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류의 流 어떤 류의 책을 탐독하느냐 → 어떤 책을 즐겨읽느냐 저런 류의 인간이라면 → 저런 사람이라면 ‘-류(流)’는 “‘그 특성이나 독특한 경향’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류 + -의’ 얼개는 ‘류의’를 통째로 덜면 돼요. 때로는 ‘비슷한’이나 ‘따위’나 ‘같은’으로 고쳐쓰고, “그런 류의 기술로”라면 “그렇게 해서는”으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살인하지 말라” 류의 연결고리 → “살인하지 말라” 따위 이음고리 → “사람을 죽이지 말라” 같은 이음고리 《녹색 희망》(알랭 리피에츠/허남혁 옮김, 이후, 2002) 20쪽 종종 유사 사전류의 책을 탐독해 왔어요 → 가끔 사전 비슷한 책을 읽었어요 → 더러 사전 같은 책을 훑었어요 《동사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열린밥터 고을마다 고을빛이 흐릅니다. 터를 섬길 줄 아는 이라면 섣불리 풀밭이나 도랑을 잿빛으로 덮지 않아요. 고장마다 새로운 고장빛을 헤아리려는 마음이 없기에 자꾸 뒷길로 삽질을 하고 잿빛집을 세우려 합니다. 우리가 살아갈 자리에는 무엇이 있을 적에 빛날까요? 우리 마당에 무엇을 놓아야 아름다울까요? 즐겁게 일하는 터전이라면 넉넉히 가꾸거나 짓는 숨빛이 모여 몰래질도 감춤질도 걷어치우는 듬직하고 상냥한 손길로 나아가리라 봅니다. 따로 뭘 더 해야 하지 않습니다. 풀꽃나무를 쓰다듬고 바람을 마시고 구름을 맞아들이면 됩니다. 이 땅은 우리가 즐겁게 놀고 일하면서 오순도순 어우러질 적에 하늘빛으로 올라요. 서로 믿으며 뒤주간을 엽니다. 서로 높이며 열린밥터를 꾸립니다. 혼자 몰래쓴다면 재미없을 뿐 아니라 뒤가 구리기 마련이에요. 오래 뜸을 들이지 말아요. 이제는 노래판과 나눔판과 춤판으로 만나기로 해요. 궂은 몸짓은 막고, 궂긴 소리는 다물도록 하고, 구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17 예쁜 토박이말 ‘예쁜 토박이말’이나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살리자고 하는 얘기를 새뜸(언론)이나 책이나 배움터(학교)에서 곧잘 다룹니다. 이런 얘기를 더러 읽거나 듣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러네, 이런 말이 있었네” 하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얼마 뒤에 몽땅 잊기 일쑤입니다. 예쁘거나 아름답다고 하는 텃말이 좀처럼 머리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예쁘거나 아름답다고 하는데 왜 머리에 안 들어오는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무래도 예쁘기만 하거나 아름답기만 하기 때문은 아니랴 싶습니다. 삶을 짓거나 살림을 꾸리면서 여느 자리에 수수하게 쓸 만한 말이 아니라, 낱말책 어느 구석에 숨은 말이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예쁘거나 아름다운 텃말이라고 해서 더 낫지 않으며, 딱히 나쁘지 않습니다. 좋거나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쓰임새를 잃은 말이라면, 또 우리 스스로 쓰임새를 잊은 말이라면, 이러한 말에는 새로운…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74 들무새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들무새'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뒷바라지에 쓰는 물건'이라는 뜻과 '어떤 일에 쓰는 재료'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어떤 일이나 사람을 뒷바라지하는 데 쓰이는 물건'이 바탕뜻(기본의미)이고 '무엇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라는 뜻도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곳 다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또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고 따로 올림말로 올려 놓았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남의 막일을 힘껏 도움'이라고 풀이를 해 놓고 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고 남의 궂은일이나 막일을 힘껏 도와줌. 