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1 그럴듯하다 그렇다고 여길 만할 적에 ‘그럴듯하다’라고 합니다. 그러면 이렇다고 여길 만하거나 저렇다고 여길 만할 적에는 어떻게 나타낼까요? 입으로 말할 적에는 ‘이럴듯하다·저럴듯하다’처럼 나타내겠지만, 손으로 적는 글에서는 ‘이럴 듯하다·저럴 듯하다’처럼 띄어야 맞춤길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대목을 곰곰이 보아야지 싶습니다. 우리는 입으로 말할 적에 띄어쓰기는 거의 안 따집니다. 느낌이나 결을 살필 뿐입니다. 그리고 새말을 하나 지었다면 그 낱말 하나만 새롭게 ‘붙여서 쓸’ 노릇이 아니라, 비슷한 얼거리인 다른 낱말을 함께 헤아릴 수 있어야지 싶어요. 국립국어원은 꽤 오랫동안 ‘신나다’를 한 낱말로 안 받아들여서 ‘신 나다’처럼 적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국립국어원에서 ‘신나다’를 한 낱말로 받아들여 올림말로 삼았습니다. 다만 ‘신나다’는 올림말이 되었습니다만, 비슷한 얼거리인 ‘신명·신바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살지다 너른들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하늘이 사람이며 들짐승이며 풀꽃나무한테 내려준 포근한 숨결처럼 이룬 판판한 자리예요. 열매도 나무도 살지고, 아이도 어른도 살지면서, 모든 목숨붙이가 푸지게 살림을 누리는 너른들녘입니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작은 손길을 오래오래 들여서 차근차근 일군 열매들녘입니다. 돌을 고르고 흙을 갈고 거름을 주고 물길을 내고 못을 파고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어 푸진들녘으로 바꾸어 냅니다. 기름진 논밭에서 푸짐하게 맺는 낟알이 너울너울합니다. 너울들녘이에요. 살진들은 궂은날씨를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숲에는 가뭄이 없어요. 숲을 담듯 일구는 들도 막날씨를 씩씩하게 견디거나 흘려보냅니다. 그런데 온누리는 갈수록 벼락날씨가 춤춥니다. 얄궂날씨가 널뜁니다. 아슬아슬하게 함박비가 쏟아지고, 무시무시하게 더위가 잇달기도 하고, 철마다 다른 바람빛이나 햇볕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모든 들숲바다는 사람만 사는 터가 아닙니다. 사람들 스스로 사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아스라하다 어린날은 도무지 안 떠올라서 까마득하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언제나 눈앞에서 마주하듯 떠올리는 오래빛으로 삼기도 합니다. 마음이 멀다면 감감할 테고, 마음이 흐른다면 먼모습이 아닌 오늘빛이라 할 만합니다. 누구나 오늘을 살기에 어제 하거나 겪거나 보거나 듣거나 느낀 일만 해도 아득히 여길 수 있어요. 아무래도 해묵은 자취가 많기에 달래거나 손질하고픈 옛일일 수 있지요. 낡거나 묵어 창피한 자국이라 여겨 이제는 고치려 하거나 잘라내고픈 옛길일 수 있고요. 옛모습에 갇히면 새모습을 가꾸지 못합니다. 밑자리는 든든하게 다스릴 노릇이되, 뻔한 틀을 오래오래 붙들기만 한다면 고린내에 스스로 가두고 말아요. 마음을 억누르거나 삶을 짓누르는 모든 굴레는 털기로 해요. 뼈를 깎듯 애써도 되고, 하루하루 가다듬는 매무새로 피어나도 됩니다. 지난일을 잊지는 말되 자꾸 다그치지 않도록 다듬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가는 사람입니다. 뒷길로 빠지거나 옆길로 새는 삶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홈 모든 말은 매우 쉽고 부드럽게 삶이라는 거미줄로 잇습니다. 어릴 적에 혼자 놀면 마을 할머니는 “혼자 노는구나” 하고 말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밭을 가꾸는 할아버지는 호미로 땅을 콕콕 홉니다. 