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41. 쪽나루 버스나 기차가 이따금 서되, 따로 표를 파는 사람이 없는 데가 있다. 조그마한 나루이니 ‘샛나루’나 ‘쪽나루’라 여길 만한데, 빠른버스에 빠른기차가 늘면서 쪽나루가 사라지는가 싶었으나, 요즈음에는 곳곳에 새로 생긴다. 길종이(차표·티켓)를 표파는곳이 아닌 누리집이나 손전화로 사는 길이 퍼지면서, 예전에 ‘표파는 일꾼이 있던 나루’가 ‘표파는 일꾼이 없는 나루’로 바뀐다. 큰나루라면 일꾼이 있되, 작은나루라면 일꾼이 없다. 시골나루에도 차츰 일꾼이 사라진다. 쪽나루 (쪽 + 나루) : 이따금 서기에 타고내리기는 하되, 지키는 사람을 따로 두지 않고서 작게 사이에 놓은 나루. (= 작은나루·곁나루·샛나루·사잇나루. ← 간이역簡易驛, 간이정류소, 무인역無人驛, 무인정류소) 42. 늘빛·늘사랑·늘살림 바뀔 일이 없을 뿐 아니라, 끝날 일이 없다고 여기면, 잇고 이으면서 자꾸자꾸 새롭게 피어나는 결이다. ‘사랑’은 크기도 길이도 너비도 부피도 없이 오직 ‘사랑’이다. 이 사랑을 조금 더 새롭거나 힘주어 나타내고자 ‘늘 + 사랑’처럼 쓸 수 있다. 밑뜻을 본다면, ‘사랑’이기에 늘 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 맹목적 맹목적 사랑 → 눈먼 사랑 무기력한 패배주의나 맹목적 배타주의의 성향 → 힘없는 패배주의나 눈먼 배타주의 성향 ‘맹목적(盲目的)’은 “주관이나 원칙이 없이 덮어놓고 행동하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눈멀다·귀먹다·먼눈’이나 ‘알못·모르다·아직·우물개구리’나 ‘넋나가다·넋빠지다·넋잃다’나 ‘넋뜨다·넋비다·넋가다·넋뜨기·넋빈이·넋간이’로 손질합니다. ‘얼나가다·얼빠지다·얼잃다’나 ‘얼간이·얼뜨기·얼빈이’나 ‘꼴값하다·덜떨어지다·비좁다·뿌리얕다’로 손질할 만하고, ‘바보·바보스럽다·바보짓·바보꼴·멍청이·멍텅구리’나 ‘돌머리·똥오줌 못 가리다·뚱딴지·머리가 돌다’나 ‘마구·마구마구·마구잡이·막하다·앞뒤 안 가리다’로 손질할 수 있어요. ‘맹하다·맹추·생각없다·아무렇게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ㄱ. 겹말 손질 : 고루 잘 보살피다 고루 잘 보살필 수 있지요 → 보살필 수 있지요 → 고루 볼 수 있지요 고루 : 1. 차이가 없이 엇비슷하거나 같게 2. 두루 빼놓지 않고 잘 : 1. 옳고 바르게 2. 좋고 훌륭하게 3. 익숙하고 능란하게 4. 자세하고 정확하게. 또는 분명하고 또렷이 5. 아주 적절하게. 또는 아주 알맞게 6. 어떤 대상의 맛, 온도, 습도 따위가 적당하다 7. 크기, 규격 따위가 다른 것의 크기, 규격 따위와 어울리다 8. 어떤 행동, 의견, 상황 따위가 다른 것과 서로 어긋나지 아니하고 같거나 어울리다 9. 모습, 분위기, 취향 따위가 다른 것에 잘 어울리다 보살피다 : 1. 정성을 기울여 보호하며 돕다 2. 이리저리 보아서 살피다 3. 일 따위를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18 ㄱ. 궁금한 것 묻고 답하는 시간도 가졌다 답하다(答-) : 1. 부르는 말에 응하여 어떤 말을 하다 = 대답하다 2. 질문이나 의문을 풀이하다 = 해답하다 3. 물음이나 편지 따위에 반응하다 = 회답하다 시간(時間) : 1.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 2. = 시각(時刻) 3. 어떤 행동을 할 틈 4. 어떤 일을 하기로 정하여진 동안 5. 때의 흐름 아무 데에나 ‘것’을 붙이다 보면 “궁금하면 묻고”라 할 말을 “궁금한 것을 묻고”처럼 얄궂게 씁니다. 이 보기글은 “묻고 답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로 맺는데, “묻고 알려주었습니다”나 “묻고 얘기했습니다”로 고쳐씁니다. ‘시간’은 ‘가질’ 수 없습니다. ‘시간’은 ‘보냅’니다. 