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11 거꾸로 《거꾸로 사는 재미》 이오덕 글 산처럼 2005.2.20. 이오덕 님이 멧골학교에 깃들어 아이들을 가르치던 곳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데하고 가깝다. 어릴 적에 나는 멧골짝에서 놀고 뛰고 학교를 다녔고, 집안일을 하고 심부름을 다녔다. 멧골짝에는 나무도 흙도 숲도 늘 곁에 있다. 아침에 일어나도 저녁에 잠자리에 들어도 언제나 나무에 흙에 숲을 본다.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학교에서도 노상 마주하는 나무랑 흙이랑 숲이다. 이오덕 님이 처음 《거꾸로 사는 재미》를 쓰던 무렵에, 나로서는 국민학교란 데를 한창 다녔다. 2005년에 새롭게 나온 책이지만 참 아득하다 싶은 예전 이야기와 예전 눈길을 들려준다. 1970∼80년대 시골은 오늘날 시골하고 아주 다르다. 뭐, 시골뿐 아니라 도시도 예전하고 오늘은 아주 다르지. 대구만 해도 1970∼80년대하고 2020년대는 아주 딴판이라고 할 만하다. 딸아이가 사는 서울이란 곳도 예전하고 오늘은 확 다르리라.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자기 보물을 옳게 가질 줄 모르는 민족이 불행하다. 말은 그 민족의 피”라고 들려주는 대목을 곱씹는다. 어린이를 높이 여기면서 슬기롭게 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10 매 《케스-매와 소년》 베리 하인즈 글 김태언 옮김 녹색평론사 1998.08.20. 나는 어릴 적에 매를 맞았다. 학교에서는 우리가 떠들거나 무엇을 잘못했다고 여기면 책상에 무릎 꿇고 앉으라 시키고는 발바닥을 때렸고, 칠판에 팔을 뻗치라 하고는 엉덩이를 때렸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어른들이 윽박지르면서 매를 드니, 우리처럼 몸도 나이도 작은 아이들은 얌전하게 시키는 대로 따를 뿐이었다. 왜 예전에 학교에서는 말로 부드러이 타이르지 않았을까. 왜 예전에 교사들은 하나같이 매를 들고 윽박지르면서 나무랐을까. 그런데 매맞는 일은 우리 문화나 역사가 아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나리한테 붙들려 가서 볼기(곤장)를 맞는 일이 있었다지만, 마을에서 어른이 아이들을 때리는 짓은 아니었다. 나라에서 힘으로 아랫사람을 윽박지르는 길이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은 때부터 매바심이 퍼졌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학교라는 곳도 일제강점기부터 다닐 수 있었다. 예전에 조선시대에는 양반이나 사대부만 배우러 다닐 수 있을 뿐, 논밭을 짓는 사람들은 따로 배우러 다니지 못 하고, 그저 집에서 어버이 곁에서 함께 일하고 살림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다듬읽기 6 《어린이의 눈으로 안전을 묻다》 배성호와 다섯 사람 철수와영희 2023.5.5. 《어린이의 눈으로 안전을 묻다》(배성호와 다섯 사람, 철수와영희, 2023)는 “어린이 눈으로 좋은지 묻는” 이야기를 짚습니다. 이 줄거리를 이제 우리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어 대견하면서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왜냐하면, 어린이는 배움터(학교)에만 다니지 않거든요. 집에서 조용히 배우는 어린이가 있고, 서울(도시)이 아닌 시골에서 살아가는 어린이가 있습니다. 꾸러미를 여민 여섯 ‘어른’은 “어린이 눈”을 얼핏 살피되, “서울에서 제도권학교를 다니는 어린이” 자리에 머뭅니다. 어린이 눈으로 보려 한다면, 온누리 모든 어린이를 헤아리면 훨씬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잿집(아파트)에서만 사는 어린이가 아닌, 골목집과 시골집과 숲에서 사는 어린이를 헤아린다면, 오히려 제대로 푸른길을 열거나 느끼거나 찾을 만하지요. 