어머니는 바늘을 쥐어 옷을 호치지요. 빗물이 홈통을 거쳐서 흐르고, 홀가분히 빗방울을 받으며 놀아요. 말 하나가 무엇을 가리키거나 나타내는지 잘 모르면서도, 둘레 어른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드러나는 자국을 하나하나 느끼면서 알아차립니다. 따로 알려주지는 않아도 겉차림이나 속빛에 어리는 삶무늬로 말을 새겨요. 마땅한 일이지요.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 살림하는 수수한 사람들이 지었어요. 삶을 가꾸고 사랑하는 여느 순이돌이가 지은 말이에요. 누가 먼저 말하거나 밝힌 말은 아닙니다. 삶이라는 너울에 문득 써넣듯 마음에 담아서 다 다른 삶빛을 그리는 말입니다. 배움터를 오래 다니면서 파고 들어가도 알아낼 수는 있으나, 이보다는 손수 살림꾼으로 즐겁게 일하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꽃 / 숲노래 말넋 말꽃삶 9 구체적 오늘날 우리가 쓰는 숱한 말은 ‘아직 얼마 안 된 말씨’이기 일쑤입니다. 2000년을 살아가는 사람들 말씨는 1900년을 살던 사람들 말씨하고 더없이 달라요. 1800년을 살던 사람들 말씨하고 1900년을 살던 사람들 말씨는 조금 다르겠지만 이럭저럭 비슷할 만하고, 1700년이나 1600년이나 1500년을 살던 사람들은 1900년을 살던 사람하고 이럭저럭 생각을 나눌 만하다고 느낍니다. 1500∼1900년을 살아간 사람들은 말씨가 만날 수 있되, 2000년 사람들 말씨하고는 만나기 어려워요. 더 들여다보면, 2000년을 살아가던 사람하고 2010년을 살아가던 사람하고 2020년을 살아간 사람하고도 어쩐지 울타리가 있습니다. 1990년이나 1980년으로 거스르면 더더욱 울타리가 있어요. 더 살피면, 2030년이나 2040년을 살아가는 사람들 말씨는 2020년을 살아간 사람들 말씨하고 제법 다를 수 있겠다고 느낍니다. 삶터가 바뀌는 만큼 말씨가 확 바뀌고, 살림살이가 달라지는 만큼 말씨는 훅훅 달라집니다. 구체적(具體的) : 1. 사물이 직접 경험하거나 지각할 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38 《도시를 바꾸는 새》 티모시 비틀리 김숲 옮김 원더박스 2022.1.5. 《도시를 바꾸는 새》(티모시 비틀리/김숲 옮김, 원더박스, 2022)처럼 요즈음은 ‘서울에서 새바라기’를 하는 사람이 부쩍 늘고, 이런 줄거리를 다루는 책이 제법 나옵니다. 다만, 부쩍 늘고 책이 제법 나오기는 할 뿐입니다. 아직 모두 얕습니다. 무엇이 얕은가 하면, ‘새가 궁금하면 새한테 바로 물어보면 될 노릇’인데, 우리 스스로 ‘새한테 곧바로 물어볼 마음’이 아닌 ‘조류학자란 이름인 전문가한테 물어보면서 새이름을 외우는 길’에서 맴돌기만 합니다. 길드는 굴레입니다. 2023년 4월에 “풀꽃도 소리를 지른다”는 이야기가 떴습니다. 이스라엘에서 ‘풀꽃소리’가 어떻게 들리는가를 살폈다지요. 이 이야기를 듣거나 읽으면서 무엇을 느낄 만한가요? “그래, 그분(전문가·과학자)들이 말하니까 믿을 만하구나! 여태 몰랐네!” 하고 여기는지요? 아니면 “그래, 그이(전문가·과학자)들은 이제서야 알아내어 말할 뿐, 풀꽃은 먼먼 옛날부터 우리 곁에서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속삭이면서 함께 살아왔지. 예전에는 누구나 풀꽃소리에 풀꽃수다에 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37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 숲하루 스토리닷 2022.12.13.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숲하루, 스토리닷, 2022)은 2022년에 태어난 ‘올해책’이라고 여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만 한 책이 태어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풀꽃책(식물도감)을 들추어야 풀꽃을 알 수 있지 않습니다. 