또는 ‘흐릅’니다. 묻고 얘기할 적에는 저절로 “시간이 흐를” 테니 “시간도 가졌습니다”는 군말이기도 합니다. ㅅㄴㄹ 궁금한 것을 서로 묻고 답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 궁금하면 서로 묻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 궁금한 이야기는 서로 묻고 알려주었습니다 《어린이의 눈으로 안전을 묻다》(배성호와 다섯 사람, 철수와영희, 2023) 16쪽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17 ㄱ. 불편함을 제일 많이 지니고 있었다 불편(不便) : 1. 어떤 것을 사용하거나 이용하는 것이 거북하거나 괴로움 2. 몸이나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괴로움 3. 다른 사람과의 관계 따위가 편하지 않음 제일(第一) : 1. 여럿 가운데서 첫째가는 것 2. 여럿 가운데 가장 “불편함을 지니다”는 옮김말씨이면서 뜬금말씨입니다. 우리말은 이렇게 안 씁니다. 그런데 “불편함이 있었다”도 우리말씨일 수 없어요. “지니고 있었다”도 “많이 지니고 있었다”도 도무지 우리말씨가 아닙니다. 말을 말답게 안 쓰고 억지로 꾸미거나 짜맞추거나 치레하다 보니, 이렇게 뜬구름을 잡는 말씨가 하나둘 나타나거나 퍼집니다. “어렵다”나 “힘들다”라 하면 됩니다. “껄끄럽다”나 “까다롭다”라 하면 되어요. “버겁다”나 “벅차다”라 하면 되고, 앞자락에 ‘가장’이나 ‘무척·아주·매우·몹시’나 ‘꽤·퍽’이나 ‘대단히·참으로’를 꾸밈말로 넣을 일입니다. ㅅㄴㄹ 불편함을 제일 많이 지니고 있었다 → 가장 어려웠다 → 가장 힘들었다 《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이병철, 천년의상상, 2021) 15쪽 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서슴없다 저는 1995∼97년에 싸움터(군대)에서 뒹굴어야 했는데, 이무렵 지내야 하던 강원 양구 멧골짝은 ‘도솔산’이고, 꼭대기에 깃들었습니다. 그곳은 늘 구름이 걸렸고, 한 해에 닷새쯤 해를 볼까 말까 하다는데, 빨래가 참 안 말랐어요. 모처럼 해가 나면 모든 일을 멈추고 온살림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해바라기를 시켰습니다. 눅눅하게 찌든 사람들은 마음도 눅눅하더군요. 우리는 누구라도 햇볕 한 줌을 먹으려고 그늘을 꺼렸고, 윗내기(고참)한테 밀려 한여름에 그늘에 서는 새내기(신병)는 울먹거립니다. 죽음 같은 수렁에서는 어깨동무가 어렵고 서로돕기는 뜬소리에 하나되기는 헛말일까요. 배고프면 누구나 짠놈에 노랑이로 바뀔까요. 여름에는 비에, 겨울에는 눈에, 늘 추진 그 싸움터는 1998년부터 닫아걸었다고 들었습니다. 도무지 사람이 살 데가 아니었겠지요. 그런데 도솔산에서 숲짐승은 홀가분하게 살더군요. 오순도순 즐겁고, 서슴없이 뛰어요. 그곳 멧자락 풀꽃나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가위질 조용한 곳에서는 조용히 흐르는 기운을 가늠하면 둘레를 한결 깊이 볼 수 있습니다. 고요한 데에서는 고요하게 깨어나는 숨결을 헤아리면서 마음을 더 그윽히 돌아볼 수 있어요. 시끄럽게 들쑤시듯 부릉부릉 소리가 넘치는 곳에서 살아간다면, 바람노래도 풀벌레노래도 멧새노래도 잊게 마련입니다. 불빛이 아닌 별빛이 반짝이는 보금자리를 누린다면, 마음을 느긋이 다독이며 하루를 헤아릴 만해요. 밝은 낮에 풀빛을 알아보고, 캄캄한 밤에 별자리를 짚습니다. 흰종이에 밑그림을 새기고서 천천히 가위질을 합니다. 길게 사리는 종이에 별이며 꽃을 그려 넣어서 가운데에 실을 잇고 높은 데에 매답니다. 슬슬 춤추는 흔들개비(모빌)입니다. 뭔가 무섭다면 덜덜 떠는 마음을 살살 눌러 봐요. 차근차근 가다듬으면 무서움 따위는 이내 걷힙니다. 