모든 흰종이에는 ‘형광물질·표백제’가 깃들고, 배움터는 낮에도 ‘led 형광등’을 켜기에, 아이어른 모두한테 끔찍한데, 글쓴이는 이 대목을 아직 모르는군요. ㅅㄴㄹ 궁금한 것을 서로 묻고 답하는 시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다듬읽기 5 《가볍게 읽는 한국어 이야기》 남길임과 일곱 사람 경북대학교출판부 2022.11.25. 《가볍게 읽는 한국어 이야기》(남길임과 일곱 사람, 경북대학교출판부, 2022)를 가볍게 읽어 보려 했지만, 우리말을 살피는 분들이 쓴 글이 도무지 우리말스럽지 않아 가볍게 읽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이분들이 쓰는 모든 얄궂은 말씨나 일본스러운 말씨를 손질해 줄 수는 없다. 이분들 스스로 ‘우리말을 처음부터 몽땅 새롭게 배우려 나서지 않’으면 어느 하나도 우리말스럽게 쓸 수 없다. 우리말을 ‘우리말’이라 할 수 있어야, 적어도 ‘한국말·한말’이란 이름을 쓸 테고, ‘필자’처럼 낡은 말씨를 창피한 줄 깨달으면서 털어내리라. 길잡이(교수·교사) 노릇을 하는 사람일수록 ‘배움이(학생)’보다 훨씬 오래 깊이 꾸준히 배워야 한다. 길잡이가 아닌 어른이어도 아이보다 우리말을 더 찬찬히 가만가만 곰곰이 낱낱이 샅샅이 짚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무늬만 ‘국어학자’로 멈추지 말고, 속빛으로 ‘말지기’라는 이름을 쓸 수 있도록 거듭나기를 바랄 뿐이다. ㅅㄴㄹ 이러한 언어의 힘을 알기 위해서 프레임에 대한 이해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 특징적 특징적 요소 → 빛깔 / 빛 / 남다른 대목 / 도드라진 대목 특징적 차이 → 눈에 띄는 다름 / 도드라지게 다른 대목 특징적 사항들 → 눈에 띄는 이야기들 / 남다른 대목들 우리의 정서를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 우리 마음을 잘 보여주는 / 우리 마음을 남달리 보여주는 / 우리 느낌을 제대로 보여주는 / 우리 느낌을 환하게 보여주는 ‘특징적(特徵的)’은 “다른 것에 비하여 특별히 눈에 뜨이는”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돋보이다·도드라지다·다르다·남다르다’나 ‘티나다·튀다·별쭝스럽다·딴판·눈에 띄다’로 손질합니다. ‘축·씨·가락·결·느낌·모습’이나 ‘빛·빛결·빛깔있다·숨·숨결·숨길’이나 ‘생김새’로 손질할 만하고, ‘제가락·제멋·제모습·제빛·제결·제얼굴’로 손질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그녀의 그녀의 소원이었다 → 그이 꿈이었다 / 그님이 바랐다 그녀의 사생활 → 그이 하루 / 그님 삶 / 그분 나날 그녀의 이름이 궁금하다 → 그이 이름이 궁금하다 / 그대 이름이 궁금하다 일본 말씨인 줄 널리 알려진 ‘그녀(彼女)’에 ‘-의’를 붙이면 겹으로 일본 말씨입니다. 요새는 어머니나 아주머니나 아가씨뿐 아니라 딸아이나 할머니한테까지 ‘그녀’를 섣불리 쓰는 분이 늘어납니다. 여느 자리는 ‘그·그이·그님·그대·그분’으로 고쳐쓰고, 어떤 사람이나 숨결을 가리키는가를 살펴서 알맞게 가다듬습니다. 어린 가시내를 가리키는 자리라면 ‘아이·이 아이·그 아이’로 가다듬으면 됩니다. ㅅㄴㄹ 대여섯 살 된 계집아이 하나와 / 그녀의 어머니가 손잡고 갑니다 →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홀hall 홀(hall) : 건물 안에 집회장, 오락장 따위로 쓰는 넓은 공간 홀(Hall, Sir James) : [인명] 영국의 지질학자(1761∼1832) 홀(Hall, James) : [인명] 미국의 지질학자(1811∼1898) 홀(Hall, Granville Stanley) : [인명] 미국의 심리학자(1844∼1924) 홀(Hall, Edwin Herbert) : [인명] 미국의 물리학자(1855∼1938) 홀(Hall, Charles Martin) : [인명] 미국의 화학자(1863∼1914) 영어 ‘hall’은 놀거나 어울리는 곳을 가리킨다지요. 