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21 애벌레처럼 《곤충·책》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윤효진 옮김 양문 2004.10.15. 오늘 숲에서 애벌레를 만났다. 길 가운데를 기어가더라. 밟히지 말라고 가랑잎이 쌓인 쪽으로 옮겨 주었다. “나비로 곧 태어나렴.” 하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크고 작은 나비가 팔랑이는 모습을 새삼스레 바라본다. 《곤충·책》을 두 해 만에 다시 읽는다. 처음 읽을 적에는 뭐가 좋은지 몰랐다. 벌레를 다룬 책이잖은가. 우리 아들은 개미만 보아도 무서워하는데, 나는 바퀴벌레를 보기만 해도 무섭다. 처음 본 바퀴벌레는 손가락 두 마디 크기였다. 도시로 나와서 살던 3층 집이었는데, 밖에서 가스줄이나 전깃줄을 타고서 들어오는 듯했다. 12층 집으로 옮기고 나서는 더 안 보는가 싶더니, 몇 달 지나지 않아 바퀴벌레가 또 나왔다. 개수대에도 옷칸에도 나왔다. 어디로 들어왔을까? 왜 들어올까? 《곤충·책》을 읽으면, 파인애플잎에 알을 낳아 태어나는 바퀴벌레 이야기가 있다. 바퀴벌레가 파인애플을 먹으면서 산다고? 우리나라 바퀴벌레는 무엇을 먹으면서 살까? 시골에서는 바퀴벌레를 볼 일이 없다시피 하지만, 도시에서는 바퀴벌레가 아주 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20 빈손 《무소유》 법정 지음 범우사 1976.4.15. 예전에 나온 낡은 판으로 《무소유》를 장만하던 날은 뛸 듯이 기뻤다. 나는 절에 다니지 않지만, 교회에도 나가지 않지만, 법정 스님 글이 그냥 좋았다. 스님 글을 읽으면서 나는 너무 많이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짐이 늘어났다. 어쩌면 법정 스님은 아이를 안 낳고 안 돌보셨기 때문에 ‘빈손’이나 ‘빈몸’을 얘기했는지 모른다. 배냇저고리를 입히고 기저귀를 빨고 포대기에 이불도 빨래하는 살림에 ‘빈손’이나 ‘빈몸’이기는 어렵다. 아니, 말이 안 되겠지. 그러나 아기가 맨몸으로 풀밭에서 뒹굴며 자란다면 빈손이나 빈몸이어도 된다. 아기가 맨발에 맨손으로 풀꽃나무하고 동무하며 자란다면 얼마든지 빈손이나 빈몸일 만하리라. 예전에 어느 이웃은 큰집을 얻고서 비싼 접시에 오백만 원이 넘는 침대를 사더라. 집을 잘 꾸며야 한다고 하던데,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비싸면서 좋다는 것을 들여야 ‘살림’이지는 않으리라. 얼마 안 되더라도 길이나 멧골에서 꽃내음을 맡고, 이따금 꽃집에서 꽃 한 줌을 사서 집에 두면 넉넉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아이들하고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19 꿈꾸는 씨앗 《씨앗의 희망》 헨리 데이빗 소로우 이한중 옮김 갈라파고스 2004.5.12. 이제 새책으로 안 파는 《씨앗의 희망》이다. 2020년에 헌책으로 만났는데, 책에 적힌 값보다 이천이백 원을 더 치렀다. 웃돈을 치르는 헌책이라면 틀림없이 사랑받는 책일 텐데 왜 새책으로는 더 안 팔릴까. 이 책을 찾는 사람들은 꽤 있지만 많지는 않아서 새로 찍기는 어렵다는 뜻일까. 우리는 값지거나 아름다운 책에 선뜻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는 뜻일까. 어느 날 갑자기 씨앗이 궁금했다. 숲에 갈 적마다 열매를 몇 알씩 줍는 버릇이 있는데, “그런데 이 씨앗이란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숲에서 갖고 온 열매는 박바가지에 차곡차곡 담았다. 솔방울·동백·꽈리·도토리·쥐똥나무·노박덩굴·가시 칠엽수·연꽃씨에 여러 나무씨이다. 씨앗은 크기도 빛깔도 다르다. 우람하게 자라는 나무여도 씨앗 한 톨은 매우 작기 일쑤이다. 솔방울은 종이보다 더 얇은 씨앗이 켜마다 티없이 붙었다. 하나를 떼어내려니 날개가 부서진다. 씨앗은 언젠가 흙에 닿으면 눈을 뜰 때를 기다렸다가 깨어날 테지. 뒷산에 열매가 익어간다. 어미 나무가 하나같이 아기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꽃 곁말 68 풋글 처음 적은 글을 그대로 옮겨서 책으로 낸 적이 없습니다. 누리집(블로그·홈페이지)에 올리기 앞서 밑글로 적어 놓고서 숱하게 손질하고 고치며, 나중에 책으로 여밀 적에도 새록새록 손보고 뜯어고칩니다. 누리집에는 으레 풋글을 올린다고 할 만합니다. 풋글이어도 굳이 올려놓지요. 