또는 그런 사람'이라고 풀이를 하고 "함안댁은 그 마을에서 온갖 일의 들무새였다."는 보기월을 보여 주었습니다. 두 가지의 풀이를 가만히 보니까 '어떤 일이나 사람을 뒷바라지 하는 데 쓰는 몬(물건)'이 바탕뜻(기본의미)이고 '어떤 일이나 무엇을 만드는 데 쓰는 감(재료)'라는 뜻으로 그 뜻이 넓어져서 '몸을 사리지 않고 남의 궂은일이나 막일을 힘껏 도와 줌. 또는 그런 사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16 싸움판(군대)이란 민낯 《전원 옥쇄하라!》 미즈키 시게루 김진희 옮김 AK comics 2021.8.15. 《전원 옥쇄하라!》(미즈키 시게루/김진희 옮김, AK comics, 2021)는 일본에서 1973년에 처음 나왔고, 우리나라에는 2021년에 비로소 나옵니다. 이 그림꽃책을 선보인 미즈키 시게루(1922∼2015) 님은 이 그림꽃책에 나오듯 싸울아비(군인)로 끌려가서 허덕였으며, 싸움터에서 왼팔을 잃습니다. 그래도 목숨을 건사해서 돌아올 수 있었기에 하늘이 내린 빛이라 여겼다지요. 이러고서 그림꽃에 ‘싸움을 걷어낸 어깨동무(전쟁을 치운 평화)’를 오래오래 그렸습니다. 오랜 벗 테즈카 오사무(1928∼1989) 님은 늘 밤샘에다가 쉬지 않고 그리다가 무척 일찍 이승을 떴다면, 미즈키 시게루 님은 언제나 쉬엄쉬엄 그리면서 잠을 푹 잤다고 해요. 두 그림꽃님은 누구보다 어린이가 참다운 살림길을 사랑으로 맞아들여서 앞으로 온누리를 꽃누리로 가꾸는 슬기롭고 상냥한 마음을 품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붓을 쥐었습니다. 테즈카 오사무 님은 이러한 밑넋을 《아돌프에게 고한다》에서 환히 밝혔고, 미즈키 시게루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33-누군가를 아끼는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을 품고 있다면 뜻한 바를 이룰 것이다."야. 이 말씀은 미국에서 가락글지은이(시인)자 광대(영화배우)이면서 한배곳 갈침이(대학 교수)이기도 했던 '마야 안젤루' 님이 남기신 거라고 해. 사람이 사랑에 쉽게 빠지기도 하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다가 또 싫어졌다는 말을 하는 것을 더러 보거나 들었을 거야.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부터 우러나오는 아끼는 마음을 오랫동안 품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말씀이지 싶구나.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무슨 맞값(대가) 없이도 그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해 줄 수 있다는 거지. 그런 마음이 없을 때는 내가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해 주었는가에 비추어 나한테 돌아오는 그 무엇을 바라게 되고 그것이 없을 때는 많이 서운해 하곤 하지. 다른 사람을 마주하는 내 마음이 어떤지는 내가 하는 짓(행동)에 그대로 드러나게 되어 있어.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도 마찬가지일 거야.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 무엇보다 그것(사람 또는 일)을 아끼는 마음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요즘 배움책에서 살려 쓸 토박이말]2-너나들이 1학년 국어 교과서 첫째 마당에 꽃등으로 나오는 말이 ‘나, 너, 우리’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나날살이에서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하고 가장 바탕이 되는 말이라서 낱말을 참 잘 골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말만 가르치고 배우고 끝내면 좀 아쉽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 ‘너’를 보니 함께 가르치고 배우면 더 좋을 토박이말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그건 바로 ‘너나들이’라는 말입니다. 