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노래에서 길을 찾다]11- 바람꽃 좀 이르다 싶은 더위가 저처럼 땀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요즘입니다. 아무리 덥다고 해도 그늘에서 바람만 있으면 한결 나은데 바람이 불지 않으면 찬바람 없이는 견디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더위와 바람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어제 저에게 들린 노래가 바로 '바람꽃'이라는 노래입니다. 정영 님의 노랫말에 김형준 님이 가락을 붙였으며 아이유 님이 부른 노래인데 '선덕여왕'이라는 극의 벼름소노래(주제곡)였다고 합니다. 노랫말을 살펴보니 토박이말이 아닌 말이 하나도 없어서 더 반갑고 기뻤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토박이말 바람꽃(큰 바람이 일어나려 할 때 먼 산에서 먼지 따위가 날려 구름처럼 뽀얗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고 꽃을 가리키는 이름 가운데 하나인 '바람꽃'인 것 같았습니다. 노랫말 가운데 '이대로 돌아설 거면 사라질 거면 피어나지 않았어'를 보고 어림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보지 않아도 보여서 듣지 않아도 들려서'가 되풀이 되어 나왔는데 거기에 사랑하는 마음이 참 잘 나타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끝으로 '바람에 실려 흩어져 날리며 그대 마음에 흩어져 날리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15 어항은 물고기한테 사슬터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 엘사 베스코브 김상열 옮김 시공주니어 2007.11.10.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엘사 베스코브/김상열 옮김, 시공주니어, 2007)는 스웨덴에서 1874년에 태어나 1953년에 숨을 거둔 엘사 베스코브 님이 빚은 그림책입니다. 우리말로 나온 이분 그림책 가운데 《펠레의 새 옷》이 있는데, 아이가 ‘새 옷’ 한 벌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 손길을 타야 하는가를 다룰 뿐 아니라, 아이가 둘레 어른들 일손을 거들기도 하고 스스로 씩씩하게 여러 가지 일을 해내면서 비로소 옷 한 벌을 얻는 살림길을 들려줍니다.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에는 ‘꼬마 물고기’하고 ‘꼬마 아이’가 나옵니다. 꼬마 물고기는 물 바깥이 여러모로 궁금해서 ‘사람’을 꼭 만나고 싶다는 꿈을 키웁니다. 꼬마 아이는 물 안쪽이 여러모로 궁금해서 ‘물고기’를 낚시로 꼭 낚고 싶다는 꿈을 키워요. “그 커다란 개구리가 누군데요?” 꼬마 날쌘이가 물었어요. “‘사람’이라고 하지.” 가자미 아줌마가 대답했어요. “사람을 한번 보고 싶어요!” 날쌘이가 말했어요. “이 녀석, 큰일 날 소릴 하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증 症 가려움증 → 가려움 갑갑증 → 갑갑함 건조증 → 메마름 궁금증 → 궁금함 / 궁금앓이 답답증 → 답답함 / 답답앓이 조급증 → 서두름 / 조바심 ‘-증(症)’은 “1. ‘증상’ 또는 ‘병’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2. ‘마음’, ‘느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를 가리킨다고 하는데, ‘앓이·아픔’이나 ‘결리다·곪다·곯다·괴롭다·망가지다·뻐근하다’나 ‘쑤시다·쓰라리다·쓰다·쓰리다·아리다·저리다’나 ‘마음·맘’으로 풀어냅니다. ‘짓·질·하다·이다·흐르다’나 ‘보이다·드러나다·나타나다·되다·모습’으로 풀어내어도 되고요. ㅅㄴㄹ 만약 당신이 제 대식증만 없애 줄 수 있다면 저는 만사가 오케이지요 → 그대가 제 막먹기를 없애 줄 수 있다면 저는 모든 일이 다 좋지요 → 그대가…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온봄달(6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아이들 입에서 찬바람을 틀어 달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 여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곁에 온 여름이 온 누리를 가득 채울 6월은 온여름달입니다.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가 바로 여름이 온 누리를 채우는 ‘온여름’이라 할 만합니다. 