스스로 풀꽃을 지켜보고 돌아보고 살펴볼 적에라야 풀꽃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학교 농학과’를 다녔기에 풀꽃을 알 수 있지 않습니다. ‘대학교수’쯤 해야 풀꽃을 알 수 있지 않아요. 풀꽃책(식물도감)을 쓰거나 엮은 적잖은 글꾼 가운데 ‘책에 이름을 담은 풀꽃’을 모조리 먹어 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스스로 먹어서 스스로 몸이 어떻게 바뀌는가를 느껴 보지 않는다면, 풀꽃이 어떤 보람(효능)이 있는지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 먹어 보지 않은 풀꽃이면서 어떻게 풀꽃 보람(효능)을 글로 적을까요? 풀꽃을 알려면 씨앗부터 누리면 됩니다. 씨앗을 손바닥에 얹고서 가만히 기운을 느끼고, 씨앗을 밥으로 삼아 고마이 먹고, 이 씨앗을 땅에 놓아 무럭무럭 자라도록 하고, 봄에는 봄잎을 여름에는 여름잎을 가을에는 가을잎을 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25. 키잡이 우리말 ‘키’는 세 가지이다. 첫째는 발바닥부터 머리까지 길이를 살피는 ‘키 ㄱ’이요, 둘째는 낟알을 까부르는 살림인 ‘키 ㄴ’이고, 셋째는 배가 나아갈 길을 잡는 자루인 ‘키 ㄷ’이다. 세 가지 ‘키’ 가운데 ‘키 ㄷ’은 ‘키잡이’로 말씨가 뻗는다. 이끌거나 가르칠 만한 키잡이라고 할 만하다. 나아갈 곳을 알리거나 밝히는 키잡이요, 길을 잡거나 찾는 실마리인 키잡이라고 하겠다. 키잡이 (키 + 잡다 + -이) : 1. 배가 나아갈 곳을 잡거나 이끄는 살림. 2. 앞으로 가거나 나아갈 곳·길·흐름을 잡거나 이끄는 일이나 말이나 사람. (= 키·키를 잡다. ← 방향, 방향타, 방법, 법法, 방안, 방책方策, 방도, 수단手段, 대안, 플랜B, 대책, 노선, 노정路程, 도정道程, 선택, 목적, 목표, 지도指導, 교육, 교훈, 교화, 교리敎理, 교수敎授), 강사, 교사敎師, 선생, 은사恩師, 교양敎養, 교도敎導, 교정矯正, 교습, 레슨, 훈육, 훈련, 훈수, 훈계, 훈장訓長, 계몽, 계도, 사사師事, 어드바이스, 권고, 권하다, 장려, 충고, 코치, 양성養成, 소양, 양육, 육영,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50 그림잎 우리 아버지는 어린배움터 길잡이(국민학교 교사)로 일하며 글월(편지)을 자주 주고받았어요. 집전화조차 흔하지 않던 지난날에는, 손바닥만큼 작은 종이에 짤막히 알릴 이야기를 적어서 곧잘 띄웠어요. 우체국에서 “작은 종이”를 사서 부치기도 하지만, 두꺼운종이를 알맞게 자르고 그림을 척척 담아 날개꽃(우표)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작은 종이”는 ‘엽서’라고 합니다. 어릴 적에는 어른들이 쓰는 말을 곧이곧대로 외워서 썼는데, 저 스스로 어른이란 자리로 나아가는 동안 자꾸 생각해 보았어요. 가을이면 가랑잎을 주워 알맞게 말리고서 한두 마디나 한 줄쯤 적어서 동무한테 건네었어요. 이러다가 새삼스레 느껴요. “작은 종이”를 “잎에 적는 글”을 가리키듯 ‘잎(葉) + 글(書)’이란 얼개이니, 우리말로는 ‘잎글’이라 할 만하더군요. ‘잎쪽’이나 ‘잎종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49 나 저(나)는 겨울 첫머리인 12월 7일에 태어납니다. 어릴 적에 달종이를 보면 이날 ‘大雪’처럼 한자로만 적혔어요. “어머니 내가 태어난 날에 적힌 이 글씨가 뭐예요?” 하고 여쭈면 “‘대설’이란 한자야. ‘큰눈’이란 뜻이고, 눈이 많이 온다는 날이야.” 하고 들려주었습니다. 그무렵 ‘대설 = 대설사’로 여기며 말장난을 하는 또래가 있어요. 한자로만 보면 ‘대설사 = 큰물똥’이니, 어른들은 왜 철눈(절기)을 저런 이름으로 붙였나 싶어 툴툴거렸어요. 누가 12월 7일이 무슨 철눈이냐고 물으면 으레 ‘큰눈’이라고만 말했습니다. 12월 22일에 있는 다른 철눈은 ‘깊밤’이라 했어요. 또래가 짓궂게 치는 말장난에 안 휘둘리고 싶기도 했고, 한자를 모르는 또래도 쉽게 그날을 알기를 바랐어요. 겨울에 태어나 자랐기에 얼핏 차갑다 싶은 겨울이 마냥 춥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