아이들이 배우는 ‘나’와 ‘너’가 들어가 있기도 하지만 새로운 배곳(학교)에 들어와 처음 만난 사람들이 낯설어 서먹서먹하기 마련인데 얼른 가까워져서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까지 담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허물없이 말을 건넴 또는 그런 사이’를 뜻하는 말입니다. 1학년 아이들에게 ‘나’, ‘너’, ‘우리’를 가르쳐 준 다음 ‘너나들이’라는 말을 알려주면서 서로 너나들이 하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는 말을 들려주는 선생님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 다음 쪽에 ‘친구’라는 말이 나옵니다. 많은 분들이 자주 듣고 써서 익은 이 ‘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1] 수박 여름이면 마을에 수박 장사가 왔다. 경운기에 가득 싣고 알리면 마을 사람이 몰려와서 고른다. 손으로 톡톡 두들겨 통통 맑은소리가 나면 잘 익은 수박이고 퉁퉁 끊어지면 껍질이 두껍다. 그래도 속은 갈라 봐야 허벅허벅하거나 여물고 짙은지 알기에 아저씨가 세모로 칼집을 내어 속을 보여주었다. 찬물에 수박을 담가 두었다가 시원하다 싶을 적에 쟁반에 놓고 썬다. 수박 한 덩어리 자르면 가운데부터 골라 먹고 숟가락으로 껍질까지 긁어먹었다. 우리는 여름이면 수박이 먹고 싶어 작은고모네와 큰고모네에 갔다. 큰고모네는 살림이 넉넉했는데 구두쇠 이름이 붙어 다녔다. 수박은 마루에도 냉장고에도 있었다. 밭에서 수박을 팔고 남은 수박이 있다고 곤이하고 희야하고 밭으로 갔다. 비탈진 멧기슭 밭에 덩굴을 헤치고 수박을 땄다. 손날을 세워서 힘껏 수박을 내리쳐서 수박을 쪼갰다. 이랑에 쪼그리고 앉아 실컷 먹었다. 코가 수박에 닿고 턱에 닿아 물을 뚝뚝 흘리면서 크다 만 수박 일 곱 통을 그 자리에서 먹었다. 집에 와서도 냉장고에 든 수박을 꺼내 먹었다. 고모는 마루에 서서 많이 먹는다고 눈을 부라리며 성을 냈다. 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0] 타래붓꽃 어린 날에 본 타래붓꽃은 범부채 풀잎보다 좁고 길쭉하다. 빛깔이 푸르고 속대를 뽑으면 원추리 밑둥처럼 옅은 풀빛이다. 가느다란 풀잎 속대를 뽑고 속대 하나를 더 빼낸다. 속대를 빼면 풀잎 속이 비고 속대가 빠지면서 이파리 끝은 늘어진 옷처럼 구불구불하고 보드랍고 얇다. 아랫입술에 살짝 얹고 후 하고 바람을 불어 넣으면 붙은 풀 틈으로 바람이 들어가 곱게 풀피리 소리가 울린다. 풀피리 소리가 맑고 부는 일이 재밌어 강아지풀잎도 따다 불고 잎이 넓은 풀잎을 따다가 불었다. 그 가운데 가장 고운 소리를 내는 풀피리는 타래붓꽃이었다. 타래붓꽃은 오빳골 오르막 길가에 한군데 뭉쳐 자랐다. 지름길 길섶에 무덤이 있어 무섭지만, 둘레에는 먹는 풀이 많고 놀이할 질긴 풀도 많고 노래를 배울 가락틀(악기) 같은 풀이 자라는 곳이다. 흙이 파여도 그곳에 자라는 풀은 늘 우리 눈길을 끌려고 애썼다. 겹겹이 있는 잎을 뽑았다. 입을 살짝 벌리고 바람을 불어넣으면 고운 소리로 풀피리가 되어 주었다. 소리가 얼마나 고운지 풀잎이 하늘거리며 부딪치며 바람에 떨리듯 울린다. 바람이 긴 풀대에 뽑히면서 소리를 울린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9] 삐비 오빳골 지름길 무덤 앞에서 삐비를 뽑아 먹었다. 우리는 ‘삐삐’라 했다. 겨울 바람이 봄바람으로 바뀔 무렵이면 잔디보다 조금 큰 풀에 자주빛 새싹이 가운데에 올라온다. 끝이 뾰족하게 돌돌 말린 새싹을 잡고 당기면 삐 소리가 나고 드르륵 덜컹 뿌드득 하며 촉촉한 풀이 스치는 소리를 내며 뽑힌다. 보드라운 새싹을 잡고 당기면 내 손이 작게 울린다. 삐삐를 막 뽑으면 촉촉하다. 돌돌 말린 새싹이 풀어지면 부피가 크다. 높이 들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입에 넣으면 보드라이 혀에 감기고 씹을 틈 없이 부드럽게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어릴 적에 말괄량이 삐삐 만화를 본 탓일까. 삐 하고 삐삐가 빠지는 소리로 붙여진 이름인지 모른다. 보드랍던 삐삐가 조금 더 자라면 하얗게 핀다. 우리는 하얗게 피어도 뽑아 먹었다. 핀 잎은 말라 털 같다. 마른 잎은 물이 많던 어린 삐삐하고 다르게 입에 달라붙어 목이 막혔다. 마른 삐삐도 한 입씩 따먹는다. 마른 삐삐는 침을 다 빨아들여 침을 모아 씹는다. 삐삐는 보랏빛 싹으로 올라올 적에 가장 달고 더 자라면 거칠고 씨앗을 맺어 먹지 않아 무덤가는 우리가 빠트린 삐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