쨍쨍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을 듬뿍 받은 푸나무들은 그 빛깔을 푸르름을 넘어 갈맷빛으로 바꾸게 될 것입니다. 해마다 온여름달 끝자락이면 옛날에 ‘오란비’라고도 했던 장마가 어김없이 찾아오곤 하는데 올해는 아직 기별이 없습니다. 나무를 때서 밥을 해 먹어야 했던 옛날에는 비가 여러 날 이어지면 밥을 할 때 쓸 마른 나무가 없어 애를 먹곤 했답니다. 어려움은 나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비가 여러 날 오면 빨래를 해도 잘 마르지 않아 참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마 때 짧게라도 날이 드는 것을 엄청 반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찾아온 빨래말미, 나무말미는 옛날 사람들에게는 참 고마운 말미였을 것입니다. 장마와 함께 이어지는 무더위는 짜장 견디기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요즘이야 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후덜덜 여름을 앞둔 한봄부터 하나둘 터져나오는 개구리 노랫소리가 뛰어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래를 잘하는 개구리가 있지 않다고, 모든 개구리가 저마다 멋있게 노래잔치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벽을 여는 멧새 노랫소리가 빼어나다고 여기지 않아요. 꼭두나 으뜸으로 꼽을 멧새란 따로 없이 온갖 멧새가 다들 멋지게 하루를 열면서 아름다이 노래판을 펴는구나 싶어요. 잰 손놀림이 아니더라도 밥을 짓고 살림을 건사합니다. 훌륭한 몸놀림이 아니어도 옷을 짓고 삶을 가다듬습니다. 잡도리를 해도 좋고, 밑일을 추슬러도 좋으며, 바탕부터 챙기면서 차근차근 오늘을 차리는 눈빛이라면 누구나 꽃등이라고 느낍니다. 이따금 꽤 먼길을 두 다리로 다녀오는데, 이런 날은 저녁에 다리가 후덜거립니다. 후들후들한 다리를 토닥이면서 느긋이 드러누워 눈을 감으면 마실길에 본 여러 모습이 가만히 흐릅니다. 길가에 고개를 내민 들꽃을 살펴보던 일이 떠오르고, 여름잎이 짙푸른 나무줄기를 쓰다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5 ] 살구 풋살구는 유월 볕에 노르스름하게 익어간다. 어린 날 우리 집에는 살구나무가 없었다. 장골 끝에 사는 숙이네에 살구나무가 많았다. 살구나무가 뒤쪽 울타리로 에워쌌다. 길이 좁아 발을 헛디디면 어른 키높이 도랑에 떨어진다. 도랑물은 멧산에서 내려오고 숙이네 집을 휘돌아 마을로 흐른다. 나는 살구가 먹고 싶으면 숙이네 집에 찾아간다. 다른 아이는 숙이네 집에 오지 않다가 살구가 노랗게 익으면 몰려왔다. 나는 도랑쪽 살구나무를 잘 탔다. 머스마들은 큰나무에 올라간다. 두 그루에 살구가 많이 달렸다. 장대로 나무를 퉁퉁 치면 살구가 와르르 도랑에 떨어져 물에 동동 뜬다. 살구를 주우려고 바위 틈으로 내려와 첨벙첨벙 들어가서 줍는다. 도랑 바닥이 돌층에 큰돌이 있고 나무가 위로 우거졌다. 살구가 주먹만큼 굵다. 살구를 또개면 살이 보슬보슬하고 도톰하다. 까만 얼룩이 있는 살구는 벌레가 산다. 덜 익은 살구는 두었다가 익으면 먹는다. 살구가 깨끗하게 잘 빠진다. 딱딱한 씨앗 껍데기를 돌로 내리쳐서 하얀 씨앗을 빼먹는다. 우리는 뭔들 안 먹었을까. 숙이는 살구를 우리가 따먹는데도 가면 좋아했다. 아이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4] 솔밭 어린 날에는 내 몸이 작아서 그럴까. 배움터 가는 길이 너무 멀었다. 마을을 벗어나 재 하나 넘는다. 멧길에는 온통 논밭이다. 가는 동안 앉아 쉴 나무그늘이 없다가 사이에 솥밭이 있다. 우리는 흙길로 올라가 무덤가 소나무 밑에서 쉰다. 우리는 그 자리를 솥밭무디라고 했다. 마치고 오는 길에 쉬려고 뛰어올 적도 있다. 배움터 울타리 밖에 사는 젊은 아저씨가 아침부터 우리가 마칠 때까지 처마 밑에 우두커니 있다. 우리가 그 앞을 지나가면 한마디 하고 앞발로 시늉하며 으르렁댄다. 우리는 놀라서 개나리 울타리를 넘어 들어가거나 교문까지 달린다. 아저씨는 햇볕에 그을려서 얼굴이 검붉다. 까까머리를 하고 헐렁한 옷을 입고 한 손은 늘 허리춤에 넣었다. 입을 벌린 채 있어 침이 줄줄 흘려 옷이 젖었다. 그 아저씨는 할 줄 아는 말은 짧다. “할래”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느릿느릿한 몸짓으로 우리를 쫓아오려고 뛰면 우리는 힘껏 뛰었다. 아저씨를 보면 머리뿌리가 서늘하다. 우리는 뒤를 힐끗 돌아보면서 달린다. 솔밭무디까지 와서야 마음을 놓는다. 솔밭무디까지는 멀어서 그 아저씨가 오지 못한다. 배움터 가는 길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50 덧거리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덧거리'입니다. 