어쩐지 두렵다면 다리가 후들거릴 적에 이 두려움을 쳐내 볼까요. 어떻게 쳐내느냐고요? 다그쳐서는 못 쳐내요. 부드러이 삼가면서 마음빛을 바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숫제 이리 보거나 저리 보아도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짓을 느끼기도 합니다. 숫제 말을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치르기도 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러니까 몽땅 어이없다면 아무리 애써 보아도 덧없습니다. 어째 이렇게 생각이 없이 살아가느냐 싶은데, 제아무리 이름이 높다 한들 터럭만큼도 사랑이 흐르지 않는다면 죄다 썩거나 문드러지는 굴레나 틀이지 싶습니다. 제딴에는 대단하다고 여길 수 있어요. 겉으로는 반짝이는 듯싶고, 허울만큼은 힘차 보일 수 있지요. 다만 사랑은 저절로 샘솟는 빛일 뿐입니다. 억지로 일어나지 않는 사랑이요, 암만 밀어붙여도 마음을 움직이지 못해요. 어떠한 티끌도 없이, 조금도 군더더기가 없이, 모두 맑고 밝게 꿈꾸는 숨결로 하루를 그릴 적에, 비로소 서로서로 돌보면서 상냥하게 사랑이 피어납니다. 철마다 다 다르게 돋는 들풀을 헤아려 봐요. 봄에 돋고 여름에 나고 가을에 자라는 숱한 들풀에 서린 빛을 찬찬히 봐요. 언제 줄기가 오르고 잎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3 자는 게 취미 그림책을 읽다가 “그러고 보니 사자가 낮잠 자는 게 취미라고 농담했었지”라는 글월을 보았어요. 아이들한테 그림책을 읽어 주다가 멈칫합니다. 그대로 읽는들 못 알아듣겠네 싶어, “그러고 보니 사자가 낮잠을 즐긴다고 웃기는 말을 했지”로 고쳐서 읽어 줍니다. “그러고 보니 사자가 낮잠을 좋아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했지”로도 고쳐 봅니다. “낮잠 자는 게 취미라고 농담했었지”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이런 말을 어른들이 쉽게 쓸 뿐입니다. 그러나 그림책에 이런 글월을 넣어야 했을는지 생각해 봐야지 싶습니다. 이제 이런 말씨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노릇이지 싶어요. 아이들은 그림책에서 알뜰한 줄거리랑 사랑스러운 이야기뿐 아니라 즐거운 말을 익히거든요. 어떻게 말할 적에 즐거울까요? 낱말을 어떻게 가려서 쓸 적에 우리 마음을 제대로 담아낼까요? 우리는 말을 어느 만큼 가다듬을 수 있을까요? 흔히 쓰는 말 한 마디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39. 햇사랑 우리말로 옮긴 어느 일본만화를 읽는데 “순애보인가?”라는 짤막한 한 마디를 보았습니다. 어른끼리 이야기하는 둘레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낱말인 ‘순애보’이지만 말뜻을 제대로 짚자는 마음으로 낱말책을 뒤적입니다. 그런데 이 낱말은 낱말책에 없습니다. 더 살피니 이 낱말은 1938년에 어느 분이 쓴 글에 붙은 이름이에요. 글이름이라서 낱말책에 없나 하고 헤아리면서 한문 ‘殉愛譜’를 뜯으니 “바치다(殉) + 사랑(愛) + 적다(譜)”로군요. “바치는 사랑을 적다”라든지 “사랑을 바친 이야기”로 풀이할 만합니다. 총칼수렁(일제강점기) 무렵에 나온 글인 터라 아무래도 글이름을 한문으로 적기 쉬웠을 테고, 중국말씨이거나 일본말씨일 테지요. 그렇다면 요즘은 어떻게 쓰거나 읽거나 말하거나 나눌 적에 어울리거나 즐겁거나 아름다울까요? 절절한 순애보 같았다 → 애틋한 사랑 같았다 / 애틋이 사랑에 바친 듯했다 스타들의 순애보를 보면 → 샛별들 사랑을 보면 / 별님들 사랑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