애벌글을 두벌 석벌 열벌 스무벌 고치기만 해서는 끝이 안 나요. 어느 만큼 추슬렀구나 싶으면 아직 풋내가 나는 글이어도 올려놓습니다. 이러고서 다른 일을 하고 글을 쓰다가 어느 날 문득 돌아보고는 살핏살핏 또 다듬고 새삼스레 가다듬습니다. 종이에 얹어서 선보이는 책일 적에도 글손질은 끝나지 않습니다. 나중에 다시 낼 적에 이모저모 쓰다듬고 어루만집니다. 글 한 자락을 온벌(100벌)이고 즈믄벌(1000벌)이고 되읽고 다독인달까요. “나는 글을 잘 쓰지 못 한다”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꽃 곁말 67 까막까치다리 예전 어른들은 으레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른바 ‘옛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견우랑 직녀라는 사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둘은 그만 한 해에 꼭 하루만 만날 수 있다는데, 이때에 까마귀랑 까치가 하늘을 까맣게 덮으면서 저희 등판으로 다리를 놓는다지요.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은 “이리하여 하늘에 ‘오작교’가 놓이고 …….” 합니다. 어린 우리들은 “‘오작교’? 오작교가 뭐예요?” 하고 묻지요. “어허, 말 끊지 마라! 에헴, 까마귀하고 까치가 다리를 놓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까막까치가 놓는 다리가 ‘오작교’야.” 어릴 적에는 또 꾸지람을 들을까 싶어 더 말을 잇지 않았습니다만, “뭐야? 까막까치가 놓는 다리라면 ‘까막까치다리’이지, ‘오작교’가 뭐래?” 하고 동무하고 수군댔어요. 어른들은 순 알 길이 없는 말을 마구 지어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꽃 곁말 66 깃공 몸을 쓰며 놀기를 즐기다가 글쓰기·그림그리기에 온마음을 쏟는 큰아이요, 의젓하게 몸을 쓰며 놀기를 즐기는 작은아이입니다. 한배에서 나왔어도 다른 두 아이를 바라보던 어느 날 ‘배드민턴’을 우리 집 마당에서 누리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하고 언니랑 자주 배드민턴을 했어요. 혼자서 할 수 없으니 “하자, 하자, 같이 하자?” 하고 늘 졸랐어요. 아이들하고 읍내에 가서 ‘채’랑 ‘공’을 장만하는데, 두 아이 모두 처음인 놀이라 ‘배드민턴·셔틀콕’이란 영어를 못 알아듣습니다. “깃털로 엮은 공을 ‘셔틀콕’이라 하고, 셔틀콕을 서로 치고 넘기는 놀이를 ‘배드민턴’이라고 해.” 하고 말할 수 있으나, 뭔가 꺼림합니다. 깃털로 엮은 공을 왜 ‘셔틀콕’이라 해야 할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고서 두 아이한테 “깃털로 엮어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다듬읽기 8 《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 이병철 천년의상상 2021.5.3. 《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이병철, 천년의상상, 2021)는 나쁘게 여길 책은 아니되,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글멋을 너무 부립니다. ‘우리말’이 아닌 ‘모국어’를 바라보느라, 책이름부터 ‘위하다·불편·미시사’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이 튀어나옵니다. 그냥 우리말을 쓰면 됩니다. 멋진 우리말도, 깨끗한 우리말도 아닌, 수수하게 주고받으면서 숲빛으로 생각을 밝히면서 마음씨앗으로 피어나는 우리말 한 마디를 쓰면 됩니다. “우리말을 조촐히 돌아보면” 됩니다. “우리말을 찬찬히 보면” 됩니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삶을 보고, 이웃을 마주하고, 우리 숨결을 헤아리면 됩니다. 서울은 서울이고 시골은 시골입니다. 사람은 사람이고, 서로 사랑으로 빛납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 조용히 하늘빛을 담으면서, 어디에서나 별빛으로 노래하면 넉넉해요. 봄이 깊을수록 멧새노래에 개구리노래도 나란히 깊어요. 말은 언제나 마음에서 비롯하되, 마음에 놓는 눈빛에 따라 새삼스레 다릅니다. ㅅㄴㄹ 문장을 ‘것이다’로 끝맺지 않은 것 또한 그런 뜻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