앞서 알려 드린 '덤거리'와 짜임새와 뜻이 비슷해서 조금 헷갈릴 수도 있지 싶습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1. 정해진 수량 이외에 덧붙이는 물건'이라고 풀이를 하고 "배보다 배꼽이 크다더니 제 몫보다 덧거리가 더 많네."를 보기월로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2. 사실에 보태어 없는 일을 덧붙여서 말함. 또는 그렇게 덧붙이는 말.'이라는 뜻이 있다고 하고 "덧거리를 늘어놓다."를 보기월로 들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도 '1. 일정한 수량 외에 더 얹힌 물건'이 바탕뜻(기본의미)라고 하고 '2. 없는 일을 어떤 사실에 보태어 말함'이라는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바탕뜻(기본의미)의 풀이에 '정해진 수량 이외'나 '일정한 수량 외에'는 거의 비슷하고 '덧붙이는'과 ''더 얹힌'으로 조금 다른데 이를 좀 풀고 더해서 '어느 만큼의 몬에 덧붙이거나 더 얹힌 것'으로 풀이를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둘째 뜻은 '없는 일을 참일(사실)에 보태거나 덧붙여서 말함'이라고 풀이하면 좀 더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른 보면 뜻도 비슷한 것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21-오늘 누군가가... 어제는 짜장 날씨가 덥더라. 일이 있어서 좀 일찍 배곳에서 나왔는데 찬바람을 틀어도 얼른 시원해지지 않아서 땀을 좀 흘렸지. 너희들은 밖에 나가지 않아서 더위를 제대로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겠네? 더위 때문에 땀과 좀 가깝게 지냈지만 오랫만에 새로나꽃배곳 사람들과 토박이말바라기 어버이 동아리 모람들을 만나 참 반갑고 기뻤단다. 늘 같은 뜻을 가진 사람과 함께하는 일은 기쁘단다.^^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오늘 누군가가 그늘에 앉아 쉴 수 있는 까닭은 오래 앞에 누군가가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야. 이 말씀은 미국에서 이름난 부자이면서 투자를 아주 잘하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진 워런 버핏 님이 하신 말씀이야. 이 말은 옛날에 누군가가 나무를 심지 않았다면 그늘도 없을 것이고 그 그늘에서 쉴 수도 없다는 뜻이야. 좀 더 뜻을 더해 풀어 보자면 어떤 일이든지 눈앞에 있는 길미(이익)를 생각하기보다 좀 멀리 앞날을 내다보면서 일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지 싶구나. 그리고 내가 들인 작은 힘이나 수고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를 할 수
[ 배달겨레소리 이창수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52 덧두리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덧두리'입니다. 이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1. 정해 놓은 액수 외에 얼마만큼 더 보탬. 또는 그렇게 하는 값'으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1. 정해 놓은 액수 외에 얼마만큼 더 보태는 돈'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둘이 풀이해 놓은 것이 거의 비슷한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웃돈'과 가까운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풀이를 해 보았습니다. 덧두리: 굳히거나 매겨 놓은 값보다 얼마만큼 더 보태는 돈. 또는 그렇게 하는 값 보기월을 보아도 표준국어대사전의 "요사이 물건이 달려서 덧두리를 주고도 구하기가 힘들다."나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의 "물건이 동이 나서 덧두리를 주고도 구입하기 어렵다."가 비슷합니다. 그리고 이 말은 '2. 헐값으로 사서 비싼 금액으로 팔 때의 차액'이라는 뜻도 있고, '3. 물건을 서로 바꿀 때 값이 적은 쪽에서 물건 외에 더 보태어 주는 돈'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난몬(명품)을 사려고 새벽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별을 보았습니다. 게다가 덧두리까지 주고 사는 것을 마다하지