우리말로는 수수하게 ‘곳·데·터·터전·판’이나 ‘그곳·그쪽·그켠·그자리’라 하면 됩니다. ‘뜨락·뜰·마당·마루·안’이라 할 수 있고, ‘나라·누리·자리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 -원 員 사무원 → 일꾼 공무원 → 벼슬꾼 / 벼슬아치 연구원 → 살핌이 / 익힘이 구성원 → 무리 / 떼 / 사람들 조합원 → 모임사람 / 두레님 회사원 → 일꾼 / 일살림꾼 ‘-원(員)’은 “1.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2. ‘그 조직이나 단체 따위를 이루고 있는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사람’이나 ‘-꾼·-님·-지기’로 손봅니다. ‘-바치·-아치·-보’나 ‘일꾼·일살림꾼’으로 손보아도 되어요. ㅅㄴㄹ 천문학적인 액수를 찍어 놓은 인내심 많은 계산원이 기다리거나 말거나 → 엄청난 값을 찍어 놓고 잘 참는 셈지기가 기다리거나 말거나 → 어마어마한 값을 찍어 놓고 꾹 참는 셈일꾼이 기다리거나 말거나 →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09 꽃처럼 피는 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최종규 글 강우근 그림 철수와영희 2014.3.1.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은 2020년 12월 19일에 처음 읽었다. 벌써 여러 해 지났다. 그날은 큰딸한테 동생(나한테는 작은딸)이 언제부터 안경을 끼었는지 아느냐고 물었는데, “엄마가 기억할 일!”이란 대꾸를 듣고서 어쩐지 기운이 쭉 빠졌다. 엄마가 옛일이 가물가물해서 잊거나 헷갈릴 수도 있는데, 그냥 알려주면 안 되나.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엄마로서 여러 가지를 쉽게 잊어버렸다. 집안일이며 가게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또 엄마가 집과 가게를 넘어 엄마 삶을 글로 쓰고 싶다는 꿈을 품고서, 어쩐지 가볍게 지나치거나 잊어버리는 일이 늘었다. 기운이 빠지는 날이면 으레 집에서 가까운 멧골에 올라 숲빛을 느껴 보려 한다. 답답할 적에는 집에 그냥 있어도 답답하고, 가게일을 보아도 답답하지만, 좀 귀찮거나 춥거나 더운 날 억지로라도 숲에 깃들면, 조금 앞서까지 답답하던 숨통이 트인다. 아무래도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은 말 한 마디를 숲에서 돌아보고 찾아보면서 스스로 숨통을 트자는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느낀다. 외워서 쓸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젬것 꽃을 처음으로 따먹은 때를 돌아봅니다. 어릴 적부터 새로 핀 꽃을 보면 달콤하리라 여기며 문득 따서 살짝 씹곤 했습니다. 달달한 꽃이 많지만 되세 신 꽃도 제법 있습니다. 먹을거리가 적어 꽃을 먹자고 여기기도 했고, 그저 꽃아이로 놀았다고 할 만합니다. 들꽃이건 집꽃이건 아름다이 바라보며 고이 아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나쁠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꽃이 피는 푸나무를 돌보는 사람은 사나운 짓을 안 하리라 여겼어요. 질경이나 토끼풀이나 괭이밥이라 하더라도 이 들꽃을 안 알아보며 마구 밟거나 그냥 짓이긴다면 놈팡이나 엉터리라고 여겼습니다. 입으로는 훌륭해 보이는 말을 읊으면서 막상 풀꽃나무를 함부로 다룬다면 호로놈일 뿐이거나 허튼놈이 눈가림을 한다고 느꼈습니다. 우리가 푸르게 숨쉬는 바탕은 숲입니다. 숲빛을 잊기에 젬것이요, 숲결을 잃기에 우스꽝스럽고, 숲내음을 등지기에 몹쓸것이고, 숲바람을 안 마신다면 야살떼로 뒹굴지 싶어요. 책은 덜 읽어도 좋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